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 법조 브로커 윤상림 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더니 이번에는 이른바 ‘금융계 마당발’ 김재록씨의 정관계 로비 의혹 때문에 시끄럽다. 윤씨나 김씨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각계 고위층 인사와 두터운 친분관계를 유지하며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는 점에서 닮은꼴이다.
윤씨는 장군ㆍ검사장ㆍ경찰청장 등 군ㆍ검ㆍ경 인사를 상대했고 김씨는 재정경제부ㆍ금감위ㆍ시중은행 고위층과 호형호제(呼兄呼弟)했다는 게 다를 뿐이다. 이들 두 브로커의 구속으로 억울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고위 인사들은 극소수 미꾸라지 때문에 도매금 취급당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 입장에서는 대형 형사사건, 기업 인수합병 등 거대 딜에서 벌어지는 지도층의 흑막거래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지도층은 이들 두 사람에게 돌팔매질만 할 게 아니라 자신들을 돌아보는 거울로 삼아야 할 것이다.
김씨가 부회장으로 있었던 컨설팅 회사 아서앤더슨 한국지사에는 전 대통령의 친척, 현 부총리의 아들 등 고위관료의 아들딸들이 무더기로 근무했고 윤씨는 전 총리를 비롯해 현직 부장판사ㆍ부장검사들과 자연스레 골프를 쳤다. 물론 앤더슨에 근무했다고, 골프를 쳤다고 죄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도의 도덕성이 요구되는 이들 고위 인사들의 부적절한 처신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두 사람의 로비 대상이 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김씨가 구속된 수백억원 규모의 대출알선 수재사건의 대출을 담당했던 우리은행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대출이 이뤄졌다고 항변하고 있다. 또 윤씨가 다리를 놓아준 형사사건을 맡아 수억원을 챙긴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결백을 주장한다.
의혹만 커져가고 책임지는 이는 아무도 없다. 지난 90년대 말 무이자로 개인대출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자 자살로 생을 마감한 프랑스 총리가 언뜻 생각난다. 우리 국민은 평등의식이 너무 강해 권력자와 부자를 시기하는 뿌리 깊은 습관이 있다는 얘기가 있다. 이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보고 배울 지도층이 없는 데 연유하는 게 아닐까.
DJ정부 출범 이후 굵직한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는 언제나 ‘아더앤더슨’이 등장한다. 이 회사는 김재록씨가 1997년 한국지사장으로 취임한 이후부터 구조조정과 관련된 컨설팅을 사실상 독식하며 초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이 과정에서 정·관계 고위인사들과 거미줄 인맥을 형성하고 있었던 김씨의 위력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DJ정부 시절,급성장=외환위기 이후 아더앤더슨은 대우자동차,쌍용자동차,하이닉스 반도체 등 각 시기마다 첨예한 이슈가 됐던 회사들의 회생 및 매각과정에 이름이 빠지지 않았다. 아더앤더슨은 1997년 김재록씨가 한국지사장으로 취임한 이후부터 승승장구하기 시작했고,1999년에는 대우증권 매각 주간사로 선정되면서 금융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2000년 11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대우자동차. 당시 대우자동차의 자산실사를 담당했던 이 회사는 ‘인원 6850명 감축,생산량 30% 축소’라는 충격적 보고서를 채권단에 제출했다. 이 보고서 탓에 수천명의 대우차 노동자들은 정리해고와 희망퇴직이란 명분으로 길거리로 내쫓겨야만 했다.
이 회사는 2001년 5월 쌍용자동차의 구조조정 컨설팅도 맡아 ‘향후 5년간 독자생존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그러나 보고서와 달리 쌍용차는 2004년 말 중국자본에 매각됐다.
2001년은 아더앤더슨에는 최고의 한해였다. 쌍용자동차 컨설팅이외에도 하이닉스반도체의 자산부채 실사계약을 따냈다. 또 예금보험공사에서는 대한화재,국제화재,리젠트화재 매각작업의 금융자문사로 선정됐다. 대우조선 워크아웃 자문사 및 대우자동차 판매 건설부문 매각주간사로 선정된 것도 이때였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전도사’를 자처하며 욱일승천하던 아더앤더슨은 역설적이게도 미국 본사가 ‘엔론사태’에 연루되면서 간판을 내렸다.
김씨는 이후 아더앤더슨 출신의 인사들을 다시 끌어모아 인베스투스 투자자문을 설립해 재기에 성공했고,DJ 정부 당시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한 L씨와 친분이 깊은 O씨가 인베스투스를 이끌고 있다.
◇정부,몰아주기 의혹=김씨가 부실채권 매각 대행업무를 독식했다는 의혹은 오래전 제기됐었다. 지난 2002년 김씨의 로비의혹을 집중 제기했던 이성헌 한나라당 전 의원은 “자산관리공사(KAMCO)가 보유한 제일은행 등의 4억7500만달러어치 해외 부실채권 업무를 아더앤더슨이 따내고 이후 과다한 수수료를 챙겨 정권 요직의 인사가 이 회사를 밀어줬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전 의원은 당시 국감에서 “당시 아더앤더슨이 낙찰받았는데 정작 본계약 체결 때에는 입찰제안서에 없던 ‘성공보수’라는 항목을 넣어 150여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수수료를 챙겼고,비자금 5000만달러가 미국 소재 은행 2개 계좌에 예치돼 있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김씨의 인맥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 출신인 김씨는 L,J씨 등 경제계 고위관료들과 친분이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김씨는 DJ정부 당시 경제부처 고위 관계자라면 대부분 안면이 있었을 정도로 유명했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금융권의 거물 브로커 역할을 한 김재록씨의 관계 및 금융계 인맥이 관심의 핵으로 떠올랐다. 최종 학력이 베일에 가려있는 김씨는 이한동 전 국무총리의 측근으로 활약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 사람으로 말을 갈아탈 정도로 처세술이 탁월한 인사로 알려졌다.
금융계에서는 우선 기아차 회장과 DJ 정부 시절 경제부총리를 지낸 J씨,초대 금융감독위원장을 지낸 L전부총리와 산업은행 총재를 지낸 C씨가 그와 각별하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1997년 대선 직전 김대중 후보의 전략기획특보로 발탁된 김씨는 DJ정부 때 권노갑 계열로 알려지면서 정부내 입지가 약했던 L씨가 그와의 관계를 활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씨는 아이디어가 많고 똑똑하다는 평을 들었지만 재경부 등 정부 부처의 국장쯤은 우습게 알 정도로 거만하게 굴며 ‘거물급’만 상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이 불거지자 당시 김씨의 로비 대상에서 제외됐던 경제부처의 국장급은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J전부총리나 L전부총리 등도 주변인사들이 진작부터 “김씨를 조심하는 게 좋을 것”이라며 몸조심을 당부해 속마음을 터놓을 정도로 친밀하게 지내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의 인맥에 정통한 한 인사는 27일 “김씨가 구조조정 과정에서 특정 기업을 차지하려는 인사들의 부탁을 받고 자신의 인맥들에게 이같은 청탁을 했을 가능성은 많지만 관계와 금융권 고위 인사들이 돈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김씨는 정?관계 실세 자녀들의 취업편의를 제공해 환심을 사고 자신의 민원을 해결하는 방법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 인사는 “김씨가 J씨나 L씨 등 금융권 고위 인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외환위기 이후 사실상 정부주도로 이뤄졌던 기업 구조조정 시장을 싹쓸이 했다”고 전했다. DJ 대선캠프에서 활약하면서 실세로 떠오른 김씨가 컨설팅업체인 아더앤더슨 한국지사장에 취임한 뒤 위기에 처해 있던 기업 및 금융기관의 구조조정과 정부 발주 컨설팅,부실채권 해외 매각 등을 독식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처조카인 L씨와 금융감독위원장을 지낸 L씨를 아더앤더슨의 고문으로 영입했으며 2002년 인베스투스글로벌을 설립했을 때는 한빛은행장을 지낸 K씨를 끌어들였다. 그는 증권업협회장을 지낸 O씨와도 막역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첫댓글 거물급 스타들의 비리, 더 화려한 내막을 검찰은 밝혀라. 군,검,경,정계 모두 썩었으니 밝혀지겠나?? 특히 정계까지 물고 있으니 더욱 밝히기 어렵겠지...선거전에 그냥 이벤트성 이슈인가...도대체 뭐꼬??
뭔가 큰게 있는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