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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고을에 커다란 대갓집이 있었는데
세상 부러울 것이 없는것 같은 이 종갓집에도
고민 하나가 있었으니, 그것은 백방의 노력을
해도 후손이 나질 않는 것이었다.
치성도 드리고 굿도 해보고 몸에 좋다는 약은
모두 먹어봤지만, 도통 소식이 없어 씨받이도
들여보고 별 짓을 다해보아도 씨가 부실한지
밭이 부실한지 소용이 없었다.
그러다가 마님이 신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깊은 산중의 어느 암자에 백일불공을 드리러
갔으며 신통하게도 백일 불공을 모두 끝내자
마님에게 애기가 들어섰다.
그리곤 달이 차기도 전에 드디어 애기를 낳고
아주 귀한 공주님으로 자랐으며, 어째서 애가
빨리 나왔는지 누구도 모르고, 자기의 애비는
하나도 닮지 않았다고 하였다.
하지만 칠삭둥이든 팔삭둥이든 손 귀한 집에
자식이 태어났으니 이보다 더한 경사가 어디
있으며 온동네 사람들 불러다가 소와 돼지를
잡아 큰 잔치를 여러 날 벌였다.
물론 산중 암자에도 많은 시주가 들어갔으며
손으로 쥐면 부서질까 입으로 불면 날아갈까
금이야 옥이야 귀하게도 키운 딸애가 어느새
20세의 꽃다운 아씨가 되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아씨는 시집을 가지 못했고
그러던 참에 한두해 차이로 부모마저 세상을
떠나버렸으며, 아씨는 졸지에 종가집 가솔을
거느리는 가장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혼기를 완전히 놓치고 삼십대를
바라보게 되었으며 그 시절엔 처녀가 스물을
넘기게 되면 과년한 것으로 혼처를 정하기가
어려웠던 처지가 되어버린다.
그러던 중에 여름이 다 갈 무렵 어느 날, 이웃
마을에서 아씨에게 급한 전갈이 왔으며 친척
집에서 대사가 있으니 아씨가 반드시 참석을
해달라는 간곡한 부탁이 있었다.
친척집의 대사에 빠질 수도 없고 그래서 집안
하인들 중에서 얼굴이 제일 잘 생기고 신체가
건장한 돌쇠란 놈을 뽑아서, 앞세우고 모처럼
즐거운 나들이에 나서게 되었다.
대부분 시간을 구중심처 안방에만 갇혀 있던
아씨가 집밖으로 나오자 모든게 마냥 신기한
것들 투성이며 산구경 물구경 하면서 신나는
마음에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다.
길을 가다가 갑자기 개울을 만났으며 다리가
없어서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건너가는 수밖에
없지만, 아씨가 맨살을 드러내고 머뭇거리자
돌쇠가 망설이다 성큼 등을 내밀었다.
"아씨, 제 등에 업히시지요.”
더운 날도 아닌데 몇걸음 가자 돌쇠는 갑자기
몸이 달아오르고, 몸에 땀이 흘렀으며 이제껏
무거운 벼 한섬을 질때도 그런 일이 없었는데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땀이 흐르고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한 건장한
돌쇠의 넓은등에 납작 업드린 아씨도 어느새
돌쇠처럼 가슴이 벌렁거리고, 온몸이 불처럼
달아오르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신체가 건장한 사내의 등에서 풍기는 그윽한
땀냄새 때문에 아씨는 녹아드는 듯이 정신이
점점 더 혼미해짐을 느꼈으며 이전에는 전혀
느껴보지 못했던 증상이었다.
그런데 설상 가상으로 냇가의 둑에 매어놓은
소 두마리가 교접하고 있었고 육중한 황소가
암소 등에 올라타고 입에서 거품을 내뿜으며
그짓을 거창하게 하고 있었다.
돌쇠는 너무나 민망해서 몸둘 바를 몰랐으며
얼굴이 홍당무 처럼 되어서 고개를 돌렸건만
아씨는 눈이 뚫어져라고 소들의 교접 모습을
쳐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다가 자신을 업고 내를 건너가는 돌쇠의
등을 손으로 툭툭치며 자기도 모르게 조금씩
가빠지고 있는 숨을 억제하며 속삭이는 듯이
돌쇠에게 소의 교접을 물었다.
“돌쇠야, 저 소들이 지금 무얼 하느냐?”
그렇잖아도 아가씨를 등에 업고 자신의 몸이
마치 불같이 달아오른데다 원인 모를 진땀을
흘리고 있던 참에 돌쇠에게는 아찔하지 않을
수가 없는 아씨의 질문이었다.
돌쇠는 아씨의 물음에 사실대로 설명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씨의 물음에 대답을 아니할
수도 없는 순간이라 궁리끝에 제딴에는 꾀를
내어서 아씨에게 대답을 했다.
돌쇠는 아씨에게 저 황소란 놈이 더운 날씨에
암소란 놈의 더위를 빼주느라고, 저렇게 애를
쓰고 있는 것이라며 저 뜨거운 열기를 못이겨
땀 흘리는 것을 좀 보라고 했다.
“오호라, 정말 그렇구나."
아씨는 알았는지 몰랐는지, 고개를 끄덕였고
어느새 내를 건너게 되었으며 그들은 속으로
내를 되돌아가서 다시 건너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차마 말을 못 꺼냈다.
돌쇠가 내를 건너자 업었던 아씨를 땅바닥에
내려 놓았으며 그때 아씨가 갑자스레 덥다고
말하면서, 돌쇠에게 야릇한 눈웃음을 지으며
아씨의 더위를 좀 빼달라고 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냇가의 둑에서 우람한 소들이
교접하는 모습을 보고 몸이 불같이 달아오른
돌쇠는 자기도 모르게 아씨를 와락 끌어안고
냇가의 풀밭에 쓰러트렸다.
돌쇠가 옷고름을 풀자 아씨가 고쟁이를 벗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풀밭에
반듯이 드러누워 가쁜 숨을 내쉬며 돌쇠에게
팔을 벌려 안아달라고 했다.
"돌쇠야, 어서 나를 안아다오."
한바탕 천둥 번개와 요란한 폭풍이 지나가고
아씨 허리가 활처럼 휘어졌으며 돌쇠가 크게
숨을 토하고 아씨 몸에서 떨어졌으며 그들은
한동안 황홀한 쾌감의 여운을 느꼈다.
잠시후 옷을 입기 위해 일어난 돌쇠가 풀밭에
깔아놓은 옷위에, 아씨가 흘린 선홍색 처녀의
도장이 선명히 찍혀 있었으며, 돌쇠는 아씨가
사랑스러워 감격하고 흐뭇해 하였다
그들은 냇가의 풀밭에서, 격렬하게 움직이며
열정적으로 화끈한 운우를 나누었고, 구름속
꽃밭을 헤매며 황홀한 쾌감을 느꼈고 그들은
옷을 추스려 입고 이웃 마을로 떠났다.
풀밭에서 한바탕 운우를 끝낸 아씨와 돌쇠는
이웃 마을 친척집 대사에 무사히 다녀왔으나
대갓집 시종 돌쇠는 아씨의 더위를 빼주느라
팔자에 없는 생고생을 하게 되었다.
그날 이후 아씨는 틈만나면 돌쇠를 안방으로
불러들였고, 돌쇠에게 어째 이렇게도 날씨가
더운지 도저히 참을수 없다고 하면서 아씨의
더위를 좀 빼달라고 하였다.
어느날 밤에 아씨가 씨암탉을 한마리 잡아서
술상을 차려놓고, 돌쇠를 안방으로 불렀으며
합환주를 나눠 마시고 술상을 물리자 아씨가
부엌에서 뒷물을 하고 들어왔다.
그런데 참 이상도 하게 아씨는 어찌된 일인지
그해 여름이 다 지나가고 가을도 가고 겨울이
깊어 가도록, 아씨의 더위빼기 성화와 주문은
잠시도 멈추지 않고 계속되었다.
돌쇠는 그날 이후로 시도때도 없이 안방으로
불려갔으며, 오늘도 쿵더쿵 덩더쿵 방아찧는
소리와 함께 한창 물오른 아씨의 자지러지는
감창소리가 애처롭게 들려온다.
- 옮긴글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