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급감했던 외국인 관광객이 다시 늘면서 서울 고궁, 남산 등 명소마다 평일·휴일 구분 없이 해외 관광객들로 붐비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처럼 늘어난 외국인 관광객에게 보다 편리한 지하철 이용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서울교통공사가 외국인들의 이용률이 높은 명동역에 ‘외국어 동시 대화 시스템’을 설치했다.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외국어 동시 대화 시스템’은 양방향에서 볼 수 있는 투명 OLED 디스플레이를 통해 외국인과 역 직원이 함께 바라보며 동시 대화하는 시스템이다. 언어 장벽 없이 원활한 동시 대화가 가능하도록 13개 언어를 지원하고 있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13개 언어를 지원한다. ©엄윤주
OLED 디스플레이를 통해 지하철 노선도로 목적지를 검색 중인 외국인 관광객들 ©엄윤주
외국어 동시 대화 시스템은 지난 12월 4일부터 서울 지하철 4호선 명동역 고객안전실 입구 전면에 설치되어 운영 중이다. 이용 방법은 터치스크린으로 된 디스플레이에서 원하는 언어를 직접 선택하고, 마이크를 활용하여 궁금한 사항을 묻는 방식이다. 외국인이 묻는 질문은 해당 시스템을 통해 직원과 대화 내용을 AI가 화면에 한글과 해당 외국어로 번역해 준다. 양방향에서 동시에 볼 수 있도록 제시되는 것도 큰 특징이다.
투명한 OLED 디스플레이를 사이에 두고 외국인과 역 직원이 자국어로 대화하는 방식이다. ©엄윤주
지난 주말 명동역에 나가 직접 체험해 본 외국어 동시 대화 시스템은 한편으로 무척 신기했다. 시범 운영 중인데도 영어, 일본어, 중국어, 베트남어, 태국어, 말레이시아어, 인도네시아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독일어, 아랍어, 러시아어, 한국어 13개 언어를 지원한다는 것도 놀라웠다. 서울 대표 관광 명소답게 하루에도 수많은 외국인들이 이용하는 명동역은 휴일이라 더욱 많은 해외 여행자들로 붐볐다.
“해외 관광객들이 외국어 동시 대화 시스템을 통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은 지하철 탑승 방향과 환승역 문의입니다. 또 개찰구에서 표가 인식이 안 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경우와 행선지 문의도 많습니다. 하루에 평균 50명 이상이 새로 설치된 외국어 동시 대화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지하철 명동역에 근무 중인 서경모 역무원은 종종 시민들도 궁금해 하며 묻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외국어 동시 대화 시스템을 통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은 지하철 탑승 방향과 환승역 문의다. ©엄윤주
마이크 앞 소리만 포착하는 지향성 마이크와 노이즈 제거 기술을 적용해 시스템의 신뢰도를 높였다. ©엄윤주
실제로 2시간 정도 외국어 동시 대화 시스템 옆에서 이용하는 외국인들을 살펴보니, 탑승 위치와 환승 방법을 묻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일본에서 온 관광객과 영어와 중국어 이용 빈도가 가장 높았다. 아직 시범 운영 중이어서인지 다른 뜻이나 기호가 동반된 오자로 번역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마이크에 가까이 입을 대고 정확하고 천천히 말해야 한다는 안내 문구가 필요해 보였다.
많은 외국인들이 외국어 동시 대화 시스템을 보고 “와우~” 탄성을 자아냈다. 현재는 직원이 앉아 동시에 소통해야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AI가 전담하는 서비스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 보았다.
외국어 동시 대화 시스템을 지켜본 시민들도 놀랍다는 반응이다.
“무척 신기했어요. 저희는 외국에서 살았던 적이 있어서 외국인 친구들이 많은데 새로운 자랑거리가 생겼네요.”
“학교에서 디벗으로 수업도 하고 있는데, 일상 속에 AI 기술이 이렇게 활용되고 있어 신기해요.”
호기심에 한 번 사용해 봤다는 시민 한효민 씨와 사대부중 여중생들도 놀랍다는 반응이다.
4호선 명동역 고객안전실 입구 전면에 설치되어 있는 외국어 동시 대화 시스템 ©엄윤주
외국어 동시 대화 시스템은 4개월간 시범 운영 후, 5개 역(서울역, 이태원역, 김포공항역, 광화문역, 홍대입구역)에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 ©엄윤주
명동역에는 외국어 동시 대화 시스템 외에도 캐리어 등 무거운 짐을 휴대하는 여행자들을 위한 유인 물품 보관서비스 ‘T-러기지(또타러기지)'도 운영 중이다. 명동역 'T-러기지‘는 1‧9‧10번 출구 방향에 위치해 있으며,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김포‧인천공항으로 T-러기지를 통한 캐리어 배송도 가능하다.
앞으로 외국어 동시 대화 시스템은 외국인 수송 순위 1순위인 4호선 명동역에서 4개월간 시범 운영된다. 내년에는 서울역, 이태원역, 김포공항역, 광화문역, 홍대입구역 5개 역으로 확대 운영될 예정이다. 서울교통공사는 휴대전화 등 모바일 기기와 연동하는 서비스 등 더 나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 AI 기술을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명동역에는 유인 물품 보관서비스 ‘T-러기지(또타러기지)'도 운영하고 있다. ©엄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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