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동창기행
臥治之里(와치지리)/홍천에서 동창 주호를 만나다(5)
그러자 어느 입에서 튀어나온 화두인지 모르나(아마 원선이 였을 것임) 요즘 젊은 애들의 삐뚤어진 도덕관이 도마 위에 오른다.
" 야, 말 말어 ㅇㅇ가 요 언젠가 억장이 뒤집어 질뻔 했다는 거 아니냐. 글쎄 거기 ㅇㅇ엘 갔다 오는데 젊은 애들이 라이터 불을 빌리재, 그래 '담배를 못 배워 라이터가 없다' 하고 지나치는데 뒷통수 꼭지다 대고 "그 나이 돼 갖고 담배도 못 배우고 뭘 했어?...." 하더라나? 하 기가 차서 뒤 돌아서려다가 섬뜩한 생각이 들어 그냥 못 들은 체 하고 지나쳐 왔다는데, 세상이 이래~" 하며 원선이가 동네 사정 잘 알아 한마디 한다,
"아니 여기 홍천도 그러냐? 이 촌에 학교가 몇이고 주민이 몇 명인데, 알만하면 다 아는 사람이고 웬만하면 뉘 집 자식에 어느 학교 몇기 생인지 훤 할 텐데, 여기도 실정이 그러냐?" 하고 내가 의아해 묻자.
"야, 너 여기 그냥 촌구석으로 알지 마, 여기도 도시 못지않어 야, 요즘 여기 애들도 지들 좋으면 눈치 안 보고 길거리서도 부둥켜안고 지랄한단다, 괜히 그런 불량애들 참견 했다간 칼침 맞아, 그냥 모른 척 하고 지내는 게 상수야." 하고 누군가 격앙 받아 정답인양 받는다.허, 정말 사회가 바닥이구나, 여기 뻔한 홍천 읍내도 이 모양이라니,
이야기가 부도덕한 사회 현상으로 옮겨지니 부부지간에도 의심받아 유전자 검사가 흔히 발생한다는 이야기로 발전, 드라마의 단골 소재만이 아니라는 걸 실감케 하는 대화가 오간다.
그러더니 좀 유식한 도익이가 최근의 뉴스를 전한다.
"아니 그게 불륜 때문인지 돌연변이인지는 몰라도 미국에서 쌍둥이가 유전자가 달리 나왔다는 거야"
"뭐? 쌍둥이가 각각 씨가 다르다는 말 아니냐?"하고 누가 묻자.
"그런 뜻이겠지, 개(犬)가 그런 현상이 있잖냐. 여러 마리 낳는 개에게서 다른 씨가 나오잖니, 그런데 사람이 그렇다면 심각한 거 아니냐?"하길래
"아니,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 하고 내가 줄곧 의아해 묻자,"어쩜 스와핑 같은 짓을 했지 모르지, 그러면 가능한 일 아니겠어?" 하고 말 꺼낸 도익이가 추측성 결론까지 낸다.
" 그래서 말세라 하는 거 아니냐?" 하고 용선이가 최종 마크한다.
시나브로 젊은이들의 도덕적 일탈감은 부부간의 자존감이나 자중심으로 이어지고 요즘 부부지간에도 적지 아니 유전자 검사가 행해진다고 하는 화제로 이어진다.
이게 다 드라마 덕인지 사실이 그러해서 그런지, 어쨋건 그렇게 유전자 검사해서 부부간의 불륜이 많이 드러난다고 하는데, 그래서 누군가,"이럴 경우 자녀들이 에미 애비가 각각 달라지게 마련인데 애들은 그렇다 치고 부부는 어떻게 되는거야? 이혼해야 하나?"하고 누군가 아주 흥미거리화(化) 해서 묻는다.
이혼을 해야한다 안하고 사는 게 유망하다 별별 결론이 다 난다.
문제는 유전자 검사를 했기에 그런 결과가 나는 거지 안 한다면야 그런 불상사가 날까?
그래서 내가
"야,야, 그저 '발가락만 닮아도 사는거지 무슨 유전자검사냐, 안 그래?"하자 모두 까르르 웃더니만
"그거 누가 썼더라" 하고 짐짓 내가 묻자, 이왈저왈들 하더니 주호가 '감자, 김동인이지 아마' 하고 맞춘다.
이어지는 부모들의 세태 변화 화제는 자녀교육에서 비껴가지 못한다.
부모의 자녀에 대한 교육 문제는 관리감독 부족으로 이어지고 일개 자랑스런 국방의 의무를 진 군인으로 영내 생활도 제대로 적응 못하는 나약한 존재임을 부각하기는 여기가 군부대 병영이 주위에 수도 없이 많은 지역임을 실감케 한다.
부대 들어가 사병들에게 자주 교양 강연을 하는 도익이가 또 한 건 한다.
"어느 정도인 줄 알어?" 어느 부대에선가 부대장이 하소연한 고충을 대변한다.
"야, 내가 어느날 ㅇㅇ 부대를 강연하러 들어갔는데(홍천은 전방지역에 속하여 군부대가 곳곳에 널려있다) 한 쪽에 "애인 관리소"라고 쓴 데가 있는거야,
그래서 부대장 보고, 저게 뭐 하는데냐 하니까 부대장이 심각한 얼굴로 정색하고는 '이건 참으로 중요한 문제입니다. 우리가 심각하게 관심 갖는 부분인데요, 요즘 군인 애들이 대개 사고치는 게 밖에 있는 애인 때문입니다.
그래서 밖에 있는 애인하구 실컷 대화하라구 아예 여기 공간을 마련해 준거지요. 안 그러면 애들 사고치는거 관리 못 해요` 하는거야.
기가 막혀서, 그 정도만이 아니야. 언제가 선임 하사가 하소연하는데 애들이 양말을 못 빤대. 부대서 군복 내복까지는 다 세탁을 해 주는데 양말은 지가 직접 빨게 한다는구나.
근데 얼마나 이 새끼들이 왕자병에 걸린 애들인지 선임 하사 보구 양말 들어 보이며 '이거 어떻게 빨아요?'하고 묻더래. 그래서 한 대 줴 박아 줄래다가 요즘 부대서두 상사가 머리만 쓰다듬어두, 욕 한 마디만 해두 대번 신고하는 판이라 암 말두 못하구 대강 갈쳐 줬더니 이번엔 휴대폰을 빌려 달라는거라, 그래 빌려줬더니 지 엄만한테 전화해 갖구 '엄마! 이거 어떻게 빨어?' 하더라는거야.
기가 막히지. 그런 놈들이 입대해서 나라를 지킨다고 총을 잡고 있으니 이북 놈들이 이 꼴보고 뭐라 하겠어?"
자식을 두고도 어쩌지 못하는 부모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모다 부모책임이라고 강변하며 말을 마치자 주로 부대(11사단 맹호부대) 주변에서 평생을 산 원선이가 또 입을 연다.
"내가 몇이서 전방엘 작업하러 들어갔는데 신병들 몇이 우리를 종일 따라 붙더군.
우리가 월북 할까봐 감시하는거지. 내가 볼 때는 걔들이 더 걱정인데.
근데 한 애가 영 싸가지도 없고 군인으로써의 의식 자체가 돼 먹지 않은거야. 그래서 내가 젊은 사람이 생각이 그래서 어떻할라 그러냐구 하면서 전쟁이라두 나면 그런 정신 가지구 되겠냐구 했지.
그랬더니 뭐라 그러는줄 알어? 자기는 전쟁나면 지 괴롭힌 고참병들 다 쏴 죽이구 엄마한테 갈꺼래,"
맹호부대에서 정신교육 강연을 자주하는 소설가 도익이가 군부대 실정과 사정을 잘 알아
"요즘 부대안에 보통 관심병(關心兵)이 일곱 여덟은 된다더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