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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경기 초반부터 드러난 트렌드 하나. 올시즌 '지키는 야구'가 대유행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중간계투진이 양적, 질적으로 강화됐고, 타선은 장타보다는 번트와 기동력의 비중이 높아졌다. 싹쓸이 한방으로 3,4점씩 내는 호쾌한 야구만은 못해도 이길 확률을 높이는데 이보다 더 확실한 방법은 없다.
삼성 선동열 감독이 첫해부터 컨셉트로 삼아 화제가 된 '지키는 야구', 혹은 '압박 야구'는 사실 승리가 지상과제인 모든 감독들이 갈수록 공감하고 있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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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를 훔쳐라" 발전쟁
뛰는 야구 시범경기 열풍 작년 팀 도루 공동꼴찌 SK - 삼성 2경기서 7-6개 성공 이미지 변신 두산-기아 등도 기동력싸움 가세 |
◇두산 김동주 |
'타격에는 슬럼프가 있어도 발에는 슬럼프가 없다.'
올시즌 각 팀 감독들은 이 명제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듯 하다. 시범경기 뚜껑을 열자 마자 각 팀 감독들은 기동력 시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도루를 중심으로 하는 이른바 '뛰는 야구'는 겨우내 전훈 캠프에서 감지된 올시즌 프로야구의 화두.
'뛰는 야구'의 맨 앞자리에는 지난해 팀 도루 공동 최하위(50개)인 SK와 삼성이 서 있다.
SK는 지난 3월 12일과 13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기아와의 경기에서 눈이 내려 그라운드가 미끄러운 와중에서도 7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신인 정근우와 중고신인 조동화 등 준족의 발굴과 함께 지난해 약점으로 지적됐던 기동력 부재를 만회하기 위한 조범현 감독의 노림수다. 도루에 일가견 있는 박재홍까지 영입, '거북이' 팀 칼러를 '토끼'의 그것으로 바꾸고 있다.
삼성 역시 신인 조영훈과 조동찬을 중심으로 부지런히 발을 놀리고 있다. 삼성은 전통적으로 '한방'의 이미지가 강한 팀. 선동열 감독 역시 심정수 양준혁 진갑용 등의 공격력에다 도루, 번트 등의 기동력을 덧씌우는 작업에 한창이다. 시범경기 2경기 6개의 도루는 일단 성공적이라는 평가.
지난해 팀 도루 5위(71개)에 머물렀던 두산도 취약한 공격력을 기동력으로 극복하기 위해 도루에 열심이다. 2경기 도루 5개를 성공시켰으며 전상열 최경환, 신인 윤승균 등에 기대를 걸고 있다. 돌아온 김동주도 13일 한화와의 시범경기서 도루를 성공시켰다
기아는 지난해 총도루 127개(2위) 중 64%를 소화한 이종범 김종국 듀오가 건재하다. 기아는 올해 역시 이들을 적극 활용한 작전 및 팀 플레이에 팀의 사활을 걸고 있다.
이밖에 롯데와 현대는 발에 있어서는 두 사람 이상 몫인 정수근과 전준호의 발을 앞세워 약해진 팀 공격력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생각이다.
지난해 팀도루 4위(82개)를 기록했던 한화는 팀내 도루 1위였던 이영우의 공익근무로 비상이 걸렸고 LG는 지난해 팀내 도루 1위에 오른 박용택의 도루수가 10개에 불과해 자칫 나머지 구단의 기동력 싸움에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한화와 LG는 시범경기 2경기 동안 각각 도루 2개와 1개를 기록 중이다.
튼튼한 중간계투는 강팀의 상징처럼 돼버렸다. 올시즌 최고의 중간계투진을 보유한 팀으로는 삼성이 꼽힌다. 선동열 감독은 "6회 이후부터는 무조건 틀어막는 능력이 최우선"이라며 수석코치 시절부터 중간계투진 강화에 매진했다. 권오준 권 혁 박석진 등 기존의 '선발급 중간투수'에 이어 신인 오승환 박성훈이 가세해 절구통 허리가 완성됐다. 지난해 우승팀 현대도 신철인 송신영 마일영으로 대표되는 중간계투진이 삼성에 못지 않다. 철벽 마무리 조용준을 의식한 상대팀은 중반 이후 결코 넘기 힘든 중간계투진을 만나면 압박감을 떨치기 힘들다. SK도 '중간 에이스' 조웅천을 비롯해 제춘모 신승현으로 이어지는 막강 허리진을 보유하고 있다. 기아는 노장 이강철 조규제 콤비에 박재홍을 내주고 SK에서 데려온 김희걸을 중간요원으로 요긴히 써먹을 수 있을 전망이다. LG는 류택현 경헌호 서승화 등이 있지만 믿을만한 중간요원이 아직도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이순철 감독은 진필중을 시범경기 동안 선발로 기용해 보고 여의치 않을 경우 중간계투로 돌린다는 복안이다. 롯데는 강상수 가득염 등 노장에 신인 조정훈의 가세로 중간계투진의 신-구 조화를 이룩했다. 반면 지난해 3위 두산은 확실한 중간계투 이재영을 병풍으로 잃은 이후 하위권 후보로 꼽히고 있고, 한화 역시 믿을만한 선발급 중간계투가 없다는 것이 약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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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지키는 야구'와 '뛰는 야구'를 표방한 팀들이 겨우내 갈고 닦은 성공의 열쇠는 번트다. 1점차의 살얼음판 승부에서 번트는 홈런 못지 않은 위력을 갖는다. 기본적으로 발빠르고 작전 수행능력이 뛰어난 '인적자원'이 갖춰져야 번트 성공률이 높다. 번트야구의 특징은 뻔히 알면서도 당한다는 것이다. 발빠른 타자가 진루하면 도루나 번트가 수순인 줄 알지만 마땅히 막을 방법이 없다. 오히려 무리하게 막으려다 실책과 악송구가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동안 번트로 가장 쏠쏠한 재미를 본 사람은 현대 김재박 감독이었다. 김감독이 최근 7년간 4차례나 한국시리즈 패권을 차지한 것은 번트의 위력을 극대화한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감독 자신은 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서 '개구리 번트'로 한국야구사에 한 획을 그었던 주인공. '현대=번트를 잘 대는 팀'의 인식은 오히려 같은 찬스에서 상반된 작전을 펼칠 수 있는 여지를 넓혀 준다. 김재박식 번트야구에 맞불을 놓겠다고 나선 게 삼성 선동열 감독이다. 선감독은 일본 오키나와 전훈캠프에서 이색 번트훈련을 실시했다. 홈플레이트 3m 앞에서 선감독이 전력투구한 볼을 타자들이 번트로 연결하는 것이다. 체감 구속이 150㎞가 넘기 때문에 훈련효과는 만점이다. 번트를 위주로 한 짜임새있는 야구는 감독 입장에서 효율성이 높지만 '호쾌한 장타와 예측불허의 변수가 줄어들어 야구보는 재미를 반감시킨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