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동경올림픽이 어제 폐막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역사상 유례가 없던 1년이 연기가 되어 치러졌고 ‘무관중’게임이라는 이상한 형태로 대회가 진행이 되었지만 많은 이야기를 남겼고 또 좋은 모습을 보여 준 선수들도 많았습니다.
<근대5종 경기는 수영, 펜싱, 승마, 육상, 사격으로 구성되는데 승마는 장애물 비월로 치러지고, 육상은 사격을 함께 치르는 복합 경기(레이저 런)로 펼쳐진다. 레이저 권총으로 10m 거리의 표적을 사격하고 800m를 달리는 것을 네 차례 반복한다. 근대5종의 승마는 자신의 말이 없는 만큼 랜덤으로 추첨해 배정돼 짧은 시간 안에 말과 친밀감을 완성해야만 한다.
근대5종 여자 개인전이 열린 지난 6일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말(言)을 듣지 않는 말(馬)에 주먹을 날린 독일 코치가 대회에서 쫓겨났다. 주인공은 5년을 기다린 올림픽 메달의 꿈을 접은 아니카 슐로이(31·독일)의 코치인 킴 라이스너다. 2016년 리우 대회 근대5종 여자 개인전에서 4위를 차지한 슐로이는 이번 대회에서는 수영(24위)과 펜싱까지 중간합계 551점을 받아 선두로 치고 나서면서 첫 올림픽 메달의 꿈에 바짝 다가섰다.
그런데 이번 대회 규정은 말과 친해지는 시간을 20분으로 정했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말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게 하는 일은 무척 어렵다. 슐로이가 만난 말은 ‘세인트 보이’란 이름의 말이었는데 슐로이가 탈 때부터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았고, 이때부터 불길한 기운이 엄습한 슐로이의 눈에는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결국 어렵게 경기장에 들어선 ‘세인트 보이’는 다섯 번째 장애물 앞에서 잇달아 멈추는 사고를 쳤다. 슐로이는 펑펑 울면서 경기를 이어갔지만 결국 장애물 넘기를 거부한 ‘세인트 보이’ 때문에 0점을 받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고, 순위가 곤두박질해 결국 31위로 대회를 마쳤다.
라이스너는 말을 안 듣는 세인트 보이를 “진짜로 때려”라고 슐로이에게 외치는 소리가 독일 텔레비전 카메라에 포착됐다. 그리고 주먹질을 하는 모습까지 생생하게 찍혔다. 명백한 동물 학대였다. 근대5종 연맹(UIPM)이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 선수로 출전했던 라이스너 코치를 더 이상 대회에 나서지 못하게 했다.
우리나라의 전웅태(26·광주광역시청)는 7일 남자 개인전에서 5개 종목 합계 1470점을 얻어 조지프 충(영국·1482점), 아메드 엘겐디(이집트·1477점)에 이어 3위에 올라 동메달을 획득했다. 1964년 도쿄 대회부터 올림픽 근대5종에 출전한 한국의 사상 첫 메달이다. >서울신문,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올림픽에서 경기 직후 선수들에게 인터뷰 마이크를 들이미는 관행이 중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8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도쿄올림픽에 출전했던 미국 수영선수 시몬 매뉴얼은 지난 6일 트위터에 “실망스러운 성적을 낸 직후에 이를 받아들일 시간을 갖기도 전에 선수들을 인터뷰하는 걸 제발 중단해달라”고 썼다.
그는 “정말이다. 선수들은 전부 쏟아부었고, 그 순간 사람들이 더 알아야 할 건 없다”면서 “우리를 감정을 가진 인간으로 봐달라. 가장 큰 무대에서 열심히 노력했던 목표 달성에 실패한 순간을 모두가 지켜봤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상황에서 인터뷰에 응하는 것은 정신적·감정적으로 지치는 일”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공개되고 있긴 하지만, 모든 감정이 공개돼야 하는 건 아니다”라면서 “예를 들어 직장에서 해고되거나 시험에 떨어진 순간이 공공에 알려지진 않는다. 운동선수라고 해서 사람들에게 우리의 영혼 전부를 내줄 의무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수들에 대한 공감이 필요하다면서 언론이 선수들을 인터뷰할 시점과 방식에 대해서 숙고해줄 것을 호소했다.
다만 매뉴얼은 “언론을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저 많은 선수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뉴얼은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던 50m 자유형 경기 직후 언론과 인터뷰한 바 있다. 이후 그는 계영 400m에서 동메달을 땄다.
매뉴얼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선 금메달 2개와 은메달 2개를 목에 건 미국의 수영 스타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는 미국 체조영웅 시몬 바일스가 심리적 압박감으로 기권하면서 선수들의 정신 건강을 돌보는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바일스 역시 “선수도 사람”이라며 자신이 겪은 심리적 괴로움에 대한 이해를 호소했다.>서울신문, 신진호 기자
저도 게임을 보면서 선수들을 탓하고 감독을 탓한 때가 많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는 그런 모습을 많이 자제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느 선수가, 어느 감독이 이기고 싶지 않겠습니까? 거기 나온 모든 선수들은 대부분 자기 나라를 대표해서 나온 선수들입니다.
박찬호가 야구경기 해설을 하면서 옷에 태극마크를 달면, 갑옷을 입은 심정이 된다고 했는데 아마 대부분 그럼 각오로 게임에 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잘해서 금메달을 따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상대선수보다 기량이 딸릴 수도 있고, 혹은 운이 안 따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자신이 가진 최고의 역량을 발휘했다면 충분히 박수 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축구와 야구를 보면서 실망한 것은 또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많은 관심을 받고 그만큼 많은 후원을 받아서 출전했으니 더 좋은 경기를 보여주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기대를 걸지 않았다면 실망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둘 다 금메달을 바라본다고 얘기해 놓고는 메달권 밖으로 나갔으니 지탄을 받는 것도 어쩔 수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게임은 다 끝났습니다.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 출전인 선수도 있겠지만 올림픽이 이어지는 한 우리 선수들은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해야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서 게임에 임하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겁니다.
다들 수고 많았습니다. 대한민국, 대한민국 선수단 파이팅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