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여행 3 (선자령 파랑개비는 잘도 돌아가고)
새봉에서 바라보는 왼쪽의 바람개비들은 연신 빙빙거린다. 오른쪽은 동해의 검푸름빛과 강릉시의 희연한 아파트 군이 눈앞에 펼쳐진다. 대관령과 선자령 일대의 대관령풍력발전단지에는 높이 80미터의 타워(기둥)에 직경 82미터의 거대한 회전날개가 부착된 풍력발전기 53기가 세워져 있다고 한다. 백두대간 능선에서 듣는 칼바람소리와 바람개비의 쌩쌩거리는 기계음소리가 어렸을적 쥐 불놀이 할 때 깡통을 돌리면 나는 소리처럼 윙윙거려 정월대보름날 밤이 연상되기도 한다. 이제는 외지 관광객들의 발길을 대관령으로 끌어들이는 이색 관광자원으로 완전히 자리 잡음직 하다. 11시에 휴개소를 출발한 시간 선자령까지는 5km남짓이다. 중간의 새봉을 지나 북풍의 칼바람을 안으며 정신없이 앞으로 향한다. 가져간 초코렛을 먹고 싶으나 장갑을 벗기가 두렵다. 사진 한컷을 하려고 장갑을 벗으면 손은 이내 어름 장이다. 날씨는 청명하여 하늘이 파랗다. 엊그제 비를 몰고 와 눈을 다 녹인 날씨와는 대조적이다. 초만원의 등산객으로 일 열의 느림보 산행이다. 선자령 가까이는 초원의 능선 통행이 자유롭다. 비닐 눈썰매의 재미를 많킥 하려는가? 다른 산악회 일행의 뒷 춤에는 접혀진 비닐 비료부대가 꽂혀있다. 나도 준비 할걸 허나 언덕배기 비탈진 곳은 누렇게 말라버린 풀줄기가 볼일뿐 눈썰매장은 사라지고 없다. 몇몇 짓궂은 젊은이들이 누우런 풀밭의 비탈면을 향하여 비닐썰매를 타고 내려온다.
우뚝 솟은 선자령의 비석이 칼바람을 맞고 서 있다. 기념촬영의 등산객으로 주위가 혼잡하다. 추위에 어떤 카메라는 작동이 안 된다. 일행의 한명이 부탁하는 한컷은 작동이 안 되어 내 것으로 기념을 남기나 언제 줄 줄 모르겠다. 나는 젊은이한테 부탁하여 눈만 나오는 벙거지를 뒤로 젖히고 어줍잖이 한 장을 찍었다. 매서운 바람의 위력에 혼이 나간 나는 동해의 검푸른 바다며 윙윙거리면 돌아가는 팔랑개비의 소리가 잘 보이지도 듣기 지도 안는다. 곤신봉으로 향하는 길목을 잡는데. 헷갈린다. 다행이 길 바닦에 군산토요산악회 란 안내문이 나무에 얹혀져 등산로를 알린다. 선자령에서 내려서 곤신봉으로 향하는 길은 목장의 도로를 따라 이동이다. 쌩쌩거리면 돌아가는 팔랑개비를 가까이서 보고 듣는 소리가 어찌 이상한 유령의 소리 같기도 하다. 추위에 정신이 혼미한 까닭일까? 도로가에는 나즈목 이란 푯말이 세워져 있다. 선자령에서 의 등산객들보다 한결 한산하다. 등산객 거의가 선자령에서 회귀한 것 같다 몇몇 등산객이 곤신봉에서 내려오고 있다. 우리 쪽 등산객이 우측으로 가라고 안내를 한다. 나즈목에서 우측으로 내려오니 등산객 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점심을 먹고 있었다. 얼굴을 보호하려 쓴 앞면 마스크를 벋으니 우리 일행을 알 수 가 있었다. 준비한 점심을 오후1시30분에 먹는다. 방한용 두꺼운 장갑을 벋으니 이네 손이 곱다. 나는 나무젓가락에 플라스틱 수저라 덜한데. 일행들은 쇠 수저에 젓가락이 손이 시려 반찬이 집어지지 않는다. 나는 준비한 털장갑을 찾아 끼고 때늦은 점심을 먹는다. 옆 사람이 건너는 따뜻한 물 한 목음으로 추위를 삭인다.
이등산로는 보현사로 내려가는 길이다. 갓파른 내리막길인데 정식 등산로 지도에는 나와 있지 않은 길이다. 당초계획은 곤신봉을 지나 대공산성 쪽으로 접어들어 점심을 할 계획이었으나 변경된 것이다. 일행의 여자가 점심을 하고 내려오는 길에 생리현상을 해결하고자 남편인 듯한 사람에게 부탁을 한다. 사람들을 막아 달라고 나도 생리현상을 해결한다. 내려오는 사람들을 가로막는 남자는 조금 기달리라는 말만 하니 답답한 한지 한 일행이 이유를 묻는다. 그래도 말을 안 한다. 제차 재촉을 하니 여자들이 볼일 본다고 한다. 일행이 웃는다. 이렇듯 깎아지른 외 따른 길이다. 어디 비켜 설 자리가 넉넉지 않다. 오르막 등산길에서 하지 안했던 아이젠을 하산길에 착용한다. 스틱은 처음부터 안했다. 여벌로 가져간 양키시장에서 산 오천원짜리 앞면 마스크는 이번에 재대로 써 먹었다. 눈만 빼콤허니 뚫려있는 볼품없는 모양새가 문제가 아니다. 살을 애는 듯한 추위를 막는데는 이것만큼 귀한 것이 없었다. 코오롱 매점에서 산 아얌 같은 것은 멋은 있지만 추위에는 노굿이다. 비싸기만 할 뿐이다. 스키마스크가 좋은데 이미 동이 나서 없다고 한다. 뉴스에 나오는 알카이다 군들이 신상보호를 위한 앞면 마스크 같은 것이다. 더우면 앞면 가리개를 걷어 올리면 훌륭한 빵모자가 된다.
칼바람을 뒤로하고 내려오는 등산길은 이내 계곡을 만난다. 추위에 얼어붙은 조금만 폭포가 빙벽을 이른다. 계곡의 끝자락이런가? 북쪽의 언덕배기에 햇살이 비치다. 이내 파아란색 지붕의 보현사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조금은 아쉬운 산행이다. 곤신봉과 대공산성을 지나친 아쉬움이런가. 아니다. 백두대간의 한 자락인 곤신봉과 매봉을 거쳐 소황병산을 지나 진고개에 이르는 종주구간을 등산하지 못하는 아쉬운 때문이리라. 보현사 입구 계곡에 설치한 물레방아는 지난여름의 노고를 위로할 양인가? 굳어진 얼음판에 지금은 쉬고 있다. 보현사의 경내를 두루 돌아보고 나온다. 절 입구의 소나무 밑에서 등산대장이 라면을 끓여 맛을 보란다. 절을 지나 내오는 길가에 역대 주지들의 부도전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에 세워진 부도는 없는 것 같다. 모두 조그만한 것들이 세월의 나이를 머금은 이끼가 끼어 있다. 주차장에는 우리일행의 버스 외에 세대의 버스가 더 있다. 주차장 길옆의 소나무는 우등지가 잘린 체 옆가지를 의지하고 서있다. 어찌 꼭 나의 신세인 듯 하다. 나이 먹어 정년을 앞둔 직장인처럼 소나무와 비련의 정을 나눈다. 얼음에 지쳐 쉬고 있는 물레방아처럼 나도 이제는 쉬어야 할 때 인가 보다. 끝.
[새봉에서 바라본 강릉시]
[새봉에서 선자령가는길]
[선자령표지석]
[선자령에서 곤신봉가는길]
[보현사 계곡 물레방아]
[보현사 부도전]
[주차장 소나무]
첫댓글 잘 감상합니다. 친구의 건강한 모습 참 좋아 보입니다.
함께하는 기분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와룡당님 건강한 모습이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