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함의 미학: 전지전능전재하지 못한 인간의 조건과 이건용의 존재론적 예술』
1. 전지(全知)하지 못한 인간의 한계와 이건용의 예술
인간의 한계: 전지하지 못한 인간은 모든 것을 알거나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없으며, 지각과 인식은 신체적·경험적 제약에 묶여 있다. 이는 현상학적 관점에서 인간이 특정 시점과 위치에서만 세계를 부분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건용의 예술적 접근:
이건용은 <이벤트-로지컬드로잉>과 <달팽이 걸음>에서 의도적 재현이나 감정 표현을 배제하고, 신체 행위의 논리적·우연적 결과로서 예술을 생성한다. 이는 전지하지 못한 인간이 세계를 완전히 이해하거나 통제하려는 시도를 넘어, 행위 자체의 과정과 흔적에서 의미를 찾는 태도를 보여준다.
그의 작업은 비트겐슈타인의 철학과 현상학적 사유에서 영향을 받아, 지각의 한계를 예술적 탐구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예를 들어, <달팽이 걸음>에서 느린 신체 움직임으로 생성되는 선은 인간의 제한된 지각이 시간과 공간 속에서 축적된 결과물로, 완전한 지식의 부재를 오히려 예술적 본질로 승화시킨다.
이건용은 전지하지 못한 인간의 한계를 “그림은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생성되는 것”이라는 철학으로 수용하며, 미리 정해진 의도나 완성된 지식 없이 현장에서 드러나는 존재의 흔적을 중시한다.
2. 전능(全能)하지 못한 인간의 한계와 이건용의 예술
인간의 한계: 전능하지 못한 인간은 자신의 행위와 결과를 완전히 통제할 수 없으며, 우연성과 필연성의 상호작용 속에서 제한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는 인간의 창조적 능력이 물질적·환경적 제약에 의해 제약된다는 점을 드러낸다.
이건용의 예술적 접근:
이건용의 <신체항>(1971)과 <신체 드로잉> 연작은 신체의 물질적 한계와 행위의 제약을 예술의 핵심 요소로 삼는다. 예를 들어, <신체항>에서 나무뿌리와 흙을 전시장에 설치한 것은 인간이 자연을 완전히 통제할 수 없음을 인정하며, 그 제약 속에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탐구한다.
<달팽이 걸음>은 신체의 느린 움직임과 반복적 행위를 통해 선을 생성하며, 이는 인간이 전능하지 못해 의도적 통제를 초월한 결과물을 창출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통제 불가능한 우연성과 신체의 한계를 예술적 표현의 본질로 전환한다.
그의 ‘이벤트-로지컬’ 개념은 사건(event)과 논리(logical)의 결합으로, 인간의 전능하지 못한 한계를 논리적 질서와 우연적 사건의 상호작용으로 재해석한다. 이는 인간이 모든 것을 설계하거나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을 긍정하며, 행위의 필연적 결과로서 예술을 생성한다.
3. 전재(全在)하지 못한 인간의 한계와 이건용의 예술
인간의 한계: 전재하지 못한 인간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 속에서 특정 장소에만 존재할 수 있으며, 모든 곳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이는 신체적·공간적 유한성으로 인해 존재의 범위가 제한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건용의 예술적 접근:
이건용은 신체를 세계와의 소통 매개체로 삼아, 전재하지 못한 인간의 공간적·시간적 한계를 예술적 탐구의 중심에 둔다. <달팽이 걸음>은 캔버스 위를 극도로 느린 속도로 이동하며 선을 남기는 행위로, 신체가 한 번에 한 장소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한계를 시각화한다. 이 느린 이동은 전재의 불가능성을 받아들이며, 그 속에서 시간과 공간의 축적을 통해 존재의 흔적을 남긴다.
<신체항>은 나무와 같은 자연물을 통해 인간 신체를 자연과 공간 속에 위치시키며, 전재하지 못한 인간이 특정 맥락에서만 세계와 상호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인간의 유한성을 자연과의 관계 속에서 성찰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그의 퍼포먼스는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만 존재하는 일회적 행위를 강조하며, 전재하지 못한 인간의 한시적 존재감을 예술로 기록한다. 예를 들어, 1979년 상파울루 비엔날레와 2023년 구겐하임미술관에서의 <달팽이 걸음>은 특정 순간과 공간에서만 가능한 행위의 가치를 부각한다.
4. 노장 철학과 인간의 유한성
이건용의 사유는 노장 철학에서 영향을 받아, 형식과 제약에서 벗어나 본질을 통찰하려는 태도를 보여준다. 전지전능전재하지 못한 인간은 도(道)와 같은 절대적 전체성을 체현할 수 없으며, 유한한 존재로서 부분적·상대적 의미를 추구한다.
그의 예술은 이러한 한계를 수용하며, 신체와 물질, 행위와 흔적을 통해 유한한 존재가 세계와 맺는 관계를 탐구한다. 이는 노장 철학의 비움과 자연스러움(자연스런 생성)을 반영하며,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려는 시도 대신 그 안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5. 이건용 미술의 철학적 재해석
이건용의 미술은 전지전능전재하지 못한 인간의 한계를 예술의 본질적 질문으로 전환한다. 그는 신체의 유한성, 지각의 제한성, 통제의 불가능성을 예술적 행위의 논리적·생태적 결과로 재구성하며, 이를 통해 존재의 의미를 탐구한다.
그의 <신체 드로잉>과 <하트> 연작은 우연성과 필연성, 제약과 해방의 경계에서 생성되는 형태를 통해 인간의 유한성을 시각화한다. 특히 ‘겹하트’ 연작은 관계와 연결이라는 주제를 통해, 전재하지 못한 인간이 타자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의미를 확장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건용의 예술은 인간의 한계를 부정하거나 극복하려 하지 않고, 그 한계 속에서 생성되는 행위와 흔적을 통해 존재의 본질을 드러낸다. 이는 전지전능전재하지 못한 인간이 유한한 신체와 시간 속에서 세계와 소통하며 의미를 창출하는 철학적 여정으로 볼 수 있다.
결론
이건용의 미술은 전지전능전재하지 못한 인간의 한계를 신체적 행위와 그 흔적을 통해 철학적으로 탐구하며, 이를 예술의 핵심 동력으로 삼는다.
그의 작업은 유한한 존재로서의 인간이 시간, 공간, 물질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생성되는 의미를 발견하는 과정으로,
전지하지 못한 지각의 한계는 행위의 논리적 결과로,
전능하지 못한 통제의 한계는 우연성과 필연성의 조화로,
전재하지 못한 공간적 한계는 특정 순간과 장소에서의 존재감으로 재해석된다.
이건용의 예술은 인간의 유한성을 긍정하며, 그 속에서 예술적·철학적 성찰을 통해 현대 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