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체는 현증(現證)을 따를 것이 없으니
마키구치 쓰네사부로(牧口常三郞)는 1928년, 니치렌불법(日蓮佛法)에 깊이 감명하고 일련정종(日蓮正宗) 신도로서 신앙의 길을 걷게 된다.
그러나 마키구치는 기성불교로 변한 종문(宗門)의 신심(信心) 자세, 즉 ‘절 신심’에 안주하려 하지 않았다.
니치렌대성인의 가르침으로 돌아가 그 정신 그대로 진정한 니치렌 문하의 길을 걷고자 했다.
1930년 11월 18일, 마키구치와 제자인 도다 조세이(戶田城聖)가 창가교육학회(創價敎育學會)를 창립한다.
그것은 당초 불법을 바탕으로 한 교육개혁을 내세우고 출발한다.
그러나 교육에 국한하지 않고 불법이 곧 “우리 생활법의 총체적이고 근본적인 것이다.”라고 해서 종교혁명을 전면적으로 내건 활동으로 이행한다.
1941년에 창간된 창가교육학회 기관지인 ‘가치창조’ 제1호에는 강령이 게재되었다. 그 속에는 다음과 같은 글도 보인다.
“‘자(慈)없이 거짓 친함은 즉 이는 그의 원(怨)이요. 그를 위해 악을 제거함은 즉 이는 그의 어버이로다.’(어서 139쪽)라는 법화경의 진수대로 화타(化他)에 따른 자행(自行)에 힘써 생활혁신의 실증을 보이는 것을 회원의 신조로 한다.”
자행뿐 아니라 화타의 불도수행 즉 절복과 홍교의 실천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신교의 자유가 위협당한 전시 하에서 학회는 절복과 홍교를 활동의 기둥으로 삼았다.
그야말로 광선유포를 유명(遺命)으로 남기신 니치렌대성인의 정신을 계승하는 일이며 끊어지려고 한 신심의 명맥을 소생시키는 일이었다.
더욱이 특필할 점은 그 활동의 안목을 ‘생활혁신의 실증’에 두었다는 점이다.
각자 니치렌불법을 실천해 생활을 혁신하고 안고 있는 고뇌를 해결해 행복을 구축할 수 있음을 실험 증명하려고 했다.
사람들의 고뇌를 외면하는 종교는 이미 죽은 종교다.
고뇌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함께 살아가야만 진실한 종교다.
◇
“불교의 극의(極意)’인 ‘묘법(妙法)’이 만민(萬民) 필연의 생활법칙이라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실험 증명하자.”
그것이 마키구치의 본뜻이었다.
그리고 묘법이 “수만의 정증반증(正證反證: 행불행)의 누적으로, 단순히 철학적인 추상개념의 진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활의 실상에 나타나는 생활력(生活力)의 끝없는 원천”이라는 것을 실증했다.
즉 니치렌대성인불법이 “백발백중의 생활법칙이라는 사실이 어디서든 몇 사람이든 증명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다.
“일체는 현증을 따를 것이 없으니”(어서 1279쪽)라고 말씀하셨다. 백 마디 이론보다 한 가지 실증이 광선유포를 실현하는 힘이 된다.
그리고 마키구치는 이렇게 말했다.
“실례지만 승려 대부분은 어묘판(御妙判)이라고 말하며 어서(御書)나 경문을 들어 설명은 하지만, 현증로 증명해주지 않으니 유감이다.
더욱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 진리론으로 설명하고 일상생활에 밀접한 가치론으로 설명하지 않으니 무상최대의 법도 충분히 이해할 수 없다.”
실생활에서 고뇌하고 괴로워하는 사람에게 깊이 상관하려고 하지 않고 고뇌를 이겨내는 길이 불법에 있다는 사실을 확신 있게 외치지 못하는 승려를 날카롭게 지적한 말이라 하겠다.
또 마키구치는 불법의 법리에서 마(魔)가 다투어 일어나지 않는 종문의 신심 자세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진정한 신심이 있다면 마가 성난 파도처럼 다투어 일어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일련정종의 신자 중에 ‘누가 삼장사마(三障四魔)가 다투어 일어나는 사람이 있느냐’ 하고 물어야 한다.
그리고 마가 일어나지 않고 사람을 지도하는 것은 ‘사람을 악도(惡道)로 보내는 옥졸(獄卒)’이 아닌가.”
종문도 포함해 일본의 불교 각파가 종론(宗論)을 회피하고 가르침의 고저천심을 따지지 않고 서로 감싸는 시대에서 마키구치는 종교의 검증에 착수해 종교혁명의 봉화를 올렸다. 그것은 종교가 인간의 행불행을 결정한다는 강한 신념에서였다.
◇
마키구치가 일으킨 창가교육학회의 종교운동은 오랫동안 민중을 지배해온 승려가 일으킨 운동이 아니라 재가(在家)인 민중의 손으로 일으킨 종교혁명이었다.
마키구치는 일련정종도 시대의 변천 속에서 의식주의(儀式主義)에 빠져 장례식불교로 변한 사실에 강한 위구심을 품고 있었다. 그래서는 니치렌대성인의 유명인 광선유포를 성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훗날 마키구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저는 역시 재가로서 일련정종의 신앙 이념에 가치론(價値論)론을 도입한 점에 제 가치가 있기에 여기에 창가교육학회의 특이성(特異性)이 있습니다.”
“창가교육학회는 전에 말씀드렸듯이 일련정종의 신앙에 저의 가치창조론(價値創造論)을 도입한 훌륭한 일개 재가의 신앙단체입니다.”
즉 마키구치는 니치렌대성인불법을 바탕으로 가치론 즉 ‘어째서 인생의 행불행이 정해지는가’ 하는 문제를 밝힌 점에 종문과 다른 학회의 우수한 독자성이 있다고 말했다.
단적으로 말하면 학회는 사람들의 행복한 생활을 확립해 어본존의 힘과 대성인불법의 힘을 증명하며 광선유포를 추진했다.
그러나 학회가 종교의 가르침에는 고저천심이 있고 인생의 근본법칙인 정법(正法)에 대한 신(信), 불신(不信)이 생활에서 가치(공덕)와 반가치(벌) 그리고 행불행의 현증을 가져온다고 주장하자 종내(宗內)에서 강한 반발이 일었다.
장례식불교가 된 타종파에 동화되어 절복정신을 잃은 승려들은 대성인의 말씀대로 불법의 왕도로 나아가는 일을 두려워했다.
광선유포를 잊고 그 실천을 잃으면 난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대성인의 정신을, 혼을 버리게 된다.
☞ 신 ․ 인간혁명 제27권 ‘정의(正義)’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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