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장근이(12·가명)는 여섯 식구의 막내입니다. 여섯 식구라지만 실제는 다섯 명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수년 전 집을 나간 아버지는 일 년에 한두 번 연락이 될 뿐이기 때문입니다. 어머니와 이혼한 뒤 아버지는 가족과도 인연을 끊어버린 것 같습니다.
이렇게 남은 다섯 식구는 방 두 칸짜리 영구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올해 칠순인 할머니가 폐휴지를 모아 판 돈으로 살림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 마흔 살인 큰 삼촌은 정신질환자입니다. 장근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방안에 틀어박혀 바깥 세상과는 교류를 안 하고 누워있기만 합니다. 큰 삼촌보다 두 살 적은 작은 삼촌 역시 정신장애 2급으로 장근이보다 정신연령이 낮습니다.
가출 아빠·장애인 삼촌에 생계 걱정
협심증 할머니 대신 폐품 수집 나서어찌 보면 장근이네에는 어른인 할머니 와 네 명의 어린이가 살아가고 있는 셈입니다. 할머니와 장애인인 두 삼촌만 국민기초수급자로 선정돼 있어서 세 사람 몫만 생계비가 지원됩니다. 장근이와 누나는 아버지가 있기 때문에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했습니다.
장근이는 요즘 평소보다 걱정이 더 늘었습니다.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교복과 교재를 구입해야 할 돈이 없어서만은 아닙니다. 그런 것쯤은 헌 옷을 얻어서 입어도 되고, 헌 책을 구해도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집안의 유일한 기둥인 할머니가 자꾸 아픈 게 장근이의 걱정입니다. 평소 심혈관 계통에 문제가 있던 할머니는 최근 병원에서 협심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작은 삼촌은 지병이 심해져 장기 입원을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어린 장근이의 눈에도 할머니와 작은 삼촌의 의료비 때문에 집안 살림이 더 어려워진 게 훤히 보입니다. 더구나 올 겨울에는 한파 때문에 아파트 관리비도 턱없이 많이 나와 할머니의 한숨이 더 늘었습니다.
그래도 장근이는 힘을 냅니다. "불쌍한 우리 할머니가 건강하게 오래만 사신다면 내가 얼른 커서 식구들을 책임지겠다"고 주먹을 불끈 쥡니다. 그러나 편찮으신 할머니를 보면 다시 걱정이 앞섭니다.
장근이는 오늘도 폐휴지를 주우러 나가겠다고 일어서는 할머니를 말린 채 누나와 함께 작은 리어카를 끌고 길가를 서성거립니다.
△남순백·부산 영도구 복지사업과 사회복지사 051-419-4372.
△계좌번호 부산은행 315-13-000016-3 사랑의 열매 051-441-9423-4.
△지난 달 30일자 박순이 할머니 이야기 79명의 후원자 320만7천500원.
↓ 이렇게 됐습니다
지난달 16일자 조진화 할머니
척추장애 조진화 할머니의 사연을 읽은 많은 독자들의 성금이 모여 할머니께 262만1천원의 후원금이 전달됐습니다. 이 돈으로 할머니는 다행히 인근 마을에서 방을 구했고, 설 전후로 이사를 할 계획입니다.
이사를 하고 생활이 안정이 되면, 그동안 치료를 미루어 왔던 양측성 다발성 신낭종도 치료 받을 생각입니다. 검진 결과 수술이 필요하다고 하면, 주민센터와 연계해 긴급의료비 지원 여부도 검토해 볼 예정입니다.
추운 날씨 속에 한 달 동안 감기를 앓으며 집을 구하러 다닌 할머니는 온정을 모아준 여러분 덕분에 이렇게 금방 살 곳을 마련할 수 있었다며 감사의 뜻을 전해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