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 연두빛 고운 숲속으로 / 어리고 단비 마시러 봄 맞으러 가야지
풀 무덤에 / 새까만 앙금 모두 묻고 / 마음엔 한껏 꽃 피워 봄 맞으러 가야지
봄바람 부는 흰 꽃 들녁에 시름을 벗고~~~
요즘 자주 흥얼거리던 노래였습니다.
지난 겨울 몸도 마음도 바빠 제대로 된 여행을 못하고
봄이 오면 봄이 오면....노래를 부르고 있었지만
내 편이 아닌 시간때문에 문 밖의 봄을 보지 못하고 겨울안에서 헤매는 듯 했습니다.
봄이 '나'만을 비켜가는것도 아닌데, '나'만이 그 봄을 즐기지 못하는 듯한 낭패감에 사로잡혔지요.
아마도 봄을 보지 못하는게 아니고 제대로 느낄수가 없었음이었겠지요.
오랜만에 시간을 내어 봄을 만나러 떠난 길.
노래 가사처럼 연두빛 고운 숲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봉황자연휴양림 뒷산 산책길에서..>
뒤로는 연두색 병풍을 두른듯하고 앞으로는 너른 개천이 흐르는
그야말로 명당자리에 뚝딱 집을 한 채 지어놓고 한편에선 맛난 음식을 준비합니다.
(참고로, 지금 보이는 곳은 개울이 흐르는 앞쪽입니다. 산이 아닌...)
<자연휴양림내에 있던 펜션>
저 편의 멋드러진 통나무집 펜션보다 저 부드러운 잔디밭 위의 집 한채가 더 정겹습니다.
그 속에서 가족의 정도 유대감도 행복도 더해 지는 듯 합니다.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입니다.
그리고 여유를 찾으러 가는 길인 듯 합니다.
'여행'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로 인해 쉽게 친근해지고
처음보는 사람과도 호탕한 웃음과 즐거운 술잔 나눌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송탁님과 언니>
<닭고기 꼬치와 바비큐요리는 송탁님 솜씨입니다.>
밤이 깊을수록 머리위의 별들도 그 수를 더해가며 더욱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새벽 3시가 넘도록 모닥불가에 옹기 종기 모여앉아 수다를 떨어봅니다.
오고가는 술잔도 정겹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얘기꽃들은 더 정겹습니다.
3시 반이 되어서야 텐트속으로 기어 들어간 듯 합니다.
아침 6시.
그리 요란하지도 않은 진동 알람에 눈이 떠지고 말았습니다.
지난 이틀 뭔가를 하느라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잠이 들곤 하여
푹 자야지~~생각하고 잠들었는데 겨우 두어시간 채우고 눈이 떠지고 말다니요.
아마도 알람때문이 아니라.....
산위에서 들려오는 이름모를 새 소리에......
저 아래 흐르는 계곡 물소리에......
바로 옆 과수원 복사꽃 피는 소리에......
그리고,
이미 저 산능선을 넘어 참나무 가지 사이를 헤집고 돌아다니는 개구쟁이 햇살 때문이었을겝니다.
조용히 배낭만 들고 빠져나와 휴양림 뒷산을 걸어봅니다.
간밤의 즐거움에 모두들 피곤하였던지 휴양림의 산막들도 조용합니다.
산불조심 입산금지(적발시 벌금 10만원) 플래카드를 넘어가면서
ridge님 말씀처럼 '지금山入'으로 멋대로 해석 해 버립니다. ^^
<등산로 초입>
깨어있는건 단지,
헥헥거리며 걷고 있는 저와,
연두빛 숲과
졸졸거리는 계곡물과
청아하게 노래하는 새들과
발 밑의 제비꽃과
연분홍색 진달래와
하얀색 산벚꽃과
귓가를 스치는 부드러운 봄바람과
나무 사이를 헤집고 돌아다니는 아침 햇살입니다.
<금강 제비꽃? 아마도..>
<호제비꽃>
인적없는 산길을 홀로 걸으며 양희은의 노래를 흥얼거려 봅니다.
눈부신 아침햇살에 산과 들 눈뜰 때 그 맑은 시냇물 따라 내 마음도 흐르네~~~~
부족한 잠으로 가라앉아 캑캑거리던 목소리를
노래하던 새들이 '답가'로 잘 받아들였는지는 모르겠네요. ^^
봉황자연휴양림 뒷산은 해발 398m의 '울궁산'입니다.
등산로는 3.5km정도로 해찰하며 걸으니 두어시간 걸리더군요.
산세는 완만한 편이고 낙엽송, 소나무, 진달래, 산벚꽃나무 그리고 참나무가 많았습니다.
숲으로 들어갈수록 참나무 군락이었는데
지금 한창 나무에 물이 오르고 연두색 이파리를 피워내고 있어 숲이 환해지고 있었습니다.
<더 멋진 곳이 많았는데 디카 아웃되어 찍지 못했답니다.>
전망대에 한참을 앉아 그들과 대화를 시도하여 보았으나 끝내 묵묵부답이더군요.
아직은 내공이 부족한가 봅니다. ^^
배낭엔 겨우 500짜리 물통하나와 주머니에 사탕 세개.
간밤에 그리 먹었는데도 너무나 정확한 배꼽시계.
능선을 걸어 산을 돌아 내려오니 8시가 조금 넘었는데
야영지까지 큰 길을 걸으며.......지금쯤 가면 모두 일어나 밥을 해놓고 있을꺼야.......
아~얼마나 야무진 꿈이었더란 말입니까~~~
햇살이 야영장 안으로 가득 밀려들어왔는데도 미동도 없는 텐트들.
죄없는 내장들은 출렁이며 밥달라고 아우성이고
결국 빈속에 참외하나 커피 한잔 밀어넣고 있자니 송탁님 일어나시더군요.
'밥'요. / 아침이라 밥맛이 없으니 감자스프로 때우자. / 엥~~~~(누가 밥맛이 없는데.....-.-)
키마는 그렇게 감자스프 한 컵으로 아침을 때우고 다시 텐트로 기어들어갔습니다.
어제 아침 생각하니 갑자기 배고파지네.....힘에 부쳐 그만 쓸랍니다.
디카 아웃되어 보여드릴 사진도 없고요. ^^
남한강변에서 스릴넘치는 오프로드와 나름대로 특이했던 점심.
맛난 이천 쌀밥집은 눈으로 찍어 가슴속에 두었습니다.
부족한 잠에 피곤이 겹겹이 쌓여 하루종일 멍하지만 행복했던 봄날을 기억하며 미소지어 봅니다.
주저리 주저리 썼네요.
오랜만의 나들이에 기분이 고조된 탓이려니 해 주세요. ^^
모두들 즐겁고 활기찬 한 주 되십시오.
근데.....이 좋은 봄날에 사방에서 웬 번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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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 사진 : 위로부터 냉이꽃, 별꽃, 봄맞이꽃, 복사꽃>
5월이 되어야 더 많은 들꽃들이 앞을 다투어 피어날 듯 합니다.
눈과 몸을 낮추어 열심히 보려 합니다.
솔나물이라는 새로운 개체를 찾았는데 디카 아웃되어 못 찍어온게 정말 아쉽네요.
언젠가는 그 녀석을 또 만나겠지요.
첫댓글 같이 동행한 오지녀 키마님의 후기입니다. 횐님들의 안부도 두루두루 여쭙고요. 니들님의 와인,맥주맛을 그리워 하고 있습니다.
햐~~아... 정말 정겹고,즐거운 여행이셨네요!... 혹 노래 제목좀 알려주세요... 꼭 들어보려고요..... ^+^
http://www.ecobusan.org/bbs/view.php?id=chatter_bbs&no=954 노래 있는곳.... ^+^
사진이 예술입니다....^^
와... 송탁님이 이렇게 문학소년같은 기질이 있었나... 문장이 아름답네........ 라고 생각하며 읽어내려갔는데.. 중간에 보니 송탁님이 쓰신게 아니더군요.... 잠시나마 깜짝 놀랐었습니다... ㅎㅎㅎㅎㅎ 그럼 그렇지... 송탁님은 터프한 맛 한가지로 버티셔야죠..^^ 좋은 글과 사진 올려주신 오지녀님께 인사전해주세요
와 ! 송탁님이...하면서 봤는디..ㅋㅋㅋ 역쉬 송탁님은 터프가 어울리셔....^^*
오지녀 키마님 잘 계시죠....^^ 후기 잘 봤습니다...
너무너무 좋아 보입니다. 늘 좋은 시간들 보내세요...
올만에 뵙게 되는 군요,,, 즐거운 여행 하셨네요,,
사진은 작품이구먼 울집에 왓다간지을매안됏는데 무자게 다니는구먼 ...........건강할때 즐겨야지 즐건여행을 추카합니다
저도깜짝했습니다,ㅎㅎ
키마님 오랜만이네요. 저도 송탁님이 아니길 속으로 바랬습니다. 넘 안어울려서...ㅋㅋㅋ
입가에 웃음이 그치지 않은 모습이 지금도 선합니다...어제 송탁님과 전화로 이얘기 저얘기....참 좋은 사람들이 많은 이곳이 정말 좋습니다...^^...키마님의 글 정말 맑고 순수하다는 느낌입니다....새벽의 숲속 안개 처럼...^^
반갑습니다. 멋지시네요 다음에 또 뵙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