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협, 여성 변호사들에게 불법접견 시킨 법무법인 징계 검토
김정현 기자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는 오는 12월 중순 13명의 변호사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결정하는 조사위원회를 연다. 조사위원회에 회부된 13명의 변호사 중 10명은 개인 변호사이고 3명은 법무법인을 운영하는 대표변호사다. 이들은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사건유치 이외에 수감자 편의제공 목적 등으로 과도하게 접견했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게 됐다. 이들 중 일부 변호사는 미선임 상태에서 하루에도 세 차례 이상 거의 매일 구치소를 찾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구치소를 방문해 수감자 100명과 한 명당 1~2분간 연쇄 접견을 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구치소의 수감자들은 변호사와의 접견이 잡히면 노역에서 제외되는 혜택을 받고 변호사들은 시간당 30만~40만원의 접견비 수익을 올린다.
변협은 지난 7월 일부 변호사들의 불법접견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법무부의 지시를 받고 자체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변협 측은 서울구치소로부터 과도 접견 의혹을 사고 있는 변호사들의 구체적인 접견 기록을 넘겨받았고 해당 변호사들로부터 소명서와 경위서도 받아둔 상태다. 이들은 왜 하루에도 몇 차례씩 구치소를 들락거리며 접견을 했을까.
조사 대상 10명 중 6명이 여변
변호사들이 서울구치소에 가는 원래 목적은 수감자들의 변호를 위해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선임이 돼야 한다. 하지만 최근 변호사들의 숫자가 급증하면서 선임 자체가 쉽지 않아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건 유치와는 무관하게 접견비만을 챙기는 이른바 ‘접견 변호사’들이 생겨난 것이다. 변호사법상 변호 목적이 아닌 변호사의 접견(接見)은 위법이다.
이것만으로도 문제지만 더 문제인 것은 이 ‘편법 영업’에 젊은 여성 변호사들이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조사 대상에 오른 10명의 개인 변호사 중 6명이 여성 변호사이고 이 중 두 명은 경력 3년 이하의 신참 변호사다. 이 신참 여성 변호사들은 경위서를 통해 자신들을 채용한 법무법인이 “접견을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성 수감자가 많은 구치소 특성상 여성 변호사에게 집중적으로 ‘영업을 뛰게 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이번에 조사 대상에 오른 한 법무법인은 로펌을 갓 졸업한 여성 변호사들을 공개채용하면서 신체 사이즈와 사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자는 여성 변호사들의 구치소 방문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구치소를 2주간 6차례 찾았다. 그 결과 꽤 많은 여성 변호사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변호사는 변호사 전용 접견장으로 가는 입구에서 변호사증을 보여주고 들어와 구별이 쉬웠다. 일부 젊은 여성 변호사는 짧은 치마와 짙은 화장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런 차림의 여성 변호사가 일반인 접견실 쪽 대기장소로 들어오면 일반 면회자들의 시선이 확 쏠렸다.
변협이 이번에 징계 사유로 밝힌 변호사들의 ‘수감자 편의 제공’이라는 말에는 여성성의 활용이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봐야 한다는 해석도 있다. 이와 관련 모 법무법인 소속의 30대 초반 변호사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전에 모 로펌에 있던 여성 변호사 두 명을 대상으로 변협 징계위원회가 열렸다 취소된 적이 있는데 이 중 한 명은 특정 수감인을 한 달에 100차례 이상 만났고 접견 시 야한 복장과 수감인을 대하는 태도가 문제가 됐었다. 당시 징계건은 여성 변호사들 사이에서 꽤 화제가 됐었다. 당시 문제가 됐던 한 여성 변호사는 접견 전문 변호사로 구치소를 들락거리며 돈을 벌어 직접 로펌까지 차렸다는 말이 돌았다.”
변호사 접견 위해 수감자들 ‘계모임’도
서울구치소에는 이른바 ‘범털’로 불리는 거물(巨物) 수감자가 적지 않다. 이들의 변호를 맡거나 접견을 할 경우 상대적으로 두둑한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일부 여성 변호사들은 아예 처음부터 이들 범털 수감자를 타깃으로 삼는데, 구치소를 자주 들락거리는 ‘튀는’ 외모의 여성 변호사들 연락처를 수감자들끼리 교환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 변호사업계에서는 “일부 범털 수감자는 변호를 맡길 여성 변호사를 외모를 보고 고르는데 거의 면접 보듯 한다” “사기혐의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모 범털 수감자는 자주 들락거리는 여성 변호사와 결국 옥중 결혼을 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도 있다.
일부 재력 있는 수감자들은 여성 변호사와의 접견을 ‘즐기는’ 듯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변호사와의 접견이 잡히면 오후 노역에서 제외되는데 시간당 30만~40만원의 비용을 쓰면 거의 한나절을 여성 변호사와 함께 있을 수 있다. 변호사의 경우 일반인과 달리 접견 시간이나 횟수에 제한이 없다. 물론 접견실은 투명한 유리가 설치돼 바깥에서 들여다볼 수 있고, 책상 하나를 놓고 마주 앉는 협소한 공간이지만 이를 개의치 않고 변호사와의 접견에 돈을 쓴다는 것이다.
돈이 넉넉지 않은 일부 남성 수감자들은 여성 변호사와 접견하기 위해 몇몇 사람이 ‘접견 계모임’을 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더욱이 구치소 측이 허락하면 접견실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변호사와 수감자가 만나는 것도 가능하다. 현행 형법시행령 제59조는 “수용자의 접견은 접견실에서 해야 하지만 소장이 허락하는 경우 접견실 이외의 장소에서도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변호 목적 이외의 접견을 하는 변호사들에 대해 변협 측은 품위 문제라며 그냥 지나칠 일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식으로 문제를 삼기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변협 대변인 이효은 변호사는 전화통화에서 이번에 위원회에 회부된 여성 변호사들에 대해 “위법의 영역이긴 하지만 생계적·사회적 위치를 감안하면 비윤리적인 변호사로만 몰아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다 보니 본의 아니게 무리한 활동을 한 측면이 있다는 말이다. 오히려 여성 변호사를 무리한 활동으로 내몬 법무법인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변협은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일부 법무법인이 여성 변호사에 대해 부적절한 조치를 취했는지 조사 중”이라며 “이미 조사가 상당부분 진행됐지만 조사과정에서 불법행위가 드러나면 대표 변호사를 대상으로 형사고발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여성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악명 높은 법무법인들이 있다. 사법연수원이나 로스쿨을 갓 졸업한 여성 변호사를 공개채용하면서 신체 사이즈와 사진 등을 요구하고 아예 처음부터 ‘남성 수감자를 상대로 접견만 뛰라’는 식의 주문을 한다는 것이다. 2년 전 로스쿨을 졸업한 한 여성 변호사는 기자에게 자신이 취업과정에서 겪었던 불쾌한 경험을 털어놓았다. “취업면접을 보는데 로펌 측에서 구치소 접견을 할 수 있다면 월급에 100만원을 얹어주겠다고 제안해 왔다. 서초동 일대 법무법인 기준 변호사의 평균 초봉이 250만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 100만원은 큰돈이다. 잠시 고민을 했지만 그런 요구가 비도덕적인 것 같아 제안을 거절했다. 하지만 변호사가 된 것을 후회할 만큼 충격적인 기억이었다.”
변호사업계가 여성 변호사를 활용할 정도로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는 것은 로스쿨 도입 후 변호사 수가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매년 신참 변호사가 1500~2000명씩 배출돼 변호사 한 명당 월평균 수임 사건이 1.9건까지 떨어졌다. 한 달에 두 건의 사건 수임도 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일거리가 없어 국내에서 가장 크다고 알려진 특급 대형로펌에서도 매년 채용하는 신임변호사 수를 5명 안팎으로 줄였다. 작년에만 60개의 로펌이 문을 닫았다. 그나마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은 수임이 꾸준히 들어오는 편이지만 새내기 변호사들은 길에 나앉을 처지를 걱정할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매일 3번 접견하는 이유 있나
서울지방변호사회 측에 따르면 한국의 변호사 인구는 이미 과잉공급 상태다. 한국은 법무사, 세무사, 노무사 등 이른바 전문 자격사들과 변호사 역할이 구분돼 있다. 반면 미국은 이들의 업무를 변호사가 모두 본다. 때문에 인구당 변호사 수와 변호사 일거리를 따지면 오히려 미국 변호사들의 형편이 우리보다 낫다고 한다. 하지만 로스쿨 도입의 필요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사용됐던 2007년 KDI 조사에서는 변호사 유사 직업인 변리사, 관세사, 세무사, 법무사 등의 역할을 배제한 채 변호사 수를 추산했다. 변호사가 더 필요하다는 논리로 로스쿨을 허용했지만 변호사 과잉상태를 처음부터 피할 수 없었다는 게 변호사업계의 지적이다.
다음은 모 법무법인 소속 30대 초반 여성 변호사의 자조 섞인 말이다.
“일부 로펌에서 구치소 접견으로 젊은 여성 변호사를 선호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일부 스스로 접견만 택하는 여성 변호사들도 문제예요. 재력 있는 남성 수감자들이 여성 변호사를 선호하는 것을 이용해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것이죠. 전에는 저도 잘 못 느꼈는데 이런 여성 변호사들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난 이후에는 오해를 살까봐 옷차림에 신경을 씁니다.”
법무법인 ‘민우’의 김정범 변호사는 “남성 수감자를 상대로 하는 접견만을 위한 접견 행위는 일종의 범죄이고 변호사법 위반”이라며 “변호 외에 다른 목적으로 수감자들을 만나면 안 된다”고 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사실 변호 준비를 위해서는 수감자들을 빈번하게 만날 이유도 없다고 한다. 의뢰인의 말을 듣는 게 아니라 기록을 보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추가로 궁금한 게 있으면 짧게 물어보면 된다. “일주일에 한두 번 길어야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하면 될 접견을 매일 세 번씩 하는 것은 변호 이외의 목적이 있다고 봐도 무관하다”는 것이 김정범 변호사의 말이다.
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는 그동안 변호사의 품위와 윤리를 어기는 변호사들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왔다. 변협 측은 올해 초 아나운서를 비하한 강용석 변호사에 대해 ‘품위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과태료 1000만원을 부과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역시 지난 11월 이른바 ‘사법연수원 불륜사건’으로 징계를 받았던 D씨의 변호사 등록신청에 대해 ‘부적격’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이번에 과도한 접견으로 조사를 받게 된 13명의 변호사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일각에선 출발부터 을(乙)의 위치로 떨어지는 젊은 여성 변호사를 보호하는 제도적 조치가 필요한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