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헹 씨와 분추 씨*
이영숙
저녁이 이분의 일을 가져가고 밤이 사분의 삼을 가져다 쓰므로 세계는 늘 계산할 수 없는 함수예요 허심탄회하게 낮은 십분의 구를 가져갑니다
잔가지, 골목, 환절기… 이런 액세서리는 빌려 쓰려 해도 없습니다 그만그만한 이웃들 보더콜리에 길이 든 양 떼처럼 우회도 배회도 이젠 내 나라 이야기처럼 아득합니다
오지는 알아도 극지는 몰랐다는 말은 천진함이 지나쳐 가중처벌 받는다죠 쓰레기장에 가까운 한 칸 방을 들여다보며 누구는 이게 그 증거야 할 겁니다
그러나 꽃에 화상을 입던 시절이 누구에겐들 없을까요 열기는 사라져도 화인은 남아 어디에 있든 고향의 우기가 찾아왔습니다 훅 끼치던 흙냄새 가장 나중까지 함께해 준 주술 같은 것
인간보다는 기계에 가까워져 몇 번은 고장 나고 더는 갈아 끼워야 할 부품이 없는 채로 견디다 어느 날 OFF! 작동을 멈춘
*외국인 이주노동자로 한국에 온 속헹(31세, 여)은 캄보디아인이고, 분추(67세, 남)는 태국인이다. 비닐하우스에서 3년여 일하다 샌드위치 패널로 조립한 숙소에서 속헹은 얼어 죽고(2020년), 10여 년을 돈사에서 일하다 대동맥파열로 숨진 불법체류자 분추는 농장주 부자에 의해 야산에 암매장되었다가 태국인 동료에 의해 발견되었다(2023년).
―《민족문학연구회》 회보 제17호(2026년 봄호)