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조상님 산소에 벌초를 간다.
올해도 예년과 별다를 것 없이 그때가 왔다.
전설님은 아침일찍 내가 일어나기도 전에 부스럭거리며 벌초 갈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노모는 벌을 타는 아들이 벌초를 간다니 벌에 약한 아들 걱정에 '킬라'라도 가지고 가지~하시며
말씀을 흐리셨다. 현관문을 열고 밖에 서서 "갔다올께"라며 빼꼼히 나를 바라보는 모습이 지금 이
순간 선하다. 몇일 전부터 가기 싫다고 했는데~~~그렇지만 가지않으면 안될일이라.
오전 클럽훈련에 참가할까 생각하다가 포기하고 다시 잠을 청해 깜빡 잠이 들었다.
잠을 깨우는 핸폰 울림이 있어 눈을 뜨니 큰조카 이름으로 전화가 왔다. 왠일로???
전화를 받았다. 전설님 목소리였다. 왜?라고 묻기도 전에 "내가 좀 다쳤어" 아득하게 멀리서
들리는 듯 그 음색이 생경스러웠다. 가라앉은 듯 쉰 목소리였다. "많이 다쳤어?" 물었는데 대답을
미루는 공간너머의 긴박한 상황이 그려졌다. " 좀 많이 다쳤어. 놀래지마." 이미 놀라움을 넘어 몸이
마구 떨려왔다. 성민이를 깨우고 어머니에게 상황을 알리고 큰조카가 몰고 나온 차를 타고 구리
한양대학병원으로 가는 길이 두려운 미지의 세계에 대한 공포와 갖은 망상으로 휩싸였다.인정하고
싶지 않으나 인정해야하는 상황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것.
환자는 응급조치를 하고 119구급차로 구리 한양대병원으로 이동 중이라고 했다.환자의 긴박함과 나의
긴박함이 마석 사거리 넓은 도로에 대책없이 널브러졌고 너무도 냉엄하고 무서웠다.
응급실
일요일이라 응급실은 만원이였다.
여기저기 위급한 환자들 사이에 작은조카의 모습이 보였고 응급실 침대에 쌩뚱맞게 누워있는 전설님을
발견했다. 다리에 칭칭감은 붕대의 두께로 보아 부상의 깊이를 가름할 수 있었다. 심장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만큼 붉은 피가 붕대위로 스며나와있고 이미 흘렷던 피는 또다른 붕대에 떡이져 내동댕이쳐져 있었다.
사시나무 떨리듯 떨리는 순간 인턴들이 오락가락 엑스레이를 찍는다는 둥 상처부위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는
둥....이러저러한 상황이 전개되었다. 결론은 상황이 긴박하고 현재 전문의가 없으니 24시 수술을하는 서울 병원
으로 안내를 받아 엠블란스를 타고 장안동 영동병원으로 향했다. 향하는 도중 철철 흐르는 피는 또다시 불안
감을 조성했다.티비에서나 보았던 엠블란스를 타고 가는 상황이 믿기지 않았으나 현실이였다.
장안동 영동병원
에스레이를 찍고 여러 상황파악을 한 뒤 세세히 설명을 덧붙이는 병원 직원의 말에 모두 동의를 했다.
당연히 동의해야 함을 굳이 서명으로 확인을 하는 절차를 거치고 수술실로 향했다. 휠체어에 몸을 실은
전설님의 뒷모습이 매마른 거목처럼 느껴졌다. 눈가를 훔치는 모습을 보며" 성민아빠, 울어?!"라는 말을
뒤로하고 식을 땀을 흘리며 수술실로 스르르 사라졌다. 속절없이 수술실 문은 닫히고.수술실과 보호자
사이는 불과 몇미터도 안될터인데 이중 유리문으로 분리되어 서로 고통의 시간을 견뎌내야했다.
수술실 안의 상황을 알 수 없어 걱정과 불안한 마음으로 서서 있을 수도 앉아 있을 수도 없었다.
잠시 후 젊은 의사가 수술실로 들어가며 "보호자시죠?, 환자의 상태가 동맥과 정맥,인대,근육이 심하게
손상되었는데 다행히 신경은 괜찮습니다. 뼈도 반쯤 기계가 스치고 지나갔고..." 모든 경우의 수를 얘기했다.
이게 실화냐?라는 물음만 가슴에서 일렁였다.
내몸에 있는 모든 촉수가 수술실 안으로 향해 있었다. 무사히 수술이 끝나길 소원하는 간절함이 수술실
유리문을 뚷을 듯 했다.그렇게 흐른 시간이 3시간 여~
3시간여가 흐른 뒤 의사가 나왔다. " 수술은 잘 했습니다.뼈의 부상이 있으니 골수염이 있을 수 있고,근육과
인대를 연결했는데 기계로 입은 부상의 특성상 잘 못 연결이 되었을 시 재수술 가능성도 있습니다. 손상입은
부위에 열상을 입어 나중에 피부 이식수술도 생각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경우 수술이 한번에 끝난다고 생각
하시면 안됩니다." 나에게 어마무시한 이런 형벌과도 같은 말을 하는 의사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침대에 누워 수술실 밖으로 나오는 전설님, 어찌 견뎌냈는지.
척추 아래로 마취를 해 금방 사람을 알아보았다.에레베이터를 타고 병실로 이동했다.
어색하고 전혀 전설님과 어울리지 않는 병실 침대에 눕혀지는 전설님.
이러저러한 말을 했으나 기억에 없다. 아마도 괜찮아~괜찮아를 몇번이고 반복했던 것 같다.
간호사가 들어와 이것저것 20여가지도 넘는 약과 주사의 성능과 효능에 대해 읽으며 싸인을 강요한다.
무엇하나 좋다는 것은 다 해야하는 보호자의 심리를 뚷고 있는 듯 기계처럼 읽는 음성이 거슬렸으나
싸인을 하고 , 안도의 숨을 몰아쉬고, 주의사항을 들었다. 척추 마취로 밤 9시까지 상체를 들면 안된다고
했다. 이제부터 전설님과 나는 환자와 보호자로 4인 병실에 뎅그만히 남아 앞일을 걱정해야했다.
쌍둥이가 왔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소리없이 울더란 말을 옆 보호자에게 들었다.
뭉클했다.
하루 이틀 병원생활에 적응이 되어갔다.
산소치료,레이저치료,엑스레이 촬영,상처소독,무통주사,항생제 투여,인태반액,혈전용해제...
치렁치렁 매달린 링거줄은 생명줄 처럼절대적인 믿음을 주었다. 일주일이 지나자 링거통이 조금씩 줄어들었으나
출혈로 인한 빈혈이 심해 빈혈치료 링거를 4일 동안 투여했다. 혼자서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차츰 찾아와 나는
생업을 위해 떨림으로 가득했던 마석 사거리를 지나 집으로 향했다 알리님 차편으로.
혼자 일을 하려고하니 이것저것 전설님의 빈자리가 너무도 크다. 한사람의 자리가 이렇게 크다니...평소에 술 먹는다고
구박했던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 구박 못해 심심하기도 하고.
입원 3주차 수요일
상처 부위의 열상으로 인해 하반신 마취를 하고 피부성형 수술을 했다고 전화가 왔다. 일찍 한 모양이다.
죽어가는 목소리를 들으니 또 마음이 우울해졌다. 허둥지둥 병원으로 향하는 마음이 납덩이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깊은 한숨이 나도 모르게 토해졌다. 마음은 급한데 친정동네인 중화동에서 차가 많이 막혀 병원에 늦게 도착했다.
일찍 도착한다고 해서 딱히 내가 할일은 없지만 그래도 의지는 되겠지...
마취에서 깨어나는 시간이 오후 3시30분인데 2시쯤 병원을 나서야했다 혼자 있어야하는 쓸쓸함과 안쓰러움을 남기고.
30일 퇴원
목요일 밤에 토요일 퇴원할 수 있다고 카톡이 왔다. 분명 날개달린 카톡이였다.
팽팽했던 그동안의 시간이 어디론가 다 사라져버리고 빵~터지는 희망찬 날들이 빵빵하게 다가오는 듯 엔돌핀이
마구마구 쏟아져 내렸다. 마치 마라톤 완주 후 맛 볼 수 있는 그느낌이라고 해야할까?!
토요일 일찍 서둘러 퇴원수속을 마친 뒤 병원을 나섰다. 긴 터널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느낌이였다.
군대제대하는 기분이 든다며 들떠있었다.
퇴원첫날 디데이에서 열심히 일한다며 의욕이 충만했는데 아직은 시기상조인 듯~~~
족히 한달은 움직임을 삼가해야 빨리 회복할 수 있는 지름길이란 생각이 든다.
천클 식구들의 관심과 응원에 힘입어 무사히 퇴원했음을 알리며 깊이깊이 감사드립니다.
찾아오시고 몇번씩 전화 해 주시고 ...넘치는 사랑에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이상 무사이 올림.
천클~천클~힘!!!
첫댓글 두분 모두 수고 많았습니다. 치료 잘 하고 퇴원했으니
이제 정상적으로 활동할수 있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서두르지 않고 기다리면 조만간 예전처럼 힘차게 걷고 달릴 수
있을 것입니다. 호흡소리를 거칠게 내며 멋지게 달리는 전설님의
힘찬 역주를 고대합니다. 전설님~~무사이님 힘
고생 많으셨습니다.
전설님 무사이님과 가족분 모두~. 3년 갔았던 3주를 잘 견뎌내신 것을 축하 드립니다.
이제 가을은 왔고 더 좋은 일이 있을 것입니다. 힘!!!
애 많이 쓰셨읍니다.
관리 잘하셔서 멋지게 달릴수있는날을 기대해봅니다.
지난 3주간 실로 엄청난 일을 겪으셨군요. 아무조록 재활 잘하셔서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무사이누님 전설형님 히임!~
글을 보니 숙연해 집니다. 그간 찾아뵙지못해 죄송합니다.
그리 많이 다치셨는데 꿋꿋이 고통을 이겨내고 퇴원하심을 축하드리고,
부상이 잘 아물도록 몸관리 잘하시고 멋지게 다시 같이 달릴수 있는날을 소망합니다.
수고 하셨습니다.힘내십시요~
얼마나 마음을 졸이셨을까요... 그만하길 천만다행입니다. 재활도 잘하셔서 훨훨 날아다니시는 날이 빨리오길 빕니다~~
흠...잘 재활하셔서 더강한 다리를 만드시길 바랍니다. 다시한번 서브3 하시고요.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치료도 중요하지만 재활이 더욱 중요합니다.
수술실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린다는건... 해본 사람 만이 알수있죠. 말로.그 참담하고 ,수술실 문보다,벽보다하면서 넋두리같은 기도..설명이 불가능합니다. 고생하셨읍니다. 전설님 빨리 완치하세요. 술 드시면 절대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