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리그’ 조민-정유라 입체분석…6년 만에 나타난 정유라, “조국 딸만 인권 있나”

[일요서울]

유튜브 채널 출연한 정유라…자신과 조민 상황 비교
“나는 출산 다음날 압수수색…조민 불쌍하다는 말, 나에겐 스트레스”
3개월만에 입학 취소된 정유라…조민은 2년 넘게 처분 미뤄져
강제송환·포토라인 노출된 정유라…조민은 비공개 소환

유튜브 '성제준TV'에 출연한 정유라 씨. [뉴시스]

[일요서울 l 이하은 기자] 박근혜 정권 당시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으로 도마에 올랐던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탄핵 이후 6년 만에 입을 열었다. 그는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자신의 상황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 씨의 상황을 비교하며 억울함을 토로했고, 자신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에 대해서도 바로잡고 나섰다. 앞서 정 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모친 최서원 씨의 관계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세간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그는 이화여대 입학 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사실과 고교 출결에 문제가 있었던 점이 드러나며 1심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대학 입학과 고교 졸업이 모두 취소됐고, 은닉 재산이 있다는 소문에 시달리기도 했다. 한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 씨는 입시에 활용된 이른바 7대 스펙이 모두 허위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 최근 부산대학교와 고려대학교에서 입학 취소 처분을 받았다. 

정유라 씨는 지난달 26일 유튜브 채널 성제준TV를 통해 탄핵 정국 이후 6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일련의 일들을 보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건이 똑같은 학위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저같이 인터폴 적색 수배당하거나 얼굴이 언론에 나오거나 마녀사냥을 당하지는 않는다”며 “그런데 그것도 심하다고 말하니까 저도 자식이 있으니 제 자식 때를 대비해서라도 무슨 얘기라도 해야겠다 싶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정 씨는 6년 전 입시 비리 의혹에 대해 “당시 대중들은 남의 자리를 빼앗았다는 것에 화가 난 것 같고 페이스북에 무슨 이유가 됐든 그런 글을 적은 것은 잘못이고 부정할 생각은 없다”며 “물론 스포츠계의 관행이라고 하지만 법적으로 보면 출결 미달, 학위 취소가 맞다. 그것에 대해 잘못이 없다 이렇게 말하고 싶은 건 전혀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들을 짚어 나갔다. 그는 삼성으로부터 말을 지원받아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것이라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모친인 최서원 씨가 말을 구입한 것이고, 해당 말을 타고 국제대회나 선발전에 나간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독일에 수조원대 비자금이 있다는 주장 또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하며 근거 없이 주장이 제기된 데 분통을 터뜨렸다.

또 조국 전 장관의 딸 조민 씨와 자신의 상황을 비교하기도 했다. 정 씨는 “요즘 민주당 당원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조국 따님 인권을 박살 냈다’고 하더라”며 자신은 출산 다음날 압수수색을 당했다고 비교했다. 그러면서 “지금 상황에서 조국 씨 딸한테 이런 상황 벌어진다면 가만히 계실까”고 반문했다. 

그는 “이게 6년간 민주당이 묵과한 인권이고, 제가 살아온 삶”이라고 했다. 또 “조국 씨 딸이 불쌍하다는 말 나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다. 누구에겐 인권이 있고 누구에겐 없는 것도 아닌데 평등을 논하던 분들이 제 인생과 아이의 인생을 짓밟아놓고 누구는 불쌍하다고 그럴 수 있느냐”며 “지금이라도 저한테 과했다 제 자식한테 너무했다는 분들 있나. 인권이 조국 따님에게만 있고 저랑 제 아이에겐 없는 건가”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조국 씨 딸은 편들어주는 사람도 있고 힘들다고 말할 부모도 있지만 저는 가족 전체가 난도질 쳐졌다”며 “홀로 6년을 악으로 깡으로 버텼다. 지금이 6년 전보다 힘들다”고 했다.

정유라-조민 닮은꼴 입시비리…‘부모 찬스’로 부정 입학

정 씨는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의 이화여대 입학 과정에서 모친 최 씨의 청탁으로 여러 특혜가 있었다는 사실이 연이어 드러나면서다. 특히 정 씨의 입학 당시 체육특기자 전형에 승마 종목이 신설된 점과 면접 전형에서 부정이 있었던 점이 문제가 됐다.

고등학교 출석일수도 문제가 됐다. 교육청 감사 결과 정 씨가 청담고등학교 3학년으로 재학하던 시기 공결(공적 사유로 결석) 처리된 141일 중 105일이 허위임이 드러나면서다.

조민 씨는 고려대학교와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활용된 스펙 상당수가 허위라고 판명받으며 문제가 됐다. 의학논문 1저자 등재, 동양대학교 표창장, 서울대 로스쿨 인턴 증명서 등 이른바 ‘7대 스펙’이 모두 허위 혹은 조작이라는 것이 대법원 판결로 확정된 것이다.

최서원 씨. [뉴시스]

정유라, 초고속 입학·졸업 취소부터 강도 높은 수사까지

같은 입시비리 의혹이 불거졌음에도, 사안을 다루는 학교 측이나 정부 부처의 대처 의 방식,  검찰의 수사 방식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정유라 씨의 경우 의혹이 불거진 지난 2016년 9월로부터 1개월 여 만인 10월 31일 교육부가 특별감사에 착수했고, 약 2주 만인 11월 18일 감사를 끝내고 이화여대 측에 정 씨의 입학을 취소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이화여대 측이 빠르게 입학 취소와 관련자 징계 절차를 밟으면서, 정 씨는 의혹이 제기된 지 3개월 만인 12월 입학 취소 처분을 받았다. 관련 혐의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입학 취소라는 결론이 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또한 발빠르게 움직였다. 교육청은 교육부 감사 결과가 발표된 지 약 2주만인 12월 5일 정 씨의 고교 졸업을 취소시켰다. 청담고는 이후 3개월 만인 지난 2017년 3월 8일 정 씨의 졸업을 공식 취소했다. 이 또한 의혹이 불거진 지 불과 6개월 만의 일로, 역시 1심 판결이 있기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당시 정 씨의 입학에 관여했던 이화여대 교수들을 줄줄이 구속됐다. 모친 최 씨는 입시비리 혐의와 관련해 징역 3년 형을 확정받았다. 

결국 의혹이 제기된 지 반년 만에 대학 입학과 고등학교 졸업이 모두 취소되면서, 정 씨는 최종 학력이 중학교 졸업으로 남게 됐다.

수사 과정 또한 엄격했다. 의혹이 불거지던 시기 해외에 머무르던 정 씨는 특검이 인터폴에 적색수배 요청을 하면서 한국으로 강제 송환됐다. 당시 정 씨는 수갑을 찬 채 압송되는 장면이 그대로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됐다. 검찰은 입시비리 혐의와 관련, 2차례에 걸쳐 정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또 소환조사를 하면서 자진 출석한 정 씨를 포토라인에 세우기도 했다. 

당시에는 최서원 씨는 물론 정유라 씨 역시 언론사가 내보내는 사진과 영상 등을 통해 모자이크 없이 얼굴이 그대로 대중에 노출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뉴시스]

조민, 대학·정부부처 판단 미루며 처분 지지부진…검찰 소환은 비공개로

반면 조민 씨는 의혹이 불거진 이후에도 2년 넘게 학위를 유지했다. 대학 측이 대법원 판결까지 지켜보겠다며 판단을 미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조 씨는 그대로 의전원에 재학하며 의사 면허를 얻는 절차를 진행해 나갈 수 있었다.

최근 부산대 의전원과 고려대에서 입학 취소 처분을 받은 이후에도, 조 씨는 이에 불복해 부산대 의전원 입학취소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조 씨의 신청이 법원에서 일부 인용되면서, 조 씨는 여전히 의사 면허를 유지하고 있다.

교육부와 서울시 교육청의 대처 또한 정유라 씨 의혹이 제기됐을 당시와는 전혀 달랐다. 교육부는 조 씨 관련 의혹이 불거진 이후에도 감사 자체를 진행하지 않았다. 교육부가 감사 계획을 세우기에 앞서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는 것이 교육부 측이 내세운 이유다. 교육부는 강제 수사가 시작된 상황에서 행정감사를 할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하며 소극적으로 대처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서울시교육청은 오히려 조 씨와 관련된 서류 제출을 막는 데 동조했다. 고려대는 조 씨의 입학 취소 심의를 위해 한영외고에 학생부 사본 제출을 요청했으나, 조 전 장관 측이 제출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사를 한영외고 측에 전달하며 막아섰다. 이에 한영외고는 학생부 사본을 고려대에 제출해도 되는지를 교육청에 문의했고, 교육청은 ‘학생과 학생의 부모 등 보호자 동의 없이 제 3자에게 학생 관련 자료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초·중등교육법 규정을 근거로 내세워 제출이 어렵다는 답변을 보낸 것이다. 교육청은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면 학생부를 정정한 뒤 이를 고려대에 제출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로 인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업무방해 혐의로 시민단체들로부터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검찰 수사 방식 또한 달랐다. 구속영장까지 청구되며 집중적인 수사를 받았던 정 씨와는 달리, 조 씨는 비공개 소환을 통해 조사를 받았으며, 포토라인에 서는 일 또한 없었다.

사건을 다루는 언론사의 대처 또한 달랐다. 조 씨 사건의 경우 조 씨는 물론 입시비리를 주도한 당사자로 유죄가 확정된 정경심 씨조차 대다수의 언론사에서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하며 얼굴이 공개되지 않았다. 일부 유튜브 채널 등에서만 두 사람의 얼굴을 공개한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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