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님 공현 대축일 강론 >(1.5.일)
* 2025년 첫 주일인 오늘은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베들레헴 마굿간에서 아무도 모르게 태어난 아기 예수님이 세상에 공적으로 알려지십니다. 그 덕분에 유대인이 아닌 우리에게도 구원의 길이 열렸다는 사실에 감사드리며, 오늘 미사를 봉헌합시다!
1. 이 세상에서 땅 면적이 가장 넓은 나라는 러시아, 둘째는 캐나다, 셋째는 미국, 넷째는 중국입니다. 러시아의 땅은 캐나다와 미국 땅을 합친 것보다 조금 적습니다. 세계 18위이며 한반도의 7배가 넘는 나라는 몽골인데,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을 모두 합친 것과 비슷합니다. 정말 땅 크기가 어마어마하지만, 쓸만한 땅은 부족합니다.
저는 2010년 7월,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와 고비사막에서 손으로 잡을 만큼 아주 가까이 있는 별 체험, 낙타 체험, 몽골의 이동식 천막인 “게르” 체험을 해봤습니다. 제가 남들에 비해 체중이 많이 나가는 편이라, 낙타 탈 때 낙타에게 미안했습니다. 낙타 등에 타고 있을 때 낙타가 힘들어하는 것 같았고, 낙타에서 내릴 때 낙타가 저를 째려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낙타에게 큰 소리로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몽골인들은 유목인들이라 양을 많이 키우며 천막으로 이동하는데, 양의 먹이인 신선한 풀을 찾아 이곳저곳으로 옮겨야 해서, 천막 게르를 사용합니다. 게르 안에는 사람과 동물, 침대와 화장실이 함께 있어서 아주 특이한 냄새가 나는데, 게르 체험 중에 낙타젖을 먹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하지만 낙타젖을 가공해서 주는 것이 아니라, 금방 짜서 주기 때문에 아주 비릿하고, 비위 안 좋은 사람은 못 먹고 토하기도 합니다.
낙타젖을 짜서 머그컵에 따라준 몽골사람이 맛있게 먹나 안 먹나 쳐다보고 있는데, 얼굴 찡그리며 마실 수 있겠습니까? 우유 조금, 소금 조금, 계속 맛있는 표정을 지으며 겨우 다 마셨는데, 몽골사람이 좋아하며 “참 잘 마시네. 한 잔 더 줄까?”라고 하길래, 손을 가로저으며 괜찮다고 했습니다.
고비사막에 갈 때는 차 앞부분이 새 머리 같은 구형 트럭을 이용했는데, 밖에서 작대기를 꽂아 함께 시동을 걸었습니다. 지금도 그런 트럭이 돌아다닐 겁니다. 파워 핸들이 아니라서 온 힘을 다해 핸들을 돌려야 했고, 차 안의 유리를 올리고 내리려 해도 힘들었습니다.
몽골인의 시력이 아주 좋습니다. 시력이 가장 높은 사람이 한 쪽 눈이 6.0인데, 독수리 시력 5.0에 비하면 1.0이나 더 높습니다. 멀리 보는 생활에 익숙해져 좋아진 시력입니다.
또 몽골은 한류의 인기를 체험할 수 있는 나라인데, 몽골인들에게 한국어로 말해도 다 알아듣고, 한국의 모든 것을 좋아하고, 우리나라에서 수입해간 버스도 한글을 지우지 않고 그대로 사용할 만큼, “제2의 한국”과 같은 몽골에 있는 동안, 마음 뿌듯했습니다.
2.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 소속의 몽골 선교사인 이난영(클라라) 수녀님은 2005년 한국을 떠나, 몽골에서 20년을 보냈는데, 2023년 9월에 몽골 천주교 역사에 아주 큰 경사가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었는가 하면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방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몽골 땅이 우리나라에 비해 15배 이상 크지만, 천주교 신자의 숫자는 1,500명도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교황님이 획기적으로 몽골을 방문하신 겁니다.
2023년 9월 1일, 몽골 땅에 첫발을 디디신 교황님은 몽골대통령과 환영인사를 하신 후, 주교관으로 가셨습니다. 주교관 앞에는 교황님 환영 행사가 있었는데, 수녀님 학교의 음악교사와 어린이들이 전통악기를 연주하며 몽골 전통예식으로 교황님을 맞이했는데, 교황님이 아주 기뻐하시며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셨답니다.
9월 2일에는 선교사 74명을 만났답니다. 그들은 교황님 손에 친구(親口, 입맞춤)했고, 교황님의 안수와 묵주를 받았습니다. 교황님은 그들을 보시며 자랑스러워하셨습니다.
9월 3일 교황님 집전 미사가 있었는데, 몽골에 가시기 전에 탈장수술을 받으신 교황님이 몽골 방문 일정을 건강하게 마치셔서 정말 감사했답니다.
이렇게 아주 작은 몽골 천주교회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선교사들과 교황님의 방문 덕분에 몽골 가톨릭 상황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3. 오늘은 동방박사들이 별자리를 연구하다가, 구세주께서 탄생하셨음을 알고, 별의 인도를 따라 아기 예수님을 찾아가 경배한 사건을 기념하는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이 날은 “또 하나의 주님 성탄 대축일”로 불릴 만큼 중요한 축일입니다.
성탄 구유에 동방박사들이 보이는데, 그들의 이름은 발타살, 가스발, 멜키올이었습니다. 그들의 피부색이 서로 다른 이유는 그들이 황인종, 백인종, 흑인종의 대표라는 뜻입니다. 그들이 아기 예수님께 드린 선물은 황금, 유향, 몰약이었습니다.
황금은 “왕”을 뜻하며, 예수님은 세상 모든 사람을 섬길 종으로 오셨기 때문입니다. 유향은 “사제”를 뜻하는데, 예수님은 하느님과 인간을 중재하는 사제로 오셨기 때문이고, 몰약은 “시신에게 바르는 약”인데, 예수님은 인간의 죄를 대신 보속하기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겠지만, 부활하실 것을 암시하는 약입니다.
이렇게 구세주 아기 탄생 소식은 동방박사 3명 덕분에 온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구세주를 만나러 가는 길은 평탄치 않았습니다. 구세주가 어디서 태어나시는지 몰랐지만, 큰 별이 그들을 인도해주었습니다. 멀고 험난한 길을 걷고, 배고픔과 목마름, 맹수와 전갈의 위협도 이겨내야 했습니다. 그들로부터 구세주 탄생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란 헤로데 왕이 그들을 죽이려 했지만, 성령의 특별한 배려로 죽음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동방박사들과 전혀 다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도 험난한 인생 여정 속에서 구세주 예수님을 만나야 하고, 또 그분 안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일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 삶의 순간마다, 또한 우리 삶 전체를 통틀어 그분께 멋진 선물을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