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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는 구조적으로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고, 해야 할 일의 양은 산더미 같으며, 정보의 양은 흘러넘치고 있다. 그래서 오늘을 사는 사람들은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기가 어렵고 멀티 태스킹(multi-tasking)에 익숙해야만 한다.
그러다 보니 뇌가 과부하 상태가 되어 주의력 결핍 증세나 강박증 등의 부정적인 심리 현상이 생겼다. 이런 현상은 현대인들의 정신건강이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멀티태스킹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정신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까? 명상은 여기서도 효과적인 도구가 된다. 먼저 노자(老子)의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하라”는 지혜를 좀 배울 필요가 있다.
명상에서는 어떤 것에 집착하지 말고 마음챙김 하여 그저 바라만 보는 훈련을 하는데, 이런 수련은 주의력 결핍이나 강박증 극복에도 매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노자는 모든 일에서 작위(作爲)를 피하고 무위자연(無爲自然)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것은 명상수련에서는 매우 중요한 태도이다. 우리는 명상할 때 무언가 기대하는 것이 있다. 마음의 평화를 얻고 싶다든지, 깨달음을 얻고 싶다든지, 두통을 없애고 싶다든지, 어떤 초자연적인 능력을 얻고 싶다든지 하는 기대가 있을 수 있다.
명상을 할 때 이런 기대를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문제는 '왜 마음의 평화는 오지 않고 마음은 계속 불안한 거야?', '두통을 없애고 싶은데 계속 머리가 아프네' '이번에는 깨달음을 꼭 얻어야 해!' 등등의 생각을 하면서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명상을 하면서 무언가 꼭 이루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 강박증에 빠지기 쉽다. 강박증에 빠지면 마음의 평화는 오지 않는다.
명상에서는 어떤 것도 무리하게 애쓰지 말고 그냥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바라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마음의 평화를 얻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마음의 평화를 얻으려고 너무 애쓰지 말고 그 마음만 그냥 바라본다. 깨달음을 얻고 싶은 욕망도, 신체의 통증을 없애고 싶은 바램도 너무 애쓰지 말고 그저 바라만 본다.
◇ 피곤할 때 단 1분이라도 눈을 감고 호흡을 천천히 하며 마음을 쉬는 방법을 터득했다면 당신은 멀티태스킹의 피로를 극복하는 '마음의 체력'을 가지게 된다.
명상에서는 주의를 집중하여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인내심을 가지고 주의를 집중하여 바라볼 때 비로소 마음의 평화도 얻고, 깨달음도 얻고, 절정경험도 하게 되고, 치유도 경험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명상 중에 고요히 바라보는 것을 수련하지 않고, 내가 무언가를 성취해야만 한다는 강박증을 가지고 명상을 한다면 자신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에게도 평화를 줄 수 없다.
명상에서는 성취를 위하여 지나치게 애쓰지 말고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하는 것을 훈련한다. 무엇이 일어나든 그것에 주의를 집중하여 바라보는 것이다.
우울증이 있으면 우울한 기분을, 불안이 있으면 불안을, 통증이 있으면 통증을 그냥 바라본다. 그것들을 억지로 없애려고 하지 말고〔作爲〕, 입가에는 살짝 미소를 띠고 현재에 그대로 머물면서 바라만 보는 것이다.
이렇게 물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바라보면, 마음의 고요를 이루고, 마음의 고요가 내면의 지혜와 안정을 가져와 우울도, 불안도, 심지어는 가벼운 통증이라면 통증까지도 치유되는 것이다.
주의를 집중하여 고요하게 바라보는 것은, 멀티태스킹으로 인하여 생기는 강박증이나 주의력 결핍 증세를 극복하는 데에도 유용하다. 문제는 바쁜 중에도 잠깐 잠깐 시간을 내어 뇌의 과부하로 탈진한(burn-out) 자신의 정신을 그저 고요히 바라보는 여유이다.
코뿔소처럼 그냥 앞으로 앞으로만 내달리며 쉬지 않으면, 마침내는 탈진하여 쓰러지고 만다. 바쁜 와중에 잠깐 멈추고 호흡이라든지 어떤 것에 집중하여 바라보며 쉼을 얻으면 새로운 힘과 창의성이 생긴다.
어떤 여성 변호사가 신문에 이런 글을 쓴 것을 읽은 적이 있다. 그녀는 너무 복잡하고 과중한 업무로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이러다 자신이 미쳐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한다. 그런데 그녀가 이런 스트레스를 견디는 방법을 찾아냈는데, 그것은 바로 출근하면서 차 안에서 잠깐 동안 행하는 멍때리기라는 것이었다.
멍때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마음챙김 하여 바라보면, 멀티태스킹으로 인하여 생기는 강박증이나 주의력 결핍 증세를 훨씬 더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
라스무스 호가드(Rasmus Hougaard)는 이런 효과를 임상적으로 경험하여 <1초의 여유가 멀티스태킹 8시간을 이긴다>라는 책을 쓴 바가 있다.
글 | 윤종모 주교
대한성공회 관구장과 부산교구장을 지냈다. 신학생 때부터 명상에 관심이 많았다. 20여 년 전 캐나다의 한 성공회 수녀원에 머물며 명상의 참맛을 느끼고 지금까지 치유 명상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명상 초심자와 수련자를 위한 책 '치유명상 5단계'(동연)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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