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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새] 14
S#1. 몽타주
-서린 그룹 일각 거리 요란한 싸이렌 소리를 내며 질주하고 있는 서너 대의 소방차들…
그 뒤엔, 서린 그룹을 향해 거칠게 달려가고 있는 세훈의 자동차도 보이는데…
운전석 차창 너머로 다가가면, 핸들을 잡고 있는 세훈, 사색의 얼굴이다.
-물품 보관소 켜켜이 쌓여진 박스들은 불길에 휩싸여 훨훨~ 타오르고 있고…
결국 불타던 박스들이 출입구를 향해 불똥을 튀며 우르르~ 쏟아지기 시작한다.
한편 출입구를 향해 달려가던 지은, 경악하고… 출입구를 나갈 수 없자 허둥대며 뒷걸음질을 치는데…
어느새 시커먼 연기와 함께 유독가스가 퍼지기 시작한다. 이에 지은, 콜록대며 공포에 질리는…
-물품 보관소 앞 당혹한 얼굴의 정민, 있는 힘껏 몸을 날려 문을 밀지만 아무리 애써봐도 더 이상 문이 움직이질 않는다.
미칠 지경인데… 시야에 저 일각 유리창이 들어오자, 재빠르게 달려간다.
일각에 놓인 소화기를 집어 들어 유리창을 향해 힘껏 던진다.
유리창은 요란한 굉음과 함께 부서지고… 거침없이 유리창을 넘어 불 속을 뛰어 들어가는데…
-물품 보관소 겁에 질린 채 서 있는 지은,
유리창을 넘어 들어오고 있는 정민을 발견하자 반가움과 고마움에 울컥하며, 감격의 눈물이 맺힌다.
그리고 이리저리 불길을 피하며 자신에게로 다가오고 있는 정민을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보는데,
그 눈동자 심하게 흔들린다.
한편, 불길은 더욱 더 거세게 번지기 시작하고, 천장에 매달린 형광등으로 옮겨 붙는데…
불타던 형광등의 유리가 퍽~ 하는 소리를 내며 터져 버리고, 동시 파편들이 사방으로 튄다.
이에 지은, 사색인 얼굴로 비명을 지르고…
한편, 불붙은 형광등 케이스는 위태롭게 흔들리며 지은을 향해 떨어질 듯 한데…
그와 동시, 정민의 시야에 지은을 향해 공포스럽게 떨어지고 있는 불붙은 형광등이 들어온다.
사색이 된 정민, 재빠르게 달려가 지은을 감싸 안고 구르는…
정민과 지은, 한켠으로 널브러지고… 그 순간 지은의 머리핀이 튕겨나가 바닥에 떨어진다.
동시, 불이 붙어 공포스럽게 매달려 있던 형광등은 결국 바닥으로 떨어져 그만 정민의 팔을 가격하고 만다.
이에 정민, 단발의 비명을 지르며 재빠르게 불똥을 털어 내고…
경악한 지은, 정민의 팔에 붙은 불똥을 미친 듯이 털어내는데…
이때 두 사람을 향해 소방호수의 물줄기가 거침없이 쏟아진다.
그러나 정신이 나간 듯 한 지은, 눈물이 뒤범벅인 얼굴로 미친 듯이 정민의 팔을 털어내고 있다.
이 모습을 시린 눈으로 보던 정민, 이제 그만 하라며 괜찮다는 듯 지은을 가만히 끌어안아 토닥이는데…
그 모습에서 한없는 사랑이 묻어 나온다.
거침없이 쏟아지는 물줄기 속에서, 미동 없이 지은을 꼭 끌어안고 있는 정민의 모습에서 카메라 멀어지고.
S#2. 서린 그룹 입구 (늦은 오후)
소방차와 응급차, 여기저기 모여 선 채 웅성거리고 있는 사람들로 인해 소란스런 풍경이다.
한편, 사람들을 헤치며 안으로 들어서려던 세훈, 소방수들에게 제지를 당하는데…
시야에 소방수들에게 호위를 받으며, 입구로 나오고 있는 지은과 정민의 모습이 들어온다.
안도의 한숨을 깊이 내쉬는…
그러다 손을 꼭 잡고 걸어나오는 두 사람의 모습에 순간 질투가 슬쩍 치솟고…
하지만 이내 질투의 감정은 사그러 들며 다급히 구급차로 다가가는…
한편 정민, 지은의 손을 꼭 잡은 채 소방수들의 호위를 받으며 구급차를 향해 다가가고 있다.
어느새, 정민과 지은, 구급차 앞으로 다가오고…
동시 다가온 세훈, 정민과 지은 앞에 선다.
세훈 : (부상을 입은 정민의 팔을 보며, 걱정스런) 많이 다쳤습니까? (이내 시선이 지은에게로 머무르는데,
걱정스러움에 눈동자 흔들리다가 꼭 잡고 있는 정민과 지은의 손이 들어오자 씁쓸함이 스치는)
정민 : (속내를 읽은 듯, 냉랭한) 지은씬 다친 데 없습니다. (뚫어지듯 세훈을 보며, 지은을 잡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가는,
자극하며) 우린, 괜찮으니까 여기 뒷정리 좀 해주세요!
지은 : (동시, 세훈을 힐끗 보는 그러나 정민의 손을 차마 뿌리칠 수가 없는… 그저 세훈을 외면하는데)
세훈 : (내심 서운한 듯 시린 눈으로 지은을 보는)
지은 : (그제서야 시선 맞추며) 전 괜찮습니다.
세훈 : (묘한 눈으로 보다 정민을 향해) 어서 병원부터 가시죠!
한편, 지은 정민을 부축하며 구급차에 오르고… 문 닫힌다.
이내 구급차는 쌩하니~ 출발하는데…
세훈, 그저 맥없는 얼굴로 지켜보고 서 있다.
S#3. 병원 응급실
응급 침대에 걸터앉은 정민, 드레싱 등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고…
그 옆엔 담요를 두른 지은, 걱정이 가득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초췌한 몰골이고…
어느새 치료를 마친 의사, 정민의 팔에 하얀 붕대를 감기 시작하며…
의사 : (정민 보며) 다행히 진피 안쪽까지는 손상되지 않아서, 2, 3주면 나을 겁니다.
며칠 간 병원에 와서, 드레싱은 꼭 하셔야 하구요! 화상 부위가 아물 때까지 당분간 샤워는 삼가 하세요.
정민 : (의사를 향해) 예… (지은을 향해, 옅게 웃으며 짓궂은) 샤워 못 해 꼬질꼬질 하다구, 나랑 안 놀아 주면 안 되요!
지은 : (맥없이 옅게 웃는)
S#4. 병원 앞 (밤)
정차되어 있는 고급 세단(※서문수의 자동차)보이고… 그 앞엔 기사 서 있다.
정민(팔에 붕대를 감고 있고)과 지은 병원을 나오는데… 이때 재빠르게 다가온 기사, 뒷좌석 문을 열어준다.
정민 : (기사를 향해 고맙다는 듯, 눈인사하는데)
지은 : (정민을 보며) 택시 타고 갈께요… 어서 가서 쉬세요!
정민 : 말두 안 되는 소리 그만 하구, 빨리 타기나 해요!
(붕대 감은 팔 내보이며 짓궂은) 내가 이 모양이라, 지은씨 안아 태울 수 없잖아!
지은 : (잠시 보다 뒷자리에 타는데)
정민 : (뒷자리에 오르는)
S#5. 차 안
복잡한 얼굴의 지은, 차창에 시선이 머물러 있고…
한편, 두 눈을 감은 정민, 길게 기대앉아 있다. 두 사람 사이에 묘한 침묵이 흐르고 있는데…
정민 : (갑자기 히죽히죽 웃는)
지은 : (보는)
정민 : (눈뜨고, 시선 맞추는) 아까 지은씨 얼마나 웃겼는 줄 알아요?
지은 : (무슨 말인가 하는데)
정민 :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물이 쏟아지는 것두 모르고, 정신 없이 내 팔을 털어 대는데, 꼭 맛 간 사람 같았어!
지은 : (순간 민망한 듯 옅게 웃다가, 고마운 눈으로) 지금 그런 말이 나와요! (울컥) 죽을 뻔했어요, 정민씨…
(눈동자 흔들리며) 나 때문에…
정민 : (시린 눈으로, 낮은) 당신이 날 버린 순간, 난 이미 죽은 거였어!…
지은 : (울컥해 시선 피하려는데)
정민 : (동시, 강렬히 보며) 내 눈 피하지 마!
지은 : (그 시선에 붙들려 보는데, 눈동자 흔들리는)
지은(소리) : 미안해요…
S#6. 지은의 집 앞 (밤)
가로등 아래, 지은과 정민, 마주 서 있고… 저 일각엔 정차한 세단 보이는…
정민 : (오버랩) 미안하다고 말하지마! 괜찮다고 할 자신이 없으니까!
지은 : (시선 피하는데) …
정민 : (뚫어지게 보는) …
지은 : (맥없는 얼굴로, 진심이기도 하지만 분위기 바꾸려 듯) 정말 고맙게 생각해요, 정민씨가 날 살렸어요! 고마워요…
정민 : (오버랩, 화가 치밀어 버럭 소리지르는) 고맙다, 미안하다, 그 말 밖에 나한테 할 말이 없어?
(시린 눈으로) 내가 듣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라는 거, 당신두 잘 알잖아!
지은 : (눈동자 흔들리지만 외면하며) … 정민씨, 마음을 여는 것도 힘들지만 닫는 것두 힘들다는 거 모르죠?
정민 : (뚫어져라 보며 툭 던지듯) 모든 건 한 순간에 바뀐대!…
(간절한 눈으로) 오늘이, 지금이, 우리한텐 바로 그 순간인 것 같다!
지은 : (울컥하는 그러나 시선 피하는데)
정민 : (더욱 거세게 몰아붙이며, 설득하는) 이지은! 난 알아… 당신, 겁내고 있다는 거!
날 정말 사랑할까봐 두려워하고 있다는 거! (마음 아픈) 모른 척, 아닌 척 하지 말아라!…
지은 : (맥없는 그러나 단호한데) 그냥 모른 척, 아닌 척 할 거예요…
정민 : (오버랩) 아니, 그렇게 못할 걸!
지은 : (보는데)
정민 : (시선 맞추며) 너, 울었잖아! (강렬히) 나 때문에, 너 울었잖아!!
지은 : (눈동자 흔들리는)
정민 : (강렬히 보며) 하늘이 두 쪽이 나두, 이제 나한테서 못 도망 가!
지은 : (시선 피하는)
정민 : (단호한, 낮은) 기다릴 거야!…
지은 : (시린 눈으로 보는데)
정민 : (옅게 웃으며) 대신,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진 마…
지은 : (눈동자 흔들리는데)
정민 : (순간 시야에 초췌한 지은의 몰골이 들어오자 짓궂게 픽~ 웃는)
지은 : (갑자기 왜 웃나 싶어 멀뚱한 얼굴로 보는)
정민 : (엉켜진 머리카락 쓸어주고는) 당신, 지금도 굉장히 이쁜 거 알아?
지은 : (맥없지만 옅은 웃음이 흐르는, 그러다 민망해 머리카락을 넘기는데 그제서야 머리핀이 없다는 걸 아는)
S#7. 서린 그룹 물품 보관소
타버려 검게 그을린 지은의 머리핀을 집어 드는 손, 다가가면 세훈이다.
그 모습 뒤로는 잿더미로 변한 내부 풍경이 보이고… 타버린 지은의 머리핀을 착잡한 눈으로 바라보는데, 그 모습에서…
P CUT - 서린 그룹 입구 (※2)
정민과 지은, 구급차에 오르려는데… 동시, 다가온 세훈 정민과 지은 앞에 선다.
세훈 : (시선이 지은에게로 머무르는, 걱정스러움에 눈동자 흔들리다가
꼭 잡고 있는 정민과 지은의 손이 들어오자 씁쓸함이 스치는)
정민 : (속내를 읽은 듯, 냉랭한) 지은 다친 데 없습니다. (뚫어지듯 세훈을 보며, 지은을 잡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가는,
자극하며) 우린, 괜찮으니까 여기 뒷정리 좀 해 주시죠!
지은 : (동시, 세훈을 힐끗 보는 그러나 정민의 손을 차마 뿌리칠 수가 없는… 그저 세훈을 외면하는데)
지은, 정민을 부축하며 구급차에 오르고… 문 닫힌다.
이내 구급차는 쌩하니~ 출발하는데…
세훈, 맥없는 얼굴로 지켜보고 서 있는…
검게 그을린 지은의 머리핀을 움켜 쥔, 세훈의 얼굴에 쓴웃음이 흐르는데…
S#8. 서린 그룹 이른 아침 전경
S#9. 회장실
서문수, 속내를 짐작할 수 없는 무표정한 얼굴로 소파 상석에 앉아있고…
세훈과 정민, 굳은 얼굴로 차분히 앉아있다.
한편, 박전무, 서문수의 눈치를 살피며, 간간이 못마땅한 눈으로 세훈을 보는…
박전무 : (세훈 들으라는 듯) 런칭 앞두고 도대체 이게 무슨 조화 속인지 모르겠습니다!
가방 카피 퍼진 것두 모잘라, 그 카피본 때문에 불까지 나구! 이러다가 런칭 하기도 전에 회사 말아먹는 거나 아닌지!
서문수 : (내심 시원하기도 하지만, 못마땅한 척 헛기침하는)
박전무 : (동시, 움찔하는데)
세훈 : (분노가 치밀지만 어금니를 꽉 악무는, 서문수 향해) 면목 없습니다!
서문수 : (세훈 향해 차가운) 범인은 잡았나?
세훈 : (얼버무리는) 아직 찾고 있는 중입니다.
정민 : (미란이 범인이란 걸 알기에 세훈을 묘한 눈으로 뚫어져라 보는데)
서문수 : (날카롭지만, 차분한) 기업은 현실이야! 행동함으로써 이뤄지는 거야! (정민과 세훈 보며) 여기들 모여 앉아 있다구,
무슨 해결책이 나와! 발로 뛰면서 풀어 봐! 런칭 전까지, 대안을 못 찾으면 다들 사표 제출해! 나가들 봐!
세훈과 정민, 일어나 목례하고 문을 향해 걸어가는… 동시, 박전무도 일어나는데…
서문수 : (박전무 향해) 박전문, 좀 있어!
S#10. 서린 그룹 회장실 앞 복도
세훈, 엘리베이터를 향해 앞서 걸어가고 있는데…
얼마쯤 뒤에 선 정민, 차갑게 쳐다보고 서 있다.
정민 : 장사장님!
세훈 : (돌아보는)
정민 : (도전적인) 나한테 해야 할 말이 있지 않아요?
동시, 부딪히는 세훈과 정민의 시선에서 긴장이 감도는…
S#11. 서린 그룹 내 비상구
세훈, 굳은 얼굴로 서 있고…
한편, 정민 여유만만한 얼굴로 양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세훈을 빤히 쳐다보는데…
정민 : (날카로운) 어떡할 거죠? 범인이 누군지, 잘 알고 있을텐데…
세훈 : (인정한다는 듯 쓴웃음이 슬쩍 흐르는, 그러나 단호한) 내가 책임집니다!
미란이 행동이, 결국 내 책임인 거니까, 내가 다 책임집니다.
정민 : (픽 웃으며, 비아냥대는) 역시 멋있는 분이라, 박수라도 쳐주고 싶네요!
세훈 : (날카롭게 보는데)
정민 : (도전적인 눈으로) 화가 나두 좀 참으시죠! 나, 장사장님한테 감정 많은 사람, 아닙니까!!
세훈 : (애써 참는데)
정민 : (툭 던지듯) 좋습니다! 장사장님으로 인한 사고니까 알아서 하시죠!
세훈 : (자존심 상하지만, 할 말 없는데)
정민 : (툭 던지듯 말하지만 자극하는) 마음 같아서야 당장이라도 철창에 쳐 넣고 싶지만, 아직 물증을 잡은 것두 없구,
사실 뭐 지금은 어찌 할 방도도 없는 거죠!
세훈 : (뚫어져라 보는데)
정민 : (차갑게 시선 맞추며)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죠? 나한테 지금 우정이라도 기대해요?
세훈 : (분노를 애써 참으며) 그만 합시다!
정민 : (픽 웃으며) 한마디만 더 하죠! (매섭게 보며) 미란이 문젠 걸고 넘어질 생각 없습니다! (뼈 있는) 법적으론 장사장님과는
무관한 일이기도 하니까! (도전적인 눈으로) 하지만, 회사에 입힌 손실만큼은 책임지고, 만회하세요!
아니 그 두 배로 이익, 내세요! (비아냥) 아무리 유능한 CEO라고 해도, 사랑 놀음 때문에, 회사에 손실을 끼친다면,
그건 봐드릴 순 없으니까!
세훈 : (오버랩, 불쾌해 매섭게 쏘아보며) 난 봐주는 거 좋아하는 사람, 아닙니다!
어떡해든 내가 알아서 해결할 테니까, 걱정 마시죠!
정민 : (뚫어져라 보며) 그럼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갈런지 어디 기대나 한번 해 보죠!
(휙~ 돌아서 계단을 터벅터벅 내려가는)
세훈 : (매서운 눈으로 쏘아보는데)
S#12. 세훈의 사무실
벌컥 열리는 방문… 성큼 성큼 들어선 세훈, 책상으로 다가온다.
들고 있던 서류철을 책상 위에 휙~ 던지고는, 머리가 터질 듯 아픈지 관자놀이를 누르며, 방안을 서성이기 시작하는데…
런칭을 앞두고 카피가 돌고, 더욱이 그 범인이 미란이기에, 진퇴양난의 심경이다.
치밀어 오르는 울화에 미쳐 버릴 것만 같은 얼굴인데…
이때 핸드폰이 날카롭게 울리고… 액정을 보면, 미란이라고 떠 있다.
매서운 눈으로 잠시 바라보다 플립을 여는…
CUT - 미란의 빌라 침실 (동 시각)
침대 등받이에 길게 기댄 미란, 지금 막 일어났는지 잠옷 차림으로 세훈과 통화 중이다.
침대 옆에는 크러치(※팔에 끼여 착용하는 목발)가 보이고…
미란 : (아픈 척) 감기 기운이 좀 있는 것 같애요… 오늘은 꼼짝 않구 집에 있을려구…
(은근히 떠보는) 참, 오늘 회사에서 밤샌다고 했죠?
창가 앞에 선 세훈, 미란과 통화 중인데… 가증스런 미란의 행동에 이젠 어이가 없어, 쓴웃음 마저 흐르고…
한 손으로 라이터를 켰다, 껐다~를 반복하고 있다.
세훈 : (얼굴은 매섭게 굳어 있지만, 목소리는 전혀 동요 없는) 카피백 때문에 비상이잖아!
(툭 던지듯 말하지만 뼈 있는) 당분간 당신한테 신경 못써! 우선은 이 문제부터 해결하는 게 순서니까.
미란 : (조소가 픽 흐르는, 불현듯 생각난 거처럼) 혹시 당신 밀어 낼려구 정민씨가 만든 조작극 아닐까!… (은근히 부추기는)
세훈 : (가증스러움에 핸드폰을 움켜 쥔 손이 부르르 떨리는데) 글쎄… 누구 짓거린지 밝혀지면, 가만히 안 둘 작정이야!
(뼈 있는) 이런 말 알아? 늑대잡이 개는, 늑대에게 물려죽게 돼 있다는! (이내 부드러운 목소리로) 내가 지금은 당신한테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뼈있는) 그래, 며칠뒤엔 우리, 얼굴 꼭 봐야지! 그래…(핸드폰 플립을 탁~ 닫은 후 힘껏 움켜쥐는)
S#13. 미란의 빌라 침실
미란,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비릿하게 웃고는 침대 옆에 놓아둔 크러치를 이용해 일어난다.
창 앞으로 다가가 서는데… 노크 소리 들리고 문 열리면, 오렌지 주스가 놓인 쟁반을 든 가정부 들어선다.
일각 티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데…
미란 : (쌀쌀맞은) 목욕물 좀 받아 주세요! 최 기사한테, 4시 반쯤 차 대기하라고 하시구요! 물리치료 하러 병원가야 되니까!
S#14. 세훈의 사무실
창을 등지고 선, 세훈 다가가면 굳은 얼굴로, 입에 담배를 물고 있다.
가증스런 미란의 행동에 분노가 가라앉지 않는데… 입에 문 담배를 확 뽑아 구겨버린다.
그러다 냉정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성큼성큼 책상으로 다가와 의자에 꼿꼿이 앉으며 골똘히 생각에 빠지는데…
우선 회사에 돌아올 리스크부터 줄이기 위해 대안을 찾으려고 고민 중이다.
이때 책상 위, 일각의 탁상 시계가 들어오고, 한편 시계 바늘은 낮 12를 지나고 있다.
뚫어지듯 시계를 바라보다 집어 들고는, 태엽을 5번 돌리기 시작하는데… 어느새 시계 바늘은 2시에 맞춰져 있다.
2시에 맞춰진 시계를 제자리에 놓아두는데… 노크 소리 들리고…
걱정스런 얼굴의 호진, 들어선다.
세훈 : (그저 굳은 얼굴로 책상 앞에 앉아 있고)
호진 : (다가와 어깨 툭 치며) 밥부터 먹구, 고민 해 보자! 벌써 시간이…
(하다가 시선이 세훈의 탁상 시계를 향하는데, 시계 바늘이 2시를 지나가고 있는데…) 고장 났나부다!
세훈 : (무표정한 얼굴로) 일부러 돌려 놨어!
호진 : (알 것 같단 표정으로) 카피가 돈지 70시간 30분 됐다, 이 말이지!
세훈 : (툭 던지듯 내 뱉는) 계산 빠르네!… (호진을 쳐다보지만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시간이란 거 되돌릴 순 없겠지만,
현재로 넘어온 문제니까 해결할 수 있어! (일어나 웃옷을 집어 들며) 나가자!
S#15. 야외 카페테리아 (낮)
봄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쬐고 있고…
정민과 지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있다. 테이블 위엔 종이컵 커피 두 개가 놓여 있는데…
정민 : 지은씨한테 얻어먹은 점심이라 그런지 진짜 맛있게 먹었어요!
지은 : (옅게 웃고는, 걱정스런 눈으로) 팔은 좀 어때요?
정민 : (짓궂게 인상쓰며, 어리광의 목소리) 너무 아파! …
지은 : (픽 웃는데)
정민 : (사랑이 가득 담긴 눈으로 보는)
지은 : (그 시선이 부담스러운지, 커피 들어 마시는데)
정민 : (그 모습 잠시 보다, 툭 던지듯 내뱉는) 한국 전쟁이 왜 일어났는 줄 알아요?
지은 : (뜬금 없는 말에 무슨 소린가 해서 보는데)
정민 : (순간 기습적으로 지은의 볼에 뽀뽀하는)
지은 : (당혹한데)
정민 : (동시, 씩 웃으며) 방심해서!!
지은 : (어이가 없어 웃는데)
CUT - 카페테리아 앞거리 (동 시각)
호진과 나란히 걷던 세훈, 멈칫 서는. 시선이 약간의 거리를 둔 카페테리아에 머무는데…
다정히 웃고 있는 지은과 정민의 모습에 이내 얼굴에 씁쓸함이 감돈다.
더욱이 환하게 웃고 있는 지은을 보니 눈동자에 서운함과 질투도 묻어 나오는…
한편, 세훈을 발견한 정민, 얼굴 싸늘히 굳어지고…
동시, 그 표정을 본 지은, 정민의 시선을 쫓아보는데, 시야에 세훈의 모습이 들어오자 이내 외면하는, 그러나 눈동자 흔들리는..
순간 이 모습을 놓치지 않고 본 정민, 차갑게 얼굴 굳는다.
세훈과 정민 그리고 지은, 세 사람의 오고 가는 시선 속에 긴장이 감도는…
호진 : (세훈을 힐끗 쳐다보다가, 툭 던지듯 내뱉는) 둘이 잘 되가나 부다!
세훈 : (오버랩) 불 속을 뛰어 들어간 사랑인데, 감동 받구도 남겠지! (성큼 성큼 걸어가는)
S#16. 서린 그룹 일각 거리 (낮)
정민과 지은, 아무 말 없이 걷고 있다. 점점 서린 그룹 입구에 다다르는데…
정민 : (걷다가 문뜩 멈춰서는)
지은 : (멈춰서는)
정민 : (뚫어지게 보며) 내가 어제 지은씰 구했다구, 오늘 당장 날 사랑 할거라는 기대, 물론 안 해요!
(쓴웃음) 그냥 날 밀어내지만 마!
지은 : (외면하는데)
정민 : (낮은) 왜 대답을 안 해?
지은 : (시선 피하며) 난 대답 할 수 없어요…
정민 : (울화가 치밀지만, 쓴웃음 짓는) 너무 솔직하게 나오는 거 아냐? (짓궂은) 불 속까지 뛰어들어가 구해 준 사람한테!
(그러다 갑자기 심장을 움켜쥐며) 헉!!~ (하고는 숨을 다급히 몰아쉬는데)
지은 : (놀라 다가와 붙들며) … 왜 그래요! (당혹스러운)
정민 : (이내 짓궂게 웃으며) 거 봐!… 당신은 날 좋아한다니까!! 그것두 아주 많이!
(시선 맞추며) 이젠 날 사랑하는 일만 남았어. 난, 우리 회장님한테 도장 받는 일만 남았구…
(시계 보며) 먼저 좀 갈께요! 회장님, 호출이 있어서!…
(짓궂게 웃으며) 이쁘게 보여야 하니까, 당분간 말 좀 잘 들어보려구! (휘파람 불며 앞서 걸어가는)
지은 : (기막혀 웃는데… 그러나 저돌적인 정민의 행동이 마냥 걱정스럽다)
S#17. 서린 그룹 내 여자 화장실 입구
망사 스타킹을 신은 미끈한 여자의 다리… 발걸음을 망설이고 있는 듯한데… 다가가면, 미니 스커트를 입은 복자다.
웨이브를 넣은 화려한 헤어스타일에 핑크색 루즈, 나름대로 차려 입었지만 전혀 매치 안 되는 스타일이기에,
한 눈에 봐도 어색하고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어색하고 민망한지 선뜻 복도를 향해 나오지 못하고 있는데…
이때 지나가던 남자1, 힐끔 쳐다보고 휙 지나가는… 한편 복자, 창피한지 뒤로 주춤주춤 물러서 벽 뒤에 숨었다가,
다시 용기를 내서 고개를 내밀고 인적이 있는지를 살핀다.
이때 비상구 문을 열고 들어서던 여진과 호진, 그런 복자의 뒷모습을 보고 황당한 얼굴로 멈춰 서는데…
이내 두 눈이 휘둥그래져 복자를 향해 다가가는…
여진 : (황당한) 혹시, 미쳤어요?
복자 : (화들짝 놀라 얼굴 빨갛게 달아오르며) 여… 여진아! 호진이 형두 있네!
호진 : (헉! 하며, 놀리듯)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더니, 또 묘한 매력이 있네! (느끼하게 보며) 34-24-34 쥑,이는데!
여진 : (호진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그만 쳐다봐요!!
호진 : (오버랩) 짜식아, 내가 좀 쳐다본다구 닳냐! (툴툴대며 일각으로 걸어가는)
여진 : (복자를 멀뚱히 보는데)
복자 : (다리를 배배 꼬며, 눈치 살피는) 왜 이상해? 나 안 예뻐!
여진 : (어이없는) 그 망사 스타킹이 남피디님한테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복자 : (오버랩, 당연하다는 듯, 은근한 목소리로) 아니!
여진 : (오버랩) 근데 왜 신었어요?
복자 : 저번에 그랬잖아! 망사 스타킹 신은 영은이 다리에 홀딱 반했다구…
여진 : (이게 뭔 소리가 어벙벙한 얼굴로 보는데)
복자 : (애교스럽게 은근한) 진!! ~ 영은이랑 헤어져! 끝내, 당장!
여진 : (내심 좋아죽겠다 그러나 단호한) 이제 와서 뭔 소리예요? (쎄게 나가자 결심한 듯) 버스 지나간 지… (말 이으려는데)
복자 : (갑자기 여진의 볼을 잡아 고정시키더니, 뜨겁게 키스하는데)
여진 : (휘둥그레지는 눈으로 당하는 분위기고)
동시, 여진의 뒤통수를 냅다 퍽~ 하고 치는 누군가의 손…
복자(소리) : 야! 침 좀 닦아라~
S#18. 서린 그룹 내 녹화장
복자 서 있고, 한편, 여진 일각에 여전히 엎드린 채, 부스스 한 눈으로 바라보는데.
복자 : (버럭 소리 지르는) 얼렁 안 일어나! 넌 어떻게 머리만 대면 자냐! 정신차리구 빨랑 세팅 안 해!
여진 : (꼼지락 꼼지락 일어나며, 궁시렁) 어쩐지 이상하다 했다!…
S#19. 회의실
어두운 회의실… 회의실 의장석에 선 마케팅 팀장,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일각 롤 스크린에는 <피해 예상금액 보험 처리 문제와 향후 생산 차질에 대한 대책 마련> 이란 의제가 보이고…
세훈, 정민, 호진, 직원남1, 2, 3(※ 팀장급) 테이블에 둘러앉아 심각한 얼굴로 경청하고 있다.
시간경과
어느새 환하게 불이 켜진 회의실… 재떨이에는 담배꽁초들 수북히 쌓여 있고… 각자 앞에 놓여진 생수병은 대부분 비어있다.
정민은 삐딱한 자세로 앉아 볼펜만 굴리고 있고… 호진은 답답하다는 듯 넥타이를 조금 푸는데…
한편, 창가에 등을 지고 선, 세훈, 생각에 잠긴 얼굴이다.
이때, 노크 소리 들리고, 문이 열리면 무선 전화기 든 여직원, 다가와 세훈에게 전화기를 건네는데…
직원여 : (눈치보며 조심스레) 사장님! 로즈만사 앤더슨 사장입니다!
순간, 정민, 날카롭게 세훈을 보는…
한편, 호진과 직원들, 걱정스런 눈으로 세훈을 보는데…
긴장된 분위기 흐르는 가운데 세훈, 침착하게 통화하는…
세훈 : (영어로) … 풀리지 않는 문제는 결코 없습니다. … 앤더슨! 아직 시간이 좀 있으니, 일단 믿고 기다려 주십시오!
예… 곧 좋은 소식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착잡한 얼굴로 전화를 끊는데)
정민 : (묘한 눈으로 쳐다보는)
한편, 호진을 비롯한 직원들, 여전히 세훈의 표정만 살피고…
세훈 : (손목 시계를 보는데 4시15분이다, 직원들 향해) 자! 대책 회의는 일단 여기서 마칩시다! 수고들 하셨습니다!
(서둘러 나가는)
S#20. 물리치료 병원 앞 (오후)
미란의 자동차, 미끄러지듯 도착해 멈춰서는…
CUT - 미란의 차 안
뒷좌석에 앉은 미란, 차 문을 열려다 순간 멈칫하는…
차창 너머로 성큼 성큼 다가오고 있는 세훈의 모습을 발견하자 당혹함을 감출 수가 없는데…
한편, 성큼성큼 다가온 세훈, 미란의 자동차 뒷자리 문을 연다.
뒷좌석에 앉은 미란, 여전히 놀란 눈으로 세훈을 보는…
세훈 : (부드럽지만 위협적인 기운이 느껴지는) 감기 기운 있어서 집에 있겠다고 했잖아!
미란 : (당혹스럽지만 태연하게) 저… 선생님이 아니 물리치료사가 갑자기 불렀어요…
(능숙하게 둘러대는) 그 날 당신 회사에 불나는 바람에 치료 안 받구 우리 그냥 나갔잖아요!
세훈 : (뚫어지게 보는데)
미란 : (이내 애써 환히 웃어 보이며) 근데 당신은 여기 왜 와 있어요?
세훈 : (의미심장한) 당신이 올 것 같단 예감이 들어서!
미란 : (심상치 않는 분위기에 눈동자 불안하게 흔들리는)
S#21. 병원 내 수영장
텅빈 풀 안… 미란을 안아 든 세훈, 풀 안에서 유유히 걷고 있는 중이다.
한편, 세훈에게 안겨 있는 미란, 내심 불편하지만 태연하려고 애쓰는 듯 한데…
세훈 : (속내를 읽은 듯, 애써 분노를 누르며) 어디 불편해!
미란 : (찔끔하는, 내색치 않으며) 아뇨… 당신 힘들텐데, 이제 그만 하구 나가요!
세훈 : (단호한) 들어 온 지, 10분도 안 됐어! 치료시간은 채워야지!
미란 : (가식적으로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세훈 : (그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 장난스레 말하지만 뼈있는) 이 손을 놔 버리면, 그대로 가라앉겠지?
미란 : (사색이 되는, 애써 태연하게) … 설마 당신이 날 놔버리기야 하겠어요!
세훈 : (오버랩, 매서운 기운이 느껴지는) 놔 버릴 수도 있어!
미란 :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왜 이러나 하는 표정인데, 침착한) 윌, 장난 그만해요!
세훈 : (뚫어져라 보며) 장난? 지금 장난이라고 했어!!
미란 : (시치미떼며) … 왜 그래요! (내심 불안하지만, 빙긋이 웃어 보이기까지 하는데… 순간 무심결에 발이 슬쩍 움직인다.
그러자 얼굴 사색이 되는데)
세훈 : (동시, 슬쩍 움직이는 미란의 발을 보자 차갑게 얼굴 굳는)
미란 : (동시, 발이 움직이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안간힘을 다해 힘 주는데)
세훈 : (낮지만 매서운) 미란아, 그만해라!… (툭 던지듯 말하지만 날카로운데) 정직하지 못한 인간들은 헛점을 흘려!
미란 : (사색인 얼굴이지만 여전히 시치미떼며) … 무슨 소리예요!
세훈 : (더 이상 치미는 분노를 참을 수 없는지 미란을 안고 있던 팔을 확~ 놔 버리는데)
그 순간, 미란 경악해 비명을 지르며 물 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하는…
하지만 “윌, 살려 줘요!!“를 외치며 허우적대기만 하는…
어느새 풀에서 나온 세훈, (가운 차림) 매섭게 바라보고만 서 있다.
한편 미란, 계속 허우적거리며 물 속으로 점점 가라 앉으면서도 끝내 다리를 움직여 수영을 하지 않는데…
그 모습에서 지독한 독기가 배어 나오고…
세훈 : (그 모습을 보며 기가 차 매섭게 소리치는) 윤미란! 이제 다 끝났어!
한편, 미란 세훈의 날카로운 외침에도 여전히 허우적거리다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하는…
CUT - 풀 안 물 속
독이 잔뜩 오른 얼굴의 미란, 숨이 막힘에도 어금니를 악물며 그대로 가라앉고 있다.
그렇게 얼마간을 악을 쓰며 버티다, 숨이 끊어질 듯 해서야 힘차게 물살을 찬 후 물 밖으로 튀어 오르는…
물 위로 떠오른 미란, 숨을 헐떡거리는데…
한편, 세훈 차가운 얼굴로 미란을 노려보는… 그 눈빛에서 냉기가 흐른다.
시간경과
세훈, 매몰찬 얼굴로 서 있고… 그 앞에 미란, 엎드려 있는…
미란 :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 놓으며 거의 넋이 나간 분위긴데) 잘못 했어요… 잘못했어요! 용서해줘요!
세훈 : (그저 냉랭하게 보는데)
미란 : (실성한 듯) 사랑해서 그랬어! 당신이 도망갈까봐 거짓말했어…
(울며불며) 당신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거짓말했었어! 너무 사랑해서, 너무 사랑해서 그랬어!!…
세훈 : (오버랩, 싸늘한) 넌 날 사랑한 적 없어!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안간힘을 다해 참는 듯 한데) 니가 날 사랑했다면,
날 망가뜨릴 순 없는 거니까! (차갑게 돌아서는데)
미란 : (동시, 세훈의 다리를 붙들며) 미안해요, 내 생각이 짧았어요, 윌… 제발, 제발 용서해줘요…
세훈 : (오버랩, 매서운) 난 너 용서하지 않을 거다! 넌, 내 인생을 망치려 했으니까!
(울분이 느껴지는) 밑바닥서부터 기어올라 온 내 자릴 위태롭게 했으니까! (낮지만, 냉기 가득한) 그 손 놔!
미란 : (여전히 세훈의 다리를 붙들며) 윌, 용서해 줘요… 윌…
세훈 : (오버랩, 날카롭게 버럭 소리치는) 뭐가 이렇게 뻔뻔해!!
미란 : (그 기운에 순간 움찔하는, 결국 세훈의 다리를 잡고 있던 손을 스르르 놓고 마는데, 얼음처럼 굳어지고)
세훈 : (매몰찬 얼굴로) 그동안 충분한 시간을 줬었어! 하지만 날 끝까지 기만했어!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
(휙~ 돌아서 매섭게 굳은 얼굴로 성큼 성큼 걸어나가는, 불끈 쥔 주먹이 부르르 떨리고 있다)
미란 : (망연자실한 얼굴로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져 나오는데)
S#22. 강변 도로 위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고… 도로 위엔 자동차들 쌩하니 달려가고 있다.
저 한켠엔 세훈의 자동차, 세워져 있고… 다가가면 착잡한 얼굴의 세훈, 담배를 피고 있다.
세훈이 내뿜는 담배연기 깊은 한숨과 함께 허공을 가르는데…
S#23. 서린 그룹 입구 (늦은 저녁)
한 손엔 종이 커피잔들이 든 종이 봉투를 들고, 한 손엔 종이 커피 잔을 든 지은, 서린 그룹을 향해 다가가고 있는 중이다.
CUT - 세훈의 차 안
핸들을 잡고 있는 세훈, 프론트 글라스 너머로 걸어가고 있는 지은의 뒷모습을 발견하는데… 순간 눈동자 흔들리고…
그러다 브레이크를 밟으며, 지은이 걸어가고 있는 인도 옆에 차를 멈추는…
한편 지은, 돌아보는데… 시야에 다가오고 있는 세훈의 모습이 들어온다.
그 순간 오고 가는 두 사람의 눈길에서 애잔함이 묻어 나오고…
세훈 : (어느새 다가와, 걱정의 눈으로) 괜찮니? 어제 많이 놀랬지?
지은 : (눈동자 흔들리지만 외면하며 사무적인) 괜찮습니다, 사장님!
세훈 : (사무적인 태도에 씁쓸해 뚫어지게 보는)
지은 : (목례한 후 외면하며 가려는데)
세훈 : (동시, 의미심장한) 아무 결정도 하지마, 아직은!!
지은 : (뜬금 없는 말에 보는)
세훈 : (강렬히 보며, 낮지만 단호한) 기다려!!… (성큼 성큼 자동차를 향해 다가가는데)
지은 : (울컥하는 하지만 냉정하게 마음을 다잡으며 다시 걸어가는)
동시, 세워 둔 자동차를 향해 걸어가던 세훈, 멈칫 서 돌아본다.
시야에 지은의 손에 들린 종이 커피잔이 부각되어 강렬히 들어오는데… 이내 눈동자 확신에 차고…
세훈 : (흥분된 목소리로) 이지은씨!!
한편, 얼마쯤 걷던 지은, 그 목소리에 우뚝 멈춰 돌아보는…
S#24. H 호텔 저녁 전경 (동 시각)
S#25. 일식당
서문수와 정민, 일식당 룸에 나란히 앉아 있고… 이때 방문 열리고 김장관(※60대 초반의 날카로운 인상) 들어선다.
서문수, 자리에서 일어나 “오랜만입니다” 등 반가운 얼굴로 김장관과 악수를 하는데…
한편 그 옆에는 정민 서 있고…
서문수 : (정민을 소개하며) 아들 놈 입니다!
김장관 : (환하게 웃으며 정민을 향해 손 내밀어 악수 청하는) 인물이 훤한게 잘 생겼군요!
정민 : (공손히 손잡아 악수하는)
서문수 : (내심 뿌듯해 기분 좋게 웃는데)
시간경과
상위에는 정갈하게 음식이 차려져있고, 세 사람, 즐거운지 연신 웃음꽃을 피우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중이다.
서문수 : (시선 맞추며) 경영수업 시작한 지 얼마 안됩니다. 앞으로 김장관님께서 잘 좀 봐주셔야 합니다!
정민 : (술 주전자를 들며, 장관을 향해) 한잔 올리겠습니다.
장관 : (빙긋 웃으며 술잔 내밀고, 술 따르는 정민을 찬찬히 뜯어보다가 흡족한 얼굴로, 서문수 보며)
사과가 나무에서 멀리 떨어지는 법은 없다더니… 회장님을 꼭 뺀 것 같습니다! 수완이 대단하겠어요!
서문수 : (좋아서) 애비보다 나아야지, 꼭 빼서야 되겠습니까?
장관 : (껄껄 웃는데)
서문수 : 이 녀석이 저보다 나은 게 있습니다! 골프가 그만이죠.
정민 : 라운딩 한 번 모시겠습니다.
S#26. H 호텔 입구 (밤)
김장관, 서문수와 정민과 차례로 악수하는…
김장관 “자주 좀 봅시다” “같이 공 한번 치자구” 등 인사한 후 대기된 세단에 오른다.
한편 정민, 차 문을 닫아주고 고개 숙여 인사를 하는… 이내 검은 세단 출발해 사라지고…
서문수 : (그런 정민을 보며, 내심 흡족한지 슬쩍 미소가 흐르는)
이때 서문수의 세단 들어서고… 기사 내려서는.
정민 : (뒷좌석 차 문 열어주는)
서문수 : (툭 던지듯 말하지만 내심 기분 좋은데) 생각했던 거 보다 쓸모가 있구나! (차에 오르는데)
정민 : (옅은 미소) 먼저 들어가세요! 회사에 다시 좀 가봐야 합니다!
서문수 : (뒷좌석에 앉아, 의미심장한) 아직은 건들지 마라! 장세훈, 말이다…
정민 : (무표정한 얼굴로 문 닫는)
이내 서문수의 세단 출발하고…
한편 정민, 주차장을 향해 가려다가 순간 시야에 어느 여자의 손에 들린 케잌 상자가 들어온다.
그러자 다시 발걸음을 돌려 호텔 로비로 들어서는데…
S#27. 지은의 집 앞 (밤)
케잌 상자 세 판을 안아든 정민, 지은의 집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시야에 지은의 모습이 들어오자 이내 환한 얼굴이 되는… 어정쩡한 포즈로 뛰어가기 시작한다.
한편, 그 모습을 본 지은, 아이 같은 정민의 모습에 옅은 미소가 흐르는데…
정민 : (어느새 다가와 헉헉거리며 무겁다는 시늉을 하는)
지은 : (못 말린다는 얼굴로 보는데)
정민 : (안고 있던 케잌 상자들을 지은에게 덥석 안겨주며) 자요!
지은 : (엉겁결에 건네 받아 안으며 이게 다 뭐냐는 듯 보는데)
정민 : (빙긋이 웃으며) 어머님이 좋아하는 블루 베리 치즈 케잌! 영은이가 좋아하는 화이트 초코릿 케잌!
그리고 이건 그대가 좋아하는 보스톤 크림 케잌!
지은 : (부담스럽지만, 내심 감격스러운데) 잘 먹을께요… (그대로 보는데)
정민 : (빤히 보며) 나보구 지금 그냥 가라구?… 케잌 한 조각은 얻어 먹구 가야지!~ (손가락으로 제스처 취하며)
딱 한 조각만 얻어 먹구 바루 일어날게! 회사두 들어가 봐야하니까…
지은 : (빙긋이 웃는데)
정민 : (시선 맞추며 짓궂은) 팔 힘 쎄니까 지은씨가 다 들구 와요! (앞서 걷기 시작하는데)
지은 : (어이없어 픽 웃고는, 케잌 세 판을 안아 들고 걷기 시작하는)
S#28. 세훈의 빌라 밤 전경 그 모습 위에, 전화벨 요란하게 울려대는…
S#29. 세훈의 서재
울리고 있는 전화벨…
일각에 선 세훈,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전화 코드에서 선을 확~ 빼 내어 버리는데…
CUT - 미란의 빌라 거실 (동 시각)
잔뜩 눈가가 부운 얼굴의 미란,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그러다 화가 치솟는지 전화기를 들어, 유리 장식장을 향해 힘껏 던져버리는…
장식장의 유리는 굉음과 함께 산산히 부서지고…
한편, 놀란 가정부와 최군 뛰어 나오는데…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은 미란, 일각에 있는 물건들을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 들어, 마구 던지며 발악하며 소리를 지른다.
어느새 거실은 난장판이 되고…
그러나 가정부와 최군 말리지도 못한 채, 그저 바라만 볼뿐인데…
발악하던 미란, 결국 지쳐 울기 시작하는…
미란 : (울며불며) 당신은 날 사랑해서 아파 본 적 없지! (가슴을 마구 쥐어 뜯으며) 나처럼 아파서,
이렇게 가슴이 갈기갈기 찢겨 본 적 없지!! 이러지마…나한테 제발 이러지마…
책상 위에는 한가득의 서류들이 놓여 있고, 배터리가 빠진 핸드폰도 보인다.
그리고 종이컵 커피가 부각되어 보이는데…
한편 세훈, 모니터를 보며 빠른 속도로 자판을 치기 시작하는… 모니터를 향해 다가가면…
Masstige(매스티지)란 글자가 하나하나 영문으로 찍히기 시작하는데…
세훈(소리) : 매스티지란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있는 명품, 입니다!
S#30. 서린 그룹 대회의실
세훈, 단상에 서서 확신에 찬 얼굴로 프레젠테이션하고 있다.
한편 서문수, 정민, 호진, 박전무 그리고 임원1,2,3, 테이블에 둘러앉아 있는데…
서문수 앞에는 종이 커피잔(스타벅스 혹은 커피 빈)이 놓여 있다.
세훈 : (자신감이 가득한 얼굴인데) 대중을 뜻하는 mass와 명품을 뜻하는 prestige product가 결합해 만들어진
단어의 뜻처럼, 매스티지란, 합리적 가격인 명품, 즉 명품의 대중화를 뜻합니다.
서문수 : (앞에 놓인 종이 커피잔 집어 들며) 그러니까 이 회사가 매스티지란 코드를 활용해,
매출을 상당히 올리고 있다, 이 말이지!
세훈 : (확신에 찬 얼굴로, 종이 커피잔 들어 보이며) 우리 피닉스 블루 라벨도 이 커피처럼
매스티지 제품으로 만들자는 얘깁니다! 누구나 명품을 소유해, 감성적 만족을 얻고 싶지만, 가격이 너무 높기 때문에,
소위 짝퉁이라고 불리는 카피 제품이라도, 가지려고 하는 거죠! 우리 피닉스 블루 라벨을 매스티지 제품으로
전환해 런칭 한다면, 품질과 브랜드는 명품의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또한 가격이 합리적이기에
새로운 트랜드를 만들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서문수 : (고개 끄덕이며) 설득력 있는 얘기군! … 하긴 자판기 커피 먹긴 좀 그렇구,
또 그렇다고 해서 강남에 파는, 돈 만 원짜리 커핀, 아무리 돈이 남아 돌아두,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거니까…
(종이컵 커피 한 모금 마시고) 맛두 좋구만! (일어나며) 좋아! 서둘러서 추진해!
세훈 : (득의에 찬 얼굴로 서문수를 따라 나가는데)
정민 : (세훈의 능력에 자격지심을 느껴, 얼굴 차갑게 굳는)
S#31. 쇼룸
“피닉스 블루라벨 런칭쇼 - Pho(소리)nix Blu(소리) Lab(소리)l Runching Show" 플랭카드가 보이고…
다양한 의상에 숄더백을 어깨에 맨 모델들, 무대 위를 누비고 있다.
무대를 비롯한 쇼룸의 전반적인 분위기, 무척 화려한데…
관객석의 사람들, 고개를 끄덕이는 등 반응이 뜨거워 보이고…
서린의 직원들을 비롯한 지은도 일각에 서 있다. 모두의 얼굴에 안도의 미소가 스치는…
그러다 지은의 시선이 저 일각을 향하는…
한편, 얼마의 거리를 두고 선 세훈, 무대를 바라보고 서 있는 얼굴에 자신감과 승리의 미소가 번지는데…
S#32. 인서트
- 환하게 웃는 세훈의 얼굴이, 신문에 실린 세훈의 사진기사로 이어지고…
헤드라인에는 「서린 피닉스 런칭 대 성공, 매스티지로 ‘실속+명품’ 두 배의 만족」이라고 떠있다.
- 주목받는 브랜드 : 서린의 피닉스!! 새로운 트랜드를 만든 장본인 CEO 장세훈!
- 명품의 대중화 “ 피닉스 숄더백! 매스티지로 뜨다”
S#33. 서린 그룹 내 정민의 방
세훈의 기사가 실린 신문을 확 구겨 버리는 손, 다가가면 정민이다.
그러다 얼굴에 쓴웃음이 배어 나오는… 이때 인터폰이 울리고…
여비서(전화) : 부사장님! 회장님께서 찾으십니다!
정민 : 네! (착잡한 얼굴로 일어나는데)
S#34. H 호텔 낮 전경
S#35. H 호텔 일식당 룸
테이블에는 복어회가 차려져있고… 서문수, 세훈, 정민 식사 중이다.
서문수 : (술잔 들며) 자, 건배하자구, 위기를 기회를 만들었으니, 역시 내가 장사장, 자네를 잘 골랐어!
세훈 : (씁쓸하지만 엷게 웃고는, 잔 들어 건배하고 마시는)
정민 : (건배하는, 얼굴은 웃지만 자격지심에 비애감이 드는데)
서문수 : (술 잔 내려놓으며 복어회 한 점 집어먹고는) 이 복어회는 말이야, 점심에만 먹는 음식이란 거 알고 있나?
세훈,정민 : (보는)
서문수 : 혹시라도 독이 남아있어, 저녁에 먹고 자다가는 그대로 일 당하는 수가 있거든. 만약을 위한 조치지!
세훈 : (무슨 말을 하려는 건가 보는)
서문수 : (날카롭게 보며) 항상 만약이란 걸 염두해 두게! (얼굴 굳어) 윤회장하고 거래가 있으니까,
내 이번 일, 조용히 무마시켰지만, 미란이가 또 자넬 해코지하지 말란 법, 없지 않나…
세훈 : (얼굴 굳어지며, 착잡한데)
서문수 : 자넬 아들처럼 생각해 하는 소리야! 끝내두 달래서 잘 끝내!…
세훈 : (착잡한) 면목 없습니다!
정민 : (툭 던지는) 어쨌든 인정합니다! 결과는 휼륭했으니까!
역시 인생의 바닥을 본 사람은 다르네요! 나 같은 온실 출신하군!
세훈 : (보는데)
정민 : (시선 맞추며) 칭찬이에요!!
세훈 : (그저 무표정한 얼굴이고)
서문수 : (세훈 보며) 이번 런칭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으니, 그냥 넘어가는 거지만,
타산지석으로 삼아 다신 이런 실수 없도록 하게!
세훈 : (할 말 없는) 예! 회장님!
서문수 : (세훈 보며, 기분 좋은 얼굴로) 다음 번 여자는 나한테 미리 결제 받아! 내가 특별히 검사를 좀 해주지!
모름지기 큰 일을 하려면 여자부터 제대로 골라! (술잔 들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기가 막히고 괘씸해!
(시선 세훈에게 향해 있지만 은근히 정민을 향해 들으라는 듯) 어떤 여자를 선택하느냐! 하는 것도
남자의 능력이고 실력이야!
정민 : (지은의 이야기라는 것을 직감하며 얼굴 굳는, 그러나 애써 참는데)
순간 세훈과 정민, 무의식적으로 시선이 부딪히고, 그 시선에서 긴장이 흐르는…
S#36. 정민의 방
톡톡톡, 연신 책상을 치고 있는 검지손가락… 다가가면 정민이다.
책상 앞에 앉아 세훈의 미국 회사 ‘이사회 의사록’을 넘기고 있는 중인데…
잠시 고민스런 얼굴이다가 이내 결심한 듯 전화기를 들어 버튼 누르는… 신호가 몇 번 울리다 연결되고…
정민 : (한 손으로는 여전히 서류 넘기고 있는, 영어로) 적대적인 이사가 몇 명입니까? …
아무리 능력 있는 장세훈이라구 해도, 이사회에서 제동을 건다면 별 수 없을 거 아닙니까! …
그래요… 그럼 그 사람들 바로 연결됩니까? …
S#37. 세훈의 방
세훈, 결제 중이고… 그 앞에 직원남1, 서 있는…
잠시 후, 세훈 결제판 건넨다.
직원남1 : (받아들고는) 사장님! 이지은씨 말입니다. 오늘 공장 발령 냈습니다.
세훈 : (무표정한 얼굴로) 알겠습니다! 나가 보세요!
직원남1, 나가고… 한편 세훈, 의자를 돌려 창을 향해 돌려 앉는… 골똘히 생각에 빠진 얼굴이다.
그러다 결심한 얼굴로, 일어나는…
S#38. 피닉스 매장
사복 차림의 지은, 샵마스터와 여직원①②와 “그동안 감사했어요!” 당분간은 못 보겠네“등 인사하는…
이어 매장 뒷문을 나서는데…
S#39. 서린 그룹 로비
지은, 매장 뒷문을 나서 로비를 걸어가고 있다. 이때 로비로 들어서던 박전무와 얼마의 간격을 두고 마주치는…
순간, 지은 낯익은 얼굴에 쳐다보다, 이내 반가움이 스치고…
한편 지은의 눈길을 느낀 박전무, 순간 얼굴 굳는다. 이내 놀랍고 반갑다는 얼굴로 “이게 누구야!” 하며 다가오는데…
S#40. 박전무 방
지은, 박전무 방 소파에 앉아 있고, 테이블에는 커피 잔 놓여있다.
박전무 : 연락두 못하구 미안해… 어머님은 잘 계시지?
지은 : (옅게 웃으며) 네…
박전무 : (눈치 살피며) 아버지 회사 그렇게 되구 고생 많지, 어떻게 살았어? 그 동안!
지은 : (쓴웃음 지으며) 세상은 다 살아지게 돼 있잖아요… (별 생각 없이 묻는) 여기 계실 줄은 몰랐어요!
박전무 : (내심 움찔해 얼굴 슬쩍 굳는 얼버무리는) 뭐, 그렇게 됐어!
지은 : (쓴웃음 짓는) 아버지가 아시면 참 좋아하실 거예요! 그룹사 전무님까지 되시구…
박전무 : (내심 뜨끔 하는, 이내 자상한 표정으로 거짓말하는) 니가 여기 들어와 있는 줄은 몰랐다.
내가 진작 알았더라면, 신경을 좀 썼을 텐데 말이야…
지은 : (고마운 얼굴로 웃는데)
박전무 : 앞으로 삼촌같이 생각하구, 어려운 일 있으면 나한테 말해! 참, 오늘 공장 근무 발령 났다구?
지은 : 네… (순간 어떻게 알았나 하다가 그저 흘리는데)
이때, 인터폰 울리는…
그러자 박전무, 수화기 들어 받는…
박전무 : (경직된) 예, 회장님!! (지은을 슬쩍 쳐다보는데, 묘한 눈길이다)
S#41. 박전무 방 앞 복도
코너를 나와 걸어가고 있는 세훈의 시야에, 박전무 방에서 나오고 있는 지은의 모습이 들어온다.
순간 왜 저 방에서 나오나 하는 눈빛인데…
한편 세훈을 발견한 지은, 멈칫 선다. 잠시 보다 목례하고 걸어가는데…
세훈 : 이지은씨!!
S#42. 옥상 (낮)
내리쬐는 태양아래, 세훈과 지은, 나란히 서 있다.
세훈 : (어떤 식으로 말문을 열어야 할까, 고민스런 얼굴인)
지은 : (내심 가슴이 뛰는 그러나 애써 차분한) 할 얘기가 뭐예요.
세훈 : (가만히 보다가, 씁쓸히 웃는) 그래… 우린 할 얘기가 있어야 마주 서 있을 수, 있는 사이구나!…
지은 : (울컥해 눈동자 흔들리는 그러나 외면하는데)
세훈 : (시린 눈으로 뚫어져라 보며) 돌려 말하지 않을게! 서정민한테 갖고 있는 니 감정이 뭔지, 정확하게 알고 싶다!
지은 : (내심 당혹스런, 냉랭한 얼굴로 보다가 차분한) 솔직히 말할까?…
세훈 : (긴장된 눈으로 보는데)
지은 : (쓴웃음 흐르며) 잘 모르겠어…
세훈 : (순간, 안도의 빛이 감돌려고 하는데)
지은 : (동시, 진심이 느껴지는) 하지만 이건 알아. 그 사람을 보면, 꼭 예전, 내 모습이 문뜩 문뜩 보여서,
순간 순간 참 많이, 안쓰러워 진다는 거! 별것두 아닌 날 참 많이 좋아해주잖아!
세훈 : (이내 얼굴 굳는데)
지은 : (회한에 젖는, 그러나 아무렇지도 않게 툭 던지듯) 생각나죠? 싫다던 당신, 내가 죽으라고 쫓아 다녔잖아!
(흔들리는 눈으로 보지만 단호한데) 나, 그래서… 아무래두 그 사람, 모른 척 하기 쉽지 않을 거 같애…
세훈 : (내심 충격인데)
지은 : (쓴웃음 지으며) 아직은 아무것도 결정하지 말란, 당신 얘기 듣구 사실 가슴, 좀 떨렸다!…
세훈 : (시린 눈으로 보는데)
지은 : (시선 맞추며 단호한) 근데 말이야, 당신한테 휩쓸리지 않을 거야! 당신두 괜한 연민에 휩쓸리지 말아요…
세훈 : (오버랩) 그건 내가 판단해!! (깊은 한숨 내쉬며 강렬히 보는) 널 찾을 수 있는 방법이나 말해 봐!
지은 : (울컥하지만, 냉정한 얼굴로 보며) 그런 건 없어! 그런 건 있을 수 없어!!
(진심인 듯) 다시는 우리 엄마, 가슴에 못 박을 수 없으니까!
세훈 : (절망의 얼굴이 되는데)
지은 : (시린 눈으로 보지만 툭 던지듯) 우리 한번 살아 본 걸루, 충분 하잖아! …
(보며) 이젠, 좋은 여자 만나요!! (휙~ 돌아서 가는)
세훈 : (눈가에 눈물 슬쩍 고여, 그저 바라보는데)
한편, 걸어가고 있는 지은의 눈가에도 눈물이 슬쩍 고인다.
S#43. 정민의 방 (동 시각)
정민, 책상에 걸터앉아 조현숙과 통화 중인데…
정민 : (기분 좋게 웃으며) … 그렇게 하세요! 몇 푼 차이 안 나는 데요 뭐! 천천히 둘러 보시구 결정하세요!…
제가 모시구 갔어야 하는데, 죄송해요! 어머님, 내일 일요일인데 점심, 어떠세요? (빙긋이 웃고는)
… 참, 지은씨한테는 아파트 계약하는 거, 아직 말씀 마시구요! 예… 최사장 좀 바꿔주세요.
S#44. 초호화 아파트 모델 하우스
조현숙과 영은, 상기된 얼굴로 둘러보며 서 있고…
한편, 남자1, 정민과 통화 중인.
남자1 : (아부 분위기) 예… 예… 걱정 마십쇼! 제가 다 알아서 합니다. (전화 끊고는 조현숙을 보며 눈치 살피는)
사모님, 부사장님이 마음에 드시면 당장 계약하시라는데, 어떻게 할까요?
조현숙 : (얼굴에 웃음이 만발하지만 애써 감추며, 허세 부리는) 글쎄요… 베란다두 좀 좁은 거 같구…
안방이 너무 작은 거 같애!~ 좀 기다려봐요! 천천히 다시 한번 둘러 볼 테니까…
조현숙과 영은, 둘러보며 안방으로 향하는…
영은 : (내심 얼굴 환하지만, 퉁명스런) 언니 덕에 엄마 팔짜 다시 피겠네!
(비꼬는) 울 언니, 재주도 좋아! 이혼녀가 재벌 집 외아들을 다 잡구!
조현숙 : (남자1이 들었을까봐 영은의 팔을 콱 꼬집는)
영은 : (얼굴 찡그리며) 아~ 왜 꼬집구 그래! 내가 뭐 틀린 말했어!!
조현숙 : (째려보며) 하여튼 넌 내 혈압 올리는 게 특기지~
영은 : (입 삐죽이다가 당부하듯) 잊어 먹지마, 나 오디션 안 보는 대신 유학 보내 준다는 약속!
조현숙 : (오버랩) 알았다니까! 기집애, 의심은 많아 갖구! …
영은 : (오버랩, 툭 던지듯) 엄마 닮은 거잖아!
조현숙 : (당부하듯) 너 유학 가고 싶으면 까불지 말고 니 언니한테 잘해!
(하다가 바닥을 쳐다본 후, 남자1 향해 우아한 톤으로) 여부세요! 이거 대리석 맞아요?
S#45. 세훈의 방
착잡한 얼굴의 세훈, 방으로 들어서 책상 앞 의자에 앉는데… 시야에 메모지가 들어오자 집어 들어 보는…
<나, 미국으로 떠나요, 떠나기 전에 한 번 만나요! 내일 집으로 와 줘요 - 미란 >
메모지를 읽은 세훈, 확~ 구겨 쓰레기통에 버리는데…
S#46. H 호텔 낮 전경 (다음날 - 일요일)
S#47. H 호텔 휘트니스
런닝 머신 위에서 달리고 있는 세훈, 온 몸이 땀으로 젖어있다.
한편 속도계의 숫자는 점점 더 올라가는데…
S#48. H 호텔 입구 (낮)
들어선 정민의 자동차, 멈춰서고… 도어맨 재빠르게 다가와 뒷좌석 문을 여는…
조현숙 내려선다. 동시, 지은 조수석에서 내려서고…
한편 정민, 운전석에서 내려선다. 이때 도어맨 재빠르게 운전석으로 다가가 차에 오르고…
정민 : (환한 얼굴로, 조현숙에게 다가와) 불란서 식당, 예약이 다 차서 중식당 예약했어요!
조현숙 : (기분 좋아 죽겠다, 괜시리 새초롬) 기름져서 살찌는데…
정민 : (픽 웃으며) 좀 찌셔두 되요, 뒷모습만 보면 이십댄 줄 알껄요?
조현숙 : (까르르~ 기분 좋게 웃으며) 거짓말인지 알지만, 듣기는 좋네!
정민 : (빙긋이 웃으며 어서 끼라는 듯 팔짱을 내미는)
조현숙 : (행복한 얼굴로 웃다가 팔짱 끼며, 지은을 향해) 내가 껴두 괜찮니!
지은 : (옅은 웃음)
정민 : (조현숙과 팔짱을 끼고 로비로 들어서는, 환하게 웃으며 지은을 돌아보며) 질투나두 참아요.
정민과 조현숙 로비를 향해 앞서 걸어가고…
한편 지은 너무나 행복해 하는 엄마의 모습에 외려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착잡하지만 정민을 고마운 눈으로 잠시 바라보는… 그러다 들어서는데.
S#49. H 호텔 엘리베이터 앞
열리는 엘리베이터 문… 정민과 조현숙 팔짱끼고 들어서고, 지은도 들어서는… 엘리베이터 문, 서서히 닫힌다.
한편, 반대편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세훈 내려서는… 찰나의 순간처럼 엇갈리는…
S#50. 세훈의 차 안
세훈, 운전석에 앉아 핸들을 잡고 있는데… 조수석에 던져 놓은 핸드폰에서 문자 메시지 도착음이 울린다.
집어 들어 보면, 액정에 <마지막 부탁이에요, 꼭 와주리라 믿어요 - 미란> 이라 떠 있다.
동시 그 모습 위로 미란의 목소리 흐르고…
미란(소리) : 마지막 부탁이예요, 꼭 와주리라 믿어요!
세훈, 잠시 고민스런 표정이 스치는데…
서문수(소리) : 자넬 아들처럼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끝내두 달래서 잘 끝내!
S#51. H 호텔 입구
정민과 조현숙, 지은 나오는… 도어맨 보이고, 나가고 들어서는 차량들 보인다.
저 일각에 모범 택시들 정차되어 있는…
정민 : (조현숙을 보며) 죄송해요. 모셔다 드리지 못해서! 약속이 있다는 걸 깜빡했어요…
조현숙 : (환한 얼굴로) 괜찮아, 신경 쓰지마! 우린, 택시 타고 가면 되지!
정민 : (도어맨을 향해) 택시 좀 불러줘요!
이내 택시 들어와 서고… 도어맨 문 열어주는…
조현숙 : (택시에 오르며 정민을 향해) 맛있게 잘 먹었어. 음식두 좋았구 분위기도 맘에 들었구…
정민 : (빙긋이 웃으며) 다음 주엔 불란서 식당 예약해 놓을 께요! 들어가세요…
(문 닫아 주는, 얼른 다가가 지은이 서 있는 쪽 택시 문 열어 주며) 어서 타요! 전화할게요…
지은 : 고마워요, 갈께요… (오르는데)
정민 : (동시 지갑에서 돈 꺼내 기사에게 건네고는 지은이 탄 좌석 쪽 문 닫아주는)
이내 택시 출발하고…
한편 잠시 택시 뒷모습을 바라보던 정민, 이내 착잡한 얼굴로 주차장을 향해 걸어가는데…
S#52. 택시 안
조현숙과 지은,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있는데, 지은의 시선은 차창에 향해 있다.
조현숙 : (기분 좋아 주절거리듯) 얘, 아무리 봐두 서군은 영락없는 우리 집 식구다! 어쩜 식성도 우리랑 딱 맞니…
(그러다 한숨 내쉬며) 니 아빠 살아 있었으면, 분명히 서군 참 이뻐 했을 거야… 물론 서군네 집에서,
반대두 덜 했을테구… 어쨌든 서군이 다 알아서 한다니까… (하다가 보는데 지은 딴 생각에 빠진 얼굴이자 삐진 듯)
얘, 늙은 애미가 주절거리면, 듣는 척이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니니!
지은 : (그제서야 보며, 맥없이 웃는) … 엄마, 나 여기서 좀 내릴게… 들릴데가 있어요…
CUT - 거리 택시 멈춰 서고, 지은 내려서는데…
S#53. 미란의 빌라 전경
S#54. 미란의 빌라 거실
텅 빈 거실엔 오페라 토스카의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 Vissi d'arte, vissi d'amore>가 흐르고 있는데…
소프라노의 고음이 신경을 거슬릴 듯 날카롭게 들려 온다.
금방 들어선 듯한 세훈, 집 안에 아무도 없자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S#55. 테라스
원형식탁 위에는 와인잔, 빈 접시 등 저녁 식사 준비가 4인용으로 세팅되어 있다.
세훈, 4인용으로 세팅되어 있는 식탁을 보고는 의아한 얼굴인…
이때 현관문 여는 소리가 들리자, 테라스 너머 현관문으로 시선이 가는… 이내 얼굴이 굳어지고.
CUT - 현관 앞 들어서던, 정민 테라스 너머 서 있는 세훈의 모습에 멈칫 선다.
그러다 덤덤한 얼굴로 거실을 향해 들어서는…
한편, 세훈도 테라스 문을 열고 거실로 들어서는데…
S#56. 미란의 빌라 거실
세훈과 정민, 일각에 마주 선 채 묘한 시선을 주고받고 있다.
정민 : (툭 던지듯) 장사장님이 부른 겁니까?
세훈 : (의아한 얼굴로) 아닙니다! 나두 연락 받고 온 겁니다.
이때 현관문 소리 들리고, 착잡한 얼굴의 지은, 들어선다. 그러다 당혹한 얼굴로 멈칫 서는…
동시, 세훈과 정민의 시선이 현관으로 향하고…
이어 황당한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세 사람의 눈길에서 긴장이 오간다.
시간경과
지은, 소파에 앉아있고, 세훈, 창가에 서 있다.
한편 정민, 일각 의자에 걸터앉아 있는데… 무겁고 묘한 침묵이 흐른다.
지은 : (결심한 듯 일어서며) 전 일어서야겠어요!
미란(소리) : 미안해, 내가 좀 늦었지!…
동시, 세 사람의 시선이 현관을 향하는데… 모두 경악한 얼굴이다.
세 사람의 시선을 따라 빠르게 다가가면…
클레오파트라 스타일의 헤어에 강렬한 화장, 눈이 부실만큼 화려한 차림의 미란이
천천히 발을 떼며 두 다리로 걸어 들어 오고 있다.
너무나 달라진, 외모와 더욱이 걷는 모습에 모두들 할 말을 잊은 듯 한데…
한편,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미란의 얼굴에 묘한 미소가 흐르고…
미란 : (모두를 번갈아 보며, 간드러지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뭘 그렇게들 놀래요!!
(지은을 향해 너무나도 다정히 웃어 보이며) 지은아, 나 이제 걷는다!!
지은 : (여전히 멍한 얼굴로 얼떨떨한데) !
미란 : (곱게 흘겨보며) 넌 친구가 돼가지구, 축하한다는 말도 안 해주니?
한편, 미동 없이 선 채, 미란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세훈과 정민의 눈빛엔 경계심이 가득한데…
S#57. 미란의 빌라 테라스
오페라 토스카의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가 여전히 울리고 있고…
원형 식탁에 세훈, 지은, 정민, 미란의 순으로 앉아있다.
한편 미란, 리모콘 들어 오디오 볼륨을 높이는데… 소프라노의 고음이 신경을 거슬릴 듯 날카롭게 들려온다.
네 사람 모두, 말이 없지만, 긴장이 가득한데…
미란 : (차례차례 각자의 잔에 와인을 따라주는)
지은 : (긴장된 얼굴로 보는)
정민 : (대체 무슨 속셈인가 해, 미란의 얼굴을 빤히 보고 있는데)
세훈 : (어이가 없어 질린 듯한 얼굴이고)
미란 : (자신의 잔에도 따르는, 그런 네 사람 표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잔 들며) 자, 날 위해서 건배해줘요!
그러나 세 사람 아무도 동조하지 않고 그저 쳐다보는…
미란 : (그 반응에 픽 웃고는, 혼자 잔을 들어, 천천히 한 모금 마시고는 툭 던지듯 내뱉는 그러나 부드러운)
여전히, 다들 나만 못마땅하게 생각하는군!
세훈 : (오버랩, 낮지만 매서운) 뭐 하자는 짓이야!
미란 : (환하게 웃으며) 왜 화를 내구 그래요! 나, 이제 미국으로 떠나는데 이 정도 환송회도 못 해줘요!
(정민과 지은을 보며) 내가 메시지 보냈잖아. 오늘 내 환송회 좀 해 달라구!
(불현듯 생각난 척) 참! 이렇게 다 모인다는 말을, 내가 깜빡했네…
세훈 : (더 이상 상대하기 싫어 입 다무는)
정민 : (그저 미란을 쏘아보고)
미란 : (동시, 정민을 향해 환하게 웃고는 뚫어지게 보며) 정민씨. 이 노래 알지?
토스카의 그 유명한 아리아, 비씨 다르떼, 비씨 다모레!
정민 : (차갑게 보는데)
미란 : (모두를 쓱~ 훑어보다가 시선이 세훈을 향해 머무는데) 윌, 내가 젤 좋아하는 아리아예요! (환히 웃으며)
여주인공 토스카는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 카바라도시를 살리기 위해서, 경시총감에게 몸을 허락 하기로 하죠!
그 때 절망에 찬 토스카가, 부르는 노래예요! (이내 시선이 정민에게로 향하며 자극하는) 사랑하는 남자를 살리기 위해,
악마 같은 경시 총감한테 몸을 허락한다! 너무 감동적이지 않아, 정민씨! (묘하게 웃으며 뚫어지게 보는데)
정민 : (그 시선 피하지 않고 매섭게 보는데 분노로 이글거리는)
미란 : (이내 지은을 묘한 눈으로 보며) 하지만, 토스카는 경시 총감을 칼로 찔러 죽여!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 도망가기 위해서!
지은 : (눈동자 불안한데) …
미란 : (지은을 향해 환히 미소를 지은 후, 다시 정민을 뚫어지게 보며) 만약 경시총감이 토스카를 사랑하지만 않았더라면,
또 질투심에 카바라도시를 죽이려고 하지만 않았더라면, 토스카 손에 경시총감, 자신두 죽지 않았을 거야! 안 그래?
정민 : (터질 듯한 분노에 물 잔을 잡고 있는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데)
미란 : (부드럽지만 뼈 있는) 사랑하는 두 남녀 사이에, 괜히 끼어 들어서, 세 사람 모두 다 죽게 된 거잖아!!
정민 : (끝내 분노를 참지 못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버럭 소리치는)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미란 : (감정의 변화 없이 여전히 차분한) 몰라서 물어? 정민씨도 잘 알고 있잖아!
(세훈과 지은을 힐끗 쳐다보며) 여기 두 사람 아직두 서로를 못 잊어, 한다는 거!
세훈 : (동시, 얼굴 매섭게 굳는)
지은 : (동시, 질린 얼굴이고)
정민 : (동시, 매섭게 미란을 쏘아보는)
미란 : (그 시선 피하지 않고 보며, 빙긋이 웃는데)
세훈 : (동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려는데)
미란 : (동시, 날카로운) 윌, 내 얘기 아직 안 끝났어요!
세훈 : (멈칫하는)
미란 : (정민을 향해, 부드러운) 흥분하지 말구, 앉아! 내가 왜 오늘 세 사람을 한 자리에 불렀는지 얘기 할 테니까!
정민 : (터질 듯한 분노를 참으며 앉는데)
세훈, 정민, 지은의 시선이 미란을 향하는데…
미란 : (세 사람을 쓱~ 훑어보며) 지금부터 하는 얘긴, 내 진심이야! … (잔 들어 천천히 한 모금 마시고는)
그런 생각이 들었어… 내가 떠나기전에, 우리 윌하구 지은이, 다시 맺어줘야겠다는!
정민 : (오버랩, 미란을 노려보며 분노로 떠는 목소린데) 그래서?
한편, 세훈과 지은, 기가 차 어찌 할 바를 모르겠고…
미란 : (더욱 정민을 자극하는) 그래서라니? … 물론, 정민씨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여기 두 사람에게는 부부라는 역사가 있어! 또 비록 유산이 되긴 했지만, 아이까지 가졌었구! (묘하게 웃으며)
그렇다면, 우리 둘이 물러나줘야 하는 거, 아닐까!
정민 : (아이를 가졌다는 말에 충격을 받은 얼굴인데, 순간 세훈과 지은을 싸늘한 눈길로 번갈아 보는)
한편, 세훈과 지은 당혹스럽고…
정민 : (미란을 매섭게 노려보며 벌떡 일어나) 니가 노린 게 이거였니? 날 자극시켜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겠단,
니 계산 너무 뻔히 보여! 쓰레기 같은 기집애!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미란 : (코웃음치며) 난 단지 우리 윌이 행복하길 바랄 뿐이야!
세훈 : (기막혀 미란을 매섭게 노려보는데)
지은 : (동시, 일어나 미란을 향해 차가운) 끝까지 이래야 하겠니? (너무도 기가 막혀 눈물까지 맺히는데) 정말, 무섭다!
(하고는 이내 정민의 뒤를 따라 나가는)
세훈 : (미란의 행동에 분노가 치밀고 어이가 없지만,
한편으로 정민의 뒤를 따라 나가는 지은의 모습을 보자 질투가 솟구치는데)
미란 : (자극하는) 얼른 따라가, 지은이 잡아요!!
세훈 :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매섭게 소리치는) 그 입 닥치지 못해!
미란 : (오버랩, 어느새 눈물 흘리며, 소리치며 쏘아붙이는) 그럼 대체 날 보구 뭘 어떡하란 말이야!
당신이랑 지은이, 잘 되게 빌어주는 거, 그것두 하지 말란 말이야!
세훈 : (기가 차 할 말이 없는데)
미란 : (뚫어져라 보며 능숙하게, 거짓말하는) 진심이었어! … 당신에 대한 내 마지막 배려였다구!
(울분에 차, 미친 듯이 쏘아대는) 당신, 지은이 사랑하잖아! 미치도록 다시 갖구 싶잖아… (발악하듯) 내가 아는데,
그 마음이 어떤 건지, 내가 아는데, 그래서 다시, 지은일 잡으라는 건데, 내가 그렇게 해 주겠다는 건데, 뭐가 불만이야!
세훈 : (기가 막히기도 하지만 순간 안쓰러움이 슬며시 치솟는)
미란 : (눈물이 뒤범벅인 얼굴로) 진심이야… 당신을 사랑해서, 당신을 너무 사랑해서,
당신이 행복해지길 바래서, 만든 자리야…
세훈 : (뚫어지게 바라보는데, 순간 눈동자 슬쩍 흔들리는)
미란 :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보며, 두 팔 벌리는) 마지막으로 나 한번 안아주고 가요! …
세훈 : (보는데, 안쓰러움에 눈동자 흔들리는)
미란 : (주르르 눈물 흘리며, 옅게 미소까지 지으며) 어서요… 지금 이 시간, 우리한테 마지막이잖아!…
세훈 : (눈동자 흔들리며 보는데)
미란 : (하염없이 눈물 흘리며, 맥없는 목소리로) 당신 참, 모질다! (외면하며) 그래요… 그럼, 그냥 가요!
결국 흔들린 세훈, 무표정한 얼굴로 천천히 다가가 살짝 안아주는, 그러다 이내 미란에게서 떨어지는데…
그 순간 싸늘한 얼굴의 미란, 거침없이 세훈의 따귀를 힘껏 올려붙인다.
세훈, 경악한 얼굴로 바라보는데…
미란 : (소름이 끼치도록 낮은 목소리로 강렬히 보며) 내가 미치는 꼴 보던지, 아니면 죽는 꼴 보던지,
둘 중에 하나, 당신이 선택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