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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20’. 80세의 나이에 최하 20개의 치아로 20대의 치아 상태를 유지한다는 의미다. 이것이 가능할까. 치아는 노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징표다. 때문에 돋보기와 더불어 틀니는 노인의 상징이기도 하다. 하지만 치아는 관리하기에 따라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우리 몸에서 가장 튼튼한 기관으로 수천 년 된 미라에서도 치아가 잔존하는 것을 볼 수 있을 정도.
누구나 건치 노인으로 선발된 어르신처럼 평생 건강한 이를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사람의 치아 건강 상태가 낙제점이라는 사실이다. 성인 4명 중 1명이, 그리고 40대 이상에선 70%가 잇몸 질환을 앓고 있다는 통계가 이를 말해준다. 어떻게 해 8020을 실현할 수 있을까?
조기발견→ 조기치료가 최선
무엇보다 40대가 중요하다. 40대를 어떻게 유지하느냐에 따라 8020의 성패가 달려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65세 노인이 지니고 있는 자연니 숫자는 평균 12.1개. 사랑니 4개를 포함해 32개가 정상이니 절반도 유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자연니 상실의 발단은 주로 40대에 시작된다.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예방과 조기발견·조기치료를 하면 나이가 들어서도 자연니를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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칫솔질은 열심히 하는데 세균 덩어리인 치태가 남아 치석이 되고 이것이 잇몸에 염증을 일으킨다. 특히 중년에 이르면 질병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져 잇몸 병을 악화시킨다. 스트레스도 치아를 빨리 병들게 하는 요인이다. 스트레스가 생기면 우선 침샘이 마른다.
세정 작용을 하는 타액이 줄면서 세균이 번식하는 환경이 조성된다. 또 스트레스는 이를 악물게 하는 습관을 만든다. 치아뿐 아니라 턱의 변형을 초래해 턱관절 장애를 일으킨다. 따라서 40대부터는 치아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 구강 질환이 없다면 1년에 1회, 있다면 6개월에 1회 점검과 함께 매년 스케일링을 받도록 한다.
잇몸은 이보다 중요하다. 흔히 치아구조를 건축물에 비유하는데 기초공사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잇몸뼈인 것이다. 이가 빠지는 것은 이의 문제가 아니라 잇몸뼈가 녹아 이를 떠받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잇몸뼈의 부식은 잇몸 염증에서 시작된다. 증상은 잇몸에서 피가 나는 것이다. 사과를 먹을 때 피가 묻거나 이 사이에 음식물이 자주 낀다. 염증이 장기간 지속되면 잇몸과 이가 서로 떨어져 틈이 벌어지고 그 부위에 치석이 생겨 잇몸뼈가 파괴되는 것이다. 이게 바로 치주염이다. 치주염은 몇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가장 일반적 형태가 만성 성인형 치주염이다. 원인은 정확하지 않은 칫솔질에 있다. 이 사이에 치태가 계속 남아 있어 이것이 점차 딱딱해지면서 치석으로 변한다. 치석은 세균이 살 수 있는 서식처를 제공한다. 치태와 치석이 치주염의 주요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치주염 치료의 기본은 치석을 제거하는 스케일링이다. 이후 염증에 의해 파괴된 치조골을 회복시킨다. 치조골 소실이 심하면 부분적으로 이식수술도 할 수 있다. 조사에 따르면 35~44세에 염증이 시작되고, 45~54세에 고름이 생기는 등 잇몸뼈가 녹는다. 따라서 40세 전후가 치주염을 치료하는 적기다. 특히 잇몸뼈는 이가 탈락했을 때 임플란트를 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이므로 반드시 보존에 힘써야 한다.
치아의 구조는 크게 잇몸뼈에 박혀 있는 이 뿌리(치근)와 밖으로 노출돼 있는 치관(크라운)으로 구분된다.
치관은 임금이 쓰는 관(크라운)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크라운은 가장 바깥쪽의 에나멜(법랑질)과 안쪽의 상아질, 그리고 혈관과 신경이 분포돼 있는 치수로 나눈다. 치아가 균열하면 단단한 법랑질과 상아질에 금이 가면서 치수에 영향을 미친다. 음식물을 씹을 때 불편하고, 찬 것에 민감해지는 등 증세가 나타난다.
치아 금가거나 조각나면 조심
치아 균열은 모두 치아를 과신한 결과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로 병뚜껑을 따고, 딱딱하고 질긴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많다. 일단 치아가 갈라지면 자연 접합이 되지 않으므로 조기 진단해 치료받아야 한다. 미세한 치아 균열을 알아내기 위해선 광투과 검사와 염색 검사 등 정밀한 검사가 필요하다.
동네치과에서는 확진이 어렵고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 치과에 가야 받을 수 있는 진료다. 치아 균열도 치과 질환인 만큼 평소 고기의 뼈나 연골을 자주 씹어먹지 말고 딱딱한 과자나 과일, 건어물을 먹을 때 주의한다.
치아가 깨졌을 때는 깨진 깊이와 부위에 따라 치료가 달라진다. 깨진 정도가 깊어 신경이 노출되거나 치수에 심한 자극이 가서 문제가 되면 신경치료를 우선하고 이를 씌워준다. 그렇지 않으면 깨진 부위와 양에 따라 적당한 재료로 해당 부위만을 충전해 주거나 전체적으로 씌워주는 보철치료를 해준다.
턱에 생기는 골관절염에도 주의를 요한다. 관절염은 무릎에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턱에도 관절이 있으니 당연히 관절염의 위험성이 있다. 전문용어로는 측두하악관절 골관절염이다. 무릎에 생긴 퇴행성 관절염이 과도한 사용에 의해 발생하듯 턱관절염도 마찬가지다.
이를 악무는 습관을 지닌 사람에게 흔히 나타난다. 스트레스나 긴장 상황은 물론 잠을 자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이를 악문다.
초기 증상은 턱을 벌릴 때 모래가 갈리는 소리, 또는 딱딱거리거나 으드득하는 소리가 나면서 통증이 시작된다. 통증이 심할 때는 입을 벌리기 힘들어하는 환자도 있다. 치료 1단계에선 염증을 가라앉히기 위한 약물치료와 냉각요법, 온열요법, 전기이온영동법 등의 물리치료를 한다.
그리고 교합안정장치 등 보존적 치료를 하며 6개월간 경과를 지켜본다. 가정에서 지켜야 할 수칙도 중요하다. 단단한 음식은 피하고, 이를 악무는 습관을 개선해야 하는 것이다(상자기사 참조). 턱 부위의 계속된 통증은 턱의 형태와 기능의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고 조기진단과 치료를 꼭 받도록 하자.
※ 도움말: 경희대 치대병원 구강내과 홍정표 교수, 동서신의학병원 치주과 박준봉 교수
턱관절염 환자의 생활수칙
1. 딱딱하고 질긴 음식 대신 작고 부드러운 음식을 먹는다
2. 의식적으로 입을 크게 벌리지 말고, 하품도 작게 한다 (혀를 입천장에 대고 떨어지기 직전까지만, 또 손으로 턱을 받치고 머리를 숙여 가급적 입을 작게 벌리고 하품한다)
3. 평상 시 이를 악물지 않는다 (입술은 다물되 위·아랫니는 2~3㎜ 떨어져 있도록 한다)
4. 아프거나 뻣뻣한 환부를 65도 정도 온도로 찜질한다
5. 무거운 물건을 매거나 들지 않는 것이 좋다 (이를 악물기 때문)
6. 스트레스는 통증을 악화시키므로 스트레스 관리법을 익힌다 (휴식, 헬스, 요가, 독서, 음악감상, 점진적 근이완, 상담 심리치료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