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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마찬가지로 기업도 좌뇌적 요소가 발달한 기업이 있는가 하면, 우뇌적 요소가 발달한 기업이 있다. 어느 한 요소만의 발달은 경영의 불균형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성공적인 기업 경영을 위해서는 좌뇌·우뇌적 요소의 균형 발달을 통한 시너지 발휘가 필요하다.
한 사람의 성향과 특성을 결정하는데 있어 뇌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인간의 뇌는 크게 좌뇌(左腦)와 우뇌(右腦)로 구분할 수 있는데, 각기 다른 역할과 기능들을 맡고 있다. 좌·우뇌의 기능을 밝혀내 노벨상을 받은 Roger Sperry 박사는 “좌뇌가 이성과 합리적 분석을 통한 논리적 사고, 비판력 및 계획하는 능력을 담당하는 반면, 우뇌는 감성과 상상력 및 창의력에 관여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다른 역할을 하는 두 뇌 중 상대적으로 어느 뇌가 발달하느냐에 따라 사람의 특성 또한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내가 사고하는 데는 이해력(좌뇌)보다 상상력(우뇌)이 더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아인슈타인은 어린 시절 좌뇌와 관계된 과목의 성적은 부진했던 반면, 바이올린, 미술, 체스 등 우뇌와 관련된 활동에서는 매우 뛰어난 실력을 보였다고 한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기업도 좌뇌 또는 우뇌가 발달한 사람이 보이는 특성(성향)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 이는 외부에 비춰진 기업 이미지나 문화 등을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좌뇌형 기업의 특징
좌뇌형 기업은 일 중심적이고 성과를 중시하는 특성을 보인다. 이들은 논리와 합리성에 바탕을 둔 치밀한 조직 관리를 통해 성과를 관리하고 직원들을 통제하는 기업 문화를 갖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성과 중심적인 경영을 실천하려 하지만 체계적인 시스템이나 프로세스가 뒷받침되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측면에서 GE는 대표적인 좌뇌형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GE는 ‘경영 계획(Planning)-실행(Doing)-평가(Evaluating)’에 이르는 체계적인 조직 관리 프로세스를 통해 강력한 성과주의 문화를 정착시키고 있다. 전 CEO인 잭 웰치 회장은 사업부간 치열한 성과 경쟁을 위해 업계에서 1등 혹은 2등이 아닌 사업부는 과감하게 정리 하였다. 부진에 허덕이던 당시, GE의 성공을 위해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다. 성과 경쟁은 비단 사업부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직원들에게도 엄격한 성과 평가와 차등 보상 원칙을 철저하게 적용할 뿐만 아니라, 하위 10%는 C-Player로 분류하여 상시 퇴출 대상으로 삼고 있다. 직원들의 체계적인 분석력과 논리적인 사고 능력을 경쟁력의 원천으로 삼는 것도 좌뇌형 기업의 또 다른 특징이다. 다국적 경영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Mckinsey)가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컨설팅이라는 업종 특성은 있지만 맥킨지는 문제 파악을 위한 MECE(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적 사고법과 Logic tree를 이용한 문제 해결 능력으로 세계 최강의 지식 집단으로 인정 받고 있다. MECE적 사고란 서로 중복되지 않으면서 각각의 합이 전체가 되게 하는 분석적 사고법을 의미하며, Logic tree란 주요 과제의 원인이나 해결책을 MECE적 사고 방식에 기초하여 나뭇가지 형태로 분해, 정리하는 방법을 말한다. 맥킨지의 구성원들은 이것들을 기초로 고객 회사가 직면하고 있는 경영상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하위 문제로 세분화하는 분해 능력을 끊임없이 익혀나가고 있다.
우뇌형 기업의 특징
반면, 우뇌형 기업은 창의성과 혁신성이 강한 기업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들 기업은 직원들의 남다른 시각과 유연한 사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높이 사며, 이를 촉진하는 풍토 조성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스카치 테이프’, ‘포스트 잇’등으로 유명한 3M이 우뇌형 기업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예라 하겠다. 3M은 구성원들의 혁신적인 사고와 창의성을 이끌어 내는데 경영의 역점을 두고 있다. 예컨대 잘 알려진 이른바 ‘15%룰’이라는 제도는 직원들이 자신의 근무 시간 중 15% 정도를 자기가 맡은 일상 업무 이외의 창조적인 연구에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눈부신 연구 성과를 창출한 직원들에게 금전적인 보상 뿐만 아니라 3M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칼톤상(Carlton Award) 등 여러 가지 시상 제도를 운영함으로써 심리적 보상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실패해도 좋다’는 문화 역시 3M이 창의적인 기업이 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비결이다. 실패한 프로젝트의 책임자에게 상사가 비난과 힐책보다는 “당신이 실패를 통해서 배운 것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을 만큼, 실패 그 자체보다는 그를 통한 학습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소니(Sony)도 우뇌형 기업 중 하나이다. 1950년 카세트 테이프 레코더를 시작으로 최근 AIBO라는 로봇 강아지까지 소니가 개발한 제품에는 항상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참신한 신기술을 활용한 제품으로 승부하자’는 창업 정신이 이어져, 최고 경영자를 비롯한 모든 구성원들이 사소한 아이디어 하나도 놓치지 않고 제품 개발에 반영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우뇌형 기업의 또 다른 특징은 직원들의 정서나 감정에 대한 배려를 통해 구성원의 만족을 도모한다는 점이다. 호텔 업계의 세계적 리더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사(Marriott International)는 최고의 고객 서비스를 위해 무엇보다 내부 직원 만족에 힘을 쏟고 있다. ‘Work-Life Program’을 통해 임직원 가족의 육아 및 금융 지원을 하는가 하면, ‘Marriott Associate Resource Line’이라는 무료 전화 상담을 통해 직원들의 개인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전문 카운셀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Fun 경영’으로 유명한 사우스웨스트 항공사(Southwest Airlines) 역시 대표적인 우뇌형 기업이라 하겠다. 동사는 ‘동료 간에 유머와 재미가 넘칠 때 힘든 일에도 몰입할 수 있다’는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신입 사원 채용 시부터 유머 감각을 선발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고 있다. 한편, 직원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배려하는 기업도 있다. 소프트웨어 전문업체인 SAS Institute는 미국 기업으로선 드물게 주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해 오후 5시면 모든 직원들을 퇴근 시키는가 하면, 직원들이 집안 대소사 등 개인적 일을 챙길 수 있도록 업무 일정의 조정도 가능케 하고 있다. 또한 탁아시설을 갖추어 직원들이 아이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도록 배려하기도 한다. 이러한 지원 덕분에 이 회사의 이직률은 미국 IT 업계 평균 이직률 20%보다 훨씬 낮은 4%대를 유지하고 있다.
좌뇌와 우뇌의 균형 발달
사람의 경우, 어느 한쪽 뇌의 발달은 분명 강점을 가지나 지나치게 불균형을 이룬다면 문제가 있다. 기업 역시 좌뇌형, 우뇌형 기업 모두 특정 영역에서는 나름의 강점이 있지만, 자칫 다른 한쪽을 소홀히 할 경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예컨대, 좌뇌형 기업의 경우 지나치게 일, 성과 중심으로 조직이 운영된다면 과도한 경쟁과 이기주의가 발생하여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우뇌형 기업의 경우 창의성과 자율, 배려가 방만하게 이루어진다면 체계가 없고 건설적 긴장감이 느슨해질 우려가 있다. 실제로 3M의 경우, 우뇌적 요소를 강조했던 기존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깨닫고, 최근 좌뇌적 요소가 강한 GE 출신의 James A. McNerney를 CEO로 영입하기도 하였다.
결국, 이성과 논리, 감성과 창의성이 동시에 요구되는 오늘날의 경영 환경에서는 좌뇌적·우뇌적 요소의 균형적 발달이 요구된다. 논리와 합리적인 경영을 통한 일의 효율을 높임과 동시에 사람들간의 정서적 유대 관계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높이 살 줄 아는 경영이 바람직하다는 의미다. 조직 내 좌뇌와 우뇌적 요소의 균형적인 발달을 위한 주요 방법에 대해 살펴 보자.
좌뇌 촉진법
프로세스 중심적이며 강력한 성과주의 기업 문화를 가진 좌뇌형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조직 관리 시스템을 합리성과 체계를 기반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성과 평가에 있어서 객관적이고 분명한 기준을 정해서 엄격하게 평가를 하는 한편, 즉각적인 피드백으로 그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상 역시 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을 강화함으로써 능력과 성과가 좋은 직원들에게는 파격적으로 보상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이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고 효율적으로 진행되도록 프로세스를 잘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편, 구성원 개인 차원에서 볼 때 좌뇌적 요소들은 후천적인 학습과 훈련에 의해서 향상될 여지가 많다. 따라서 리더들은 구성원들에게 단순 업무가 아닌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사고가 필요한 업무를 부여해서 좌뇌와 관련된 능력을 학습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Off-JT(Off the Job Training)와 같이 외부 강의나 통신 교육 등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으로 활용 할 수 있다.
직원을 선발할 때부터 좌뇌적 요소가 발달한 사람을 우선 채용하는 것도 좌뇌형 기업이 되기 위한 유용한 방법 중 하나이다. 실제로 맥킨지에서는 컨설턴트들을 선발할 때, 케이스 인터뷰를 통해 분석력 등과 같은 좌뇌적 요소가 발달한 지원자를 먼저 채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 인터뷰 예로는 신사업에 대한 투자 의사 결정이나 회사의 재무 상태 개선을 위한 과제 도출 등이 있다.
우뇌 촉진법
우뇌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남다른 아이디어를 산출해 낼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조성해 줄 필요가 있다. 한 예로, 브레인스토밍의 활용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브레인스토밍이란 여러 사람이 모여 한 주제에 대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동으로 내놓는 방법으로, 집단 사고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회의 방식이다. 이것의 장점은 집단 효과를 이용해 활성화되지 않은 뇌, 특히 우뇌를 자극함으로써 아이디어의 연쇄 반응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브레인스토밍 활용 시, 반드시 지켜야 할 한 가지 기본 원칙이 있다. 어떤 의견이 나오더라도 비판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브레인스토밍의 목적은 상대 의견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아이디어 창출을 장려하고 여러 사람의 아이디어를 결합하여 제3의 아이디어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노는 아이가 머리도 좋다’는 말처럼 때로는 직원들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업무에서 한 걸음 물러나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는 것도 우뇌 발달을 위한 방법이다. 여유는 잠시나마 직원들이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다른 생각 또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산출할 수 있는 완충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한 사업부는 일주일 중 하루를 ‘생각하는 날’로 정해서 하루 동안 사무실을 벗어나 호숫가를 거닌다거나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직원들은 삶의 에너지를 충전하기도 하고, 자기가 하고 있는 업무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기도 한다. 이 제도를 시행한 후, 직원들은 “근무시간이 줄어들어 생산성이 떨어졌다기보다는 오히려 효율적인 업무 수행으로 생산성이 높아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구성원들이 긍정적인 감성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칭찬과 같은 심리적 보상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뇌를 촉진하는 육아 십계명에는 ‘열 번의 체벌보다 한 번의 칭찬이 낫다’라는 말이 있다. 칭찬이 성장하는 아이에게 자신감을 갖게 만들고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형성시킨다는 의미다. 기업에서도 이른바 ‘칭찬 경영’을 통해서 구성원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조직 내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필요하다. LG.Philips LCD의 경우, 임원과 팀장들에게 칭찬 쿠폰을 나눠주고 업무를 하다가 칭찬할 직원이 발견되면, 구체적인 사례를 적은 뒤 쿠폰을 나눠주도록 하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칭찬 쿠폰이 조직의 상하가 모두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가족적 문화 정착에 도움을 주면서 기대 이상의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고 한다.
기업간 치열한 경쟁이 심화되면서 승자 아니면 패자가 되는 양극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좌뇌 혹은 우뇌, 어느 한 요소만 발달한 기업은 복잡하고 불확실한 오늘날 경영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다. 좌뇌 또는 우뇌가 발달한 기업 나름대로 고유의 강점은 지속적으로 살리되, 좌뇌와 우뇌적 특성이 유기적으로 상호보완하면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두 뇌의 균형적 발달만이 생존 싸움에서 살아 남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끝-
[자료 : LG경제연구원, 조범상 주간경제 814호] | |
첫댓글 감사합니다.^^
두개다 개발시켜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