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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방유취 권1 / 총론(總論)1○ 《삼인극일병증방론(三因極一病證方論)》
◈인체 장부를 천지의 이치에 배합하는 이론〔藏府配天地論〕
한자(韓子 한유(韓愈))가 말하였다. “형이상(形而上)인 것이 하늘〔天〕이고, 형이하(形而下)인 것이 땅〔地〕이며, 하늘과 땅 사이에서 존재하는 것을 사람〔人〕이라고 부른다. 사람은 하늘과 땅 사이에 기운을 배정받아 태어나니, 누구나 음기(陰氣)와 양기(陽氣)의 이기(二氣)를 부여받아 몸이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육기(六氣)로써 하늘〔空〕의 규범〔緯〕을 삼고, 오행(五行)으로써 땅〔地〕의 질서〔麗〕를 삼으니 사람은 묵묵히 이것을 본받는다.”
그러므로 족궐음간경(足厥陰肝經)은 사방(巳方)에 존재하고 수궐음우신경(手厥陰右腎經)은 해방(亥方)에 존재한다. 사방과 해방은 하늘과 땅의 문(門)에 해당하므로, 바람의 기운인 목〔風木〕이 조화를 만들어낸다.
족소음신경(足少陰腎經)은 자방(子方)에 존재하고 수소음심경(手少陰心經)은 오방(午方)에 존재한다. 자방과 오방은 하늘과 땅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으므로, 군화(君火)가 자리를 잡고 있다.
족태음비경(足太陰脾經)〔足 少陰脾〕은 미방(未方)에 존재하고 수태음폐경(手太陰肺經)은 축방(丑方)에 존재한다. 축방과 미방은 수렴하여 갈무리되는 근간이므로, 습윤한 성질의 토〔濕土〕가 이곳을 지키고 있다.
족소양담경(足少陽膽經)은 인방(寅方)에 존재하고 수소양삼초경(手少陽三焦經)은 신방(申方)에 존재한다. 인방과 신방은 만물을 생장 변화시키는 과정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므로, 상화(相火)가 이곳에서 짝의 역할을 한다.
족양명위경(足陽明胃經)은 유방(酉方)에 존재하고 수양명대장경(手陽明大腸經)은 묘방(卯方)에 존재한다. 묘방과 유방은 해와 달이 지나는 길목에 위치하므로, 건조한 성질의 금〔燥金〕이 이곳에서 움직인다.
족태양방광경(足太陽膀胱經)은 진방(辰方)에 존재하고 수태양소장경(手太陽小腸經)은 술방(戌方)에 존재한다. 진방과 술방은 칠정(七政 북두칠성(北斗七星))의 머리에 해당하므로 차가운 성질의 수기(水氣)〔寒水〕가 이곳으로 몰려든다.
이 하늘ㆍ땅ㆍ사람의 삼재(三才)는 서로 호응하면서 지탱하고, 음기와 양기의 이기(二氣)는 서로를 보완해주니, 더 이상 언급하지 않은〔不刋〕 설명도 손바닥을 가리키듯이 명료하다. 오행(五行)과 육기(六氣)는 순서대로 기대면서 상생(相生)하니 자연의 순서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 없다. 예컨대 족궐음간경과 수궐음우신경에 들어 있는 궐음(厥陰)의 풍목(風木)은 족소음신경과 수소음심경에 들어 있는 소음(少陰)의 군화(君火)를 낳고, 군화는 족태음비경과 수태음폐경에 들어 있는 태음(太陰)의 습토(濕土)를 낳고, 습토는 족소양담경과 수소양삼초경에 들어 있는 소양(少陽)의 상화(相火)를 낳고, 상화는 족양명위경과 수양명대장경에 들어 있는 양명(陽明)의 조금(燥金)을 낳고, 조금은 족태양방광경과 수태양소장경에 들어 있는 태양(太陽)의 한수(寒水)를 낳는다. 이것들은 천도(天道)를 따라서 오른쪽으로 회전하니, 이른바 운행(運行)한다는 것이다.
어떤 이가 물었다. “군화(君火)는 토(土)를 낳는데, 토(土)는 다시 상화(相火)를 낳을 수 있고, 화(火)는 다시 금(金)을 낳는다고 하니, 그 의미는 무엇입니까?”
대답하자면 이것이 바로 오행이 생성(生成)하는 방식이다. 상화(相火)가 이미 불꽃을 다하고 아스라이 재〔灰〕로 소멸할 때에도 토(土)가 없으면 살아날〔成〕 수 없다. 허공에서 불꽃을 모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광산〔鑛〕 속에 있는 금(金)은 화(火)가 없으면 단련하여 추출할 수가 없다. 이 때문에 하도(河圖)에서 화칠(火七)이 서쪽에 위치하고 금구(金九)가 남쪽에 위치하였으니, 대개 자신의 능력〔成能〕을 서로에게 끼친 것이었다. 만약 오행 중 하나의 성질〔一性〕로 추론해보면 모든 것이 완성된다. 즉 목(木)은 불타오르면 화(火)가 일어나고, 압축되면 수(水)가 된다. 석(石)은 두들기면 화(火)가 일어나고, 녹으면 수(水)가 된다. 하구(河口)〔洲澶〕에서는 강물이 다투며 쏟아져 들어오고 큰 바닷속에서는 태양〔火光〕이 항상 일어나니, 이것은 모두 성(性)이 원래 가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토(土) 속에 화(火)가 있고, 화(火) 속에 금(金)이 있다는 점을 어찌 의심하겠는가.
무릇 목(木)ㆍ화(火)ㆍ토(土)ㆍ금(金)ㆍ수(水), 이것이 바로 항상적인 법칙〔常度〕인 것은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다. 하지만 풍(風)ㆍ서(暑)ㆍ습(濕)ㆍ조(燥)ㆍ한(寒)의 문제에 있어서는, 이것을 법칙〔揆度〕이라고 말하면서도 이것들의 움직임〔狀〕을 제대로 밝히는 사람이 드물다. 그러므로 목(木)으로 풍(風)을 비유하고, 화(火)로 서(暑)를 비유하고, 토(土)로 습(濕)을 비유하고, 금(金)으로 조(燥)를 비유하고, 수(水)로 한(寒)을 비유한다. 그리고 상하(上下 음양(陰陽))의 이기(二氣)를 손과 발의 삼음경(三陰經)과 삼양경(三陽經)에 배정하는데, 이것을 기도(奇度 비범한 법칙)라고 부른다.
또한 하물며 오행의 상태는 각각 달라서 정기(正氣)가 있고, 지나침〔太過〕이 있고 못미침〔不及〕이 있다. 천지(天地)의 운동〔氣化〕에서도 그러하였지만, 사람의 장부(臟腑) 역시 그러하다. 감촉(感觸)〔感〕되면 질병이 되는데, 이 질병은 외사(外邪)에 기인하기도 하고 오행 자체의 본기(本氣)에 기인하기도 하고, 원래부터 부여받은〔禀賦〕 데서 기인하기도 한다. 반드시 그 원인별로 검토하고 세 가지 측면을 살펴서〔三度〕 조정해야 한다. 마음을 탐구하고 도(道)를 밝히는 사인(士人)이 아니라면 누가 이것을 할 수 있겠는가.
[주-C001] 삼인극일병증방론(三因極一病證方論) : 중국 송(宋)나라 진언(陳言)이 1174년에 지은 18권짜리 의서로서 원래 이름은 《삼인극일병원론수(三因極一病源論粹)》이다. 흔히 이 책은 《삼인극일병증방론(三因極一病證方論)》이라고 부르며, 《삼인방(三因方)》이라고 약칭한다. 총론을 비롯하여 내과, 외과, 부인과, 소아과 등의 임상 각 분야를 포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의 특징은 임상 분야를 삼인(三因)이라는 질병 원인과 연관시킨 데 있다. 즉 진언은 질병 원인[病因]을 외인(外因), 내인(內因), 불내외인(不內外因)으로 나누었다. 외인은 풍한서습조화(風寒暑濕燥火)라는 육음(六淫)이 정상적인 기운을 범하면서 경락을 통해 몸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이고, 내인은 희노우사비공경(喜怒憂思悲恐驚)의 7가지 감정[七情]이 지나쳐서 장부에 질병을 야기하는 것이다. 불내외인은 내인이나 외인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써 굶주리거나 배부른 것, 고함을 질러 기를 상하는 것, 정신의 도량을 소진하는 것, 근력을 극히 피로하게 하는 것, 음양을 거스르는 것, 범ㆍ이리 같은 짐승 및 독충에 물린 것, 금창(金瘡)과 삔 것, 주오(疰忤)가 붙은 것, 죄를 지어 옥사하거나, 무거운 것에 눌리거나 물에 빠진 것 등등이다. 《삼인방》의 병인론은 후대 의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주-D001] 육기(六氣) : 기후의 6가지 변화 현상으로 음(陰), 양(陽), 풍(風), 우(雨), 회(晦), 명(明)이다.
[주-D002] 오행(五行) : 자연과 인간의 운동원리에 해당하는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이다.
[주-D003] 사방(巳方) : 정남(正南)에서 동쪽으로 30도(度) 되는 방위를 중심으로 한 15도 각도 좌우의 범위이다.
[주-D004] 수궐음우신경(手厥陰右腎經) : 흔히 수궐음경(手厥陰經)은 장부(臟腑)와 연관되어 수궐음심포경(手厥陰心包經)이라고 하는데, 본문에서는 수궐음우신경(手厥陰右腎經)이라고 하였다. 일반적으로 신경(腎經)과 연관되는 12경맥(經脈)은 족소음신경(足少陰腎經)으로 설명한다.
[주-D005] 해방(亥方) : 정북(正北)에서 서쪽으로 30도 되는 방위를 중심으로 한 15도 각도 좌우의 범위이다.
[주-D006] 자방(子方) : 정북(正北)을 중심으로 15도 각도 좌우의 범위이다.
[주-D007] 오방(午方) : 정남(正南)을 중심으로 15도 각도 좌우의 범위이다.
[주-D008] 소(少) : 원문은 ‘소(少)’이지만 문맥상 ‘태(太)’의 오각(誤刻)으로 판단된다. 《삼인극일병증방론(三因極一病證方論)》(사고전서본) 권2, 〈장부배천지론(藏府配天地論)〉에도 ‘태(太)’로 되어 있다.
[주-D009] 미방(未方) : 정남(正南)에서 서쪽으로 30도 되는 방위를 중심으로 한 15도 각도 좌우의 범위이다.
[주-D010] 축방(丑方) : 정북(正北)에서 동쪽으로 30도 되는 방위를 중심으로 한 15도 각도 좌우의 범위이다.
[주-D011] 인방(寅方) : 정동(正東)에서 북쪽으로 30도 되는 방위를 중심으로 한 15도 각도 좌우의 범위이다.
[주-D012] 신방(申方) : 정서(正西)에서 남쪽으로 30도 되는 방위를 중심으로 한 15도 각도 좌우의 범위이다.
[주-D013] 유방(酉方) : 정서(正西)를 중심으로 15도 각도 좌우의 범위이다.
[주-D014] 묘방(卯方) : 정동(正東)을 중심으로 15도 각도 좌우의 범위이다.
[주-D015] 진방(辰方) : 정동(正東)에서 남쪽으로 30도 되는 방위를 중심으로 한 15도 각도 좌우의 범위이다.
[주-D016] 술방(戌方) : 정서(正西)에서 북쪽으로 30도 되는 방위를 중심으로 한 15도 각도 좌우의 범위이다.
[주-D017] 하도(河圖) : 중국 고대 복희씨(伏羲氏)대에 하도(河圖)에서 나온 수(數)이다. 당시에 용마(龍馬)가 황하(黃河)[河]에서 그림[圖]을 지고 나왔는데, 용마의 등에는 별자리를 표시한 듯한 점(點) 무늬가 있었다. 하도의 문자는 방위별로 달랐는데 뒤쪽은 1과 6, 앞쪽은 2와 7, 왼쪽은 3과 8, 오른쪽은 4와 9, 중앙은 5와 10이었다. 용도(龍圖)라고 부르는 이 그림을 토대로 《주역(周易)》의 팔괘(八卦)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주-D018] 삼음경(三陰經) : 12경맥(經脈) 가운데 궐음경(厥陰經), 소음경(少陰經), 태음경(太陰經)이다.
[주-D019] 삼양경(三陽經) : 12경맥(經脈) 가운데 소양경(少陽經), 양명경(陽明經), 태양경(太陽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