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빠졌어요.”
전화를 받고 외출허락을 받고 나가려고 하는데 전기가 정전이다. 전부 정전이 아니고 조명전기와 구내전산망 서버실, 키폰까지 전기가 나오지 않아 비상사태가 벌어졌다. 차 빠진 것은 개인사정이고 직장의 일부터 해결해야지. 거래하는 전업사에 이야기하니 당장은 오지 못하겠단다. 전부 정전이 아니라면 삼상전기(380V) 중 한 가닥의 선이 정전일 가능성이 있으니 분전함의 누전차단기를 시험해서 동작이 되지 않으면 한전에 연락을 하란다. 정말로 분전반의 누전차단기가 작동을 하지 않아 긴급전화 123을 눌렀다.
고장신고를 한 지
5분만에 전기가 들어온다. 수리요원이 근처에 있었던 가 보다.
20여분을 지체하고서야 차가 빠진 곳으로 달려갔다. 상태를 보니 밭 진입로에서 아내가 운전미숙으로 1톤트럭을 음푹 파인 곳에 오른쪽 바퀴가 빠져 전진을 못하고 있었다.
멀리서 일하고 있는 아내와 장모님을 불러 뒤에 태운 후 시동을 걸어 전진하니 간단히 해결된다. 문제는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어렵지 않게 해결되어 다행이었다.
“어머니, 아직 안 가셨네요.”
밭농사 이천 평이라고 벌여놓고 파종 때부터 바빠서 어쩔 줄 모르더니 거둘 때까지 처가신세를 진다. 할 일은 많고 해는 짧아 콩수확일 좀 도와달라고 지난 목요일 장모님께 에스오세스를 보냈었다. 바쁜 일을 잠시 접어놓으시고 일요일 오후에 일을 함께 해 주셨다. 하룻밤을 계시고 당신의 일이 급해서 가야 한다시기에 그러려니 했었다. 출근한 다음에 아내가 콩모은 것을 탈곡기 있는 집에 실어다 놓고 밭에 다시 오다가 차를 빠뜨렸던 모양이다.
“고맙습니다. 어머님!
직장에 다시 들어갔다 퇴근후에 오겠습니다.”
아내에게는 1톤차량을 운전할 때에는 소형차처럼 운전하지 말고 무조건 크게 돌아서 진입로에서는 직진해야 한다고 훈계를 하고는 직장으로 향했다. 아무리 작은 면적이라도 가을추수 시기에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상당히 어려운 것이 농사일이라는 생각이 사무친다.
다섯 시가 되기 무섭게
퇴근을 하니 벌써 두 번째 짐을 싣고 아내와 장모님이 집에 와 있었다. 짐을 부리고 오니 밤 8시, 다시 밭 두군데를 돌며 콩대를 모아오니 10시, 저녁밥을 대략 먹고 세 번째 운행을 갔다오니 새벽 1시 30분이다. 나야 남자라 16시간의 강행군이 그리 힘들지 않지만 일을 함께 한 아내와 장모님의 정신력이 남다르다.
아침 9시부터
자정이 넘는 시간까지 16시간이나 강행군을 해 준 여성들의 파워가 대단하다. 70을 거의 바라보시는 장모님의 기력도 대단하지만, 농사일이라면 진저리를 치는 아내도 닥친 일이라고 생각해서인지 참을성이 보통이 아니다. 농부의 아내가 되어가는 전단계일까? 이따금씩 다락골사랑 블로그를 드나들면서 가족의 도움을 받아 옥수수, 고추, 들깨농사를 짓는 것을 보고 한없이 부러워했었다. 혼자서 여름 뙤약볕 아래서 땀을 흘리며 돌아오면 돈도 안되는 농사일에 왜 그리 생사를 거느냐며 차갑게 몰아부칠 때는 어깨에 힘이 빠져 의욕이 줄어들었었다. 결국 며칠전에 가현동 밭 천팔백평을 반납하겠다고 밭주인에게 전했었다.
오늘에서야
강력한 아내와 장모님의 파워를 보았다. 한없이 연약하게만 보아 왔는데 직장일과 농사일에 찌들어 사는 남친의 모습을 보다못해 팔 걷어 부치고 하룻동안에 다 해결해 주었다. 마누라 만세, 만만세
그래서 현대를 여성시대라 했던가!
그런데 누군가가 거저 빌려주겠다고 해서 또 이천평을 빌렸으니 농사도 일종의 중독이 되는가 보다.
“어쿠 내가 몬산다. 몬살아.”
아내의 탄식이 멀리서 들려오는 듯 하다.
첫댓글 나름대로 잘하시겠지만 내년 농사계획은 우리집에와서 하심이 좋을듯 합니다 콩농사는 10000평 이상하면 모르지만 돈되는 농사가 아입니다 직장에 다니면서 농사 지을려면 손이 덜가고 농약과 관계없는것을 하심이 좋을듯 합니다
항상 관심가져주심을 감사드립니다. 일간 찾아뵙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정감어린 글 잘 봤습니다.
어쿠 내가 몬산다 몬살아.. ㅎㅎㅎ,내년에는 대풍되어서 옆지기가 이천평 더 빌리세요 라고 말하게 하세요..
반드시 그렇게 해야겠어요. 그러자면 내년 농사 계획 잘 세워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