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돌아다니다보면 실로 격세지감을 느끼는 대목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실제로 근 3여년 만에 프로레슬링, 특히 북미 프로레슬링에 대한 관심과 인기, 선호는 타 스포츠와 비교해볼 때 괄목할만한 대 성장을 거두었다. 인터넷에서 프로레슬링, WWE를 검색해보면 나오는 사이트나 커뮤니티는 셀 수 없을 정도이고, 추산컨대 몇만명 이상의 고정 팬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 현 프로레슬링의 상황이다.
좋은 상황이긴하지만, 역시나 당황스러운 점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초딩화 수준'의 팬들이라 하겠다. 단순히 초등학생이나 그 이하 나이의 팬들을 지칭한다기 보다는 '정신연령, 내적 성숙도, 표출적 절제, 기타 여러가지 수준'으로 평가해서 '상대하기도 싫은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저 선역만 나오면 '쟤가 짱 쎄'거리면서 좋아하면서도, 정작 악역이 나오면 '아(삐), 쟤는 왜 나와서 저 (삐)를 해?'하면서 온갖 욕설이나 비난을 쏟아내는 것. 물론 그 것이 선악 구도의 스토리라인이 최종적으로 추구하는 결과라곤 하지만, 이 '초딩'들이 하는 짓을 보면 그야말로 가관이다. 언급하기도 싫은게 본인을 비롯한 대다수의 팬들의 심정이리라.
아무튼.
이런 '초딩'들의 행동 패턴을 보면 한가지 공통되는 부분이 있다.
"이 기술이 최고 쎄." "아냐, 저 기술이 졸라 짱이야." 운운하면서 나름대로의 '최고의 기술', '최고의 레슬러'를 자기 마음대로 정해버리면서, 다른 레슬러들이나 팬들을 무시하기 일쑤이다.(흔히 벌어지는 프로레슬링 커뮤니티의 싸움들은 이런 패턴이 결정적 이유인 경우가 많다.)
과연 이 '초딩'들이 말하는 최고의 기술이란 무엇인가.
답은 간단하다. 자기들이 좋아하는 선수의 기술이라면 무조건 세상에서 최고인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 것이 최고의 기술인 것일까?
프로레슬링은 '룰'이 있는 스포츠이며, 그 룰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기술 하나하나가 실수하면 상대, 혹은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갈 수도 있는 것이기에 그런 기술이 난무하는 실전에서는 '정해진 룰'을 '절대적'으로 지켜야하고, 그 것을 지키지 않을 시에는 '반드시' 사고가 터져나간다.
이 사고로 인한 부상. 살갗이 찢어지거나 출혈이 생기는건 기본이고, 뼈가 부러지는 것도 대수롭다. 심하면 척추에 손상을 입을 수 있게 되거나 뇌에 충격이 갈 수도 있다. 반신 불수, 혹은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Don`t Try This At Home은 폼이 아니다. 그 프로모에 나오는 레슬러들은 '죽음'의 문턱을 잠시 밟고 왔다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즉, 프로레슬링이라는 스포츠가 스포츠로 남기 위해서, 그리고 선수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기술에 따라 정해진 룰을 철저히 지켜야한다.
룰은 간단하다. 기본에 맞게 기술을 펼치면되는 것이다.
얼마전 인기리에 방영된 Q채널의 'WWE 레슬링 스쿨'. WWE의 공채시험인 '터프이너프'시리즈 중 마지막이었던 3번째 시즌을 방송한 것이다.(작명센스는 치가 떨릴 정도다.) 아무튼 그 터프이너프는 '신인'들의 훈련과정을 간략하게나 마나 보여주었다. 20명 남짓한 선수들이 맨 처음 선발되고, 훈련 과정을 가장 잘 소화해내는 선수 2명을 뽑는다는 프로그램의 플롯상 우승자인 2명은 가장 뛰어난 실력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방영된 시즌 3에서는 매트와 존 선수가 선발되었다.
맨 처음 선발되어서 온 신인들은 처음에 무엇부터 했을까? 공중살법? 피니시 찾기? 아니면 퍼포먼스 개발? 아니다. 그들은 맨 처음 와서 '체력'훈련부터 시작하였다. 체력이 뒷받침이 되어야 '모든' 스포츠를 할 수 있고, 이 사실은 '기본 중 기본'이다. 그리고 체력 훈련이 끝난 뒤 그들은 다름아닌 '낙법'을 배웠다.
이 낙법. 유도등이나 기타 투기의 낙법과 프로레슬링의 낙법은 약간 성질이 다르다고 한다. 좀더 엔터테이먼트 적이지만, 더 위험한 상황을 모면할 수 있게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프로레슬링 낙법'이라고 한다.
낙법은 기본 중 기본이다. 즉, 처음부터 시작하는 신인들은 이 '기본'부터 철저히 단련한 뒤 경기에 필요한 기술들을 배워나간 것이다. 우승자인 매트와 존은 이 낙법에서부터 뛰어났기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확신한다.
잠시 WWE 슈퍼스타들을 살펴보자. WWE 중 기술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선수들은 의외로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골드버그나 RVD, 케인같은 메인 이벤터들? 프로레슬링을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시청해온 팬들이라면 그들보다는 '알 스노우', '에디 게레로', '크리스 베노아', '랜스 스톰'등을 꼽을 것이다. 알 스노우는 터프이너프의 트레이너였으며, 한 때 제자였던 크리스토퍼 노윈스키와의 짧은 퓨드로 Raw무대에 자주 출연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때 알 스노우는 '기초적인' 암드랙, 플라잉메어같은 기술로 노윈스키를 제압했었다.(물론 그들의 경기는 대부분 하드코어라 기술이 별로 나오지 않았기도 하다만.) 나머지 선수들은 '테크니션'이라고 흔히들 불리우는 선수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그들의 경기에서는 '화려한 기술'이나 '위험한 기술'들보다는 기본적인 기술들이 더 많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베노아의 패턴을 생각해보자. 베노아의 패턴이라면 경기 초반 특유의 챱으로 시작되는 공격과 암드랙같은 기술로 상대의 체력을 갉아먹는다. 그리고 중후반으로 넘어가면 그의 전매특허인 '저먼 슈플렉스'로 상대를 공략하고, 크리플러 크로스페이스라는 서브미션으로 경기를 끝낸다. 물론 3연속 저먼 슈플렉스 역시 위험한 기술이다. 그러나 그의 저먼슈플렉스를 보면 또 이야기가 달라진다. 안정된 자세와 매트에 완벽하게 떨어지는 상대. 상대는 낙법을 하기에 충분한 자세로 매트에 처박히게 된다. 그의 저먼 슈플렉스는 상대를 다치게 하진 않는다. 기본에 충실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잔기술로 이리저리 얽혀있는 기술의 대 향연이 바로 그의 경기이다.
이 기본에 충실할 기술은 그만큼 안전성도 높다. 지금까지 프로레슬링을 시청해오면서 '베노아의 저먼 슈플렉스'나 '에디의 프로그 스플래쉬'에 맞아 부상을 당했다는 선수는 거의 찾아보지 못했다. 완벽에 가까운 그들의 기술은 상대에게 부상을 입히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들의 기술은 '신기'라는 평가까지 받는다.
반면, RVD를 보자. 근 몇달간 이 선수에게 부상을 당해 실려간 선수들이 꽤나 있다. 대표적인게 엘리미네이션 챔버에서의 트리플H는 경기 초반당한 RVD의 오성개구리덮치기에 잘못 맞아 경기 내내 호흡곤란으로 죽을뻔 하기도 했다.
RVD는 경기는 참 화려하다. 롤링썬더같은 독창적인 기술부터 반터미네이터같은 고난위의 스턴트 묘기까지, 팬들의 눈을 사로잡긴 충분하다. 그러나 받아주는 상대는 죽을 지경이다. 본인은 같은 프로그 스플래쉬를 피니시로 택한 RVD와 에디 중 에디 게레로의 프로그 스플래쉬를 더 높이 평가한다. RVD의 프로그 스플래쉬는 타격점이 들쑥날쑥한 기술의 대명사라고 알려졌다. 실제로 그의 경기를 보면 피니시 타임에는 언제나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무릎으로 상대의 가슴을 내려찍기는 기본이고, 급소를 찍은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게다가 기술을 쓰는 RVD 자신도 머리를 매트에 박은 적도 많고, 위험한 모습을 자주 연출한다.(연출만 하면 다행이지만, 실제로 잔 부상이 많은게 RVD이다. 그나마 그는 스트래칭으로 다져진 몸이니 다행이지만, 다른 사람같았으면 벌써 예전에 죽었다.) 반면 에디 게레로의 프로그 스플래쉬는 완벽에 가깝다. 지금까지 그의 경기를 보면서 프로그스플래쉬가 위험하게 들어갔던 적은 단 한번, 예전 바샴 브라더스와의 경기에서 나왔던 샤니키아의 복부에 무릎찍기를 했던 그 때를 제외하곤 거의 없다. 과연 어떤 것이 더 훌륭한 프로그 스플래쉬인가.
프로레슬러들, 아니 모든 스포츠선수들에게 부상은 그야말로 치명적이다. 특히 스토리라인이 있는 프로레슬링에서는 그 스토리 라인을 구성하는 한 조각인 선수가 빠진다면 그야말로 난리가 난다. WWE라는 회사 자체에도 큰 손실이고, 선수 자신에게도 큰 손실이다. 갈 푸쉬를 제대로 받아먹지 못하고 팬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최악의 상황에 빠지는 것이다. 메이븐이나 바티스타같은 경우가 이 최악의 상황을 거쳐온 선수들이다.(물론 이 둘은 그 상황을 거쳐 '살아온' 선수들이지만, 아예 묻혀버린 선수들은 그보다 훨씬 많으리라)
이 손실을 최대한 막기위해서는 안전한 경기가 필요하다. 빈스가 최근 언급했던 '경기 속도의 Slow'는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 안전한 경기는 다름이 아닌 안전한 기술에서 출발한다.
즉, 부상의 위험, 그리고 경기 자체의 안전성과 완벽성을 위해선 안전한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이 안전한 기술은 '기본'에 충실해야 가능한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최고의 기술은 무엇인가. 단순히 화려하거나 위험한 고난위의 기술인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최고의 기술은 정해져있지 않다. 왜냐하면 '기본에 충실한' 기술. 그렇기에 안전성과 완벽성을 동시에 손에 넣은 기술. 이 것이 최고의 기술이다.
빌 골드버그의 잭해머가 어째서 훌륭한 기술인가? 과연 골드버그라는 인물의 괴력때문에 훌륭한 기술인가? 잭해머에선 브레인버스터(버티컬 슈플렉스)상태는 그리 중요하지않다. 중요한 부분은 이어지는 파워슬램 부분이다. 예전 WCW시절 골드버그의 잭해머, 특히 잭해머의 마무리 부분은 완벽에 가까웠다. 상대는 정확히 매트에 떨어졌고, 부상은 거의 없었다고 알고있다. (그러나 WWE의 잭해머는 상대의 다리가 먼저 떨어지거나, 아니면 위험한 정도로 내려꽂이거나하여 욕을 많이 먹었다. 아마도 골드버그가 제 2의 전성기를 맞기 위해선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언더테이커의 초크슬램이 어째서 훌륭한 기술인가? 언더테이커의 대표적 기술은 툼스톤 파일드라이브와 라스트 라이드 파워밤이지만, 정작 그의 '연륜'을 보여주는 기술은 다름아닌 초크슬램이다. 케인과는 어딘가 모르게 완성도에서 차이를 보인다. 정확히 들어올린다. 그리고 상대는 공중에서 ㅡ자를 그리면서 땅에 처박힌다. 몸이 매트에 안정된 자세로 떨어지기에 부상은 그리 많지는 않다.(초크슬램때문에 생기는 부상이라면 그 높이에서 떨어지는 충격을 제대로 낙법을 소화하지 못한 탓일 것이다.)
커트 앵글의 올림픽 슬램이 어째서 훌륭한 기술인가?(본인은 앵글슬램이라는 이름보단 올림픽 슬램이 더 낫다고 본다.) 단순한 사모안 드롭이다. 물론 3/4바퀴를 회전하는 엔터테이먼트적 요소를 첨가했지만, 본질은 사모안 드롭이다. 그러나 사모안 드롭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신인들이 많다는 것을 볼 때, 기본적이라고 할 수 있는 기술을 피니시로 '완벽'하게 소화한 커트 앵글의 놀라움을 새삼 발견할 수 있으리라. 그의 기술은 빅쇼같은 선수를 오버해서 들 때를 제외하곤, 상대를 완벽한 자세로 매트에 떨어뜨린다. 역시 상대는 자유로운 반대쪽 손으로 낙법을 완성할 수 있다.
결국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는 피니시들 역시 결국에는 '기본'으로 출발해서 '기본'으로 끝나는 기술들이며, 이런 기술들을 '완벽'하게 펼치는 선수야 말로 훌륭한 선수라고 할 수 있다.
WWE라는 단체는 엄연히 회사이다. 그리고 선수들은 사원들이다. 결국 회사의 자산인 것이다. 자산을 아무렇게나 팽개치는 단체는 살아남을 수 없다. 그리고 그렇기 위해선 조금 더 신경을 써줘야하는 것이다. 아마도 최근 불고있는 기술 봉인 열풍은 아마 이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선수 보호.(물론 기술봉인보다는 기술의 완성도를 추구하는게 더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되지만)
상대를 보호하고, 팬들에게 어필하는 스포츠가 프로레슬링이다. 상대를 이기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게 아니다. 이 게 이종격투와 프로레슬링의 다른 점이라 하겠다.
그리고 그 것을 위해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고 안전하게 시전할 수 있는 것은 프로레슬러의 역량이다.
기본에 충실한 레슬링, 기초를 완벽히 소화해내는 능력. 이런 요인을 갖춘 기술이야 말로 최고의 기술이라 할 수 있겠다.
프로레슬링에 관심을 가진 팬들이라면 조금더 이런 부분에 신경쓰고 보는게 좋지않을까. 이런 부분마저 캐치할 수 있는 팬이라면 조금 더 재미있는 프로레슬링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 S.D.G.
- 엉망인 수준이란건 개인의 필력 부족이겠지요.
- 아무튼 위와 같은 의미에서 '우라나게'로 상대를 박살내는 존 하이덴라이는 조금더 혹독한 훈련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보입니다.
- 다음에는 선수들의 '엔터테이먼트적 요소'를 말해볼까 합니다.
첫댓글 맞아요 기본적인 기술을 확실하게 쓰는 선수가 진짜 테크니션이죠 초딩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기술이 무조건 최고라나?? ㅋㅋ
와! 좋은 글입니다^^ 앞으로 이런글 많이 올려주세요~
오성개구리덮치기...^^;; 한글로 풀어 놓은 걸 보고 5분 동안 웃었답니다
WCW 시절 골드버그의 젝해머는 공중에 살짝뜨면서도 멋져보였지요. 지금은 그때만큼 멋지지 않네요. 그때 아무리 기술이 없고 덜하더라도 그 한방이 신선하고 시원했는데 요즘은 통... 그래도 드림매치는 기대할 만하네요. 나머지는 이 글을 쓰신분과 동일합니다.
WCW시절 빅쇼 젝해머할때의 모습을보면 정말 너무나도 깨끗합니다.
요즘 골드버그를 보며 많이 아쉽군요... 진보하기를...
제가 보는 최고의 기술. 스터너입니다. 물론. 제가 오스틴의 팬이기도하지만. 스터너를보면. 첫째. 부상의염려가 없습니다. 실제로해보시면 알게찌만. 받는입장에선 거의 충격을 입지안습니다.
둘째. 상대방이 쓰러져 있을때 쓰는기술은. 그기술이 나올꺼라는걸 팬들이 뻔히 압니다. 하지만. 스터너... 언제나 튀어나올수있죠. 팬들을 환호하게.예상치못하게. 합니다.
마지막으로.셋째. 스터너의 앞에 발로 복부를 가격하는동작이 첨가돼어. 그냥 할때보다. 훨씬 통쾌 합니다. 팬들은 프로레슬링을보며 스트래스를 마니 풀죠. 그런면에서 스터너의 통쾌한면. 그면이 팬들에거 스트레스를 쫙 풀어주죠.
제생각 이지만. 이런 이유로 인해서. 스터너. 저는 최고의 기술이라고 꼽습니다. 한가지 추가하자면. 스터너가 악역 선수들에게 작열됄때는. 정말. 그야말로. "짱" 이죠... ^&^ 여기까지 제가꼽은 최고의 기술이였습니다.
피플스 엘보우도 제데로 맞으면 엄청 아픔. 성대가...ㅋㅋ
아프고 그런걸 생각 할 필요가 없죠.. 그 선수가 선역이고 메인이벤터라면 그선수 피니쉬는 자동적으로 강력한 기술이 되는거죠.. 물론 진짜 아픈기술도 있겟지만.. WWE..뜻이 뭡니까?? 말그대로 엔터테이먼트 입니다.. 그점을 상기 하셧으면 하네요
로볼루만큼 아픈건 없을듯 -0-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언더테이커의 올드스쿨도 보고싶고 ㅎ 누르는음악(스윗친뮤직)도좋고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