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내용은 보도된 뉴스를 바탕으로 각색된 추리소설입니다
강민준 형사는 하천변 나무 다리 위에 서서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새벽 공기 속으로 참새 떼가 낮게 날아올랐다가 흩어졌다.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이수연이었다.
"선배, 자료 다 모았어요. 지금 사무실로 오실 수 있어요?"
"세 건 다?"
"네. 근데 이상해요. 세 사건이 서로 연결점이 없는데... 뭔가 비슷한 패턴이 보여요."
민준은 담배를 끄고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사무실에 도착하자 수연이 화이트보드에 세 개의 파일을 붙여놓고 있었다. 각각 '선관위 이관 논란', '무인기 오인 격추 미수', '지지율 데드크로스'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
"이 세 건이 왜 우리 사건이야? 형사과 소관이 아닌데."
"제보가 들어왔어요. 세 사건 모두 배후에 같은 인물이 있다는 거예요. 이름은... '박 실장'이라고만 나와 있어요."
민준은 눈썹을 찌푸렸다.
"구체적으로 뭘 했다는 건데?"
"선관위 용역 발주 배후에서 압력을 넣었고, 무인기 사건 조사 결과를 축소하도록 지시했고, 여론조사 데이터도 조작했다는 거예요."
며칠간 두 사람은 제보를 따라갔다. 선관위 관계자를 만났고, 국방부 소식통을 접촉했고, 여론조사 기관 관계자와도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나 만날 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비슷했다.
"박 실장이라는 사람은 모릅니다. 그런 압력도 없었어요."
수연은 점점 초조해졌다.
"선배, 뭔가 이상해요. 다들 부인만 하는데, 정작 실무자들은 자기들이 알아서 그렇게 했다고 말해요. 선관위 직원들은 업무가 힘들어서 이관을 원했다고 하고, 군 관계자는 그냥 관행대로 문자로 소통했다고 하고, 여론조사 기관은 데이터에 손댄 적 없다고 해요."
민준은 화이트보드 앞에 오래 서 있었다. 세 개의 파일, 세 개의 화살표, 그러나 그 끝에 있어야 할 '박 실장'이라는 이름은 어디에도 실체가 없었다.
"수연아, 우리가 잘못 짚었을 수도 있어."
"무슨 말씀이세요?"
"범인을 찾고 있었잖아. 근데 이 세 사건에 공통된 건 어떤 개인이 아니라..."
민준은 화이트보드에 새로운 단어를 적었다. '절차의 공백'.
"선관위는 헌법기관인데도 업무가 힘들다는 이유로 핵심 권한을 넘기려 했어.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그렇게 해도 된다고 여긴 거야. 군은 정해진 통신 절차 대신 문자메시지로 소통했어. 누가 막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게 관행이 되어버렸으니까. 여론조사도 마찬가지야. 데이터 자체보다, 그 수치를 받아들이는 정치권의 태도가 문제였던 거지."
수연은 화이트보드를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범인은 한 사람이 아니라, 곳곳에 뚫려 있던 구멍들이었다는 거네요."
"'박 실장'이라는 제보도, 어쩌면 사람들이 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낸 이름일지도 몰라. 거대한 조직적 실패보다는 악당 한 명을 지목하는 게 더 쉬우니까."
수연은 파일을 덮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멀리 하천 위로 참새 떼가 낮게 날고 있었다.
"선배, 그럼 우리가 쓸 보고서에는 뭐라고 적어야 해요? 범인 없음?"
민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범인 없음이 아니라—책임의 공백. 그리고 그걸 메우는 건 한 사람을 잡아넣는 게 아니라, 시스템 전체를 다시 점검하는 일이라고 써."
수연은 펜을 들었다. 창밖 참새들은 여전히 가볍게, 그러나 정확한 궤적을 그리며 다리 위를 오가고 있었다. 그 자유로움이 새삼 낯설게 느껴졌다. 새들에게는 지켜야 할 절차도, 책임져야 할 자리도 없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