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했던 대구공연, 그 여운의 끝을 잡고 늦은 후기를 올려봅니다.
늘 그렇듯이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공연장에 오셨다가 행복가득 충전해서 가셨겠지요.
홈그라운드에 별님들 오시는 기분은 다른 도시에서보다는 한층 더 살가운 법이라서 우리 대구팀들은 정말정말 D-day가 오기까지 마음이 붕 떠있었습니다.
저는 하필 그날이 시조모 기일이라 좋은 자리를 눈물로 양도했지만 그래도 막판까지 부활의 기운을 느끼고 싶어서 공연 전날 별님들 선물 준비하는 자리에 함께 있었죠.
그런데 참 이상하죠. 부사모들이 모이니 자연스레 부활이야기만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저도 모르게 따끈따끈한 또 다른 4시 양도표를 덥썩 받고 말았지 뭐예요. 이건 뭐 거의 운명이지 않았을까요...ㅋㅋ
그때부터 시나리오 작업에 착수했어요. 물론 젊은 아가씨들이 머리를 짜내서 도움을 줬는데 대충 이렇습니다.
(맏며느리라서, 또 시댁이 우리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고로, 도저히 제사를 빠질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머리를 굴리니 영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는...)
1. 아침 일찍 일어나자마자 시댁으로 달려간다.
2, 시어머니께 오후에 중요한 볼 일이 있다고 하고 후다닥 전과 나물을 만든다.
3. 최대한 일찍 음식을 끝내고 집에 온다.
4. 씻고 옷을 갈아입고 천마아트로 달린다-1시간 걸림.
5. 1부 공연 끝나기가 무섭게 다시 대구로 달린다.
6. 집에 와서 다시 며느리 복장으로 갈아입는다.
7. 총알같이 시댁으로 가서 중요한 볼 일 잘 마치고 온 듯 연기한다.
중간에 이변만 일어나지 않으면 가능한 일이잖아요. 공연 보는 내내 나를 찾는 전화가 올까봐 살짝 긴장하고 있었다는...
역시나 운명은 내 편이었네요. 시나리오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잘 진행이 됐답니다. 너무 일찍 온 저를 보고 놀란 시아버님의 한마디, 야야, 와 이래 일찍 왔노? 에 가슴이 뜨끔하긴 했지만. 남편이나 아들이 이 사실을 알면 드디어 미쳤다고 할까봐 완벽하게 연기를 했기에 꿈에도 제가 공연을 보고 온 줄 모릅니다.
결혼하고 20년을 주구장창 맏며느리 노릇했으니 우리 제사 주인공이신 시할매도 너그럽게 봐주시지 않았을라나 싶어요.
스릴 넘치고 스펙타클한 하루가 기억에 오래오래 남을 거예요.
공연의 여운으로 실실 웃음이 나올라캐서 참아가면서 제사상 차리자니 발이 막 날아다녔는데 막상 집에 오니 급피곤...
경산까지 오가느라 정신이 없는데다, 완벽하게 연기까지 하고, 30명 쯤 되는 친척들 치르느라 어깨가 욱신거렸지요. 우리 효자 고3 아들이 안마를 막 시작하는데 갑자기 전화벨이 울려요. 이 야심한 밤에 누고?! 울 남편 말입니다.
흐미~~ 우리 대구방 이쁜이들이 뒷풀이 한다고 친절하게도 이 언니를 불러줬지 뭐예요.
반사적으로 후다닥 일어나서 나갈 채비를 하고 보니 두 남자가 의아하게 쳐다봅니다.
`아프다더니 엄살 부렸나보네. 암만 아파도 부활 머시라 카마 금새 다 낫는갑다 쯧쯧... '
빙고!!
그러거나 말거나~~ 내 오늘 좀 늦을끼다!
앞산 순환도로를 마구 달려서 대구에서 유명한 막창 집에 도착하니 2층을 독차지한 우리 대구방 여자들이(아, 청일점도 있었네요) 완전 수다삼매경에 빠져서는 정신줄을 놓고 있습디다.
태원님이 무대에서 내려와 앞줄의 부사모들과 악수를 했다는 이야기,
관객석이 너무 아름다워서 제민님이 사진을 찍었다는 이야기,
재혁님의 수상한 멘트의 내막을 우리끼리 막 점쳐보고,
동하님 손 터치를 한 대목에서는 다들 꺅 넘어가고,
완규님의 순한 얼굴과 무대매너에 대한 각자의 느낌 등...
1부도 가슴 벅차게 좋았는데 2부는 더 난리가 났더구만요.
본시 노래하고 춤추고 하는 건 밤이 더 어울린다고 봅니다 ㅎㅎ...
별님들 가시는 모습 배웅까지 하고나서 몇 명은 먼저 돌아가고 대구 부사모는 거의 다 뒷풀이에 참석을 했더군요. 대구만의 끈끈한 의리와 단결을 유감없이 발휘한 날이었습니다.
얼마나 흐뭇하고 기쁘던지 밤이 깊은 줄도 모르고 자리 보존하다가 직원이 빗자루 들고 청소를 하러 오길래 미안해서 일어났다는...
아, 정말로 다행스러운 일은 더위가 조금 누그러져서 작년만큼 덥지는 않았다는, 그래서 태원님이 놀라지 않으셨을 것 같은 안도감이 들었답니다.
한 가지 개인적으로 아쉬운 건, 대구방 맏언니 영주님의 초대로 서울과 부산에서 오신 11분의 부사모님들을 못 보고 또 토종닭백숙도 못 먹었다는 점... 영주언니 집에서 화기애애하게 맛난 저녁을 먹었을 님들... 참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우리 대구방은 9월에 추어탕 끓여서 몽땅 초대하신다고 하네요. 영주님의 부지런하고 넉넉한 마음은 못 말립니다요.^^
하여간 우리 별님들이 후반기 투어는 대구를 시작으로 하겠다고 하셨다니 참말로 영광입니다. 벌써 심장이 두근거려요. 이번에 무산됐던 현수막을 다음 공연엔 확실하게 걸 수 있도록 제작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제작년엔가, 대구 시민회관이 조금 썰렁했던 기억은 완전히 잊어도 될 만큼 이제 대구의 열기는 엄청납니다. 진정으로 지금은 부활 전성시대입니다.
대구에서 모두들 또 만날 수 있겠지요? 아는 얼굴도, 미처 인사 나누지 못한 님들도 무조건 반갑고 즐거웠습니다!
부활이 있어 행복한 우리들의 인생이여 영! 원! 하! 라~~~!
(젊은 아가씨들한테 후기를 쓰랬더니 기어이 제게 양보를 하네요. 못 이기는 척 오랫만에 공연후기 써 봅니당~~^^)
우리 대구방에서 마음을 모아서 준비한 별님들의 선물, 과일바구니 사진 살짝 공개합니다.
첫댓글 살다가 살다가 제삿날 공연보고 또 뒤풀이까정...^^
참으로 열정이 대단하십니다. 시할머니께서도 평소에 잘 하는 걸 아시니 이해하셨을 겁니다. 부활이 있어 행복하신 부사모님들... 멋진 인생이기를 바랍니다. ^^
영주님 집에 추어탕 1인분 추갑니다.
진짜로 제가 책임지고 교수님 모시고 영주언니네 집에 가겠습니다!^*^
부사모님 덕분에 부활은 행복하겠습니다.
그 열정 대단합니다.
사랑은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네요.
요즘 행복의 조건 0순위랍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