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7월 5일, 출발지가 각각인 여덟 대의 승용차에 분승해서 춘천으로 달려가는 성전회원들의 기분은 날아갈 듯 가벼웠다
장마철이라 비올 것이라는 일기예보와 다르게 날씨가 청명하여 하늘은 푸르고 녹음이 우거져 경춘가도의 경치는 세상 것이 아닌 양 아름다웠다
군 작전을 방불하게 선발대/본대가 시차를 두고 이동하는데 현황을
파악하고 각대에 알리느라 이준호회장과 윤영상총무의 전화에는 불이 났다
그간 성전회모임 소식은 자세하게 성전회원이 아닌 37동창들에게도
전해졌는데 그들 중 일부의 의견이 너희들 천주교신앙인끼리만 하는
것보다 종파를 초월하여 게스트를 행사 때마다 몇 분씩 초청, 시간을
함께 보내보는 개방적인 친교의 자세가 더 좋지 않으냐는 우정어린
충고를 해왔었다
이에 대해 금반 회장단에서 이를 긍정적으로 수용하여 우선 37회 회장단을 초청, 성전회 회원들과 김진규농가별장에서 하계모임을 함께
갖게 된 것.
참가자는 김진규부부, 남태균부부(대구), 박재성부부, 송길준부부, 신은식부부, 윤영상부부, 이상기부부, 이원익부부, 이준호부부, 이철호부부, 이호영부부, 임정빈부부, 장풍길부부, 오수영, 이익원, 조남진,
한현일(37회장), 김시영(37총무), 송춘호, 와 두 분 수사 총계 34 명이었다
행사는 종교적인 냄새가 나는 딱딱한 내용은 없었고 표나는 지휘자도
없었다 농담과 익살맞은 이야기들이 이방, 저방, 부엌, 마당, 채소밭
등에서 자연스레 산발적으로 이루어져, 바둑 두는 사람, 고스톱하는
사람, 술 마시는 사람, 고담준론을 펴는 사람, 낮잠 자는 사람, 산책하는 사람, 여학생들 일 거드는 사람 등, 정말로 자연스럽고 자유롭게 꾸미지 않은 자연과 사람들의 품속에서 하루를 즐겼다
이날의 행사를 위해 김진규부부는 개 2 마리를 사육장에 부탁하여 11개월간 사육, 이 날 개판을 벌렸는데 왕왕탐식계에서 경륜 있는 회원들은 이구동성으로 고기 맛이 최고였다고 칭찬이 자자했다
그런데 문제는 부인들이 남편들 몸에 좋다는 보양식을 먹여주었는데
귀가해서 무엇을 기대할까봐 한걱정들이었다 <이 더위에 보양식 한번
시켜주고 무얼 기대해 ?> <나는 개고기는 별로 안 먹고 계(鷄)고기만
먹었다고 할 테야> <나는 채소만 먹었다고 ....> 해골 굴리는 친구들이
많았다 (나도 ....)
이 날 주최측에서는 김진규부부를 통해 <예수의 작은 형제들> 이라는
수도회의 수사 두 분도 초청하여 이 날 참가자들과 친교를 나누게 했는데 이들은 육체적인 노동을 통하여 겸손과 자기성화를 위해 평생을
바치기로 서약하고 이를 실천하며 사는 분들이다
이들은 수사들로서 수도복도 있으나 노동자 같이 평복으로 살며 수도자라는 것을 내세우지 아니하고 "희수"니 "병철"이니 하는 세속명으로
노동현장을 찾아 노동하며 그를 통해 남을 위해 봉사한다는 수도방법을 택하고 있다 김진규의 유명자여사는 이들을 희수형, 병철형 하고
부른다.
유명 자선단체에서 자기 이름을 들어내고 선행하고 존경받는 것이 아니라 예수께서 30세 까지 목수일 하며 낮게 사셨듯이 이들은 오른 손이 행한 착한 일을 왼 손이 모르게 하듯 자기를 들어내지 않고 낮은 자리에서 평생을 남을 받들며 사는 것이 "예수 님을 본받는 길" 이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그들을 예수의 작은 형제들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이들은 짧은 강의라도 해 달라는 주최측 요청에 자기들은 그럴만한 사람들이 아니라고 사양하며 묻는 말에는 그냥 술자리에서라도 성실하게 말하겠노라며 묻는 말에 특히 예수님의 사랑에 대해 말해주었다 그들은 틈틈이 참가자들을 위해 심부름도 자청하여 해 주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 설거지, 청소 등을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해주었다.
아무거나 걸치고 마당이나 마루에 아무렇게나 앉아 있지만 따뜻한
인간애와 범치 못할 무게를 느끼게 하는 한편 물 한잔 떠다 달라는 말도 쉽게 할 수 있는 친근감을 느끼게 했다
이들과의 교류를 통해 참가자들은 자기의 "영성생활에 대하여, 또 봉사의 자세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볼 좋은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 날, 이들 수사들과 토론으로 밤을 새우는 영성교류파가 있는가 하면, 고스톱파, 술잔 나누며 대화, 일찍 코골기, 등으로 자유롭게 자기취향대로 시간을 즐겼으며 여학생들은 남자들이 편히 쉬도록 불가마찜질방에 가서 안마도 받으면서 자기들끼리 역시 재미있게 노느라 잠들이나 잘 잤는지 모르겠다 생각해보니 이 다양한 모습 전부가 성전회요 우리 인생이다
취향은 다르지만 다른 점을 서로 존중하며 전체로 융합하여 조화를
이루는 모임 말이다
점심후 한 때 여학생들이 모두 증발해버렸다 이상기군이 모두 인근
카페로 데려가 데려가 팥빙수를 대접한 것, 실은 상기군의 부인이 이를 명하니 상기군이 절대복종한것. 이를 본 이원익군에게 이상기군
왈, 내가 언제나 이렇게 순종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나 ....
김진규의 농가별장 이라고 하니까 춘천호반의 멋있는 호화별장을 연상하고 온 분들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지극히 평범한 보통농가이며 앞마당 뒷마당에 뽕나무, 앵두나무, 옥수수, 상치, 가지, 토마토, 고추, 배추 등 온갖 푸성귀가 여름 땡볕에 자라고 있고 밤이면
모기 파리가 몰려와 모기장 안에서 잠을 자며 바비큐세트도 있고 수십 명의 취사가 가능하다
이들 김진규 유명자부부는 이를 친구들에게 개방하여 내방자에게 성의껏 접대하는 것을 또한 낙으로 삼고 있다 집에 안 쓰는 침구류나 베개, 모기장 등 있으신 분은 희사해 주면 다른 이용자들에게 유용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날 먹은 음식 중에 특이한 것은 참나물이라는 것인데 뒷마당에서
재배한 것이다 이를 삼지구엽초라고도 하는데 인삼 못지 않은 영약성분이 있단다 믿거나 말거나 라는 데도 모두들 계눈감추듯 먹어치웠다
이 날 한현일 37회장은 김시영 총무와 참석하고 37산우회에서는 송춘호군이, 대구의 남태균부부가 멀리 참석하여 모임을 뜻깊게 해 주었다
잠도 편히 못 자고, 돈도 뜯겨주면서 (히히히...누구였더라 ?) 하지만
참누렁이의 진수와 三枝九葉草의 영험함, 마음을 연 정깊은 대화를
즐기셨으니 본전생각은 잊으시구려
이날, 한현일 회장이 죽엽청주 3병, 이철호회원이 금일봉과 양주 2병,
남태균회원이 금일봉을 희사했는데 이번에는 특히 거절하지 않고 감사하게 받았는데 앞으로는 안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하겠다고 윤영상
총무가 금후 방침을 말했다
그늘에서 표나지 않게 열심히 뒷바라지 해준 이준호회장과 윤영상총무, 특히 여학생들과 함께 뒷바라지를 해준 오윤정 부회장에게 감사한다
귀로에 경춘가도를 질주하며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하느님이 창조하신 이 아름다운 세상과 자연을 통해 베풀어주시는 풍성한 수확을 감사하며 춘천에서의 즐거웠던 하루를 되씹어 보았다 - 이호영-
스크롤바를 쭉내려보십시오 사진이 여러장 있습니다
반갑게 맞아주는 앞마당의 꽃들
산책길에서 짤깍 ! 좌2번이 대구 남태균, 우3번이 37산우회 송춘호
참가자들 ... 앞줄 좌2가 한현일, 뒷줄 좌2가 김시영,
아직도 물이 오른 싱싱한 여학생들
저녁을 기다리며 집 앞마당에서 입맛돋구는 화제 한마당
야채를 따다가 .... 장풍길, 남태자(대구), 이호자, 윤영자
시원한 지하수로 탁족삼매경의 이호영, 남태균, 이상기
소주에 개판을 벌리는 사람들, 여름에 몸보신은 이게 최고지 .... 그런데 여학생들은 무엇을 기대하는지 알기나 하고 먹는거야 ?
아 ! 이 많은 입을 어떻게 먹인다 ? 유명자양의 ....
희수 수사(좌1)와 토론으로 밤새우는 영성파의 친구들
에이, 바둑 두는 사람 어디 갔나 ? 임신9개월의 두둑한 배짱의 신은식은 끄떡도 안한다. 뒤의 낮잠삼매경의 사나이는 한현일
인생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김시영과 희수 수사
병철수사와 대화에 몰두한 이익원, 무언가 심각하다
농가에는 제비집이 4-5개나 있는데 제비일가가 우리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행정학의 대가들, 이들은 원래가 37회의 호적수들이다 좌1번의 송춘호, 뒷통수님들이 한현일 회장과 김시영 총무인데 쌍코피터지게 피나
보지 않았나 모르겠다
이날 개 두 마리를 요리한 솥은 이렇게 큰 것이었다 이를 익숙하게 다루는 장풍자와 이를 돕는 이준호부부와 윤영상
"잠자리채 두개를 걸어놓은 곳이 남자용 재래식화장실인데 너희들 정조준해서 잘 쏘지 않으면 총을 분질러버릴꺼야 !!" 김진규군의 엄포에
설설 기며 용변을 봐야한다. 여자화장실은 실내의 수세식화장실을 주면서 우리들에게는 출입금지명을 내리고 .....
ㅅ설거지를 돕는 남학생들 특히 이상기군의 활약이 돋보였다 집에서도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진을 보니 그렇네 이준호 장풍길도 ....
첫댓글 재미있게 노시는 와중에도 제비일가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오셨군요. 사진재밌게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