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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5월 14일, 대한민국에 공포의 대왕이 엄습했다. 1948년 5월 10일, UN 감시 하에 실시된 총선으로 3천만이 온통 축제 분위기에 휩쓸려 있을 때, 소련군 꺼삐딴(대위) 김일성은 수풍발전소의 38선 이남 송전선을 단숨에 흉물로 만들어 버렸다. 이것은 오늘날로 비교하면, 중국의 현대판 천자(天子) 습근평이 김정은의 산업 젖줄에 석유 대신 황하의 흙탕물을 들이붓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일제(日帝)는 지리적 여건을 고려하여 공업과 전력의 약 90%를 38선 이북에 건설했다. 1945년 당시 한국의 발전용량은 8만KW였고 북한의 그것은 91만KW였다. (수풍발전소의 발전용량만 60만KW!) 무려 1:11의 차이였다. 그런 상황에서 스탈린의 꼭두각시가 악마의 미소를 눈가에 띠고 ‘선물한’ 단전(斷電)은 북한에 비해 인구가 두 배나 많은 한국에 전쟁에 버금가는 공포를 안겨 주었다.
세월이 흘러 1998년 기준으로 남북한의 전기 사정은 정반대가 되었다. 한국 기준으로 13:1로 뒤바뀐 것이다. 상대적으로 한국은 전력(電力)이 북한에 비해 13×11=143, 무려 143배나 급증한 것이다. 한국의 경제력이 북한의 143배가 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시 19년이 지난 현재 한국의 발전설비는 약 두 배 증가했고 북한은 그때보다 나아진 게 하나도 없으니, 한국은 북한보다 약 300배 넉넉한 전기로 흥청망청한다.
이런 한국의 전기 천재개벽의 한가운데에 원전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게 운영된다는 사실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으로부터 공인받은 한국의 원자력발전소가 있다. 1971년 국가 원수가 아예 간을 백록담에 숨겨 놓고 당시 국가 예산의 4배를 투자하여 건설에 착공하여 1978년에 가동한 고리원전 1호 이래 2016년 11월 기준 한국은 원전 25기를 가동하고 있다.
역사적 사명에 불타는 문재인 정부는 평지풍파 일으키는 걸 무척 좋아하는데, 거기에 빠질 수 없는 게 탈(脫)원전 공약 밀어붙이기가 아닐까 한다. 3여년에 걸쳐 모든 법적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고도의 전문성에 바탕을 두고 건설 중이던 신고리 원전 5,6호기를, 세계가 부러워하는 3세대 원전 2기를, 경제성과 안전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한국형 원전 2기를, 서류 한 장인지, 전화 한 통인지로, 쇼통 기자 회견 한 번인지로, 싱글벙글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중단시키고 전문성도 대표성도 없는 위원회를 급조하여 그들에게 탈원전 정책의 정당성을 숙의(熟議 deliberative)해 주십사 정중히 부탁했다.
실은 그렇게 책임을 회피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는 음으로 양으로 케케묵은 자료(obsledge)를 뿌려대고 막무가내 전투적 탈원전 친위 시위는 짐짓 모른 척했다.
다행이랄까, 1,000억 원의 손해를 끼치고 3개월 만에 59.5% 대 40.5%로 신고리 5,6호기는 건설재개 쪽으로 힘이 실렸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3류 수준으로 떨어진 조선동아가 이번에는 올바른 자료와 높은 의견을 꾸준히 보도한 것이 도움이 된 듯하다. 그러나 더 큰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숙의 부대는, 촛불 들러리 부대는 고작 원전 2기를 양보하는 대신 53%가 원전 축소 방안에 손을 들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1보 후퇴 10보 전진의 탄탄대로를 걸을 듯하다.
착공만 않았을 뿐 계획이 잡혀 있던 6기는 백지화될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다하는 10기의 원전도 최첨단 기술로 수명이 연장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이 이미 연구개발하여 내수용이든 수출용이든 황금알을 낳을 만반의 준비를 갖춘 최첨단 기술로 수명이 연장되는 것이 아니라 다짜고짜 빨간 딱지 세례를 받을 것이다. 직접 민주주의에, 숙의 민주주의에, 촛불 민주주의에 정당성을 두고서! 지금 현재로서도 이미 공정이 30%나 진행된 2기를, 무슨 큰 선심 쓰듯이, 살려 주는 대가로 16기를 가차 없이 죽여 버리는 셈이다. 싱글벙글 대통령의 입은 자면서도 귀에 걸릴 듯하다.
숙의 민주주의에 힘을 실어 주기 위해서일까, 전력 예측도 하루아침에 바뀌었다. 7차 전력수급계획(2015~2029)에 따르면 평균 경제 성장률 3.4% 기준으로 2029년 예상 수요가 113.2GW였는데, 8차(2017~2031)에 따르면 평균 경제 성장률을 2.5%로 낮춰 잡고 2030년 수요를 101.9GW로 예측했다. 2029년 다음 해가 2030년이니까 이를 고려하면, 약 14GW 준 셈이다. 평균해서 원전 14기에 해당한다. (1GW는 100만KW이고 신고리 5,6호기는 각각 140만KW, 그 이전 것은 100만KW가 안 되는 것도 있음.)
아니, 계획을 세우려면 2030년부터 2044년까지 세워야지, 폐쇄하거나 백지화할 원전에 해당하는 전력에 딱 맞춰, 이미 세워진 14년 장기 계획을 앞뒤로 일부만 떼고 붙여서 무슨 알파고 제로급 AI 인간도 아니고 앉은 자리서 계산기 몇 번 두들겨 뚝딱(얼렁뚱땅) 새로 전력수급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그 정도 곡학아세(曲學阿世)에 걸리는 시간은 사실 10분도 많다.
그들이 크게 잘못 생각한 게 있다. 그것은 꿰맞추기 전력수급에 통일과 전기차를 도무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통일되는 순간, 북한에는 사실상 쓸 만한 발전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전기 수요가 폭증한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북한에만 20GW를 당장 공급해야 한다. 거기에 폭증할 전기차용 전기 수요까지 고려하면? 끔찍하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2030년까지 14GW를 줄이는 게 아니라 기존 계획에 최소 14GW를 더 늘려야 한다. 무슨 수로? 답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한국형 원전을 현재 계획 중인 것보다 두세 배 늘리는 수밖에 없다. 그러면 알짜 일자리도 두세 배로 늘어나고 해외 수출도 겁나게 늘어날 것이다. 덤으로 이산화탄소 발생도 획기적으로 줄인다.
원전 선진국 한국은 미국과 캐나다와 프랑스로부터 온갖 수모를 다 겪으며 그들의 기술을 몽땅 한국형으로 만들어 200만 개 부품을 거의 100% 국산화했고, 원전 안전 가동률 세계 1, 2위를 다투게 이르렀다. 3만 원전 종사자들이 흘린 피와 땀과 불타는 애국심의 결과다. 또한 원전의 최종 단계인 핵융합 발전에, 꿈의 에너지 핵융합 발전에 한국은 세계표준을 제공할 수 있었다.
만약 기존 계획에 더하여 통일과 전기차에 대비하여 원전을 15기에서 20기 더 건설한다면, 대한민국은 장차 에너지 강대국으로 세계를 호령할 수 있을 것이다.
사막의 나라 호주마저, 태양광을 무진장 설치할 수 있는 호주마저, 재생 에너지에 환경보호에 지구촌적 운명에 엄숙히 고개를 숙이고 역사적 사명에 힘차게 발걸음을 내디뎠다가, 불과 몇 년 만에 전기료가 63%나 오르고 전기 공급이 불안정해지자, 계획을 사실상 백지화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하물며 호주보다 인구는 두 배이나 국토는 77분의 1밖에 안 되는 나라에서 무슨 재생 에너지 자원이 그렇게 넘쳐 날까?
(2017. 10.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