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함께 피어난 전설 12 - 말 많고 탈도 많은 역사를 가진 과일 혹은 채소, 토마토
학명: solanum lycopersicum
“의사들이 가장 싫어하는 채소 1위는 뭘까?”
예전에 이 질문을 들은 적이 있다. 처음에는 넌센스 문제인가 생각했다. 그 다음에는 의사들이 웬 편식을 하나 싶었다. 그리고 답을 들었을 때는 좀 황당했다.
의사들이 싫어하는 채소 1위가 ‘토마토’라고 하지 않는가. 아니, 대체 왜?
사진에 나온 이 토마토가 무슨 죄라고 싫어하는 걸까 싶었다. 그 원인은 토마토가 가진 영양소에 있었다.
“토마토가 빨갛게 익을수록 의사는 얼굴이 퍼렇게 질린다.”
외국 속담인데 토마토가 가진 영양소가 어떤지 단적으로 알려주는 것 같다. 토마토는 여드름 억제 등 피부 미용을 돕는 비타민 C나 칼슘 손실을 막아주는 비타민 K 등 각종 비타민이 풍부하다.
칼로리도 100 g당 16~20kcal 정도로 과채류 중 가장 낮은 축에 들면서 섭취하면 포만감도 상당해 다이어트에 좋다.
또 전립선 및 유방암 예방을 돕고 폐를 보호하는 기능도 있다고 한다.
한편 토마토에 든 리코펜은 숙취를 완화하는 효능도 있어 외국에서는 술 마신 다음날 토마토 주스로 해장하곤 한단다.
토마토에 함유된 영양소는 지용성이다. 기름에 잘 녹아나온다는 뜻이다. 먹을 때 볶거나 굽거나 해서 섭취하는 게 좋다.
또 조직을 조밀하게 파괴할수록 흡수율도 증가한다. 토마토를 으깨어 소스를 만들거나 주스로 갈아마시는 걸 권장한다.
이 토마토와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 궁합은 아몬드, 호두, 땅콩 등 견과류이다. 샐러드 만들 때 참고하자.
참고로 설탕과 토마토는 최악의 궁합이다. 요즘도 그럴까 싶지만, 흔히 토마토에 설탕 솔솔 뿌려서 먹는 경우가 있다. 특히 애들 간식으로 줄 때.
영양 흡수 제대로 안 돼, 설탕 때문에 당뇨도 올 수 있고, 여하튼 토마토에 설탕 첨가하지 말자.
덧붙여 계피와 마찬가지로 토마토에도 모기 등 해충을 쫓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굳이 몸에 바르지 않아도 꾸준히 섭취하는 것만으로 어느 정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토마토 특유의 향이 체내에 배어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번 여름에 한 번 실험해볼까?
토마토는 가지(채소)과에 속하는 식물로 제철은 여름이다. 가지류답게 독성 성분인 솔라닌이 미량 있으며, 붉게 익은 경우엔 거의 문제가 없지만 덜 익은 경우에는 파란 감자보다도 그 독성이 훨씬 높은 경우가 있다고 한다.
원산지는 중남미 지역이고, 종자에 따라 크게 반시처럼 끝이 뾰족한 형태와, 일반 감처럼 원반형의 두 종류가 있다. 동양에서 토마토를 부르는 명칭 일년감, 혹은 남만시, 서홍시 등은 다 감을 닮은 이런 생김에서 유래한 게 아닐까.
토마토는 덩굴식물로, 본래는 땅바닥을 기면서 줄기에서 뿌리가 나와 자란다. 하지만 재배할 때는 줄이나 지주대를 세워서 재배한다. 어, 토마토 알고 보니 땅을 기면서 자라는 거였구나. 난 또 기둥 타고 오르는 게 당연한 줄.
꽃은 5~8월쯤에 노랗게 피어나며 한 꽃이삭에 몇 송이씩 달린다.
토마토의 꽃은 원산지의 뒤영벌, 즉 꿀벌에 속하는 농업용 벌에 맞게 진화했다고 한다. 그래서 특정 진동수, 요컨대 지역 토박이 벌의 날갯짓 소리가 아닌 소리에는 반응하지 않는단다. 즉, 지역 토박이 뒤영벌이 아니면 꽃가루가 잘 튀어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때문에 재배할 때는 꽃을 두드려 주거나, 소리굽쇠를 쓰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이거 진짜야? 토마토가 벌을 알아보고 낯가림한다는 소리잖아! 허얼~!
끝으로 이 토마토의 꽃말은 ‘사랑의 결실’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토마토에 얽힌 전설은 찾지 못했다.
대신 토마토를 둘러싼 이야기를 준비했다.
* 토마토 이야기
1. 대통령 암살을 위한 독, 토마토
“만세! 돈 한 푼 못 받고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던, 아니 착취당하던 나날이여, Good bye!”
“우리는 자유다! 링컨 만세~! 민주주의 만세~!”
흑인 노-예 해방에 앞장선 링컨 대통령, 그는 ‘흑인 노-예 해방 선언’을 발표해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그만큼 그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정적도 많았다.
“자고로 이럴 때는 독살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총은 확근하긴 한데, 너무 위험 부담이 커. 암살은 은밀함이 생명이니까 말일세.”
“식사에 독을 섞죠. 아주 조금씩, 극미량으로 말입니다. 그럼 마치 지병이 악화되어 숨진 것으로 여겨질 겁니다.”
마침내 링컨 대통령을 일찍 하늘로 돌려보내자는 목표 아래 치밀한 암살 계획이 세워졌다.
“맛있게 드십시오.”
요리사는 링컨이 즐기는 음식에 독을 첨가했다. 소스에 넣고, 스튜에도 넣고, 그렇게 매일매일 특별한 조미료(?)가 첨가된 요리가 링컨의 위장 속으로 사라졌다.
“이보게, 총리. 서류 더 가져오게나. 요새 컨디션이 아주 좋아. 오늘도 야근해도 되겠어! 허허!”
“오 마이 갓! 대통령님은 무슨 철인이라도 되십니까?”
그러나 링컨 대통령은 나날이 건강해졌다. 혈색 좋아지고, 정무도 활기차게 수행하며, 아랫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덤으로 암살 계획을 세운 일땅들도 경악시켰다.
“독 탔다며! 분명 매 식사마다 독 넣었다면서? 저 양반 저거, 왜 세상 하직도 안 하는데?”
“이건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전 분명 독을 넣었다고요! 벨라돈나와 비슷하게 생긴 이것을! 아직 몸에 축적이 덜 돼서 그래요. 좀 더 두고보십시오, 언제고 식사하다가 쓰러지게 될 테니.”
이때 사용된 독의 정체가 바로 ‘토마토’였다. 꽃이 독성 초본 벨라돈나와 유사하게 생겼고, 잎을 먹은 동물들이 죽는 것을 보고 한때 독으로 오해를 받기도 했던, 그 토마토. 지금은 뛰어난 영양소와 스트레스 완화 효과로 인해 슈퍼푸드의 여왕으로 등극한 그 토마토. 그 토마토를 독이랍시고 매끼마다 먹였으니, 링컨이 나날이 쌩쌩해지는 것도 당연했다.
감상: 덧붙이자면 토마토는 워싱턴의 암살을 위한 독으로도 쓰인 전적이 있다. 아니, 대체 무슨 근거로 토마토를 독약 취급했다니?
바로 이런 이야기들에서 심리학 용어 ‘토마토 효과(tomato effect)’가 유래했다고 한다. 토마토 효과란 아무 근거 없는 추측으로 현실성 부족한 어떤 일을 믿는 현상을 의미한다. 일명 쓸데없는 음모론.
2. 토마토 법정 공방, 채소인가 과일인가?
“지금부터 법정을 개정합니다.”
판사의 선언과 함께 소송 재판이 열렸다. 토마토 수입상을 하는 닉스 일가와 뉴욕 주세관원 측의 공방이 펼쳐졌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토마토는 과일(fruit)입니다. 그러니, 여태 지불한 세금을 닉스 일가에게 반환해야 합니다!”
“이의 있습니다! 재판장님, 토마토는 채소(vegetable)가 맞습니다. 그러니, 세관원은 징수한 세금을 돌려줄 필요가 없습니다!”
참 코믹한 법정이다. 논쟁 주제가 ‘토마토의 정체성’이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소송은 실제 있었던 사례이다.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쌉니다, 싸! 새콤달콤 이탈리아 토마토! 막 배 타고 도착한 이테리산 토마토!”
닉스 일가는 토마토 수입상을 해왔다. 외국산 토마토를 국내에 파는 것이다. 물론 관세도 꼬박꼬박 냈다. 1800년대 당시 ‘수입하는 과일은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법 조항이 있었지만, 토마토는 채소로 분류되어 세금을 내야 했다.
수입하는 토마토가 너무 잘 팔리다 보니 국내 토마토 농가 사정이 어려워졌고, 국가는 관세라도 받자는 취지로 토마토를 법정 채소로 공표한 것이다.
“‘fruit’라 하면 ‘식물의 먹는 부분 중의 씨를 포함한 씨방이 익은 것’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토마토도 당연히 씨가 들었으므로 따지자면 ‘fruit’가 아니겠습니까.”
그런 어느 날, 토마토가 과일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설명을 듣자니 일견 맞는 것 같았다.
“아니 그럼, 그동안 냈던 세금은? 과일이면 낼 필요가 없었던 거잖아!”
닉스 일가는 당장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치열한 공방 끝에 토마토는 채소로 남았다고 한다.
“토마토가 과일이라는 주장은 일견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토마토를 후식으로 먹기보다 식사로 먹는다. 이는 과일이 대개 후식으로 통용된다는 점에서 부합하지 않는다 할 수 있다. 이상의 근거로, 토마토는 채소임을 선고하는 바이다.”
땅땅땅~! 판사님의 법봉이 울리고, 소송은 닉스 일가의 패소로 마무리되었다.
감상: 나 때는 밭에서 자라면 채소, 과수원에서 자라면 과일로 가르쳤다. 딸기, 참외 등은 다 채소요, 복숭아, 사과 등은 과일인 걸로 말이다. 그런데 사실 그런 건 계통분류학적인 구분이 아니라 사람이 사용하는 용도에 따른 관습적인 구분에 불과하다는 걸 이제 알았다.
우리나라에서는 토마토를 ‘채소류’ 혹은 ‘과채류’로 분류하는 모양인데 과일이건 채소건 뭐 어떤가. 토마토가 맛있다는 건 변하지 않는데.
출처1: 유저썸네일 다시한번 블로그 2021.08.25
출처2: 나무위키 토마토 관련 문서
자료 편집 및 이야기 각색: 카페 작은 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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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맛도 다양하게 현대인의 입맛에 집요하게 맞혀집니다.
요즘 쫒아 가며 살기 정말 힘드네요.
그러나 맛의 혁신은 감탄 할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