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비그레이프 투어에서 만난 친구들과 저녁 늦게까지 놀다 아침 일찍 일어나려니 넘 피곤했지만 “캥거루 아일랜드” 1박 2일 투어를 하기 위해 눈을 떳다. 새벽 6시 20분에 체크아웃을 하고 바로 캐논 백팩커 안에 붙어있는 어드벤처 투어 사무실로 가서 투어 체크인을 했다. 엘리스 스프링으로 가는 투어도 같은 시간에 떠나는지 사람이 꽤 많았다. 숙소 밖으로 나가니 12인승 4WD와 약간 덩치가 있는 털보 아저씨가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오랜만에 듣는 한국사람 목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니 여행상담을 해주었던 현경이가 서 있었다. 자기도 캥거루 아일랜드 간다고 굉장히 좋아했고 나도 오랫만에 만나는 한국인이라 쉽게 친해질 수가 있었다. 같은 투어를 하는 사람들과 인사를 하며 차에 올라탔다. 이번 투어는 연령대가 다양했다. 할머니부터 가이드 마크의 아들인 주니어 마크까지…남자 4명, 여자 10명해서 총 14명이 투어를 떠났다!! 한국사람은 현경이 말구도 오빠 한명이 더 있었고 일본애들 3명, 스페인, 미국, 스웨덴, 호주 이렇게 다양한 인종이 모였다.
캥거루 아일랜드에 들어가려면 페리를 타야했고 아델레이드힐을 지나 Javis Bay로 향했다.넘 일찍 일어난 탓인지 잠이 쏟아졌고 한참을 졸다가 끝내는 본격적으로 잠을 청했다. 4WD라 소음이 심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한참을 자고 눈을 떠보니 넓은 바다가 눈앞에 펼쳐졌다. 언덕만 내려가면 바로 페리 선착장이었다. 시계를 보니 벌써 9시..무려 2시간을 페리를 타러 달려왔다니!! 보통 다른 도시들은 페리 타는 곳이 가까이에 있던데 아델레이드는 내룍지방에 있는 시티였나 보다. 페리를 타고 캥거루 아일랜드까지 약 1시간이 걸렸다. 다행이 배가 커서 멀미는 안 났고 슬슬 배가 고파 배안에서 군것질을 하고 가이드 아저씨가 나누어준 브로셔를 보고 있으니 벌써 도착!!! 먼저 옮겨 싫었던 짐들을 캥거루 섬에 있던 투어차로 이동했다. 나만 하드케이스를 가지고 가서 가이드 아저씨가 핀잔을 주었지만~ 힘이 세서 그냥 번쩍번쩍 들었다.
캥거루 아일랜드는 가로 155km, 세로 55km로 4,500스쿼어미터의 면적을 가지고 있는 호주에서 3번째로 큰 섬으로 국립공원과 공원이 섬의 30%를 차지하는 자연 그대로의 섬이라고 했다. 캥거루 섬 안에 있는 식물의 종류만 해도 850가지가 넘고 동물의 종류도 엄청났다. 테마 왈라비, 부시테일 포섬, 짧은 바늘 고슴도치, Southern Brown Bandicoot, 서쪽 작은 피그미 포섬, endemic Sooty Dunnart, 부시앤스웜프 쥐, 6가지 종류의 박쥐와 6종류의 개구리과, Rosenberg's Sand Goanna, 블랙 타이거뱀, Pygmy Copperhead, 오스트레일리아 바다사자, 뉴질랜드 바다표범, 코알라, 오리너구리, 링테일 포섬 등등…새의 종류를 나열하면 어마어마 할 것 같아서 여기서 줄이고...
먼저 도착한 지점인 Penneshaw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French Man’s Rock이란 곳에서 잠시 멈춰 가이드 아저씨의 캥거루 아일랜드의 역사적인 설명을 들었다. 캥거루 아일랜드는 처음 영국정부에서 보낸 Matthew Flinders 선장이 1802년 3월에 가장 먼저 발견했고 먼저 떠났던 프랑스 선장 Nicolas Baudin이 약 한달 후에 이곳에 도착했다고 한다. 당시 영국과 프랑스가 전쟁 중임에도 불구하고 둘은 서로의 향해 경로를 교환하고 물과 음식을 구하는 곳을 알려주는 등 친목을 도모했다고 한다. 니콜라스는 이곳에 있으면서 남쪽과 서쪽의 해안선을 지도로 만드는 작업을 하였고 따라서 이 곳에 Franch Man’s Rock이 생겼다고 한다. 니콜라스는 그 해 여름에 캥거루 아일랜드를 떠났고 프랑스로 돌아가는 중에 병으로 숨졌다고 한다.
캥거루 아일랜드를 발견한 사람이 매튜 플린더스 밖에 없게 되자 이를 시기한 프랑스의 지리학자들은 플린더스에게 누명을 씌워 플린더스를 7년동안 감옥에 보내는 안 좋은 일도 있었다고 한다.
설명을 듣고 이동한 장소는 번든 자연보호구역!! 이곳에서 야생 왈라비들을 보기 위해 조용조용 언덕을 넘었다. 조금만 들어가니 정말 조그마한 캥거루 사촌들이 인기척이 나니 콩콩거리면서 도망다녔다. 많은 인원이 같이 움직이면 왈라비 보기가 힘들 것 같아서 혼자 남아 왈라비를 기다렸다..한참 있으니 도망갔던 왈라비들이 하나 둘 다시 모여들었고 가만히 앉아 있으니 내가 있는지도 모르고 열심히 먹을 것을 찾거나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너무 귀여워서 만져주고 싶었는데 그 정도로 가까이 오지는 않아 아쉬웠다..나중에 알고보니 내가 안 쫓아와서 그룹이 한참 나를 기다리고 전화까지 했다고 한다…그런데 Vodafone은 캥거루 아일랜드에서는 안 터지고 Optus랑 Telstra만 터져 조금 열 받았다.
캥거루 아일랜드는 섬을 한바퀴 돌 수 있게 만든 큰 도로만 포장되어 있고 나머지 도로는 비포장 도로로 되어있었다. 가끔씩 몸이 공중으로 솟구치는 것이 어렸을 적 시골 할머니댁에 놀러 갔을 때의 버스를 탄 느낌이었다. Kingscote에서 잠시 휴식을 하는동안 조그만 기념품 가게를 구경했는데 뜨개질한 옷들과 캥거루 아일랜드 안의 야생 동물들의 사진들, 양초 등등. 주인장 할머니가 손수 만든 것들이 많았다. 울 가이드와 그의 아들은 정말 잘 먹었다. 다음장소로 이동해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는데 빵을 먹고 있었다(그러니 배가 임신5개월이지…엄청 배나왔다…- - ;; 근데 아들은 어떻게 엄청 말라서 둘이 진짜 부자관계가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다시 차를 타고 American Beach로 와서 점심 준비를 했다. Groovy Grape에서 많이 해본 솜씨로 채소를 썰었다. 왜냐!! 배가 고팠거든… 백팩 있을떄는 귀찮아서 라면 아니면 전자레인지 음식이 전부였는데 여행을 하면서 이렇게 신선한 점심을 먹을 수 있다는 게 참 좋았다.
가이드가 돌아가면서 각 재료들을 각 나라말로 어떻게 표현하는지 물어봤다. 스페인어는 처음 접하는 거라 신기했다. 샌드위치를 먹으며 애들과 좀 더 친해질 수 있었다. 처음에 멀둥멀둥 보기만 하던 일본애들이 설것이는 나서서 하는 바람에 설거지 할 동안 비치를 거닐며 놀 수 있었다. ㅋㅋㅋ
가이드 아저씨가 갈길이 멀다며 한참을 계속 드라이브만 했다. 창 밖으로 펠리컨 무리와 멋진 바다 풍경을 보며 이 곳들은 내일 다시 들릴 거라는 말과 함께…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Snellings Beach!! 이곳은 다른 비치들과는 달리 수영을 해도 안전한 곳이라고 했다. 다른 비치들은 상어의 습격을 받기 때문에 수영하기가 위험하단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상하게도 이 곳은 미역 같은 바다잡초가 넘 많아 냄새도 심하게 나고 과연 수영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지만…- - ;;) 다시 달려 이뮤 베이를 지나고 Stokes Bay에 도착했다. 이곳도 수영하기에 좋은 비치 중 하나라고 했는데 바다로 바로 연결된 모래사장이 한 곳도 없었다. 이상하게 생각하며 그룹을 따라 바위로 된 동굴 같은 길을 따라가니 우와..하얀 모래사장이 눈 앞에 펼쳐졌다. 숨겨져 있는 해변이라 그런지 더 운치 있는 곳이었다. 여름이 아닌 관계로 그냥 사진만 찍고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다시 버스로 왔다.
다시 차를 타고 한시간 반쯤 달리니 플린더스 체이스 국립공원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고 가이드 아저씨가 이곳은 호주에서 가장 큰 국립공원 중 하나로 74,000 헥타아르의 넓은 땅 덩이가 다 자연 그대로 보존된 국립공원이라고 했고 잠시 후에 리마커블 록스를 볼 수 있다고 알려줬다. 그런데 문제 발생!! 버스 뒤에 따로 단 짐차 바퀴에서 연기가 났다. 잘 굴러가던 타이어가 구를 생각을 안 하고 계속 끌려 타이어 타는 냄새와 함께 연기가 나는 것이다. 할 수 없이 가다가 바퀴가 안 구르면 다시 후진을 하고 다시 달리다 후진을 하다가 열 받은 아저씨는 짐칸을 길옆에 때어 버리고 버스만 가지고 리마커블 록스가 있는 곳으로 속도를 내어 달렸다. 점점 날이 어두워져 서둘러야 했다. 드디어 리마커블 록스에 도착!! 멀리서도 거대한 바위의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걸음을 재촉해 바위 가까이 갔다. 흙더미 같은 색의 둥근 바위가 사람 키의 3~4배 정도 높았고 비바람에 둥글게 깍인 모양이 참 특이했다. 꼭 코끼리 귀 같았다. 더 오래 보고 싶었지만 가이드 아저씨가 해지기 전에 한가지 더 볼 것이 있다며 서둘렀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하얀 등대가 있는 Admirals Arch였다. 벌써 해가 져서 어둑어둑했고 차디찬 바닷바람에 이빨까지 떨렸다.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절벽 아래쪽을 자세히 보니 우와~~ 바위 위에 물개들이 누워있는 것이 아닌가!! 동물원에서나 보던 물개가 이렇게 자연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것을 보니 너무나 신기했다. 가이드 아저씨가 순하게만 보이는 물개들이 사람을 거의 미친개가 무는 정도로 물기 때문에 절대 근처에 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몸이 매우 부드러울 것 같은 물개들이 딱딱하고 날카로운 바위 위에서 생활 한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너무 춥고 어두워져 다시 버스로 돌아왔다. 다들 하루 종일 버스를 타고 돌아다녀서인지 돌아오는 버스 안은 조용했고 다시 버리고 같던 짐차를 붙이고 천천히 숙소로 향했다. 다행이도 숙소가 그리 멀지 않아 저녁시간에 맞게 도착했고 가이드 아저씨와 함께 맛있는 스테이크를 먹었다. 일행중에 채식주의자가 2명이나 있어서 그 애들은 채식주의자용 버거를 따로 먹었다. 가이드 아저씨가 내일은 새벽 5시 30분에 투어가 시작된다고 엄포를 놓아 우리는 밥 먹고 잠시 예기를 나누다 잠자리에 들었다. 예상 밖으로 숙소시설은 굉장히 좋았다. 화장실도 방마다 있고 히터도 있어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었다.
4월 29일
캥거루 아일랜드에서 두번째 날!!
어제 너무 피곤해 쓰러져 자서 오늘 새벽 5시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투어준비를 했다. 섬이라서 그런지 밖으로 나가니 많이 쌀쌀했다. 오리너구리를 보러 5시 30분에 출발하기로 했는데 늦잠 잔 사람이 있어 결국 6시에 출발!! 어제 갔었던 플린더스 체이스 국립공원 길을 달렸다. 아직 어둑어둑해서 인지 길가로 뛰어드는 야생 캥거루들 때문에 급정거를 하면서 달렸다.
도착한 곳은 “오리너구리 서식지 산책로” 바이러스 문제가 있는지 신발에 흙을 털고 오리너구리를 보러 갔다. 오리너구리는 너무 수줍음을 잘 타서 누가 나타나면 좀처럼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다며 조용히 움직이라는 지시를 듣고 조심조심 오리너구리가 사는 물웅덩이로 향했다. 정적이 흐르는 연못 아래를 살피고 있는데 무언가가 물위에 떠 있었다. 분명 오리너구리였다. 옆에 있던 사람도 발견했는지 여기 있다고 조그맣게 소리를 내자 오리너구리가 사람이 있는걸 눈치채고 재빨리 물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아휴…아쉬워라~~한참을 기다려도 오리너구리는 올라올 생각을 안 했고 그 후로 5곳이 넘는 웅덩이를 찾아 다녔으나 헛수고였다. 결국 우리 그룹 중 오리너구리를 본 사람은 단 3사람으로 오리너구리 찾기는 끝이 났다.
07:30am 토스트와 시리얼로 아침식사를 하고 다시 버스에 올랐다. 이번에 갈 곳은 Hanson’s Bay 코알라 서식지!! 비포장 도로를 달려 코알라 서식지에 도착했고 이제 제법 익숙해진 솜씨로 코알라 숨은 그림찾기를 했다. 아침 일찍이라 그런지 코알라가 대부분 잠을 자고 있었다. 이럼 재미없지!! 코알라를 외치며 코알라들을 꺠우기 시작했다…ㅋㅋ 잠을 자던 코알라들이 정말 시끄러워서 일어났는지 눈을 뜨더니 몸을 스크래치했다. 그 모습이 마치 손을 흔드는 것 같아서 정말 귀여웠다. 이론이론 우린 정말 평생에 한 번 볼까말까 한 장면을 목격했다!! 나무 위에 있던 코알라가 빠른 속도로 내려오더니 길에다 쉬아를 하는 것이당!! 총 14명의 관객이 지켜보는 가운데..아무러치도 않은 듯이… 엄청 급했나 보다. --;; 우리가 너무 가까이 있자 조금 위험을 느꼈는지 옆 나무로 빨리 올라갔다. 어어..그 나문 아닌데 코알라가 올라간 나무는 유칼립스가 아닌 소나무가 아닌가!! 이론이론…허헉…분명 코알라는 유칼립스 잎만 먹는다고 들었는데 코알라가 소나무 잎을 먹는 것이 아닌가!! 아마도 유칼립스 잎이 너무 질려버린 것이 분명하다.
다시 비포장 도로를 달려 간 다음 목적지는 Seal Bay!! 내가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이지..사진엔 바다사자가 귀여운 포즈로 누워있었는데…정말일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Seal Bay 에 도착했다. 투어 시간이 조금 못미쳐 약간의 휴식시간을 가지고 10시 30분쯤 가이드와 함께 바다사자를 보러 해변가로 내려갔다. 바다사자는 온순하고 착하게 보이지만 위협을 느끼면 개보다도 3배나 강한 이빨로 물기 때문에 절대로 만지지 말아야 하고 가이드보다 가까이 가서는 안 된다고 주의를 주었다. 바다사자들은 3일동안은 물속에서 사냥을 하고 3일은 육지로 올라와 휴식을 취한다고 한다. 몸집이 크고 회갈색을 띈 녀석들이 숫놈이고 암놈은 약간 몸집이 작고 좀 더 밝은 털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암놈은 새끼를 12개월동안 배고 있다가 새끼가 태어나면 다시 3개월 만에 또 임신을 한다고 했다. 새끼도 암놈 혼자서 교육시키니 수고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나쁜 숫놈들…--;;) 비치에 덩그러니 누워있는 귀여운 바다사자들을 보니 한 번 만져보고 싶다는 충동이 자꾸 생겼지만 2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서 볼 수 있는 것 자체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생각하면서 욕심을 접었다. 바다사자들도 갱단 같이 보스가 있어서 똘마니들이 다른 녀석들한테 싸움을 걸다가도 보스가 한번 헛기침만 해도 도망가 버리는 모습이 정말 우스웠다. 멀리서 엄마 바다사자가 아기 바다사자에게 수영을 가르치려는 모습도 보였는데 아직까지 아기가 물을 무서워 하는 모습이 넘 귀여웠다.
한 30분 정도를 바다사자들과 함께 보내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점심시간!!
오늘의 요리는 코알라버거라고 가이드가 농담을 했다. ㅋㅋ
Seal Bay 근처의 BBQ 장소에 도착하자 우리는 익숙된 솜씨로 햄버거 만들 고기를 굽고 야채를 준비했다. 고기 굽는 냄새가 환상이었다..다들 배가 고팠는지 햄버거를 2개씩이나 먹어치웠다. 디저트로 오지들이 많이 먹는다는 바나나 초컬릿 구이!! 를 시도했다. 바나나를 반으로 갈라 그 안에 스닉커즈 같은 초컬릿바를 넣고 구워먹었다. 흠..생각보다 맛있었다.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하고 다음 장소로 출발!! 다음 장소는 Little Sahara라는 곳이었다. 말 그대로 작은 사막이었다. 모래언덕이 생각보다 크고 넓어서 정말 사막에 온 것 같았다. 모두들 신발을 벋고 맨발로 언덕을 올랐다. 내가 단체사진을 찍자고 제안을 했고 가이드가 사진기를 걷어 14컷의 단체 사진을 찍었다. 꼭대기에서 누가 먼저 내려가나 시합도 하고 모래에 누워서 사진을 찍는 등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다시 차를 타고 간 곳은 Vivonne Bay!! 가이드 아저씨가 이곳에는 리틀 펭귄들이 수풀 속에 숨어 있으니 잘 살펴보라고 했다. 정말 수풀 안에서 펭귄이 우는 소리가 들려 발소리를 죽여 살펴보았지만 정작 펭귄은 한마리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절벽 밑으로 고깃배가 보였는데 이곳에서는 바닷가재가 엄청 많이 잡힌다고 했다. 절벽 밑으로 파도가 부딪쳐 하얀 파도를 만드는데 너무나 멋있어서 이곳에서 한참 시간을 보냈다. 사진밖에 남는게 없겠다 싶어 열심히 사진도 찍었다.
다시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이뮤 리지 유칼립스 정제소” 말 그대로 유칼립스 잎을 정제해서 오일을 만드는 곳이었다. 유칼립스 잎이 빌리티라는 호주 전통의 차를 만들 때 쓰이는 것만 알았는데 이렇게 마사지 오일과 향기요법에도 쓰일 줄이야.. 농축한 액이라서 그런지 향이 매우 독했다. 사용 용도도 다양했다. 감기 걸렸을 때 물에 섞어 먹으면 목 아픈데 효과적이고 또한 청소세제, 애완동물 목욕용, 방향제, 아로마 마사지요법, 향기 요법으로도 사용했다. 마침 꽃가루 알래르기 반응이 있어 코가 막혀 오일을 코 밑에 발랐더니 한결 숨쉬기가 쉬워졌다.
다시 페리를 타러 가다가 어제 잠시 스쳐 지나간 펠리컨이 있던 부두가 생각나 가이드 아저씨에게 펠리컨을 한번 더 보고 가자고 하여 그 곳에 다시 들리게 되었는데 마침 먹이를 주는 시간이어서 펠리컨이 많이 모여 있었다. 가까이서 사진을 몇 컷 찍고 다시 한참 달려 도착한 곳은 Prospect Hill이었다. 이곳은 캥거루섬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400개가 넘는 계단이 꼭대기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헥헥거리면 산정상에서 바라다 본 캥거루섬의 전경과 일몰로 인한 하늘빛이 예술이었다. 이제 다시 페리를 타고 아델레이드로 가려니 좀 아쉬웠지만 2틀동안의 대자연의 탐험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거 같다.
원래 5시 페리를 타야 하는데 가이드 아저씨의 제안으로 간단히 저녁을 사먹고 팽귄을 보고 7시 30분 페리를 타기로 했다.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길에 조그마한 펭귄들이 뒤뚱거리면서 동네의 길가를 걸어가는 모습이 간간이 눈에 들어왔다. 정말 캥거루섬은 야생동물들의 천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