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기 중세 고지독일어로 쓰인 영웅서사시를 개작한 소설이다. 고대 독일 문학 전성기를 열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영웅서사시를, 퓌만이 현대어로 가능한 한 쉽게 번역하고 변형시켰다. 니벨룽겐 전설의 요소들은 북유럽 신화 또는 게르만 신화와 깊이 연관되었다. 상세한 묘사로, 많은 영웅과 관련한 다양한 사건과 인물들 간의 첨예한 갈등을 세밀히 들여다볼 수 있다. 지크프리트의 죽음, 그리고 크림힐트의 복수. 처참한 비극의 화려하고 장대한 분위기를 느껴 보라.
≪니벨룽겐의 노래≫는 700년 동안 서사시 낭독자(가수)에 의해 구전으로만 이어져 온 이야기가 여러 번 변형되어 1180년에서 1210년경 사이에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이 서사시의 지은이에 대해서는 의견들이 분분하다. 다만 작품의 생성 지역 중 하나인 옛 파사우와 빈에 대한 상세한 지리적 지식이 나타나고, 이 지역을 관할한 주교였던 볼프거 폰 헤를라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저자는 파사우 주교의 관할권에 속했던 지식인이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니벨룽겐의 노래≫는 볼프람 폰 에셴바흐의 ≪파르치팔≫, 고트프리트 폰 슈트라스부르크의 ≪트리스탄≫, 그리고 발터 폰 데어 포겔바이데의 ≪미네장≫과 더불어 독일 고전문학 전성기의 한 경계를 이루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2부로 나누어지는 작품은 영웅서사시 형식이며 각 4행의 운문으로 이루어져 마지막 2379연까지 탁월한 언어적 기교를 유지하고 있다. 이 연들은 길이가 각각 다른 39개의 장으로 나뉘는데, 각 장마다 제목이 붙어 게르만의 전설적인 영웅들의 이야기들이 절대 봉건주의 시대의 궁전 생활 그리고 기사도 정신에 대한 묘사와 더불어 제시되어 있다.
이 작품은 오늘날의 라인과 오스트리아, 헝가리 지역의 도나우 동남부 지역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1부는 지크프리트의 죽음, 2부는 크림힐트의 복수가 중심이 되는 방대한 이야기다. 이 전체 줄거리는 보름스 왕국의 크림힐트라는 아름다운 공주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되고 있다.
1부 크림힐트와 지크프리트의 이야기, 2부 크림힐트가 훈족 왕의 왕비가 되어 부르군트족에게 복수한다는 줄거리는 실제 역사적 사실과도 일치하는데, 407년 민족 이동 시기에 부르군트족이 보름스를 정복하고, 437년에 훈족의 에첼(아틸라) 왕이 서유럽에 침입해 부르군트족을 굴복시킨 역사적 배경이 작품에도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화려하고 장대한 분위기와 다른 한편으로는 비통하고 침울한 분위기가 교차되는 이야기 ≪니벨룽겐의 노래≫는 계몽주의 시대에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19세기에 이르러 독일인들이 이 이야기 소재에서 민족적 동질성 내지 국가의 본질을 찾게 되면서부터 보다 큰 의미가 부여된 국민 서사시로 승격되었다.
제3제국 시대에는 니벨룽겐의 영웅들이 보였던 절대 충성처럼 게르만족의 투쟁 정신과 절대 복종이 민족 이념을 위한 수단으로 남용되기도 했다.
권력자들의 정치적 목적은 리하르트 바그너의 4부작 ≪니벨룽겐의 반지≫(1854∼1874)에도 적용되었다. 작품의 소재와 게르만 신화 그리고 음악 자체에서 흘러나오는 열광과 도취적인 분위기로 말미암아 바그너가 민족주의에 이용되는 것처럼 보였는데, 이때 바그너는 새로운 민족 신화의 대변자이자 예언자로 추앙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