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니모, EKIA!"
2011년 5월 1일, 이 무선교신 하나에 백악관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제로니모는 미군이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에게 붙인 암호명이고, EKIA는 적 사망자(Enemy Killed In Action)라는 뜻이다. 9.11테러로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미국의 숙적 빈 라덴이 사살된 것이다. 이 작전을 수행한 부대는 바로 네이비실이었다.
네이비실은 미 해군에 소속된 특수부대이다. 실(SEAL)이란 Sea, Air, Landing의 합성어로, 바다와 하늘과 땅에서 싸우는 부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해군특수부대이지만, 육해공을 누비며 전천후로 싸우는 전사들이 바로 네이비실이다.
전쟁 속에 태어나다
미국의 역사는 전쟁으로 써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립전쟁으로 나라를 쟁취했고, 나라가 반으로 갈려서 남북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세계를 뒤흔든 1차대전과 2차대전을 모두 승리했고, 냉전을 알린 6.25 전쟁에서는 한국을 위해 싸웠다. 이런 치열한 전쟁의 경험을 축적하여 탄생한 것이 바로 네이비실이다.
네이비실은 육해공 전천후를 누비는 해군의 특수부대이다.
네이비실은 미국의 44대 대통령인 존 F 케네디의 명령에 의해 창설되었다. 1961년 4월 CIA의 쿠바 피그스만 침공작전의 실패하자, 케네디는 비정규전과 비밀작전을 수행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에 따라 케네디는 미군에서 특수부대와 비정규전 능력을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당시로서는 커다란 예산인 430만 달러가 해군특수부대의 창설을 위해 쥐어졌고, 1962년 1월 1일 2개의 팀이 창설되면서 네이비실이 탄생하게 되었다.
소수의 인원에 불과했던 네이비실이 엄청난 유명세를 탄 것은 베트남전쟁이었다. 당시 미 육군의 그린베레는 존 웨인 주연의 영화까지 만들어지면서 많은 유명세를 탔는데, 그린베레에 버금가는 해군의 특수부대로 네이비실이 주목을 받게 되었다. 네이비실은 특히 메콩델타 지역에서 베트콩에 대한 수색정찰이나 매복기습작전을 수행하면서 녹색 얼굴의 악마들이란 별명으로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다. 베트남 전쟁에서 용감한 활약으로 네이비실은 해군십자장 2개, 은성장 42개, 동성장 402개를 수여받았으며, 최고명예훈장 수상자를 무려 3명이나 배출했다.
네이비실은 케네디 대통령의 명령으로 창설되어 베트남전쟁에서 놀라운 활약을 벌인다.
현대전을 이끌다
베트남 전쟁이후에도 네이비실은 발전을 거듭했다. 1983년에는 상륙작전을 지원하던 UDT(수중폭파대)와 실팀이 통합하여 해체된 UDT가 실팀으로 개편되었다. 80년대에 있었던 그레나다 침공(1983년)과 파나마 침공(1989년)에서 실팀은 모두 선봉에 투입되어 임무를 수행했고, 1991년 걸프전에서는 네이비실 대원 6명이 쿠웨이트 해안에서 기만상륙작전을 실시함으로써, 이라크군 2개 사단병력의 발을 묶기도 했었다. 걸프전 이후에는 영화 ‘블랙호크 다운’으로 유명한 소말리아의 모가디슈 전투에도 참가했다. 보스니아에서는 영국 SAS와 함께 전범체포작전을 수행하면서 스레브레니차 학살극의 주범을 체포하기도 했다.
내부소탕에서 수중폭파임무까지 네이비실의 작전영역은 넓다.
그러나 2001년 9.11 테러가 발발하면서 네이비실은 본격적으로 전장에서 활약하기 시작한다. 네이비실 3팀과 8팀이 먼저 아프간 전선에 투입되어 전략정찰임무를 수행했으며, 알카에다 지도부를 대상으로 하는 고가치표적 제거작전을 실시했다. 네이비실은 모든 전투에서 언제나 적과 교전하는 용맹성을 보였는데, 특히 2005년 6월에는 탈레반 지도부를 체포하기 위한 레드윙 작전을 수행하다가 12명의 대원을 잃기도 했다. 이 전투에서 정찰조를 용감하게 이끌었던 마이클 머피 대위는 사후에 최고명예훈장을 수여받기도 했다.
이라크에서도 네이비실의 활약은 돋보였다. 전쟁 초기에는 주로 항만과 해안유류저장소 또는 남부의 유전지대 장악임무를 성공리에 수행하여 전쟁에 핵심적인 보급로 확보를 성공했다. 또한 네이비실은 이라크군에게 포로로 잡힌 제시카 린치 일병의 구출작전에도 성공했는데, 이것은 2차대전 이후 미군이 최초로 성공한 포로구출작전이었다.
전쟁의 종결자
부시 대통령이 전쟁 한달 만에 이라크 종전을 선언한 이후에도 네이비실의 활약은 눈부셨다. 네이비실의 정예부대인 데브그루가 속한 TF-121이 사담 후세인을 체포작전을 성공리에 마쳤다. 또한 라마디지역에서 반군과 치열하게 교전하면서 네이비실의 용기가 빛났는데, 2006년 9월 동료를 지키기 위해 수류탄에 몸을 던진 마이클 몬수르 상병은 최고명예훈장을 받았다.
또한 이라크 전선에서는 네이비실은 전쟁사의 또 다른 기록을 세웠다. 3팀 소속의 저격수 크리스 카일 중사는 공식저격기록으로 160여 명을 기록하면서 미국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저격수로 자리 잡았다. 특히 카일 중사는 반군이 넘쳐나던 라마디와 사드르시티에서 아군엄호임무를 수행하면서, 한 발로 적 2명을 사살하거나 2km 거리에서 오발 없이 단 한 발의 저격으로 적을 사살하는 등 영화와 같은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공식사실기록이 160여명이지 실제론 그 두 배에 이를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편 네이비실은 이후에도 굵직굵직한 사건들에 최우선으로 투입되었다. 2009년에는 미국판 아덴만 여명작전을 펼친 바도 있다. 대테러 전문인 데브그루가 투입되어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필립스 선장을 무사히 구출했다. 그러나 가장 위대한 임무는 2011년 5월 1일에 있었던 오사마 빈 라덴 사살작전(암호명 ‘넵튠스 스피어’)이었다. 최정예인 데브그루가 투입되어 불과 30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빈 라덴을 사살하고 주요자료를 회수하여 퇴출하였다. 9.11 테러로 발생한 미국의 대테러 전쟁의 종지부를 네이비실이 지은 것이다.
실팀의 구성
현재 미국에는 모두 8개의 실팀이 있다. 창설 당시에는 서해안에 2팀, 동해안에 1팀이 있었지만, 지금은 1,2,3,4,5,7,8,10팀으로 8개의 현역 실팀이 있다. 이외에도 실 17팀과 18팀이 존재하는데 이 부대는 현역과 예비역의 혼성부대로 예비대 성격을 띈다. 한편 특수작전 가운데서도 매우 민감한 작전만을 수행하는 데브그루(DevGru)라는 부대도 있다. 데브그루는 개발단(Development Group)의 약자로 백악관이 지정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네이비실 속의 특수부대이다.
네이비실 1개 팀은 중령이 지휘하는데 총원은 약 3백 명에 이른다. 팀은 다시 3개의 지역대로 나뉘는데, 지역대는 소령이 지휘하며 휘하에는 2개의 소대가 있다. 소대는 실팀의 최소 작전단위이자, 일선에서 싸우는 부대이다. 각 소대는 2명의 장교와 14~16명의 부사관과 병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반드시 소대라는 단위로 싸우는 것은 아니다. 임무에 따라 소대는 2개의 분대나 4개의 화력팀(4~5명의 대원)으로 나뉘어 전투에 투입되기도 한다.
네이비실 팀들을 지휘하는 것은 해군 특수전사령부로 총원은 8천8백여 명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군특수전사령부는 육·해·공군과 해병대를 통합하여 특수작전을 관장하는 SOCOM(통합특수전사령부)에 의해 지휘를 받는다. 시퀘스터의 예산압박으로 대폭으로 삭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SOCOM의 1년 예산은 5조원을 넘는다. 현재 SOCOM을 지휘하는 것은 실팀 출신의 윌리엄 맥레이븐 제독으로, 미군 특수전 사회에서도 높아진 네이비실의 위상을 대변한다.
3년간의 담금질
이러한 최고의 부대에서 복무하는 기회는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정예’부대라는 말은 근본적으로 소수의 인원으로 작전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소수의 인원으로 적진에 침투하고 수십 킬로미터를 헤엄쳐 나가려면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정신력이다. 불가능이 없다라는 신념을 갖는 대원을 양성해내는 네이비실의 선발 및 양성과정을 혹독한 것으로 유명하다.
강인한 대원을 선발하고 교육하는 제일 처음 과정이 BUD/S(버즈)이다.
우선 기초과정인 BUD/S(Basic Underwater Demolition/SEAL)는 정신력과 체력을 갖춘 인원을 걸러내는 과정이다. BUD/S는 입교준비를 포함하여 8개월간 실시되며, 평균수료율이 25% 남짓할 정도로 강도 높은 훈련과정이다. 특히 수면없이 5일하고도 한나절간 교육을 소화해야 하는 지옥주(Hell week)를 통하여 강한 정신력을 가진 인원만을 남겨놓는다. 사망자가 생겨도 훈련은 중단없이 계속되며, 심지어는 수료 하루 전에도 퇴교자가 나올 만큼 가혹하다.
이렇게 BUD/S 과정을 마치고 나면 실 자격검증 과정인 SQT(SEAL Qualification Training)를 수행한다. 9개월간 실시되는 SQT에서는 교육생들이 실제 실팀 소대에 배속되었을 때 필요로 할 모든 기술을 가르키게 된다. 화기운용, 독도법, 소부대 전술, 폭파, 극한지 훈련 등 모든 과정이 포함된다. 과거에는 육군으로 3주 강하훈련을 보냈지만 최근 몇년전부터는 SQT 과정 내에서 공수강하훈련까지도 모두 실시한다.
지옥주가 계속되는 동안 훈련은 밤낮 없이 계속된다.
SQT를 마치면 실팀의 삼지창 휘장(‘버드와이저’라는 애칭으로 불림)이 부여되고 자신이 복무할 소대로 배속받지만, 아직 완전한 실팀 대원이 된 것은 아니다. 팀에서 필요로 하는 주특기를 갖기 위한 개인특기/전문과정, 프로데브(Professional Development)를 6개월간 실시한다. 다음 단계는 ULT(Unit Level Training, 팀훈련)로, 배속된 부대의 다양한 임무를 숙지하는 과정이 6개월간 계속된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가 SIT (Squadron Integration Training)로 특수보트대, 의무팀, EOD팀, 정보팀, 통역관 등 실제 같이 파병되는 임무부대들과 상호 통합하는 훈련을 6개월간 실시하며, 그 후에 팀 전체가 무사히 CERTEX(검증연습)을 마쳐야 비로소 새로운 대원은 진정한 실팀원으로 인정받는다. 이렇게 3년간 개인과 팀의 담금질을 통과하고 나서야 전투에 투입될 수 있다.
진정한 네이비실 대원으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무려 3년간의 담금질을 필요로 한다.
최고로서의 자부심
뉴스에 주요한 분쟁이슈가 있을 때마다 항공모함만큼이나 자주 언급되는 것이 바로 네이비실이다. 가장 최근에 네이비실은 북한 국적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체포하기도 했다. 이달 16일 리비아 반군이 제공한 원유를 선적하고 달아난 유조선을 네이비실 대원들이 점령하여 리비아로 회항시켰다. 모닝글로리라는 이름의 이 유조선은 인공기를 달고 있으나 북한은 자국선박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북한국적의 유조선을 공해상에서 체포한 주역이 바로 네이비실이다.
이렇게 네이비실이 떠오르고 있는 것은 미국의 막강한 해군력 덕분이다. 전세계 5대양에 미 해군은 항공모함이나 이지스함 뿐만 아니라 상륙함과 핵잠수함을 배치시켜놓고 있다. 이런 플랫폼을 전진기지로 하여 즉각적으로 출동할 수 있기 때문에 해군특수부대가 가지는 장점은 남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많은 전투의 기회가 주어지고 있어, 대테러전쟁 기간동안 미 해군이 받은 최고명예훈장 2개가 모두 네이비실 대원의 것이 되었다.
특히 필립스 선장 구출작전이나 빈라덴 사살작전은 영화로 만들어져서 커다란 히트를 거두고 있으며, 레드윙 작전도 최근에 마크 월버그 주연의 영화 ‘론 서바이버’를 통해서 소개되었다.
네이비실의 애국심과 헌신이 눈부셨던 레드윙 작전은 '론 서바이버'라는 자서전을 바탕으로한 영화로 개봉되었다.
전설의 저격수 크리스 카일의 일대기는 ‘아메리칸 스나이퍼’라는 이름으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네이비실은 미국 역사상 최고의 저격수인 크리스 카일을 배출해내었다. (사진/NBC 방송 선전용 사진)
대한민국에도 네이비실이 있다. 아덴만 여명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삼호쥬얼리호를 구출한 해군특수전여단 UDT/SEAL 팀이 그들이다. 대양해군으로 뻗어가는 우리 해군력을 바탕으로 UDT/SEAL이 해외의 우리나라 상선과 국민을 보호하고 있다. 미국의 네이비실이 인정하고 훈련을 함께하는 우리 UDT/SEAL에게 따뜻한 관심과 성원을 보낸다.
우리 해군의 네이비실은 UDT/SEAL로, 아덴만 여명작전을 성공리에 수행하는 등 세계적인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사진/대한민국 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