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종주의자인가?
이덕하
2009-11-13
머리말.. 1
인종주의의 정의.. 2
J. Philippe Rushton. 3
선천적 지능 차이가 있을 수 없다는 입장.. 3
나는 인종주의자인가?. 4
나는 최근까지 스스로를 인종주의자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물론 내가
흑인을 “깜둥이”라고 부르는 것을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적어도
내가 살던 시골에서는 그런 명칭에 시비를 거는 사람이 없어 보였다) 70~8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무의식 깊은 곳에 배어 있는 편견들이 전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행동 유전학과 진화 심리학을 배우게 되면서 그리고 그런 것들에 대한 글을 쓰게 되면서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떤 식으로 규정할지를 생각해 보니 나를 인종주의자라고 비난할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인종주의: 인종 사이에 유전적 우열이 있다고 하여 인종적 멸시, 박해, 차별 따위를 정당화하는 주의. 순혈주의와 인종 차별을 낳으며,
나치스의 반유대주의, 백인의 흑인 차별 따위가 전형적인 예이다. (Daum 국어사전)
racism:
1. a belief that
race is the primary determinant of human traits and capacities and that racial
differences produce an inherent superiority of a particular race
2. racial
prejudice or discrimination
(http://www.merriam-webster.com/dictionary/racism)
인종주의를 정의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편견과 차별”로
정의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흑인을 원숭이와 인간 사이의 종으로 보고 노예로 부려 먹은 옛날 백인
노예주가 인종주의의 전형을 보여준다.
차별에는 개인적 차별과 제도적 차별이 있다. 어떤 대학의 학칙에 “흑인은
대학원생이 될 자격이 없음”이라고 명시했다면 그것은 제도적 차별이다. 내가 알기로 21세기 미국에는 그런 대학이 없다. 어떤 교수가 대학원생을 뽑을
때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뽑지 않는다면 그것은 개인적 차별이다. 여전히 미국에는 이런 교수들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고 한다. 나는 이런 차별에 반대한다.
그렇다면 편견이란 무엇인가? 엄밀히 따지면 긍정적 편견도 편견이지만
인종주의와 관련된 편견은 특정 인종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다. 차별 당하는 인종은 더럽고, 사악하고, 머리 나쁘다고 여겨진다.
편견은 또한 잘못된 믿음을 뜻하기도 한다.
흑인이 대체로 백인에 비해 피부색이 검다고 믿는 것은 편견이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정확한 지식이기 때문이다. 흑인이 대체로 백인에 비해 선천적으로
피부색이 검다고 믿는 것 역시 편견이라고 볼 수 없다(‘선천적으로’라는
단어가 추가되었음에 주목해야 한다). 쿵산족(부시맨)이 선천적으로
키가 작다고 믿는 것도 편견이라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20세기의 흑인이 대체로 백인에 비해 IQ가 낮다고 믿는 것은 편견인가? 이것도 편견이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20세기에 행한 수 많은 IQ 검사에서 일관되게 흑인이 백인보다 점수가 상당히 낮게 나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흑인이 선천적으로 백인에 비해 IQ가 낮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편견인가?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것은 편견에 불과하다고 주장할 것이다. 흑인이 선천적으로 백인에 비해
범죄성향이 강하다고 믿는 것도 편견이라고 볼 사람이 많은 것이다.
Rushton은 흑인이
백인에 비해 선천적으로 지능이 낮고, 범죄 성향이 강하고, 체력이
강하고, 섹스를 잘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아시아인은 그
반대 방향이어서 예컨대 백인에 비해 지능이 높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흑인, 백인, 아시아인이 서로 다른 환경에서 진화했기 때문에 자연 선택에
의해 그런 식으로 주조되었다. 그의 주장과 논거는 다음 글에서 볼 수 있다.
『RACE, EVOLUTION, AND BEHAVIOR: A Life History Perspective(2nd
Special Abridged Edition)』
http://www.charlesdarwinresearch.org/Race_Evolution_Behavior.pdf
많은 진보주의자들이 Rushton이
인종주의적 편견을 과학적 용어로 포장하는 사이비과학자에 불과하다고 본다. 그는 진화 심리학계에서도 그렇게
크게 인정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선천적 지능 차이가
있을 수 없다는 입장
Rushton은 상당히
확신에 차서 인종간 선천적 지능, 성격 차이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이 문제에서 한쪽 극단을 형성하고 있다. 다른 쪽 극단에는 인종간 선천적 지능, 성격 차이가 전혀 없다고 본다. 그들에 따르면 IQ 검사에서 많은 차이가 나는 이유는 흑인들이 사는 나라가 가난하기 때문이거나 미국 같은 경우에는 노예제와 인종
차별의 잔재가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즉 순전히 환경적 요인 때문이다.
선천적 차이를 최대한 부정하는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도 육체적 차이의 경우에는 선천적인 요인들이 있다는 점을 상당히
인정한다. 아마 흑인이 원래 피부색이 검다는 것을 부정한다면 너무 바보 같아 보일 것이다. 그들에 따르면 육체적 차이의 경우에는 유전자 때문일 수도 있지만 정신적 차이의 경우에는 순전히 환경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는 이런 입장은 과학적으로 볼 때 터무니 없다. 인종주의를
걱정하는 수호천사가 없다면 인종들이 서로 정신적으로 다르게 진화하지 않았다고 볼 근본적 이유는 전혀 없다. 유전자는
신체적 측면에도 영향을 끼치지만 정신적 측면에도 영향을 끼친다. 사실 엄밀히 따지고 보면 신체/정신의 이분법도 칼 같은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정신은 결국 뇌라는
신체 기관의 작용이기 때문이다. 기독교를 믿는 진보주의자들의 경우에는 선한 신이 흑인도 백인과 정신적으로
똑 같이 창조했다고, 또는 똑 같이 진화하도록 인도했다고 믿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물론을 자처하는 사람이라면 수호천사가 없다고 보아야 일관성이 있다.
현생 인류는 12만 년 전쯤(학자마다
추정치가 다른 것 같다)에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어떤
학자는 3천 명 정도까지 인구가 줄었던 시기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인종의 분화는 그 이후에 일어났으므로 그렇게 많이 다르게 진화할 시간이 없었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인종들은 신체적으로 상당히 다르게 진화했다. 따라서
같은 기간 동안 정신적으로 유의미하게 다르게 진화하지 않았다고 볼 이유가 없다.
나는 인종주의자인가?
한편으로 Rushton은
흑인들이 들으면 아주 기분이 나쁠 말만 골라서 한다. 그에 따르면 흑인은 힘세고, 정력이 좋지만, 머리가 나쁘고, 싸가지가
없다. 이것은 과거 노예주들이 그리던 흑인상과 매우 비슷하다. 그들은 흑인을 힘세고 머리가 나쁜 존재 즉 짐승으로 보았다. 다른
한편으로 진보주의자들은 정신적인 면에서는 인종간 선천적 차이가 있을 수 없다고 우기고 있다.
나의 입장은 무엇인가? 위에서 밝혔듯이 나는 정신적인 면에서도 인종간
차이가 진화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따라서 나는 Rushton의 말이 옳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Rushton의 논거를 상세히 검토해보지 않았다. 얼핏 살펴본 바로는 Rushton이
일류 과학자라고 보기에는 문제가 많아 보이기는 한다. 현재로서는 누구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는 것이 나의
입장이다. 어쨌든 나는 충분한 과학적 증거가 Rushton의 말이 옳다는 것을 뒷받침한다면 그의 손을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다.
여기까지 읽은 사람들은 왜 내가 내 자신이 인종주의자로 분류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인종주의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인종간 선천적 정신적 차이가 있을 수 없다고 보아야 하는 것일까? 인종주의를 이런 식으로 정의(?)한다면 나는 인종주의자다. 왜냐하면 나는 판단을 유보하기 때문이다.
만약 흑인의 IQ가 선천적으로 많이 떨어진다는 명제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가 충분하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그것을 대중들에게, 심지어
학계에도 숨겨야 하는 것일까? 아예 그런 것들은 연구하지도 말아야 하는 것일까? 그런 것을 연구한다면 그 학자는 인종주의자인가?
이미 Rushton이
연구 결과를 발표한 마당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것일까? 그냥 무시해야 하는 것일까? 기존의 많은 진보주의자들이 하듯이 인종간 선천적 정신적 차이가 진화했을 리 없다고 우기는 식으로 비과학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Rushton의
도전을 받아들여서 최대한 과학적으로 연구해야 하는 것일까?
많은 진보주의자들이 이런 문제를 별로 생각해 보지 않는 듯하다. 그들은
자신의 입장이 과학에 바탕을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을 잘 모르는 것 같다. Richard Lewontin이나 Stephen Jay Gould 같은
저명한 과학자들이 Rushton 류의 주장은 사이비과학이라고 주장하니까 그런 줄 알고 그냥 넘어가는 것이 진보 진영의 대세로 보인다. 진보주의가 계몽주의와 분리되어 정치적 올바름(politically
correct)이라는 명목으로 몽매주의에 영합하는 것이다.
나는 몽매주의에 영합하여 비과학적인 주장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렇다면 내가 취할 수 있는 입장은 둘 중 하나다. 하나는 철저하게
과학적으로 검증한 후 그 결과가 달갑든 달갑지 않든 인정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그런 연구를 아예
하지 않는 것이다.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나는 첫 번째를 고르겠다.
이런 입장을 취하는 나는 인종주의자인가?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하다.
첫댓글 그런 식으로 차별 평등을 구분한다면 그들의 의도와는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천적인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여성 스포츠 선수들은 대부분 일자리를 잃게 될 거고 관계자들도 같이 피해를 입게 되겠죠 특수교육이 폐지되어 장애인과 영재들이 평등주의 차별의 피해자가 될 것이며 궁극적으로 이런 차별의 영향이 특정계층에만 미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저런 사회가 실현된다면 누구에게 가장 유리하게 작용할까요? 이건 그냥 단편적인 생각입니다
과연 지능에서 평균치라는게 의미 있긴 한 걸까요?
지능의 평균치를 따지느냐 IQ의 평균치를 따지느냐에 따라 다르겠지요. 만약 지능을 뇌의 정보처리 능력이라고 정의한다면 어떤 능력에 가중치를 얼마나 줄 것인지에 따라 점수가 많이 달라지겠지요.
지능의 문제를 받아 들이기 어려운 것은.. 지능이 인간과 짐승을 다르게 취급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 아닐까요. 솔직히 인종간 지능의 격차는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애초에 인간이 '야만적' 짐승과 '고귀한' 인간의 경계를 지능으로 설정해 놓은 상태에서 다시 인간간에도 그러한 경계가 존재한다고 떠들어 댄다면.. 이것이 필연적으로 인종간 '품격'의 차이로 비춰질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인간과 그밖의 동물을 구분하는 다른 기준이 세상의 주류가 되기 전까진.. 지능의 문제를 함부로 떠들순 없을것 같군요.
인종차별이 나쁜 것이라는 생각이 언제 왜 생겨난 걸까요?
인간과 다른 동물 사이에는 근본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나요?
인간이 다른 동물을 차별하고 무시하고 착취하며 부당하게 대우하고 그걸 당연하게 여길 정당한 근거는 어디서 나온 걸까요? 그저 다른 동물보다 조금 더 가깝고 덜 만만하고 여러가지 의미에서 서로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인간을 다른 동물과 차별하여 좀 더 높이 대우하는 거 아닌가요? 그런 이유 때문이라면 인종차별을 하지 않는 것이 어떤 사람에겐 도움이 되지 않거나 오히려 해롭게 작용할 수 있는데 그렇기에 어떤 사람은 타인종을 차별할 수도 있는 거겠죠
만약 인종차별이 윤리적으로 부당한 것이라면 동물차별 역시 똑같이 윤리적으로 부당한 것이 아닐까요? 왜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구분지을 다른 기준을 찾기 위해 애를 써야 하는 걸까요?
어째서 모든 인간이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하나요?
그렇군요 독일의 일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인간의 발전과정은 이러한 차별적 경계를 무너뜨리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온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방향으로 진행되어 온 이유가 무엇일지도 궁금하고요 약간은 알것도 같지만
극단적인 이기성 맹목성과 어리석음 제가 본 대다수 사람들은 그렇더군요
세상이라는 것 자체가 모순과 불합리의 덩어리고
가족이라는 가장 가까운 집단 역시 환상속의 치장된 이미지와 본질은 전혀 다른 것이 현실이며
기타 인간관계나 사회는 두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고
비정하고 이기적이며 추접한 것이 이 세상의 본질인데
서로 물고 뜯는다는 표현이 세상의 본질에 대한 적당한 설명이 될거 같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물고 뜯다 보면 대체 내가 왜 물어뜯고 뜯기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지도 모릅니다
가식과 위선위에 세워진 모래성 같은 인간의 질서와 이 세상자체의 비정하고 갑갑하고 뻔하고 단조로운 원리들 자유롭지 않음 무엇 하나 제대로 알 수있는 것이 없고 무엇 하나 확신할 수 있는 것이 없는 끝없이 넓기만 한 우주 이 모든 것이 숨 막히게 답답하군요
역겹고 질리고 신물이 납니다
윤리 역시 이기성의 발현
선악 따위는 애초에 없고
뭐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아무것도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타고난 본성의 다름으로 인해 생겨나는 취향의 다름에 대해 선악이란 단순한 이분법적 잣대를 별다른 의심없이 들이대며 절대진리라도 되는 양 그런 것들에 대해 잘만 떠들어 대고 타인의 생각을 무시하고 강요하죠
윤리의 이유라는 것들이 일관적이지도 않고 확고한 근거도 없는 것들이지만(일관적이고 확고한 근거라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그것 역시 상대적인 관점의 차이일 뿐 전 우주적인 절대진리라고 주장할 수는 없을 것이고) 그런 건 아무런 상관도 없는 거고 섭리라고 한다면 그게 자연의 섭리일거고 세상은 일관성이나 확고한 근거같은 것들과는 별 관계없이 잘만 돌아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