이상국(李相國)-혜화역 4번 출구
딸애는 침대에서 자고
나는 바닥에서 잔다
그애는 몸을 바꾸자고 하지만
내가 널 어떻게 낳았는데.....
그냥 고향 여름 밤나무 그늘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바닥이 편하다
그럴 때 나는 아직 대지의 소작이다
내 조상은 수백년이나 소를 길렀는데
그애는 재벌이 운영하는 대학에서
한국의 대 유럽 경제정책을 공부하거나
일하는 것보다는 부리는 걸 배운다
그애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
내가 우는 저를 업고
별하늘 아래서 불러준 노래나
내가 심은 아름드리 은행나무를 알겠는가
그래도 어떤 날은 서울에 눈이 온다고 문자메시지가 온다
그러면 그거 다 애비가 만들어 보낸 거니 그리 알라고 한다
모든 아버지는 촌스럽다
나는 그전에 서울 가면 인사동 여관에서 잤다
그러나 지금은 딸애의 원룸에 가 잔다
물론 거저는 아니다 자발적으로
아침에 숙박비 얼마를 낸다
나의 마지막 농사다
그리고 헤어지는 혜화역 4번 출구 앞에서
그애는 나를 안아준다 아빠 잘 가
*이상국(李相國, 1946. 9. 27.~, 강원도 양양 출생) 시인은 1976년 ‘심상’에 “겨울 추상화” 등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는데, 시인은 화려한 수사나 상징보다는 향토적 서정에 뿌리를 둔 질박한 어조로 자연의 생명성과 삶의 근원적 의미를 담담하게 노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집으로는 “동해별곡” “우리는 읍으로 간다” “집은 아직 따뜻하다”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뿔을 적시며” “달은 아직 그 달이다” 등이 있고, 시선집으로 “국수가 먹고 싶다” 등이 있으며, 백석문학상, 민족예술상, 정지용문학상, 박재삼문학상, 강원문화예술상, 현대불교문학상 등을 수상하였습니다.
*위 시는 기계화, 도시화로 인해 세상은 변해 가고 세대 차이가 심한 세상이지만 그럴수록 가족 간의 정이 더욱 더 소중하다는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첫댓글 우리 모두의 자화상 같네요~~물론 아닌분들도 있겠지만요....
말씀처럼 조금은 쓸쓸한 분위기입니다,
이번 주도 행복이 가득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