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본문 : 수 14장 6-12절
설교제목 : 갈렙처럼
다르게 보기
주님의 은혜와 평화가 우리 모두와 함께 하기를 빕니다. 한주간 평안하셨습니까? 첫눈이 온다는 소설을 앞두고 있습니다. 겨울의 시간에 본격적으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이 겨울을 건강하게 나시길 빕니다. 우연히 EBS 라디오를 듣는 중에 어떤 작가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자신은 11월 중순부터 내년을 준비한다고 하였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이 12월이 아니고,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는 시간이 11월 중순부터 12월이라는 것입니다. 한 해의 끝을 끝이라 여기지 않고, 새로운 시간을 위한 준비로 바라본다는 것이 발상의 전환이자 시간과 사건을 다르게 보는 시각일 것입니다.
2주전부터 불안장애가 심하여 밖을 다닐 수 없고, 불안이 심해질 때마다 눈이 돌아가는 것을 주호소로 보고하는 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오랜시간 약을 복용하며 살았지만 호전되지 않고 오히려 빈도수가 강해졌습니다. 이 분은 자신의 가슴이 날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바램을 고백했습니다. 그때 저는 그분께 어떤 이야기를 드렸을까요? “가슴이 안 뛰는 사람은 죽은 사람입니다. 가슴이 뛴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입니다. 눈이 돌아가서 죽었습니까!, 눈은 여전히 멀쩡하게 조금 지나면 돌아오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불안을 없애려고 하지 말고, 옆에 두고 괜찮다고 한마디만 해주세요.” 그분은 저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저를 쳐다보면서 맞는 것 같아요”라고 대답을 하였습니다. 10년 동안 있었던 증상이 이 말 한마디로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이 갑자기 올라오는 시점에 불안을 다른 시선으로 괜찮다고 말을 걸어주면 불안과 공항증세로부터 조금은 편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불안의 원인을 찾으려 저는 왜 그렇죠? 라고 질문도 해야 하지만, 불안에 대한 다른 시선과 불안의 목적의미를 알아차리는 것이 더욱 중요한 물음일 것입니다. 불안을 없애버릴 것이 아니라 생명이 살아있다는 증거이며 불안을 친구삼을 수 있는 다른 시각과 내적 확신을 갖는 것입니다. 하나의 사건과 증상을 다르게 볼 때 우리의 태도가 변화되고, 그런 가운데 우리의 인생 또한 변화될 것입니다.
갈렙의 이름 : 개
여호수아는 여리고성의 기적적인 승리를 경험했지만 아이성 전투에서 처참하게 패배하였습니다. 그 아이성 전투의 책임을 하나님께서 도와주지 않았다고 호소하였지만, 실상은 아간의 마음에 일어난 탐욕으로 전리품을 몰래 숨겼기 때문에 작은 성인 아이성전투에서 실패하였습니다. 하나님의 전리품을 개인의 소유로 만들려는 시도는 신성한 것을 자아의 것으로 전유하고자 하는 팽창이자 교만입니다. 또한 탐욕의 불이 인격 속에 불타오를 때 자신 뿐만 아니라 공동체는 위태로워집니다. 그렇기에 아간과 그의 가족에 대한 징벌을 엄히 다룹니다. 이후에 전열을 정비하고 아이성과의 전투에서 승리를 합니다. 이어서 여호수아는 에발산에서 제단을 쌓고 율법을 낭독하여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나님의 명령과 약속을 상키시킵니다. 이 가나안 땅에서 싸움은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신뢰가 전쟁의 승패였기 때문입니다.
여호수아는 계속되는 정복전쟁에서 아모리 다섯 왕을 사로잡고, 가나안 북방을 정복하였습니다. 여호수아서 11장에서 12장까지 여호수아가 정복한 땅을 소개합니다. 그럼에도 여호수아는 늙고 나이가 많았고, 아직도 정복해야할 땅이 남아 있었습니다(13장). 요단강 동편과 서편의 점령한 땅을 각 지파에게 분할하여, 지파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경계를 설정하였습니다. 그런데 분배과정에서 약간의 문제가 발생한 것처럼 보입니다. 헤브론 산간 지역에 아무도 그곳에 가지 않으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 길갈이 여호수아 앞에서 나아가 고백합니다.
“당신은 주님께서 나와 당신에 대하여 가데스바네아에서 하나님의 사람 모세에게 하신 말씀을 알고 계십니다. 내가 마흔 살이 되었을 때에, 주님의 종 모세가 가데스바네아에서 나를 보내어, 그 땅을 정탐하게 하였습니다. 나는 돌아와서, 내가 확신하는 바를 그에게 보고하였습니다. 나와 올라갔던 나의 형제들은 백성을 낙담시켰지만, 나는 주 나의 하나님을 충성스럽게 따랐습니다.”
그 말을 듣고 모세는 “네가 주 나의 하나님께 충성하였으므로, 너의 발로 밟은 땅이 영원히 너와 네 자손의 유산이 될 것이다”하고 맹세하였습니다.
가데스바네아에서 12명의 정탐꾼들 중에서 여호수아와 갈렙만이 주님께서 약속하신 가나안 땅을 차지할 수 있다고 고백하면서 충성스러움을 잃지 않았습니다. 모두 하나님과 모세를 원망하여 그 광야에서 출애굽 1세대는 모두 죽고, 여호수아와 갈렙만이 가나안 땅을 밟을 수 있었습니다. 갈렙은 그 이후로 마흔 다섯 해를 보냈고, 이제는 여든 다섯 살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아무도 가려하지 않고, 상대하기 힘든 아낙자손과 큰 성읍이 있는 땅을 자청하여 달라고 나선 것입니다.
이런 성서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갈렙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습니다. 갈렙의 일생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충직함으로 일군 삶입니다. 갈렙이란 이름의 뜻은 ‘개’입니다. 당시에 불결하게 생각했던 개라는 이름을 가졌다는 것이 의외입니다. 갈렙의 삶 자체가 개와 같은 일생이었습니다. 여러분, 개가 탐욕과 공격성, 미치게 만드는 본능적 측면, 물어뜯으며 비판하고 시시비비를 따지는 재판장과 같은 파괴적 특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개는 충직함과 믿음직스러움, 인간적 문화적 세계에 적응하는 본능과도 연결됩니다. 갈렙의 이름이 개라는 뜻은 그의 삶을 아주 명확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나님 앞에 충성스러움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마음이 분열되지 않고 하나님을 향하여 곧게 자신의 마음을 정렬한 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자아의 의도와 의지를 하나님을 향하여 집중하여 그분의 뜻을 따른 삶이었습니다. 충성스러움으로 자신의 삶을 일구는 자는 자신의 인생과 운명을 아름답게 꽃피울 수 있을 것입니다. 충직함과 성실함을 능가하는 삶의 기술은 없을 것입니다. 개처럼 충직함으로 살아낸 갈렙처럼 우리 자신이 하나님 앞에 충직함으로 설 수 있는 복된 인생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 : 약속하신 대로
갈렙은 광야에서 45년을 보내고 이제 85세의 고령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갈렙은 고백합니다. “모세가 나를 정탐꾼으로 보낼 때와 같이, 나는 오늘도 여전히 건강하며, 그때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힘이 넘쳐서, 전쟁하러 나가는 데나 출입하는데에 아무런 불편이 없습니다.”
85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건강하고 힘이 넘친다고 고백합니다. 갈렙의 건강 비결은 아마도 그의 충직함과 신실함에 우러나온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갈렙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한국 융연구원의 이부영원장님은 서울대학병원에서 은퇴를 하신 후에 연구원을 설립하고 활발하게 활동하시며, 현직때보다 더 많은 논문과 책을 출간하였습니다. 그분의 나이가 92세이신데도 여전히 손으로 일일이 글을 쓰시고, 제자들의 논문을 지도하시고, 날을 정하여 분석을 진행하고 계십니다.
40세와 85세의 힘의 활력은 분명히 차이가 날 것입니다. 그럼에도 갈렙은 전쟁에 나갈 수 있는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있는 힘과 건강을 유지하며 살았음을 여실히 증명해 보이고 있습니다. 전쟁에 나갈 수 있는 힘은 상징적으로 갈등과 긴장을 견디며 도전하며 살아가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나이를 먹으면, 인격과 삶의 발전을 회피하며 낡고 구태의연해지고 쉽습니다. 그러면 삶은 더욱 경직되고 어떤 다른 것을 수용하지 못하고 굳어집니다. 오늘 갈렙은 하나님의 약속을 신뢰하면서 나이가 숫자에 불과함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인생 후반을 더욱 값지게 살아낸 인생길이었습니다.
충직함으로 단순함으로 신뢰함으로 갈렙처럼 인생 후반에도 건강함과 힘이 넘쳐 인격과 우리의 운명의 길을 아름답게 세워갈 수 있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산지를 내게 주소서
갈렙은 이미 말씀드린대로 산간지방을 달라고 합니다. 여호수아 다음의 2인자인자로서 자신의 지위와 역량으로 풍족한 가나안 동쪽의 땅을 충분히 그저 분배해달라고 요구할 만도 합니다. 그러나 아무도 가려하지 않는 척박한 산지로 가겠다고 자청합니다. 그곳에는 설상가상 힘이 세고 건장한 아낙 자손들이 거주하고 있었고, 그들이 거주하는 성읍은 크고 견고하였습니다. 모두가 꺼려하는 힘겨운 싸움을 해야하는 곳을 오히려 가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이런 사람은 바보 취급당하기 쉽습니다. 약삭빠르고, 줄서기 잘하고, 손익계산을 하면서 자신의 이익에 몰두하는 자가 성공하는 시대에 이런 선택을 하는 자는 어리석다고 손가락질 당할 것입니다.
그러나 갈렙은 자신이 직면해야할 힘센 아낙자손과 크고 견고한 성읍으로 힘겨움이 예상되지만, “주님께서 나와 함께 하시기만 한다면, 주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그들을 쫓아내고 땅을 차지할 수 있다”고 고백합니다. 여러분, 갈렙의 가슴 속에서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불이 있었기 때문에 그곳을 향해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갈렙의 인생은 주님의 말씀, 그 약속을 신뢰하며 도전하는 삶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갈렙의 도전정신이야말로 믿음의 사람들이 지녀야할 삶의 전형과도 같습니다. 모든 이가 가지 않으려고 하는 땅을 신뢰함으로 도전하고, 고생하며 갈등해야하는 길을 충직함으로 나아갈 수 있는 자는 여전히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자일 것입니다.
우리가 여전히 약속을 신뢰하면서 도전해야 하는 아낙자손과 견고한 성읍은 밖에도 있고, 안에도 있습니다. 우리가 마주하는 거대한 권력과 강력하게 구조화된 집단정신의 물질만능의 철옹성과 전투를 벌여야 할 수 있습니다. 회피하고 싶은 강력하고 무서운 콤플렉스를 직면하는 것은 이런 도전정신과 용기가 필요합니다. 자신의 미개척지에 놓인 어둡고 보기싫고 아픈 흔적과 콤플렉스는 우리가 도전하여 의식화해야할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85세의 나이에도 충직함으로 얻은 건강과 힘으로 자신 앞에 놓인 산지를 향해 도전했던 갈렙처럼 우리또한 거친 땅과 견고하고 강력한 성읍을 향해 나아가는 이 싸움을 일생동안 충성스럽게 해 나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