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281)
사람잡은 계륵(鷄肋) 사건~
다음날 오후 늦은 시간에,
조조의 군영에는 장수들이 모여 들었다.
마지막으로 사마의가 들어와 자리하자,
조조가 침울한 소리로 독백을 하듯 물었다.
"어제 지원군을 보내지 않았으니...
결국, 정군산을 잃었겠군 ..."
"예 ! ..이만여 명의 병사들이 전사했고,
하후연 장군은 ..."
"그만하게 !"
조조는 사마의의 말을 중간에서 잘라버렸다.
지원군을 보내주지 않았으니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전날 보내온
하후연의 급서를 접어보이며,
"말 안 해도 아네, 하후연은 내 형제야,
죽으면 죽었지 항복할 사람이 아냐..."
하고, 침울한 표정이 된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장수들이 분기 탱전한 소리를 내지른다.
"하후연 장군의 복수를 하게 해 주십시오 !"
"놈들에게 복수를 하겠습니다 !"
"명을 내려 주십시오 !
놈들과 결전을 벌이겠습니다 !"
"어서 명을 내려 주십시오 !"
장수들이 서로 나서며 조조를
재촉하는 가운데 허저가 들어온다.
그의 손에는 한 통의 죽간서(竹簡書)가 들려있었다.
허저가 죽간서를 바치며 말한다.
"전하 ! 유비가 선전포고문을 보내왔습니다."
침울한 표정의 조조가 허저의 손에서
죽간서를 빼앗다시피 하며
선전 포고문을 펼쳐 보았다.
거기에는 유비의 필체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 맹덕은 보시오.
몸을 정결히 하고 기다리고 있으시오.
내 오늘 반드시 한중을 차지하러 가겠소..>
"에 ~잇 !..."
조조가 선전 포고문을 읽다 말고
그대로 바닥에 집어던졌다.
그리고 노여움에 가득찬 소리를 외쳐댔다.
"유비 이놈이 날 뭘로 보고 !...건방진 놈 같으니 ! "
"전하 ! 고정하십시오. 유비의 선전포고문은
우리가 섣불리 도발하기를 바라는 수법입니다."
사마의의 말을 듣고 조조는 금방 냉철해진다.
"유비군은 지금 어디에 있나 ?"
"예, 조운과 황충은 위하를 건넜고,
유비는 삼십만 대군을 이끌고
뒤따르고 있습니다."
허저가 대답한다.
"서황은 어디있지 ?"
"서 장군은 유비의 배후를 치기 위해,
따로 다리를 만들어 위하를 건너,
서쪽 기슭에 군영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자신을 사지(死地)에 두어야
비로서 살 수있다고 하였습니다."
"병사를 그렇게나 많이 잃었다면서
어찌 또 그런 작전을 편다는 말인가 ?
그런건 지략이 없는 적들과 싸울 때나
쓰는 방법이지, 우리 상대는
유비와 제갈양이 아닌가 말야 ! "
"조창은 어디있나 ?"
"예, 조창 공자는 전하의 명을 받은 즉시,
오만의 병력을 이끌고 오고 계십니다."
"음 !... 창이가 오면 뒷 일은 걱정을 할
필요가 없지, 생각을 할 테니 물러들 가 있게."
조조는 정욱을 비롯해 장수들에게 명하였다.
"알겠습니다 !"
장수들이 모두 물러나가자,
사마의는 조조가 집어던진 유비의
선전포고문을 바닥에서 주워들어
조조의 탁자위에 올려놓았다.
"자네도 물러가게."
조조는 사마의 조차 물러가란 명을 내렸다.
그러자 사마의는 아무런 대답도 없이
묵묵히 뒤로 돌아서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장수와 대신들을 모두 내보낸 뒤,
울민한 심정에 싸여 있는 그때,
병사들이 저녁을 가지고 들어온다.
병사들이 물러간 뒤,
조조가 늦은 저녁 식사를 위해 계탕(鷄湯)
그릇에 수저를 넣어 건져보니,
저(箸)에 건져서 나오는 것은 닭의 갈비였다.
조조는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때, 야간 당직 장수가 들어와 묻는다.
"전하 ! 오늘 밤 암호(暗號)는
무엇으로 할 까요 ?"
그러자 조조는 저로 닭의 갈비를 든 채로
무심중에 중얼거리며 말한다.
"계륵, 계륵(鷄肋) ? ..."
"네 ! 알겠습니다 !"
당직 장수는 밖으로 나와 야간
경계 병사들에게 암호를 전달한다.
"잘 들어라 ! 오늘밤 암호는
계륵으로 하라는 분부이시다 !
보초병은 경계를 강화하고,
적의 야습에 철저히 대비하라 !"
"예 !"
야간 보초병들이 일시에 대답하는 소리를
또 다른 사람이 들었으니, 그는
행군주부 양수(行軍主簿 楊修)였다.
양수는 야간 당직 장수의 암호를 듣자,
행군치장 시종에게,
"짐을 꾸려 허창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게."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조조의 명을 전달한 당직 장수가
그 소리를 듣고, 양수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양 선생, 곧 촉군과 결전을 벌일 것인데,
어찌 짐을 꾸리라고 하십니까 ?"
"허 ! 암호를 듣고, 전하의 뜻을 알게 되었소.
계륵은 닭고기중에 먹기엔 빈약하고
버리기는 아까운 것이오. 지금 우리가 싸우고 있는
이 땅은 바로 닭의 갈빗대와 같은 곳이오,
위왕께서 그런 암호를 내리신 것을 보면
필시 며칠 내로 군사를 물릴 것이오.
그래, 미리 준비를 시킨 것이오. "
양수는 이렇게 말하곤 돌아서
자기 숙소로 돌아가 버리는 것이었다.
식사를 마친 조조는
마음이 산란하여 밤바람을 쏘이며
진중 순찰을 나왔다가 깜짝 놀랐다.
모든 군사들이 한결같이
짐을 꾸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조는 크게 노하며 즉시 당직 장수를 불렀다.
"모든 병사들이 짐을 꾸리고 있으니,
무슨 일 인가 ? 부대 이동명령을 누가
내렸기에 이 밤에 짐을 꾸린단 말인가 ?"
"아룁니다. 양수 선생이 며칠 내로
철수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무슨 근거로 ?"
"오늘 암호가 계륵이란 걸 듣더니,
계륵은 먹긴 싫고 버리긴 아까운 것이라고
하면서 전하께서 군사를 물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괘씸한 놈 ! 제 멋대로 분위기를 흐렸구나 ! 여봐라 !"
조조는 측근의 호위 병사를 불렀다.
"옛 !"
"놈의 목을 베어 효수하라 !"
"알겠습니다 !"
"예,엣 ?"
당직 장수는 위왕의 놀라운 명령에
자기 목에 손을 대었다.
명령 일하, 양수는 그 시각으로
죄없는 원혼(寃魂)이 되고 말았다.
생각하면 젊고, 생기 발랄하며 지혜롭던 양수는
타고난 재주가 너무도 비상했기에 오히려
조조의 미움을 사서 목숨을 잃게 된 것이었다.
양수의 재주에는 많은 비화(秘話)가 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조조가 업군에
호화로운 궁전을 짓고 어마어마한
규모의 정원을 꾸며 놓았을 때,
조조는 그 정원을 돌아보고, 아무런 말도 없이
문 위에 활(活) 자 한 자를 써 놓고 돌아가 버렸다.
그러나 양수만은 조조의 뜻을 알아채고
정원을 절반으로 줄여서 아담하게 꾸며 놓았다.
조조가 나중에 새 정원을 돌아보고
크게 기뻐하면서 물었다.
"누가 내 뜻을 짐작하고
정원을 이렇게 고쳤느냐 ?"
"양수의 명령이었습니다."
조조가 양수를 불러 묻는다.
"그대는 나의 뜻을 어떻게 알았는가 ?"
"대왕께서 <門> 에 <活> 자를
써 놓고 돌아가셨는데,
<門> 에 <活> 자는 즉, 넓을 활(闊) 자라,
너무 넓다는 뜻으로 짐작하고
고치라 명하였습니다."
조조는 크게 기뻐하며 그의 재주를 칭찬하였다.
또 이런 일도 있었다.
조조는 자신이 한 때
동탁을 모살(謀殺)하려 했던 것 처럼,
항상 누군가 자신을 해칠까 염려되어,
평소에 주변과 측근에게 이렇게 일러두었다.
"나는 잠결에도 귀가 밝아 나를 향해
다가오는 사람이 있으면 죽여버리는
버릇이 있으니, 누구든지 내가 잠든 뒤에는
곁에 오지 말도록 하라 !"
그런데, 어느날 조조가 장중(帳中)에서
낮잠을 자는데, 장막끈이 끊어지는 바람에
장막이 몸에 내려 덮였다. 그러자
근시(近侍)가 황망히 끈을 고쳐 매려고 다가갔다.
그 순간 조조가 벌떡 일어나더니
베개밑에 단도를 빼들어 순식간에
근시를 찔러 버리고선 그대로 다시 잠이 들었다.
그런 뒤에 조조는 낮잠을 늘어지게 자고 깨어나서,
"누가 내 근시를 죽였느냐 ?"
하고, 측근에게 물었다.
측근이 사실대로 말을 하며,
"승상께선 잠결에도 사람을 죽이시니,
무서워서 감히 시체를 치우러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하고 아뢰는 것이었다.
조조가 그 소리를 듣고
짐짓 크게 애석해 하면서,
"내가 잘 때에는 옆에 오지 말라고
진작부터 일러 두었건만, 내가 그만
잠결에 부주의로 이렇게 되었구나 !"
하고, 통곡을 해 보이며,
죽은 자를 후히 장사지내 주도록 명하였다.
사람들은 조조의 말을 모두 믿었지만,
양수만은 조조의 심중을 알아채고
죽은 자의 관을 붙잡고,
"승상이 꿈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대가 꿈속에 있었구나 !"
하고, 탄식하였다.
조조가 그 말을 듣고 그때부터는
양수의 지혜를 은근히 미워하기 시작하였다.
한번은 또 이런 일도 있었다.
양수는 조조가 셋째 아들 조식을
무척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그에게
답교(答敎)라는 책을 한 권 써 주면서 말했다.
"만약 대왕께서 어려운 질문을 하시거든
이 책을 미리 잘 외워 두었다가
그대로 대답 하십시오. 그리하면 공자께서
후일 대왕의 후계자로 낙점될 수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조식은 그 말을 듣고, 양수가 써 준
답교를 콩을 볶아먹 듯이 <달달> 외워두었다.
조조는 수시로 조식을 불러 들여,
대소사의 군국지사(軍國之事)를 물어보았다.
그때마다 조식은 유창하게 대답했는데,
그 지혜는 여간 놀라운 것이 아니었다. 그리하여
그때부터는 조식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그런데 훗날 큰아들 조비(曺丕)의 고자질로
조조는 <답교>라는 책을 읽어보고 크게 놀랐다.
양수가 지었다는 그 책의 내용은 조조 자신의
심중을 너무나도 잘 꿰뚫어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조는 그때부터 양수를
죽여버릴 기회를 찾고 있었는데,
마침 <계륵>사건이 일어났기에
이것을 빌미로 드디어 양수의 목을
합법적으로(?) 베어버릴 기회를 잡은 것이다.
자고로 재승박덕(才勝薄德)이라고 했는데,
양수는 재주는 비상했으나
그것을 감추는 방법이 미숙했던 까닭에
결국은 조조에게
비명횡사를 당하게 된 것이다.
아니면 ... 조조란 위인은
자신을 이기려고 하는 자를
결코, 참고 보아 줄 수 없는
성격의 사람인 것인지도 모른다.
* 붙임말.
중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평가되는 조조,
그의 지략과 속셈을 잘 살펴 본다면,
앞으로 그들과의 거래에서
우리가 우위를 점할 수도 있지 않을까 ?
근자에 들어 우리는 북한의 미사일
방어망인 <사드>를 배치 하려다가
중국의 거센 반발을 불러들였다.
게다가 중국에 진출해 있던 기업은
매장을 폐쇄 당하기도 했고,
대통령은 중국을 국빈 방문하여
변변한 의전도 못받고,
우리끼리 <혼밥>을 먹고 왔다.
외교부장이란 자는 우리 대통령 팔에
제 손을 한 짝 올리며 변두리 성주(城主)
대 하듯이 <툭툭> 건드리기도 했다.
물론, 중국은 많은 자원과 인구를 가진
거대한 영토를 가진 나라이다.
그렇다고 그들의 자존심이 언어와
문자를 달리 쓰고 있는 <이웃>을 무시할
우월함과 특권까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금계포란(金鷄抱卵)의 지형을 갖춘 중국...
어느 날 알이 깨지고 품던 병아리가
튀어나올 때 쯤이나 달라지려나 ? ...
...
첫댓글 양수..
너무 앞서가는 행동에 참수를 당하고 마는군요..
조조의 성격을 잘 파악하고 있었으나....아쉽군요..
조조는 철군하는 수순을!~
닭의 갈비라...
쓸모가 별로인지라..
양수가 아깝네요~..~
유비가 백성을 위하고 성군으로 묘사 되지만 ,
결국 조조의 아들대에서 천하를 얻듯이,
현재의 중국을 보면 조조같은 인물이 득세 하고 있는 실정이 아닐까요 ~~~
삼국지는 우리네 인생에서 많은 반성을
직간접적으로 유도해 주어 고맙습니다,
간신과 배신과 배반과 그리고 충신과의 사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