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출신학과로 고르는 '나의 신랑감'(2)
게 시 자 :해뜰무렵 게시번호 :15965
게 시 일 :99/01/26 15:32:06 수 정 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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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 이은 제 2탄입니다.
** 정치학 : 그는 비분강개하는 사람이다.
그는 이나라, 이 국민의 안위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고뇌로 가슴을 쥐어뜯는 사람이다.
당신을 사랑함에 있어 누가 그 만큼 모든 것을 다 바쳐
열렬할 수 있단 말인가. 혹 그가 갑자기 미워져서, 그래서
그와의 이별을 심각히 고려할 때가 도래할지라도 그대여,
고민 마라. 그는 뛰어난 정치력을 발휘하여 당신의 방황하는 마음을 바로 잡아 줄 것이다. 그는 예언가이며 이 예언이 빗나갔을 때 왜 그렇게 됐는가를 잘 설명할 줄 아는 조리 있는 사람이다. 또한, 그의 끈질긴 생명력은 당신과의 백년해로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으로 작용할 것이다.
생각해 보라. 수녀와 정치가가 한강에 빠졌을 때 과연 누구부터 건져 주는가를.
그는 동네 통.반장 정도는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전도유망한 청년이기도 하다.
** 통계학 : 엑설런트한 사람이다, 그는.
당신에 대한 어떠한 정보라도 그는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당신에게 있어 아주 중요한- 1분에 과연 몇 번이나 눈을 깜박이는지, 화장실 사용시간은 어떻게 되는지, 짜장면 한 그릇 먹는데 드는 소비시간은......그리고 이 모든 것의 평균은?...등등의 통계자료가 그에겐 다 있다.
뿌라스마이나스 2.7%의 오차한계에서.
그의 이 자료들이 당신에 대한 그의 자상함으로 나타날 때 당신이 느낄 행복감을 미혼여성 1,372명에게 필히 물어 보라.
어느날 그가...1년 이내의 신혼부부의 이혼에 관한 통계자료를 내밀며, '우리 역시 이 그룹에서 벗어날 순 없어..'하는 그런 犬같은 경우야 논외로 치더라도.
** 일문학 : 우리 민족의 타민족에 관한 영원한 話頭의 대상은 어딜까.
'저기 JJ가 온다'...그렇다. 일본이다.
그는 대단히 부드럽고 겸손한 사람이다. 혹 당신이 당신의
잘못으로 짐짓 삐치는 경우가 있더라도, 그는 '스미마셍~'...그쪽에서 먼저 45도의 허리 각도를 유지하려들 것이다.
그렇다. 그는 그의 쌈빡함으로 당신을 언제나 여왕의 자리에 머물게 할 것이다. 둘이서 부르는 J-POP, 둘이서만 설레며 보는 재패니메이션의 그 예술성...당신의 삶은 다꾸앙의 맛보다 더 맛깔스러워질 것이다. 다만 당신은 호신술 정도는 익혀 두라.
때때로 그가 당신을 '노략질' 하려 든다면 당신 한 몸 정도는 당신 스스로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 무역학 : 그는 가슴에 커다란 웅지를 품고 있다.
그는 '쪼잔하게' 좁아터진 이런 나라로 만족하지 않는다.
오대양 육대주가 그 가슴에 들어 있는 큰 장삿꾼인 것이다.
그는 그 큰 뜻으로 당신 앞에 언제나 멋진 사내로 남을 것이다.
그는 물 건너온 것이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쩨(製)' 좋아하는 당신에게 있어 이런 남자가 과연 있겠는가.
이쑤시개는 이태리제, 손톱깎기는 독일제, 귀후비개는 불란서제....
그는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그의 악세사리 장사 리어카를 지킬 것이다.
'돈 버는 데는 역시 장사가 최고여...' 이런 세리후를 날리며.
** 자동차공학 : 퀴즈 하나.... .갑돌이도 있고 을돌이도 있는데 갑순이와 을순이에겐 없는 것은?
정답은 자동차다. 엉뚱한 것 생각한 사람 손 ↑.
그만큼 많이 가지고 있고, 또 그만큼 가질 사람도 많은 것.
사각형 바퀴보다는 삼각형 바퀴가 한 번 덜 덜컹거리는 것.
이 쪽 차고에서 저 쪽 주차장까지 이동하는 데 요긴한 수단.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온 이 자동차를, 어찌 그를 빼놓고
생각해 볼 수나 있단 말인가.
그의 앞길은 창창하다. 아우토반을 질주하는 포르쉐처럼.
그는 수시로 남해다, 설악산이다 해서 당신을 달뜨게 할 것이다.
당신에 대한 그의 사랑은 분명 그렇게 거침이 없을진저.
하지만, 당신이여. 당신은 되도록이면 자주는 보채지 말라.
택시 기사도 너무 땡땡이 치면 짤릴 수 있으니까.
** 음악 : 붕어를 빼놓고 붕어빵을 생각할 수 있을까.
새우를 빼놓고 새우깡을 말할 수 있을까.
음악을 빼놓고 인생을 논할 수 있을까.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긴 음악- 인류 문화를, 종교를, 철학을,....아니, 인류의 삶 그 자체인 음악. 그 음악을 전공한 그.
아아 당신과 그와의 사랑은 얼마나 리드미칼할 것이며,
그와 함께 부를 이중창은 얼마나 하모닉할 것이며,
그와 함께 연주해 나갈 인생은 또 얼마나 돌체틱할 것이뇨.
그대의 생을 가득 채운 음표들로 하여 그대는 중세 바로크
시대의 귀부인.
그는 거리의 악사. 그래서 돈을 만드는 미다스의 손.
그대여, 콩나물은 최소한 1.000원 어치는 사라.
그리고 더 달라 떼쓰지 말라.
당신의 생이야 언제나 콩나물 대가리(음표)로 충만하지
않은가 말이다.
** 체육 : 떡 벌어진 어깨, 짧은 머리, 훤칠한 키, 재빠른 동작. 그의 트레이드 마크이다.
남자라면 누구나 동경할 신체적 요건을 구비한 그는 성품까지 멋져빠졌다. 이름하여 스포츠맨 쉽. 심플한 性情.
당신이 만약 이런 남자를 선택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두고두고 후회하고, 가슴을 치고, 펑펑 눈물 쏟다가...에어로빅 출 것이다.
햇빛 눈부신 날, 웃통 벗어부친 그와 걷는 해변에 쏟아지는 저 질시의 눈들- 아아 '사랑은 아름다워라'.
기억하라, 그대여. 후일 그대에겐 아파트 경비실에 출근하는 그이를 위해 김밥 정성껏 싸는 행복까지 주졌음을.
- 終 -
'99. 01. 26
봄날 같은 어느 겨울 낮
- Written by 해뜰무렵 -
** 회색방에서의 덧말 .
1) ID 해뜰무렵 다음에 '괄호' 하고 이름이 들어 있는데 일부러 지웠습니다. 감추자는 게 아니고, 기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