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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신매시장 목요장터 내 장연미씨의 반찬가게. 길게 줄을 서 있는 고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장씨가 열심히 반찬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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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목요장이 펼쳐진 대구시 수성구 신매시장. 시끌벅적한 호객과 흥정이 벌어지는 전통시장 분위기가 제법 신명난다. 저 멀리 인파가 오가는 길목 한 가운데, 100여명의 주부들이 한 줄로 늘어서 있다. 30분 후, 손님 발길은 더욱 잦아진다. 눈짐작으로 대략 30m. 이 노점상의 정체는 뭘까.
바로 장연미씨(여·39)가 운영하는 반찬가게다. 김치류, 젓갈류, 무침류 등 부식을 취급하는 이 가게는 매주 목요일 장이 서면 어김없이 등장한다. 올해로 벌써 10년째 신매시장을 지키는 '장날의 터줏대감'이기도 하다.
"요즘 전통시장이 많이 어렵잖아요. 무조건 '전통'을 고집하기보다는 손님들 요구에 맞게 개선해나가는 것이 제 철학입니다." 10년 넘게 반찬만을 판매해온 장씨의 노점상은 신매시장에서도 맛과 신뢰 분야에서 손꼽히는 가게 중 하나. 주력 상품인 명태껍질조림, 간장게장 등 10여가지를 비롯해 깻잎무침, 나물무침 등 취급하는 반찬이 모두 27가지. 손수 만든 반찬은 그날 모두 팔린다. "공장 등 다른 곳에서 만들어져 배송되는 반찬으로는 주부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며 항상 직접 반찬을 조리한다. 하루 팔 만큼만 만든다는 게 장씨의 원칙. 그날 만든 반찬이 다 팔리면 주저없이 가게문을 닫는다.
까다로운 신세대 주부에서부터 60대 남성까지, 이곳을 찾는 손님 유형과 사연은 다양했다. 주부 김성란씨(43·수성구 만촌동)는 "반찬을 살 때마다 '음식 절대 버리지 말라'는 사장님의 호된 교훈을 되새기게 된다"며 명태껍질조림과 깻잎을 구입했다. 아내 심부름으로 가게를 찾았다는 황규태씨(51·달서구 상인동)는 "달서구로 이사갔지만, 식욕이 절로 나게 하는 단골집이다보니 매주 찾게 된다"며 연방 입맛을 다셨다.
이들 고객의 발길을 붙잡는 공통점은 바로 장씨의 '손맛'과 '입담'이었다. 한 번 찾아온 손님의 얼굴을 기억하고선 좋아하는 반찬 유형을 추천하면서, 우스갯소리와 함께 미소를 던진다. 또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치 않도록 젊은 주부들에게는 늘 경고를 한다. 서비스로 제공하는 에누리만큼 큰 그녀의 웃음도 손님들을 반기는 요소 중 하나.
장씨의 반찬에 '맛' 들인 단골 손님만 2천명. 영천을 비롯해 경주, 칠곡 등지에서도 단골 손님들이 찾아온다. 2천원부터 10만원까지 고객들이 원하는 만큼 소량에서 대량으로 맞춤 판매한다. 반찬이 동날 때쯤, 장씨가 한 마디 거든다. "지역 사람들 덕분에 먹고 사는 만큼 후한 마음으로 반찬을 만들어요. 이런 마음으로 일하니 5분 거리에 있는 대형마트와도 경쟁할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