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남편 가짜 남편

"진짜 남편, 가짜 남편"(펌) 나는 연습장 가기를 참 좋아한다. 그것도 70분,80분 정도는 도저히 성에 차질 않아서 두어 시간 이상은 때려야 몸이 개운해진다. 그런데 무슨 일이든 이게 좋으면 저게 나쁘고 저게 좋으면 이런 나쁜 점도 있게 마련. 시간제 연습장에 가면 암쏘리 안하고 공만 치는 마눌인데 여기는 바쁠게 없으니 마눌이 연습중에 자꾸만 보챈다. “당신은 잘 맞는데 뭣하러 자꾸 치냐? 그만 치고 나 좀 봐줘라“ “필드 나가서 마눌이 잘 쳐야 당신도 돋보이니 마눌을 잘 칠 수 있도록 도와줘야지“ “백스윙 때 이렇게 하면 어깨가 덜 돌아간거야 응? 응?” 마눌은 꼭 내 뒷 타석에 자릴 잡고 치면서 나는 연습도 못하게 계속 보챈다. 아시다시피 연습장에서 프로도 아니면서 누굴 가르치는 건 별로 아름답지 않은 풍경이다. 다른 사람들의 귀에도 거슬리고 눈에도 거슬린다. 더구나 나는 자타가 공인하는 싱글(진짜로..)이다. 90대 치는 사람은 눈에 보이는 사람마다 가르치려 들고 100개 치는 사람은 도시락 싸들고 댕기면서 가르친다지만 나는 싱글 티를 내야하므로 함부로 코치하지 않는다.(ㅎㅎㅎ) 연습장에서 시끄럽게 남 가르치는 사람 꼴 보기 싫어하는 사람이니 마눌에게도 웬만해선 길게 얘기하지 않는다. 어쩌다 주변에 사람들이 없을 땐 더러 코치도 해주지만... 몇 번씩 뒤에서 얘기하면 못 이겨 돌아서서 한 두 개 치는 거 봐주다가 한마디 해주고 돌아서서 치노라면 5분도 지나지 않아 또 뭐가 잘 안된다면서 계속 징징거린다. 큰 소리는 못 내니까 나지막히 “여보~” 그렇게 두세 번 부르다가 내가 못들은 채 대답을 안 하고 그냥 치고 있으면 “어이, 넝감탱이~” 이렇게 부른다. 계속 대꾸 안 하고 좀 더 버티면 하늘같은 남편 함자를 존칭없이 불러제낄 판이다. 입 아프게 얘기 해주면 뭐하노? 몸이 안 따라 주는걸... 맨날 해도 맨날 그 모양, 드라이버는 180미터쯤 나가니까 그렇다 치고 아이언을 우째 그리 못치는거야. 피칭 70미터, 9번 75미터, 8번은 다시 70미터... 7번부터 5번까지는 거리가 똑 같다. 아이언을 집중적으로 연습해서 잘 칠 수 있어야 스코어 8자로 안정되게 그릴 수 있다고 허구헌날 얘기 했건만, 아이언으로 공 열개쯤 치고 나면 금방 싫증내서 집어 넣고 바로 우드 꺼내들고 쳐대니... 라운드 할 때도 러프에서나 언덕배기에서나 기냥 우드 빼들고 달려드는 사람. 마눌 캐디백에는 우드가 여섯개다. 드라이버에다 4,5,7번 우드, 9번 우드는 두개... 왜 두개냐고 그러면 같은 9번이라도 그게 각각 거리가 다르대나... (어이구~ 맙소사) 마눌 구력도 벌써 8년째, 식당 개도 3년이면 라면을 끓인다는데 10년 가까이 치는 골프 여태 90대 스코어를 못 면하고 있으니 가르쳐 주는 넘도 뭐 보람이 있어야 신이 나제. 백스윙할 때 시선 뒤로 따라가지 않게 하고 내려 올 때 주춤거리지 말라고 수없이 얘기 했는데, 샛눈을 뜨면서까지 백스윙때 시선이 헤드 쫓아갈게 뭐 있으며 그냥 내려오지 왜 탑에서 한번 방아를 찧고 내려오냔 말여. 그립 너무 꽉 잡지 말고 자신감을 가지고 치고 임팩트 후 바로 잡아 땡기지 말고 팔로우 스루를 길게 해주라고... 내가 뭐 더 아는 게 없기도 하지만 똑같은 얘기를 수년째, 도돌이표 붙은 악보 보고 노래 부르듯이 했구만 맨날 고쳐지지 않고 그냥 그대로 훌러덩 훌러덩 치면서 그래도 연습장에 가면 계속 봐달라고 징징징... “저 아저씨 좀 봐... 저렇게 열심히 가르쳐 주잖아” 가만 보아하니 바로 앞 타석에 워떤 남자가 여자 하나 델꼬 와서 자기는 치지도 않으면서 계속 바라지하고 코치하고 있으니 울 마눌 그게 부러웠던 모양... 가루 떨어질 것 같은 짙은 화장에 쫙 달라붙는 스판 바지에 호랑이 무늬의 부츠 굽은 송곳처럼 뾰죽하고, 연습장 오는데 무신 모피 코트... “이 아지매야... 저 뇨자 옷차림 하고 벗어 놓은 구두 굽 좀 봐라...“ 여염집 아지매가 저런 차림으로 댕기겠냐? 별걸 다 부럽다고 하네... 세상 그만치 살았으면 척 보면 알아야제... 내가 자유로 자주 댕기면서 터득한건데, 운전석 조수석 남녀가 함께 타고 갈 때 각각 바깥쪽으로 벌어져 앉아서 소 닭 쳐다 보듯이 가는 남녀는 진짜 부부이고, 차는 에쿠스인데 티코에 탄 것처럼 넓은 의자 놔두고 안쪽으로 바짝 어깨 붙여 앉아서 `전방주시 태만`하는 남녀는 올래리꼴래리인기라... 연습장에서도 그래여. 골프가방 두 개 메고 드나들고 볼 공급기에서 공 빼다 배달해 주고 커피 뽑아다 바치고.. 여자가 타핑을 쳐도 허허~ 생크가 나도 `잘했어 흐흐흐~` 그러는 넘, 이렇게 해라 저렇게 쳐라 어깨 붙잡고 허리 붙잡고 뒤에 꿇어앉아 다리도 붙잡아 주고 지는 치지도 않고 뒷바라지만 열심히 하는 넘은 진짜 남편 아니고 이상한 관계여. 그저 돌아다보지도 않고 열심히 제 공만 치다가 숨이 차면 그제서야 담배 물고 앉아서 뱀 눈으로 쳐다보며 겨우 한마디 한다는 게 “어이구 저런 곰탱이~ 헤드업 하지 말고 공을 보랬잖아 공을...”그렇게 퉁박이나 주고 그러는 넘, 그 넘이 진짜여~ 이 사람아, 당신은 내가 늘 `가짜`가 하는 노릇을 해주니까 워떤게 진짜고 워떤게 가짜인지 구분이 안가는가벼 @@@@@@@@@@@@@@@@@좋은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