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스승의 날이다.
가천대에서 수업을 하지 않고, 율동 공원에서 야외 행사를 하기로 했다.
처음 오시는 분들이 많아서 아침부터 카톡방이 분주하다.
제 시간에 오시는 분은 거의 없고 조금씩 늦다보니 10시에 모이기로 했는데 10시 30분이 돼서야 거의 다 오셨다.
다들 들뜬 마음으로 곱게 차려 입고 오셨고, 문교수님도 밝은 표정으로 오셨다.
오늘은 수업을 하지 않고 스승의 날 행사만 하려고 했으나 우리 교수님은 간단히라도 해야 할 것 같다고 자료를 준비해 오셔서 수업부터 시작했다.
대도사 올라가는 중간에 있는 정자에 자리잡았는데 사방이 꽃보다 아름다운 신록으로 둘러싸여 있고, 날씨는 가을처럼 맑고 화창해서 스승의 날을 축복해주는 것 같았다. 거기에 맞게 서정주의 '신록'을 공부했다.
신록(新綠)
서정주(1915~2000, 화사집, 귀촉도, 신라초, 동천 등 많은 시집을 펴냈다)
어이 할거나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남몰래 혼자서
사랑을 가졌어라
천지(天地)에 이미 꽃잎이 지고
새로운 녹음(綠陰)이
다시 돋아나
또 한 번 날 에워싸는데
못 견디게 서러운
몸짓을 하며
붉은 꽃잎은 떨어져내려
신라 가시내의 숨결과 같은
신라 가시내의 머리털 같은
풀밭에 바람 속에 떨어져 내려
올해도 내 앞에 흩날리는데
부르르 떨며 흩날리는데...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꾀꼬리처럼 울지도 못할
기찬 사랑을 혼자서 가졌어라
혼자서 간직한 기찬 사랑은 어떤 사랑일까?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사람은 시를 쓸 자격조차 없다는 단호하신 교수님의 말씀에 다들 긍정하는 분위기이다.
이어 학생작품으로 박연자샘의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
5월의 초록 눈물
박연자
5월이 손짓하면
초록 눈물이 고입니다
꽃망울 붉은 모란은
아버지 모습을 닮았습니다
출근길 눈길 마주칠 때면
아버지하며 불러봅니다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
사랑합니다
올해도
아버지가 심은 박태기나무
자식 사랑으로
꽃망울 터뜨립니다
꽃과 나무를 가꾸시기를 좋아하셨던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받고 자란 막내 딸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눈가에 눈물이 고이는 시이다.
이어 오늘의 메인 행사인 스승의 날 기념식을 거행했다.
먼저 케이크 점화를 하려 했으나 바람이 많이 불어서 케이크만 놓고 '스승의 은혜' 노래로 시작했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 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 아아!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
2절까지 기립해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힘차게 불렀다.
다음 가천 시창작반에서 준비한 꽃다발을 심양섭 부회장님께서 증정을 하였고, 선물은 내가 드렸다. 개인적으로는 총무 허복례샘과 조형자샘이 선물을 드렸다. 박경자 샘은 수박을 통으로 가져오셔서 수박을 드리는 특별 선물 이벤트를 하셨다. 그외에도 여러 샘들이 떡과 과일을 준비해 주셨다.
이어 축하공연을 시작했다.
매년 스승의 날마다 노래를 불러드렸는데, 올해도 그냥 갈 수 없어서 가곡 '수선화'를 불러드렸다. 수선화를 "그대는 신의 창작집 속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불멸의 소곡"이라 했는데, 문교수님이 바로 그 수선화이다. 문교수님께서 좋아하시는 곡이라고 아주 좋아하시면서 노래가 끝나자 나를 안아주셨다. 노래한 보람이 있었다.
이어 허복례샘이 만돌라 공연을 했다. 잘 모르는 노래라서 곡명이 생각이 나지는 않느데, 신앙심이 깊은 문교수님을 위해서 연주한다고 했으니 찬송가인가 보다. 작지만 잔잔하면서 마음을 따듯하게 하는 곡이었다. 이어서 박경자 샘이 노래 한가락을 뽑으셨다. 적당한 율동으을 섞어서 노래를 부르니 한결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우리 축하식은 끝나고 교수님께서도 선물을 준비하셨다고 했다.
우리 한 명 한 명이 모두 스승이라고 하시면서 손수 주문하신 카네이션을 가슴에 직접 달아주시면서 포옹해 주셨다. 문교수님이 강조하시는 '교학상장'의 현장을 보는 감동적인 분위기였다. 이런 스승의 날 행사는 평생 처음이라고 하시면서 아마 잊지 못할 스승의 날이 될 거라는 말씀으로 마무리하셨다.
마지막으로 단체 사진 촬영을 했다. 꽃을 단 스승님과 제자들이 어린아이들처럼 예쁘게 사진을 찍었다. 어린이 놀이터 앞에서 남학생들은 미끄럼틀에 올라가서 여학생들은 아래서 정말 어린이처럼 사진을 찍었다.
지나가던 해가 구름 사이에서 밝은 웃음을 웃으며 좋아했다.
수많은 나뭇잎들이 기뻐서 치는 박수 소리가 율동 공원을 가득 메웠다.
시간이 많이 가서 준비한 간식도 못 먹고 예약된 식당으로 향했다.
자연식으로 된 마실 정식집에서 교수님의 기도로 시작하여 잔을 부딪히고, 사랑을 부딪히면서 즐거운 식사를 하였다. 주식과 샘들이 싸온 간식을 먹으니 마음도 부르고 배도 부르다.
이보다 더 좋은 시간이 또 있을까?
오늘도 합평회를 해야 한다는 부회장님의 엄한 말씀에 가실 분들은 가시고, 6명이 모여서 합평회를 하였다. 한 낮의 율동 공원을 돌아 책 테마파크로 갔는데, 월요일이라 문을 닫아서 테마파크 앞 벤치에 앉아서 합평회를 하였다.
오늘 처음 시를 써오신 김재황샘의 '꿈', 채기병의 '섬과 다리', 류숙자샘의 '겨울이 팔랑팔랑', '김유미샘의 '불효', 박경자샘의 '좋겠다, 그年은', 심양섭샘의 '봄' 순서로 했다.
심양섭 샘의 '봄' 시를 합평회 하다가 박경자샘이 봄 바람이 우산은 뒤집는데 치마는 뒤집을 못하고 보일락말락 마음만 벌렁벌렁하게 한다는 말씀을 하면서 배꼽이 빠지게 웃으셨다. 아직도 그 배꼽 율동 공원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이렇게 가천 시창작반의 기쁜 하루가 가고, 우리들의 우정과 사랑도 깊어져 갔다.
첫댓글 한 사람 한 사람이 진실한 마음으로 축하해주고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의미있는 스승의 날 행사였습니다. 잊지않겠습니다.... 아멘
스승의 은혜 감사합니다.
즐겁고 보람있는 야외 수업이었군요.
축하하고 환영합니다.
함께 하시면 좋을 뻔 했습니다.
스승이란 단어만 들어도 가슴으로 내리는 뜻모를 아련함과 감사함은 누구의 가슴에도 그러하리라~ 붉은 카네이션 선명함이 가슴을 감동하고 5월 신작 푸르름엔 행복이 무언지 새잎모아 알려 주고 있다 ☘
총무님의 따뜻한 마음과 세심한 준비로 잘 되었습니다.
교수님께서 가슴에 달아 주신 카네이션은 평생 잊지 못할것 같습니다~♡
맞아요. 선생님한테 처음 받아보는 거예요.
와~ 풍성하네요
원래 가천이 그래요.
그날이 새롭습니다.
달아드린 카네이센은 세월이 하도 좋아 저 가슴에도 피엇습니다.
교수님의 마음 이렇게 배려심 많으신 줄 예전에 미쳐몰랐습니다.
가슴에 남는 꽃이되였습니다.
말로만 듣던 남의 동네 율동 공원 산책은 여유로였습니다.
합평회라는 미명 덕분이지요.
출석? 많이 늦었습니다 .
화려한 시간 남기신 채샘과 홍샘 수고에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