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년 웸블리 역사의 마지막을 장식한 잉글랜드와 독일의 경기는 전반 14분에 터진 하만의 프리킥 골을 끝까지 지켜낸 독일이 잉글랜드를 1:0으로
제압하며, 트윈 타워밑에서 치러지는 마지막 경기를 보기위해 운동장을 찾은 7만여 홈팬들을 비탄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사진:
하만, 좋아 죽을려구 하는 모습]
전술
일단 기본적인 전술과 특유의 침착성을 토대로한 볼 점유율부터 시작해서, 체력과 정신력을 바탕으로한 선수 개개인의 능력까지 거의 모든면에서 독일이
한 수위였던 경기였다. 비어호프의 원톱 체제를 숄과 보데로 하여금 지지하게 만든 독일은 지난 스페인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발락과 라멜로프
콤비에 하만을 포함시키며 미드필더를 장악하는데 성공했고, 우측 사이드 윙으로 출전한 다이슬러는 시종 위협적인 크로스를 날려대며 비어호프에 긴장하는
잉글랜드의 중앙 수비진을 매우 괴롭게 만들었다. 반면, 잉글랜드의 키건 감독은 많고 많은 미드필더를 제껴두고 사우스게이트를 수비형 미드필더에
기용하는 악수를 두고 말았는데, 물론 사우스게이트가 한때 미드필더로 활약한 경험(95년 빌라로 이적할 당시 사우스게이트는 미드필더였지만 당시
감독이었던 브라이언 리틀에 의해 센터백으로 포지션을 변경 했었다)이 있는 선수라지만, 빌라로 이적한후 벌써 5년째 센터백으로 활약하고 있는
그를 갑작스레 미드필더로 기용한 것은 도무지 이해하고 싶지 않는 선수 기용이었다는 생각이다. 결국, 전반내내 상대에 끌려다니는 경기를 선보인
키건은 후반 시작과 함께 다이어를 오른쪽에 투입하고 베켐을 중앙으로 돌려 놓으며 어느정도 점유율을 빼앗아 오는데는 성공했지만, 끝내 동점골을
뽑아내는데 실패하며 결국 아쉬운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전반
몇시간에 걸쳐 내린 비로인해 상당히 미끄러워진 운동장 위에서 펼쳐진 경기는 주심의 휘슬이 울린후 2분만에 베켐의 프리킥을 받은 오웬의 슈팅을
노보트니가 걷어낸 것을 시작으로 열띤 양상으로 흐르게 된다. 이후 비어호프의 헤딩 찬스를 키언이 걷어내면서부터 경기는 차츰 독일의 페이스로
흐르게 되고, 결국 전반 14분에 터진 하만의 프리킥이 행운의 골로 연결되면서 승리의 여신은 끝내 독일팀의 손을 들어주게 된다. 스콜스의 파울로
얻은 30여미터 프리킥을 거리감을 생각한 잉글랜드 선수들이 벽을 제대로 쌓지 못한 사이, 리버풀에서 뛰고 있는 하만이 기습적으로 낮게 깔아
슈팅한 것이 수비벽을 피해 미처 채비를 못하고 있던 시먼의 골네트를 갈라 버린 것이었다.
이후 비어호프의 찬스가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무의로 돌아간 직후인 전반 19분, 레머의 파울로 얻은 23여미터 프리킥을 통해 잉글랜드가 절호의
동점골 찬스를 맞게 되지만, 믿었던 베켐의 슈팅이 올리버 골키퍼의 몸에 안기면서 찬스는 무의로 돌아가고 만다. 그리고 전반 25분, 숄에게
파울을 걸던 콜이 경고를 받은 이후부터 경기는 후방에서부터 완벽한 키핑 능력을 보여주는 독일의 페이스로 다시금 돌아가게 된다. 이후 페널티
박스 모서리 부근에서 스콜스의 파울로 얻은 숄의 프리킥을 시먼이 어렵사리 잡아내는등 시종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이던 잉글랜드는 베켐보다는 르
소의 왼쪽 돌파가 빛을 발하며 콜에게 두어 차례의 좋은 찬스가 만들어지지만, 올리버 골키퍼의 노련미 넘치는 플레이에 번번히 차단당하며 골로
연결되지는 못한다.
후반
후반들어 네빌을 대신해 파워풀한 플레이가 장기인 다이어를 투입한 키건은 사우스게이트를 수비라인으로 내리면서 양 사이드에 르 소와 다이어를 포진시키고
베켐과 밤비를 중앙으로 옮기는 3-5-2 포메이션으로 전환하게 되는데, 결과적으로 잉글랜드는 전반보다 확연히 좋아진 점유율을 보이며 좀 더
많은 찬스를 만들 수 있게 된다. 후반시작 2분만에 터진 다이어의 슈팅을 시작으로 동점골을 뽑아내기 위한 공세 위주로 나온 잉글랜드는 포메이션의
변환으로 생긴 왼쪽 후방의 공간을 숄에게 내주게 되지만, 숄이 낮게 깔아 때린 슈팅을 시먼이 어렵게 막아내면서 다시금 위기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5분뒤, 상대 진영 35미터정도 되는 지점에서 얻은 프리킥을 살짝 치고 나온 베켐이 기습적으로 때린 중거리 슈팅을 올리버 골키퍼가 가까스로
펀칭해내는 바람에 잉글랜드는 다시금 아쉬운 골찬스를 놓치고 만다.
이후 두번째로 잡은 다이렉트 프리킥 찬스마저 크로스바 위로 날려버린 베켐은 이를 만회하듯, 특유의 크로스를 팀메이트들의 위치에 정확히 가져다
놓으며 독일의 수비진을 힘들게 만들지만, 노보트니를 중심으로 놀라운 조직력을 선보인 상대 수비라인에 번번히 차단 당하며 골문을 여는데 실패한다.
한편, 후방에서 한번에 찔러주는 베켐 특유의 롱패스를 페널티박스 안에서 잡은 오웬이 컨트롤 미스를 범하는 바람에 또한번의 득점 찬스를 놓친
잉글랜드는 후반 19분, 거의 모든 선수가 자신들의 진영으로 내려와 수비막을 친 독일의 허를 찌르는 결정적인 골찬스를 만드는데 성공한다. 스콜스의
패스를 받은 밤비가 오웬과의 2:1패스를 통해 페널티 박스안에 어렵사이 프리 상태의 공간을 만든 것이었는데, 아쉽게도 더욱 완벽한 찬스를 위해
밤비가 뒤로 내준다는 것이 오웬과 스콜스를 모두 지나치며 무의로 돌아가고 만다. [사진: 베켐의
프리킥]
경기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페이스가 현저히 떨어진 르 소를 가레스 베리로 교채한 잉글랜드는 후반 38분, 무릎 부상을 당한 베켐이 팔로우어로 교채돼 나가면서 주도권을
다시금 독일에게 넘겨 주게 되고, 이후 양팀 모두 이렇다할 찬스를 얻지 못하면서 결국 경기는 독일의 승리로 끝이나고 말았다.
그리고...
이 경기를 끝으로 결국 케빈 키건 잉글랜드 감독은 99년 2월, 전임 글렌 호들에게서 대표팀을 넘겨 받은 이후 만 1년 8개월만에 스스로 감독직에서
스스로 물러나는 비운을 맛보게 되었는데, 이로인해 핀란드와의 두번째 경기를 4일 앞으로 남겨 놓은 잉글랜드는 기술 고문인 하워드 윌킨슨이 임시로
팀을 이끌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팀을 떠나기로 결정한 키건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책망하고 싶으며, 이제
가족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것이었다.
키건을 포기한 잉글랜드는 이제 변화의 기로에 놓여야 한다. 이번 경기에서 다시금 극명하게 드러났듯, 경기를 풀어줄 중심 선수가 없는 잉글랜드에겐
베켐을 중앙으로 옮겨놓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좋은 대안이 될 수 있겠지만, 쓰기엔 너무도 삭아버린 개스코인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는 것이나,
쓰기엔 너무도 나이가 어린 조 콜을 이용하는 모험을 해보는 것도 현재의 특징없는 팀 컬러를 변화시킬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사진: 패배후 경기장을 떠나는 키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