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 신천지•통일교의 정교유착 혐의 수사 결과를 보며 국가기관의 사이비종교 정치 개입 입증은 성과 합수본, 불법 정치자금 의혹 관련 정치인 기소 ‘0’ 전문가들, “정치권이 스스로 방어막 치는 구조 반복되면 한계” 정치권 관련 혐의 확인되면 중립적 수사 주체로 넘기는 방안 검토 필요성도
윤석열정부 당시 ‘정교유착’ 의혹 관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지난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교회가 이단으로 규정한 신천지와 통일교에 대한 검·경 합동수사본부(합수본)의 수사가 막을 내렸다. 신천지와 통일교 관계자 32명이 재판에 넘겨졌고,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과 한학자 통일교 총재 등 각 종교단체의 핵심 인사들도 기소 대상에 포함됐다. 신천지의 집단 당원 가입과 통일교의 불법 정치자금 제공 등 그동안 제기됐던 의혹의 일부가 사법절차를 통해 확인됐다는 점은 분명한 성과다.
그러나 수사가 끝난 뒤 ‘정교유착 문제에 있어 정(政)과 교(敎) 양쪽을 모두 들여다봤는가’라는 질문이 남겨졌다. 이번 수사로 기소된 정치인이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합수본 출범의 계기가 됐던 전재수 부산시장의 금품수수 의혹은 규명되지 않았고, 함께 의혹을 받았던 임종성 김규환 전 의원도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전 시장의 국회의원 시절 전직 보좌진 4명은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됐지만 정작 핵심 인물들은 재판 대상에서 빠졌다. 통일교가 정치인 132명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에서도 합수본은 해당 정치인들이 ‘후원금의 목적 등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판단해 기소하지 않았다.
이단 전문가들이 이번 수사 결과를 두고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유다. 바른미디어 대표 조믿음 목사는 2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이번 수사의 의미를 인정하면서도 “사이비·이단 종교 내부의 비리만 수사하고 정치권과의 결탁과 유착에서는 한쪽만 잘라낸 것 아니냐는 비판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가기관이 사이비 종교의 정치 개입을 사법적으로 입증했다는 데 의미가 있지만, 정작 정교유착의 한 축인 정치권에 대한 규명이 충분했는지는 의문이라는 취지다.
임웅기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 광주이단상담소장은 근본적인 부분을 지적했다. 그는 정치인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정치권이 스스로 방어막을 치는 구조가 반복된다면 수사기관만으로는 법적 처벌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봤다. 수사 과정에서 정치권과 관련된 혐의가 확인될 경우 정치적 영향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별도의 수사 주체로 넘기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물론 정치인이 기소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수사가 부실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형사사법의 원칙상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면 기소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기에 더욱 필요한 것은 ‘정치인을 왜 기소하지 않았느냐’는 정치적 결론이 아니라 왜 기소할 수 없었는지, 어떤 증거가 부족했는지, 수사가 어디까지 이뤄졌는지를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는 일이다. 정교유착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수사라면 정치권의 개입 여부를 어떤 기준과 방법으로 검증했는지도 공개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정당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 지난 6월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교유착은 한쪽의 일방적인 접근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물론 종교단체가 정치권에 접근했다고 해서 반대로 정치인이 종교단체와 접촉했다는 사실만으로 범죄가 성립하는 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돈과 조직, 사람과 의사결정이 실제로 어떻게 연결됐는지를 추적하는 일이다.
이단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에서 사이비·이단 종교의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유의 조직 구조상 정치권과의 결탁 문제 같은 중요한 사안일수록 교주의 ‘승인’이 절대적이라는 주장이다. 실무자가 독단적으로 결정해 처리하기란 어렵다는 취지다. 또 사이비·이단 종교의 조직 구조와 의사결정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일반적인 조직의 잣대만 적용한다면 실질적인 책임자를 놓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합수본의 이번 수사 결과로 기존 정당법의 한계도 드러났다. 임 소장은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대규모 당원 가입이나 정치자금 제공 과정에서 정치인과 종교단체 양측의 책임을 보다 명확히 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 목사 역시 후원자의 소속이나 단체와의 관계 등을 보다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봤다.
종교의 자유는 법 위에 있지 않다. 정치참여의 자유 역시 범죄를 저지를 자유를 의미하지 않는다. 종교단체가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과 조직적으로 당원을 모집하거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번 합수본 수사가 남긴 가장 중요한 교훈도 여기에 있다. 사이비·이단 종교의 정치 개입을 엄정하게 수사하는 것과 동시에 정치권 역시 같은 잣대 앞에 서야 한다는 점이다.
정교유착이라는 단어에서 ‘교’만 떼어내 처벌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정교유착을 끊어내려면 정과 교 모두가 법 앞에서 같은 책임을 져야 한다. 이는 이번 수사가 우리 사회에 남긴 가장 무거운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