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시간이 1시간 연기되었지만 시간마춰 뉴욕에 도착했다. 계획과는 달리 비행기에서는 한숨도 자지 못했다. 엔진 소음과 높은 고도에 머리가 아파 잠을 잘 수 없었다. 결국 15시간동안 뜬 눈으로 보냈다. 그러고 보니 30시간 넘게 잠을 못잤다. 이런적은 처음이다. 이렇게 뉴욕에서의 첫날이 시작되었다.
뉴욕에 도착하니 날씨가 꾀 추웠다. 한국은 서늘했고 홍콩은 더웠고 여기는 춥고 몸이 적응하기 힘들어한다. 무사히 입국수속을 마치고 숙소인 호스텔에 도착했다. 셔틀버스가 잘 되어 있어서 많은 짐이였지만 한 녀석도 낙오없이 무사히 왔다. 짐을 간단히 정리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저녁이라서 좀 무서웠다. 뉴욕하면 할렘아닌가.. 지레 겁을 먹고 바로 길 앞에 허름한 멕시코 식당에갔다. 사실 거기까지 가는데도 주의를 살피며 무서하며 갔다.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데 말이다. 가서 4년간 못 먹었던 타코를 주문했다. 옛날 LA에서 먹었던 그 맛이 아니여 아쉬웠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씻고 잠을 잤다. 하지만 시차로 인해 중간 자다깨기를 서너번은 한거 같다.
다음날 아침 깨운하지 못한몸으로 일어 났다. 일요일이였기 때문에 한인교회를 물어 물어 찾아갔다. 뉴욕한인교회였는데 마침 추수감사주일이라서 푸짐한 점심을 먹었다. 맛있는 점심을 먹으며 청년들과 여행에 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원래 계획했던데로 자전거를 조립을 시작했다. 한국에서 자전거를 손수 다 분해했다. 자전거 샆사장님이 2만원주면 안전하게 포장해 준다고 했지만 그냥 공짜 박스를 얻어 집에서 3시간 정도자전거를 분해하고 끙끙 대며 포장을 했었다. 하지만 포장이 좀 시원치 않았고 공항에서 화물은 아주 거칠게 다룬다기에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프레임에 조금 기스 난것 말고는 괜찮았다. 2간쯤 낑낑대며 겨우 자전거를 조립했다. 시험운행을 해보니 잘 간다.
이렇게 조립을 마치고 자전거를 다시 창고에 넣을려고 로비에 있는데 중국인 친구가 말을 걸어왔다. 이름은 테일러라고 했고 무슨 youth...뭐라는 협회에서 스폰을 받고 관광을 하고 있다고 했다. 방금 뉴욕에 도착했는데 괜찮으면 자기랑 같이 관광을 하자고했다. 안그래도 쓸쓸히 혼자 관광할꺼 같아서 걱정했었는데 잘됐다 싶어 "of course" 라고 대답하고 같이 관광을 했다. 차이나 타운을 돌아본후 뉴욕의 야경을 가장 멋지게 감상할수 있다는 라커펠러센타 top of the rock 이라는 전망대에 갔다. 들어갈때부터 소지품 검사를 하는등 경비가 삼엄했다.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67층 꼭대기 까지 순십간에 올라갔다.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뉴욕의 야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한동안 테일러와 입을 딱 벌리고 한참을 서있었다. 중앙에 엠파이어빌딩을 중심으로 고층빌딩들이 저마다 독특한 자태와 불빛을 뿜으며 늘어서 있는데 가슴뭉클한 감동이 전해졌다. 솔직히 살면서 건물보고 감동받아보기는 처음인거 같다. 만약 뉴욕을 여행한다면 밤에 꼭 한번 가보기를 권한다.
한참 사진을 찍고 있는데 뭔가 머리로 떨어졌다. 보니 눈이였다. 전망대를 관리하는 경찰이 뉴욕의 올해 첫눈이라고 했다. 사실 거리를 걸어다닐때는 바람이 안불어 그렇게 추운줄 몰랐는데 주위에 아무것도 없는 꼭대기에 올라오니 바람도 세차게 불고 눈까지 오니 정말 추웠다. 더 있고 싶었지만 더있다가는 감기걸리기 딱 좋을꺼 같에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내려왔다. 근처에 타임스퀘어에 잠깐 들렸다가 숙소에 들어왔다. 돌아오니 새벽 1시쯤 되었다. 어제만 해도 길 마줌편 식당가기 무서웠했던 내가 오늘은 자정이 넘어서도 자유롭게 뉴욕거리를 활보하며 걸어다닌다. 빠른 적응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사실 뉴욕하면 할렘을 떠올리며 밤늦게 돌아다니면 아주위험한줄 알지만 관광지가 밀집해있는 맨하탄 중남부 지역은 미국내에서도 안전하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밤늦게 걸어다니면 길거리에 무섭게 생긴 사람들이 종종 서있지만 3일동안 있어본 결과 치안은 그리 걱정 안해도 될꺼 같았다.
테일러와 내일 8시에 로비에서 만나 남은 관광을 같이 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근데... 아뿔사 잠을 통 못자 피로가 누적됐는지 일어나니 11시였다. 로비와 카페테리야 주방 TV시청실 모두 다 뒤졌지만 테일러를 찾을 수 없었다. 기다리다 먼저 여행을 떠난 모양이다. 미국와서 처음 사귄 친구에게 약속을 펑크내다니,, 테일러야 정말 미안해... 내방은 6인실이였는데 이놈의 룸메이트들은 새벽같이 나가고 밤늦게 들어오는지 얼굴을 볼수가 없다. 그런데 테일러를 못찾고 허탈하게 방으로 올라가는데 프랑스 친구가 방금 온듯 짐을 풀고 있었다. 말을 붙여보았다. 이름은 Kenny 이고 직장을 다니다가 휴가를 받아서 뉴욕에 여행하러 왔다고 했다. 조심스럽게 같이 관광하는게 어떠냐고 물러보자 센트럴파크, 소호, 차이나타운을 갈건데 안갔으면 같이 가자고 했다. 그래서 여행동지를 다시 얻게 되었다.
이리저리 여행을 같이하고 차이나 타운에서 이른 저녁을 먹은후 서로 가고자하는 여행지가 달라 헤어졌다. 나는 자유의 여신상으로 갔다. 자유에 여신상을 보려면 엘리스 섬으로 가야한다. 즉 맨하탄 맨 아래에 있는 항구에서 배를 타고 작은섬으로 가야지 자유의 여신상을 제대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사전 조사가 부족했다. 4시쯤 항구에 도착했는데 3시 반에 마지막 배가 떠 났단다. 세계적인 관광지가 이렇게 문을 빨리 닫다니.. 하소연 해도 할수 없다. 내일 자전거 여행을 시작하기때문에 오늘이 마지막 기회였다. 자유에 여신상과는 인연인 없는가보다. 항구에서 눈을 크게 뜨고 보니 안개사이로 자유의 여신상이 희미하게 보였다. 멀리서나마 본 것으로 만족하고 Wall streat로 발걸음을 옮겼다.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곳이다. 세계를 움직이는 streat인지라 넓을줄 알았는데 아주 좁았다. 차가 두대 지나가기가 버거운 길이였다. 하지만 고풍스러운 양식의 건물들 때문에 나름 매력이 있었다. 길을 따라 쭉 걷고 있는데 스포츠센타가 어떤건물 1층에 자리잡고 있었다. Wall streat sport center였다. 규모가 컸는데 사람들은 저마다 런닝머신위에서 열심히 뛰고 있었다. 저 사람들이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사람들이구나 라고 생각하니 부럽기도하고 나도 언젠가 저 런닝머신위에서 뛰리라 생각했다.
뉴욕관광을 마치고 지도를 구할수 있을까해서 코리아 타운에 갔다. 서점과 여행사를 찾아갔지만 4절지만한 자동차용 지도말고는 구할수 없었다. 여행사가 4층에 있었는데 내려오는길에 3층에 한인교회가 하나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문을 두두리고 사정을 이야기하니 인터넷으로 가는 경로도 검색해주고 지도를 구할수 있는 서점을 가르쳐 주었다. 1시간정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후 알려준 서점에 가서 지도를 사고 호스텔로 다시 돌아왔다.
내일 출발할 정리를 마치고 로비를 서성이는데 장기간 여행에 지쳐있는 테일러를 발견하였다. 오늘 아침일을 사과하고 서로의 관광 이야기를 하고 나중에 중국이나 한국이나 어디서든 다시만날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그래도 이렇게 만나서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작별인사를 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였다. 이제 내일이면 정든 뉴욕시티를 떠나서 본격적인 자전거 여행을 시작하게된다. 내일을 멋진 출발을 위해 오늘은 푹 자야겠다.
[날씨가 추워 떨며 자전거를 조립했다. 역시 분해보단 조립이 어렵다.]
[숨막히게 아름다운 뉴욕의 야경]
[필자와 테일러 짧은 시간의 만남이였지만 정이 가는 친구이다.]
[스파이더 맨의 놀이터 타임 스퀘어..!!]
[단풍이 지지않아 형형색색 아름다운 센트럴 파크]
[멀리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 해야했던 자유의 여신상]
[Wall street로 가는길..!! 사실 여기가 더 Wall street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