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스8
Ocean's 8
지금이야 슈퍼히어로 영화들 덕분에 특급 배우들이 떼로 등장하는 멀티 캐스팅 영화들이 흔하지만, '오션스 일레븐'(2001)의 첫등장 때만해도 놀라웠다. (물론 '랫 팩'이라 불리던 당시 할리우드 스타들을 대거 등장시킨 1960년 버젼의 '오션스 일레븐'이 원조이긴 하다). 혼자서도 영화를 끌고 갈 수 있을만한 타이틀롤급 배우들이 여럿 등장해 펼치는 이 유쾌하면서도 통쾌한 한바탕 범죄소동극은 흥행에 힘입어 총 3부작으로 마무리되었다. 출연 배우 중 한 명인 '버니 맥'의 사망으로 명맥이 끊겼던 것으로 생각된 이 시리즈가, 10년도 더 지나 '스핀오프'로 돌아왔다. 그것도 할리우드에서 날고 긴다는 여배우들을 죄다 긁어모아서 원조 부럽지 않은 화려한 한탕 쇼를 제대로 벌인다.
치밀한 범죄 계획이나 짜릿한 반전도 좋지만, 오션스 시리즈의 미덕은 배우들 그 자체에 있었다. 톱스타들이 둘러 앉아 농담을 주고받는 이 비싼 그림이 쿨하고 세련된 연출이 더해져 매력적인 오락작품으로 탄생했다. '오션스 8'은 이런 오션스 시리즈의 재미를 놓치지 않는다. 굳이 멤버들 사이에 갈등이나 뜻밖의 시련을 부여할 생각도 없어 보인다. 탄탄한 범죄극을 기대한 사람들이라면 너무 착착 맞아 떨어지는 이들의 계획이 단점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특히 '데우스 엑스 리한나'도 아니고, 만능 해커 한 명이 해내는 몫도 꽤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오션스 시리즈의 명랑한 분위기를 사랑한 관객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즐겁고 흥겨운 재미를 충분히 제공한다. 할리우드의 날고 기는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이기까지, 그리고 이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는가를 알차게 담아낸다. '산드라 블록'의 여유넘치는 매력과 작정하고 나온듯한 '케이트 블란쳇'의 뿜어져나오는 멋짐도 좋지만, 평소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절묘하게 활용한 '앤 해서웨이'야말로 이 영화의 히든카드다.(참고로 앤 헤서웨이는 미국에서 재수 없는 여배우 리스트에 늘 오르내릴 만큼 안티가 많다고 하는데 좀 의아하다). 이처럼 무엇보다 '오락성'이야말로 '오션스 8'의 가장 중요한 점이고, '오션스 8'은 이를 놓치지 않는다. '케이트 블란쳇'의 말처럼 정작 영화는 PC적인 요소들을 전면으로 내세우진 않지만, '오션스 8'은 유명 시리즈를 여성 배우들로 전면 대체했다는 점으로 꽤나 주목을 받았었다. 그런데 오락영화에서 재미가 빠지면 의미가 무슨 소용인가? 오락 영화에서 관객들에게 이해를 강요하는 것만큼 미련한 짓이 따로 없는데, '오션스 8'은 이런 실수를 범하지 않는다. 여자여서가 아니다, 영화가 재밌다. 자신들의 야망을 에필로그까지 꼭꼭 숨겨둔 이 패거리의 멋진 행보를 한 번으로 족하기에는 아쉬운데, '오션스 9'으로 추후 돌아오기를 바래본다.(상영시간: 110분)

첫댓글
빨리보고싶네요
올라오는 그날을 기다리며-.
저도 저번주에 보고왔는데 마지막이 조금 아쉽더군요 여운이 남는듯한 후속작이 나오겠죠?
평은 그렇게 좋은 평은 아니던데.. 궁금하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