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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0.15
바퀴의 과학적 진화
'킥라니(킥보드+고라니)'라는 말을 들어봤나요? 산길 도로에 갑자기 튀어나와 운전자를 위험하게 하는 고라니처럼, 최근 전동 킥보드 사고가 잦아지자 생겨난 말입니다. 전동 킥보드는 시속 20㎞ 넘는 속도로 쌩쌩 도로를 달리는데요. 속도에 비해 바퀴가 작아서 작은 턱이나 돌부리에 걸려도 넘어져서 운전자가 크게 다치는 경우가 많아요. 목숨을 잃는 사람들도 있고요. 그런데 앞으론 장애물을 거뜬히 뛰어넘는 킥보드가 나타날지도 몰라요. 최근 과학자들은 다양한 지형에서도 잘 다니는 새로운 바퀴들을 개발하고 있거든요. 바퀴는 어떻게 진화하고 있을까요?
고무 바퀴, 계단 오르고 돌도 넘죠
'바퀴'라는 말을 들으면 흔히 공기가 팽팽하게 채워진 검은색 타이어를 떠올릴 거예요. 그런데 한국기계연구원 연구팀은 최근 장애물을 만나도 끄떡없는 '공기 없는 타이어'를 만들었답니다. 이 타이어는 공기 대신 고무로 바퀴가 채워져 있어요. 그래서 '비공기압 타이어'라고 부르죠. 타이어의 '휠' 부분과 타이어 표면 사이엔 벌집 모양의 고무 기둥이 받쳐져 있답니다.
고무 기둥은 말랑말랑하기 때문에 장애물을 넘기에 수월해요. 장애물을 넘는 순간 고무 기둥이 구부러지면 바퀴 표면도 함께 구부러지면서 통과하는 거죠. 연구진은 비공기압 타이어의 핵심은 바퀴가 잘 구를 수 있도록 원 모양을 단단하게 유지하는 것이라고 봤어요. 그래서 물방울의 표면장력 현상을 접목시켰답니다.
표면장력은 액체 표면에 있는 물 분자들이 서로 당기는 힘을 말해요. 물이 가득 차 곧 넘칠 것 같은 컵에 물을 한두 방울 더 떨어뜨려도 넘치지 않는 걸 본 적 있을 거예요. 물방울이 더해질수록 물 표면은 점점 동그란 공 모양으로 커지죠. 연구팀은 이 표면장력을 이용해 잘 구부러지는 비공기압 타이어의 단점을 보완했어요.
우선 연구팀은 땅바닥과 맞닿는 부분에 작은 블록을 이어 붙였어요. 그리고 각 블록 양옆에 구멍을 뚫고, 블록에 실을 달아 바퀴 가운데 '휠 허브'에 팽팽하게 거는 식으로 연결했죠. 평상시에 이 휠은 실을 안쪽으로 강하게 잡아당겨 표면장력을 높이고, 동그란 바퀴 모양을 이루게 해요. 이 상태에선 동그란 바퀴 형태가 유지되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잘 달릴 수 있죠. 그러다 장애물을 만났을 땐 실을 느슨하게 하는 스위치를 눌러 바퀴를 쉽게 구부러지게 해요. 덕분에 차량은 장애물에 따라 바퀴 모양을 바꾸면서 문제없이 지나갈 수 있는 거예요.
이 바퀴로는 최대 시속 30㎞까지만 달릴 수 있다고 해요. 현재는 바퀴 2개로 움직이는 이동 수단에 맞게 개발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바퀴 4개로 달리는 일반 승용차에도 사용할 수 있게 계속 연구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프로펠러로 변신하는 바퀴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상상한 적이 있을 거예요. 미국 과학자들은 실제로 바퀴에 프로펠러를 장착해 상황에 따라 하늘을 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연구팀이 만든 이 바퀴의 공식 이름은 '다중 이동수단 변신 로봇(Multi-Modal Mobility Morphobot)'이에요. 간단하게 알파벳 앞글자를 따 'M4'로 불러요. 탄소섬유로 만든 바퀴 안에는 프로펠러가 있는데요. 땅에서는 바퀴 4개가 일반 자동차 타이어처럼 굴러다녀요. 그러다 바퀴로 넘어갈 수 없는 장애물을 만나면 '비행 자동차'로 변신합니다. 바퀴를 90도 방향으로 접고, 프로펠러를 돌려 하늘을 날 수 있는 거예요. 이뿐만이 아니에요. M4는 두 바퀴로 차체를 번쩍 세운 뒤 움직일 수도 있어요.
연구팀은 동물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해요. 바다사자는 지느러미로 바닷속에선 헤엄치는데, 육지로 나오면 걷는 데 활용해요. 새들은 날개로 하늘을 날지만 땅 위를 걸을 땐 무게중심을 잡는 용도로 사용하죠.
다만 M4는 현재 드론 크기 정도로 개발됐어요. 앞으로 물건을 운반하거나 재난 현장에서 사람을 구조하는 데 먼저 쓰일 가능성이 높아요. 사람이 탈 정도가 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도로 상황에 따라 모양 바꿔요
영화 '트랜스포머'에 나오는 로봇들은 평소엔 자동차 모습을 하고 있다가 필요한 순간 변신을 해요. 이처럼 도로 상태에 따라 바퀴 모양을 바꿀 수 있는 '트랜스포머 바퀴'도 있답니다. 수년 전 서울대와 한국타이어 공동 연구팀이 개발했어요.
이 바퀴는 평소엔 와인을 담아두는 '오크통' 모양을 하고 있어요. 그러다 포장되지 않은 울퉁불퉁한 도로에 들어서면 변신을 시작합니다. 마치 누군가 바퀴 옆을 양 손으로 눌러 납작하게 만든 것처럼 되죠. 바퀴 지름은 1.5배로 늘어나고, 폭은 48㎝에서 22㎝로 줄어들어요. 바퀴가 땅바닥과 닿는 면적이 줄어들면 장애물 영향을 작게 받으며 움직일 수 있습니다. 차체도 높아지니 돌 같은 장애물에 부딪히지 않고 달릴 수 있죠.
이 바퀴 안쪽엔 압력판이 설치되어 있어요. 압력판이 휠을 바깥쪽으로 밀거나 당겨 바퀴 모양을 바꿔요. 연구팀은 바퀴가 차곡차곡 접힐 수 있도록, 접히는 부분은 고강도 섬유 소재로, 접히지 않는 부분은 단단하면서도 가벼운 알루미늄으로 만들었답니다. 거친 흙과 돌이 많은 우주 탐사 차량에 적합한 형태라고 할 수 있어요.
이윤선 과학 칼럼니스트 기획·구성=윤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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