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마타 강의 뿌리
애버리진들은
별자리를 더듬으며
이 강을 건넜을 것이다
유럽인들의 총과 칼을 피해
강물 속으로 뛰어 들었던 그들, 얼마나
많은 원혼들이 그 강의 중심에 박혔을까
수 만년 세월을
속울음으로 버터 온 유칼립투스
나뭇가지 하나,
지난 밤 폭풍우에 잘려 강에 박혔다
저 나뭇가지는
*부라마타 강의 중심에 깊이 박힌
*다루그 부족의 운명을 오래 전부터 알았을까
장어들이 뛰어 놀았던 곳을 기억하는
물새 한 마리에게 기꺼이
한 자리 내어주는 강,
새의 발가락이 살짝 물장구 칠 때마다
장어가 누워 있었던 바닥은 몹시 흔들린다
강의 중심에 박힌 나뭇가지위에
걸터앉아 본 새도 비로소,
강 아래 죽은 듯이 누운 뿌리가
*바라마투갈 에오라의 핏물을 빨아 먹고
슬픔의 수위를 높였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슬픔 옆으로 파문을 일으키는 새의 부리
수면 위로 솟구쳤다가
수면 아래로 톡 떨어지며
중심을 뚫는 행위는
다루그 부족의 붉은 피를 삼킨 강물 속에
부라마타의 전설이 살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
나를 여기로 오게 한 것이다
*60,000년 이상 파라마타 강 상류를 따라 정착한 다루그(Darug) 부족인 부라마타갈( Burramattagal) 사람(eora)들이 거주.
*Baramada 또는 Burramatta (‘Parramatta’)로 명명했는데 이는 장어(‘Burra’), 장소(‘matta’)를 의미.
시작노트
지금 내가 사는 곳, 파라마타 강가를 걷고 걷다가 길바닥을 보면 애버리진과 정복자들 간의 투쟁했던 과거의 시간을 상상하게 된다 숲과 강과 장어가 넘쳐났던 곳, 그 간극은 점점 벌어져 주위는 하늘을 찌르듯 솟아오르는 빌딩들에 눌려 강의 허리는 휘었고 강물은 피비린내 나는 과거를 품에 안고 흔들리고 싶지 않은 듯, 멈추고 싶어 하는지 강의 시작은 산송장이 되어간다 몸은 흙탕물로 치장하고 더 살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현재를 사는 사람들은 파라마타 강의 몸부림을 알고 있기는 하는지…
신현숙 / 2012년 호주동아일보 신년문예 시 부문 수상, 2015년 재외동포문학상 시 부문 수상, 2021년 서울사대부고 선농문학상 수상, 현재 캥거루 문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