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의 특산물을 만나볼 수 있는 카페들 알아보기

[고은성]

캠핑을 즐겨 하는 우리는 강원도로 자주 떠난다. 아무래도 뛰어난 자연의 풍경을 즐기기에 그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강원도 중에서도 사람들의 발길이 적고 자연환경이 멋진 곳을 꼽으라면 홍천이요, 홍천에서도 서석면이 으뜸이라고 생각한다. 우연히 일정이 맞아 서석면으로 캠핑을 하러 찾은 후부터 그 풍경에 반해 자주 찾아가게 되었다. 덕분에 자연스레 그곳의 특산물을 접할 일이 많아졌다.

홍천의 특산물은 쌀, 한우, 찰옥수수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맥주를 만들 때 필요한 재료인 홉, 건강식품으로 알려지며 인기가 높은 블루베리와 같은 과일도 있다는 것을 차차 알게 되었다. 이 특산물들은 시대에 발맞추어 사람들의 취향에 맞도록 가공되어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런 흐름으로, 계절에 따라 그저 여가를 즐기기 위해 떠나는 곳으로만 여겨졌던 홍천은 색다른 특산물을 만나기 위해 떠나는 곳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중이다.

홉과 개구리를 만날 수 있는 홍천 512 카페

홍천지역은 1970년부터 90년 대까지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홉 생산지였었다. 하지만 2000년 대에 들어서면서부터 가격 협상에 실패하며 농가에서는 홉 생산을 중단하게 된다. 홉 농업의 명맥이 끊겼어도 여전히 홍천 곳곳에는 홉 농가의 흔적이 남아있다. 그리고 이 흔적을 현대적인 감성으로 탈바꿈시켜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는 곳은 바로 홍천 512 카페다.

카페에 도착하면 여느 카페와 다른 외관에 놀라게 된다. 기다란 터널 형태가 인상적인 이 건물은 과거 홉을 건조했던 시설이었다. 1972년부터 1974년까지 운영되었으며 홉을 수확해 야적하고 기계 건조를 진행했다고 한다. 국내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이 홉 건조장은 과거에 잠시나마 지역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나, 5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흐르면서 마을의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렇게 낡아버린 건축물을 새롭게 개조한 것은 LG 헬로비전과 TV 프로그램 '우리동네 클라쓰' 제작진 덕분이다. 버려진 공간을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감성적인 공간으로 꾸미고자 노력한 이들 덕분에 독특한 분위기의 공간이 탄생하게 되었다.

독특한 건축물의 모습에 감탄하며, 카페 안으로 들어가면 먼저 건축물을 따라 세워져 있는 터널 구조물을 만나게 된다. 터널을 따라 건물의 세월만큼이나 시간의 흔적이 느껴지는 가구들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 가구들과 소품 등을 구경하다 보면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건조시설과 건조 홉을 볼 수 있다. 바싹 말라 갈색으로 변해버린 홉의 모습과 녹슬어버린 기구들, 그리고 포근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꾸며진 공간에서 홍천의 옛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건물 전체가 낡았지만, 그 낡은 모습에서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감성에 저절로 사진을 찍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홉 건조 시설 외에 눈길을 끄는 것은 도자기로 만든 개구리들이다. 홍천 512 카페가 있는 서석면의 고양산 아람마을에는 개구리 보호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조형물은 이런 사업의 결과물들이라고 할 수 있다. '개구리 축제'를 열만큼 봄이 되면 이 마을에는 개구리울음소리가 가득 퍼지는 곳으로 유명하다. 또한 아람 마을의 정신적 성장력이 개구리의 물리적인 성장과 맞아떨어진다고 여긴 마을 사람들은 개구리들의 생태계를 오래도록 유지하기 위해 개구리들을 위한 도로나 사라디 건축 방안도 적극 제안하고 있다고 한다.

개구리와 끈끈한 인연을 이어나가고자 노력을 아끼지 않는 이 마을의 도자기 공방에서는 개구리의 소중함과 더불어 개구리 마을을 자연스럽게 알리기 위해 개구리를 모티브로 한 도자조형물들을 만들어 카페 및 마을 곳곳에 설치해놓았다. 친근하면서도 유쾌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개구리 조형물을 보면서, 우리가 잊고 있었던 자연의 소중함을 되새길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여느 카페와 마찬가지로 커피 등 다양한 음료를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눈길을 끈 것은 이곳의 특산물을 이용해 만든 먹거리들이었다. 수제 조청, 무우조정으로 만든 수제 한과, 현미 누룽지 스낵 등이 마을의 분위기와 어울려 친근함을 더했다. 개구리 마을답게, 개구리 모양으로 구워진 개구리 빵도 인기 메뉴라고 했다. 부쩍 추워진 날씨에 난롯가에 앉아 따뜻한 음료를 마시며 마을의 옛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하지만 카페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였다. 방송을 통해 꾸며지긴 했으나, 건조장 전체를 개조한 것이 아니기에 여름엔 무덥고, 겨울엔 너무 춥다는 단점이 있었다. 또한 마을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담으려 노력한 흔적은 엿보이지만 약간은 어수선한 분위기가 있었다. 카페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부족한 점도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기에 부족해 보였다. 그렇지만 카페를 개선하려 노력하는 사장님의 고민의 흔적 또한 엿보였다. 마을의 독특한 분위기를 잘 살리기 위해 2022년에 리뉴얼 계획이 있다고 하니, 앞으로 기대해 볼 만한 것 같다.

이어 홍천군은 서석면의 자활 농지를 활용하여 홉을 테마로 하는 관광지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한다. ‘홉(Hop)이 나오는 호프(Hope) 빌리지’라는 주제로 테마 파크가 꾸며질 것이라 한다. 대규모 홉 재배 단지와 홉을 주제로 한 다채로운 아이디어가 담긴 수변정원, 홉 가공 및 재배 체험을 즐길 수 있는 홉 드리밍 센터, 홉 체험과 더불어 캠핑의 경험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형 오토캠핑장이 만들어질 계획이다. 한국의 수제 맥주 브루어리가 늘면서 자연스레 재료인 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 지역 부흥 산업이라고 볼 수 있다. 덕분에 맥주를 좋아하고 홉에 대한 관심도 많은 우리에게 앞으로 서석면을 들를 이유가 더 많아졌다.

숨겨진 블루베리 산지 홍천, 그리고 빛돌바람 Farm Lounge

홍천을 다니면서 꽤 자주 블루베리 농원 간판을 보게 되었다. 초반엔 여느 지역처럼 인기 있는 작물을 키우는 농가가 그저 많다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찾아보니 홍천에는 '홍천블루베리연구회'가 있었다. 2015년에 창립한 이 연구회는 11헥타르 면적에 블루베리를 재배하고 있으며, 지역 내 복지시설에 방문해 블루베리를 나눠주는 등 선한 영향력을 선사하고 있었다. 이런 연구회가 있으니, 당연히 곳곳에 블루베리 농가가 보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블루베리 농가가 즐비하니 이를 활용한 카페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빛돌바람 Farm Lounge는 무농약, 무화학비료로 정성스레 재배한 블루베리를 수확하여 음료와 디저트 등 다양한 먹거리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으며 입소문을 타고 홍천의 명소로 알려지고 있다. 이곳에서는 수려한 홍천의 풍경을 감상하며 블루베리 청으로 만든 에이드, 블루베리 잎을 건조시켜 만든 커블잎차, 블루베리 스무디, 블루베리 스콘 등을 맛볼 수 있다.

수확하자마자 바로 급속동결한 블루베리로 만든 먹거리들은 재료를 아낌없이 써서 만들었기에 풍성한 맛이 일품이었다. 모든 먹거리가 맛있지만, 이곳에서 꼭 먹어야 하는 것은 커피와 함께 어우러져 깊은 맛을 내는 '커블잎차'와 블루베리가 아낌없이 들어가 신선한 맛을 느낄 수 있는 블루베리 스무디다. 여기에 블루베리가 잔뜩 들어가 있어 식감이 일품인 스콘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맛있는 블루베리 먹거리를 즐긴 후에 뒤편에 있는 블루베리 농장을 산책하는 것 또한 멋진 경험이었다. 처음 이곳의 정보를 접했을 때에는 블루베리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블루베리로만 이루어진 먹거리를 판매하는 사장님이 별나다고까지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곳에 들러 블루베리를 맛보고 그 깊은 맛을 즐긴 후에 농장의 수려한 모습까지 보고 나니 사장님의 뚝심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지역의 특산물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멋진 공간은 그렇게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도 깊은 여운을 남겼다.

*여행지 정보

홍천 512 카페
위치 강원도 홍천군 서석면 풍암리 512

빛돌바람 Farm Lounge
위치 강원 홍천군 서석면 진여울길46번길 34
운영시간 토, 일요일 11:00-19:00
https://www.instagram.com/bitdolbaram_offic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