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그릇
사람들은 언제나 내게 기도부탁을 하는데, 나도 항상 기도해 주겠다고 대답한다.
기도 부탁을 어떻게 거절할 수 있으랴?
하지만 같이 일하는 사람들, 가족, 친구, 동료들 그리고 같은 교구 사람들의 엄청난
기도 요청에 내 기도까지 해야하니, 때로는 그 모든 기도 제목들을 다 기억하지도 못한다.
기도 과부하에 걸려버린 것이다.
하루는 내 친구인 우르술라 수녀회 소속의 브리짓 수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녀에게 기도 요청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면서 내 문제를 털어 놓았다.
"누구를 위해서 뭘 기도해야 하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니까!"
"기도 그릇을 한번 써봐." 브리짓 수녀가 말했다.
그녀는 집에 작은 그릇을 하나 마련해 놓고, 기도 요청이 있을 때마다 종이쪽지에 적어
그릇에 넣어 둔다는 것이다.
"하루 두 번 정도 접시에 손을 넣고 기도 제목을 한 움쿰씩 쭉 읽어내려 가는 거야."
'나도 한번 해 봐야겠는걸.'
몇 달 후 아시시와 로마를 여행하던 중, 딱 안성맞춤인 그릇 하나를 발견했다.
오래 묵은 올리브나무를 깎아 만든 것으로, 올리브 색과 갈색이 감도는 아름다운
소용돌이 무늬가 가득한 그릇이었다.
그것을 사가지고 와서, 매일 볼 수 있도록 직장에 있는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이제 기도 부탁을 받거나 기도가 필요한 사람 이야기를 듣게 되면, 나는 날짜와 함께
종이 쪽지에 적어서 그릇에 넣어 둔다.
'주님, 이 그릇에 담긴 모든 이들을 기억해 주세요.' 나는 이렇게 기도한다.
그 중 어떤 것은 "이라크에 간 케이티의 아들" "주디의 유방암" 또는 "밥의 집이 팔리도록"
과 같은 기도 제목 이었다.
'주님의 뜻을 이루소서.' 나는 이 말을 덧붙여 기도한다.
내 그릇은 항상 가득 차 있다.
그러나 더 이상 기가 질리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한두 달이 지나 그 종이 쪽지를 꺼내 보면 얼마나 많이 응답되었는지를 보게 된다.
그러면 나는 이 한 마디를 덧붙여서 기도한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 옮긴글 -
첫댓글 좋은 방법이 있었군요. 주님, 주님의 뜻을 이루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