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름 전야의 제(祭)를 중시하는 섬마을 명절풍습과는 달리
육지엔 대보름 당일이 되어서야 오곡밥과 나물을 나누어 먹으며 땅콩, 호두 부럼을
깨물고 있다.
몇 해 전만 하여도 대보름날 정오엔 사무실에서도 진수성찬 오곡밥과 함께
거나하게 윷판이 벌어지곤 하였다.
부서별로 짝을 지은 다서, 여섯팀이 삼합-오합의 경주를 거듭하며 챔피언을 뽑고
어르신의 후덕한 배려에 대낮 귀밝이 술까지 걸쳤으니 보름날은 설날보다도
흥겨운 술렁거림이 퇴근무렵까지 이어졌다.
관할지역 사직동과 신사동, 진관동 동사무소에서는 흥겨운 농악대와 더불어
지역 어르신들을 위로하는 잔치에 젊은이들 마저도 저절로 신이 났다.
2014년 2월 14일!
그리 많은 시간이 흐른 것도 아닌데..,
이제 농악소리는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들고 흔했던 윷놀이마저
노인정과 파고다공원을 찾아야 볼 수 있는 것인지..,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라 외치며 신명을 떨치던 이젠 고인이 되신 판소리의 대가
박동진선생도 저세상에서 한숨을 내쉬시겄다.
그렇게 세월은 무심히 흐르고 흘러, 대보름의 전통놀이를 홍어 삭히듯 삭혀버리고
이른 아침부터 모양을 달리하는 쵸콜렛이 책상 위에 나뒹군다.
발렌타인데이란다.
영업점 매대에서 불티나던 호두며 밤, 땅콩 등 부럼이 쵸코렛 진열대에 밀려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어 있었다.
요즘 아이들은 귀신이나 잡귀를 무서워하지 않나 보다.
허기야, 버스타고 지하철 옮겨 에버랜드에만 가도 소복입은 미인귀신이 곰세
아이들과 친구되니 잡귀 물러라 일부러 호두를 깨지 않아도 되는 세상!
오히려 귀신이나 잡귀가 전성시대에 없었던 쵸코렛을 맛보기 위하여
대형 유통점으로 베이커리로 새벽부터 줄지어 죽치고 앉아 있을지도 혹 모를 일,
어느새 아이들의 유행과 놀이문화가 주인이 되버린 요상한 세상이 되어 있다.
조간미팅을 마무리하고
다음주부터 계획된 각 영업점과 지점 신토불이창구에서 동시 진행될
갑오년 1/4분기의 대대적인 직거래장터 준비를 위하여 강서와 가락공판장을
번갈아 오갔다.
목우촌 입점으로 호황인 연서파머스마켓에 대한 야외 직거래장터 정비작업도
내친 김에 동시에 진행한다.
오후 4시!
편도 조직검사에 대한 결과를 청취하기 위하여 바삐 병원을 향하는데
때르르릉~
일본 수출길 협의를 위하여 멀리 전라도 김쟁이사장이 예고없이 상경하였다는
긴급 전화.
조직검사에 대한 대충의 결과를 전화로 해석하며 토요일 방문을 약속하고
산지지인과 머리를 마주하였다.
대보름날인데도 판매촉진을 위하여 서울과 남해안을 제집 드나들듯하는 재래김
사장의 노력이 참으로 눈물겨워 영양듬뿍 서울 도가니탕으로 저녁을 대신한다.
밤과 호두를 한아름 묶어 아이들에게 건넨다.
새로운 환경 아래에서 건강히 무탈하게 청춘을 불살을 수 있도록 아빵과 녀석들
호두 한 알을 힘껏 깨문다.
중천에 휘엉청 걸린 보름달이 시간 흘러 빛을 더하듯이 우수로
경칩으로 돌진하는 시간 앞에서 모두의 안녕과 행복과 보람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