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불 같은 사람
색동교회가 출발하면서 한국교회에 없던 일이 생겼습니다. 가정마다 ‘기다림 초’를 보급하는 신앙운동을 시작한 것입니다. 우리가 먼저 교회력을 교회력답게 지키려는 일이며, 성탄의 기쁨과 감동이 점점 사위어 가는 시대에 다시 빛을 밝히려는 것입니다. 처음 몇 년 간 교계에서 기다림 초에 보여준 반응과 반향은 제법 뜨거웠으나, 지속되지는 않았습니다. 신앙생활을 문화화 하는 일은 누구의 경우에도 결코 수월하지 않을 듯합니다.
사실 일 년 열두 달 색동교회는 등불을 밝힙니다. 교회 건물에 높이 세워진 ‘품 십자가’는 일종의 등불과 같습니다. 교회를 이전하면서 비로소 십자가다운 십자가를 내걸게 된 우리는 의미 있는 등불 하나 밝히려는 마음을 품었습니다. 공동묘지라고 비웃는 빨간 네온십자가 대신, 세상을 품는 그리스도의 형상을 한 ‘품 십자가’를 세우게 된 배경입니다. 이상훈 집사님이 디자인을 하고, 이해종 집사님이 제작한 은은한 LED 전구를 넣었습니다.
‘품 십자가’의 특별함은 색동교회의 자랑입니다. 처음 세운 후에 제작문의를 숱하게 받을 것이라고 기대 했지만, 사실 아직까지 ‘품 십자가’를 만들어 보겠다는 본격적인 주문은 없습니다. 기다림 초든, 품 십자가든 서둘러 실망할 일은 아닙니다. 아마 세간에 보는 눈이 아직 없거나, 우리가 시대를 너무 앞서 가고 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입니다.
정작 중요한 일은 우리 자신이 등불이 되는 일입니다. 세상에 그런 희망을 주는 사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따듯함을 나누는 그런 존재로 사는 일은 얼마나 복음적입니까? 세상이 어두울 때 스스로를 불태워 밝히는 헌신의 삶도, 냉정과 냉대란 현실 속에서 따듯한 손을 내밀고 품으로 안아주는 인정어린 마음도 결코 쉽지 않은 노릇입니다. 그럼에도 그리스도인은 그런 희망의 등불로 부름 받았습니다.
기회가 온다고 저절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인간적인 의리와 동정으로만 시도한다면 쉽게 지칠 일입니다. 우리가 ‘그물짜기’와 ‘톨레레게’를 통해 성경을 읽고, 내게 주신 말씀을 찾는 생활은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을 준비하고, 결심하는 기회입니다. 앞서 그런 모범을 보여준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강권하시는 도다”(고후 5:14)라고 말합니다. 바로 예수님의 강권하시는 사랑 때문에 우리가 헌신할 수 있습니다.
가장 작은 일부터 시작해 봅시다. 이미 6년 째 해 오지만, 대림절 ‘기다림 초’를 밝히는 일조차 결코 수월한 일은 아닙니다. 작년에 밝혔던 것을 다시 사용할 수 있고, 새로 마련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네 개의 초만 구입하면 집에 있는 컵과 장식용 재료들을 사용해 얼마든지 우리 집만의 특별한 등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기다림 초를 카카오 톡 대문이나 페이스 북을 활용해 얼마든지 홍보해도 좋을 것입니다.
영국 최초의 여성 수상 마가렛 대처의 삶을 드라마로 만든 영화 ‘철의 여인’(the Iron Lady)이 있습니다. 대처는 신실한 감리교인으로, 오죽하면 웨슬리 채플에서 결혼한 인물입니다. 그는 보수당을 대표하였지만, 사실 모든 여성을 대표하였습니다. 그만큼 보수와 진보의 담보다, 남성과 여성의 벽이 높고 두터웠습니다. 영화는 종종 대처가 위기를 맞을 때 마다 남편과 고인이 된 아버지로부터 좋은 협력을 얻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딸이 회고한 아버지의 충고가 인상적입니다. 생전의 아버지는 딸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생각을 조심해라 생각이 말이 된다. 말을 조심해라 말이 행동이 된다. 행동을 조심해라 행동이 습관이 된다. 습관을 조심해라 습관이 성격이 된다. 성격을 조심해랴 성격이 운명이 된다.” 누구나 한번 쯤 읽었을 ‘탈무드’의 내용입니다. 결과적으로 대처는 자신의 생각을 운명으로 만들어낸 ‘철의 여인’이 되었습니다.
작은 생각, 작은 마음, 작은 뜻이 자기 운명을 만들어 냅니다. 그런 기도와 기도가 모이고 쌓여 자신의 삶의 등불이 되고, 삶 그 자체를 열어가는 것입니다. 등불은 인생의 빛이 되고, 내 삶을 열어갈 길이 됩니다.
대림절 첫째 주간에 특별새벽기도회를 열면서 ‘등불기도회’라고 이름 붙인 일도 같은 이치입니다. 교회력은 어느 새 한 해의 문을 열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시작을 남다르게 선택하십시오. 등불 같은 사람은 처음부터 의인(義人)이나, 의사(義士)가 된 것이 아니라, 그렇게 생각하고, 남달리 기도하는 중에, 결국 빛처럼 운명처럼 그런 삶을 선택한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