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한 번 상상해 볼까. 다섯 살배기 어린 여자아이가 아버지 따라 동굴 속에 들어갔다가 너무나 아름다운 벽화를 찾아내는 모습을. 그리고 그 그림이 1만5000년도 더 된 옛날에 그려졌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놀라움을 상상해 보라. 바로 이런 상상이 실현된 것이 알타미라 동굴이다. 이 동굴은 스페인 북부 칸타브리아 지방 산탄데르 델 마르에 있으며 구석기 시대 후기에 그린 벽화가 유명하고 또 역사적 가치가 높아 198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알타미라 동굴은 이 지역에 사는 부유한 지주이자 아마추어 탐험가인 마르셀리노 산스 데 사우투올라(Marcelino Sanz de Santuola)가 우연히 발견(1869년)하고 발굴(1875년)을 시작하였는데, 그 벽화를 찾아낸 영광(1879년)은 그의 다섯 살배기 딸 마리아한테 돌려졌다. 그런데 여기에 그려진 그림은 너무나 잘 그렸고 또 보존이 아주 잘 되어 있었기 때문에, 발견 당시에는 이 벽화가 정말 1만5000년이나 된 고대의 것이라고까지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다윈의 진화론을 믿던 당시의 과학자들은 인류의 조상이 원숭이 같은 동물에 가깝다고 생각하였기에, 원시인들이 이렇게 뛰어난 예술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당시에는 이 벽화가 가짜라고 여겼는데, 나중에 라스코 동굴 등 알타미라 동굴보다 더 늦은 시대의 동굴들이 발굴되고, 고고학 등 과학적 연구가 발전된 후에야 비로소 진짜 구석기 시대의 유적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이처럼 알타미라 동굴 벽화의 중요성이 널리 알려지게 됨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이를 보러오게 되었는데, 1만5000년 동안 밀폐되어 잘 보존되어 온 벽화들이 대기에 드러나고 사람들이 숨쉴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석회암을 부식시켜 동굴이 망가지게 되어 동굴과 벽화의 보존이 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1977년 동굴을 폐쇄하고 과학적인 보존 연구를 하였고, 1982년 다시 문을 연 다음에는 연간 방문객을 8500명으로 제한하였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예술적으로 훌륭한 벽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2001년 7월 알타미라 박물관에 알타미라 동굴을 재현한 ‘새 동굴(Neocueva)’을 설치하였다.
우리는 알타미라 벽화를 통해 당시의 예술 활동뿐만 아니라 수렵의 방법이나 무기·신앙 등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국보로 지정된 반구대 암각화가 있는 울산 울주군을 포함한 16곳에서 암각화가 발견되어, 선사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